“내수 성장·정부 지원 업고 해외까지” C뷰티 성장세 뚜렷, K뷰티 '중국 황금기'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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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 진출 속도 내는 中 화장품 기업들 탄탄한 자국 수요 기반으로 자금 확보, 제도적 지원도 강화 中 시장서 설 자리 잃은 K뷰티, 유럽·북미 등으로 시선 돌려

중국 최대 화장품 기업 프로야(Proya)가 미국 오프라인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다. 온라인 판매를 통해 시장 진출 통로를 마련한 데 이어, 미국 대형 뷰티 유통업체 울타뷰티와 손잡고 본격적으로 현지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혀 가는 양상이다. 이러한 공격적 사업 확장 행보는 프로야뿐 아니라 다수의 중국 뷰티 브랜드에서 관찰된다. 내수 화장품 시장의 활기 및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이들 브랜드의 외형 성장 동력으로 작용한 결과다.
프로야의 美 진출 전략
1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프로야는 오는 11월부터 자사 스킨케어 제품군 2개를 미국 울타뷰티 약 400개 매장과 온라인몰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미국 자체 온라인몰·아마존 등 온라인 판매 창구만을 활용해 오던 프로야가 현지 오프라인 유통망에 최초 진입하는 것이다. 울타뷰티는 600개가 넘는 뷰티·웰니스 브랜드와 3만 개 이상의 제품을 취급하는 미국 최대 화장품 전문 유통업체로, 올해 5월 기준 미국 50개 주에서 1,521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프로야가 추진 중인 해외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읽힌다. 프로야는 향후 10년 안에 세계 10대 화장품 기업에 진입한다는 이른바 '더블텐(Double-Ten)' 계획을 수립하고,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유통망을 넓혀 왔다. 말레이시아 현지 대형 헬스·뷰티 체인 가디언과 손잡고 쿠알라룸푸르 미드밸리 메가몰에서 첫 대규모 오프라인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해외 사업 기반을 넓히기 위한 지분 투자도 이뤄지는 중이다. 프로야는 지난 5월 미국, 일본, 한국, 동남아 등에 이미 진출한 중국 색조 화장품 브랜드 플라워노우즈(Flower Knows)의 지분을 인수해 지분율을 51%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C뷰티, 해외 공략에 박차
프로야 외에도 많은 중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화시쯔는 중국 전통 미학을 앞세워 일본과 유럽의 프리미엄 시장에 진출했다. 아마존, 쇼피, 라자다 등 온라인 채널을 활용해 해외 판매 기반을 먼저 확보한 뒤, 프랑스, 도쿄 등 주요 도시의 고급 유통 시설로 오프라인 접점을 넓히는 전략이다. 쥬디돌 역시 쇼피, 틱톡숍 등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해외 소비자층을 다진 뒤 지난해부터 오프라인 시장 진입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일본 패밀리마트 약 1만2,000개 점포에 입점하며 일본 편의점 채널에 진출한 첫 중국 색조화장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퍼펙트다이어리는 2020년 쇼피를 통해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 내 판매 채널을 마련하고, 약 1년 만에 이들 4개국의 온라인 화장품 시장에서 핵심 브랜드로 등극했다. 모회사인 야센홀딩스는 비슷한 시기 프랑스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 갈레닉, 영국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이브롬을 인수하는 등 글로벌 사업 기반 확장에 나섰고, 지난 3월에도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통합 △해외 시장 확대 △전략적 인수합병(M&A) 등을 주요 자금 사용처로 제시했다.
표1. 중국 화장품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
| 기업 | 주요 해외 진출 전략 |
|---|---|
| 프로야 | 미국·동남아서 오프라인 유통망 확장, 플라워노우즈 지분 인수 |
| 화시쯔 | 온라인 채널로 판매 기반 확보 후 일본·유럽 프리미엄 오프라인 시장 진출 |
| 쥬디돌 | 쇼피·틱톡숍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뒤 일본 패밀리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 확대 |
| 야센홀딩스(퍼펙트다이어리) | 동남아 온라인 시장 공략, 유럽 화장품 브랜드 인수·공급망 통합으로 해외 기반 확장 |
내수 시장서도 성장세 뚜렷
이 같은 C뷰티 해외 공세의 배경에는 내수 시장에서 축적한 성장 역량이 있다. 자국에서 규모의 경제, 브랜드 인지도, 제품 개발 능력 등을 확보한 기업들이 해외까지 자본 투입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최근 중국 화장품 소매시장은 장기화하는 경기 침체 흐름 속에서도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화장품류 소매액은 285억 위안(약 5조9,0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다. 1~7월 누적 소매액은 2,723억 위안(약 56조4,530억원)으로 6.3% 늘었다.
같은 기간 사회소비품 소매총액은 7월 0.6%, 1~7월 누적 1.2% 확대되는 데 그쳤고, 상품 소매액 증가율 역시 각각 0.5%, 1.1%에 머물렀다. 내수 소비 전반이 가라앉은 와중에도 화장품 시장만큼은 뚜렷한 강세를 유지한 셈이다. 현지 기관들도 이러한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1분기 소비 시장 분석에서 "화장품 소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다"며 화장품을 금·은·보석 등과 함께 특히 소비가 활발한 업그레이드형 상품으로 분류했다. 중화전국상업정보센터도 상반기 화장품 소매액이 6.3% 성장하고, 6월에는 12.6% 늘어난 점을 들어 화장품을 비교적 빠르게 성장한 소비 품목으로 평가했다.
中 정부 '지원사격' 가시화
중국 정부도 이러한 자국 화장품 산업의 성장세를 지원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은 '화장품 허가·등록 관련 사항에 관한 공고(2026년 제70호)'를 발표하고, 화장품 산업의 혁신 및 고품질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공고에 따르면 앞으로 해외 브랜드가 신제품을 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출시하거나 다른 국가와 동시에 출시하는 경우, 기존처럼 생산국이나 등록인 소재국에서 이미 판매되고 있다는 증명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생산국 판매 포장 역시 실제 완제품 대신 디자인 시안으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해 출시 부담을 줄였다.
제품 시험·원료 관련 장벽도 완화됐다. 일정 조건을 충족한 일부 특수화장품과 신원료 사용 일반화장품은 독성 시험 자료 제출이 면제되며, 화장품 및 치약 허가·등록 과정에서 요구되던 원료 안전 정보 문서와 원료 등록코드 제출 의무도 폐지됐다. 동일 브랜드가 판매하는 유사 처방 제품의 경우 대표 제품의 미생물·이화학·독성·인체 안전성 시험 자료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생산지 변경과 효능평가 관련 규제도 개선됐다. 수입 제품의 중국 내 생산 전환이나 중국산 제품의 해외 생산 이전 시, 제품명과 처방 등이 동일할 때에 한해 기존 독성 시험과 안전성·효능 평가 자료 재사용을 허용하는 식이다. 아울러 기미·미백, 자외선 차단, 탈모 방지를 제외한 기타 효능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은 과학적 근거에 따라 업계 표준, 국제 표준, 자체 검증 방법 등 효능평가 방식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K뷰티 영향력은 '곤두박질'
C뷰티의 존재감이 나날이 확대돼 가는 가운데, 중국 시장 내 K뷰티 기업의 입지는 빠르게 좁아지는 추세다. 과거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라네즈·이니스프리, LG생활건강의 후 등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은 한류 확산과 중국인 관광객·따이궁 수요를 발판 삼아 중국 현지에서 빠르게 외형을 키워 왔다. K뷰티의 중국 의존도가 정점에 달했던 2021년에는 대중국 수출 비중이 전체 화장품 수출의 53.0%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수년 사이 중국 내 한국 제품 불매 움직임·한류 노출 감소로 K뷰티 제품에 대한 선호가 낮아졌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중국인 관광객과 따이궁 중심의 면세 판매 구조도 힘을 잃었다. 한국산 화장품의 빈자리는 소셜미디어(SNS) 마케팅, 애국소비 열풍 등을 타고 급성장한 중국 로컬 브랜드들이 순식간에 메꿨다.
이러한 흐름 속 한국 화장품 기업들의 매출 구조는 급격히 변화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중화권 매출은 2024년 전년 대비 27% 감소했고, 같은 해 미주 매출이 처음으로 중화권 매출을 넘어섰다. 이는 아모레퍼시픽이 미국과 유럽, 일본 등으로 성장 기반을 다변화한 결과다. LG생활건강 역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바꿨다. 지난 2분기 LG생활건강의 북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3% 증가한 2,058억원을 기록하며 중국 매출(1,760억원,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모두 중국 사업을 유지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중국을 해외 성장의 절대적인 중심축으로 두지는 않는다"며 "중국 현지 사업을 수익성 위주로 재편하고, 미국과 유럽 등으로 성장 기반을 분산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