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이민 감소에도 고용 개선 미미, 美 노동시장의 달라진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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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급감에도 미국 태생 근로자의 임금·고용 개선 효과 제한 생성형 AI 확산으로 청년층 초급 일자리 감소와 신규 채용 위축 고숙련·저숙련 이민의 경제적 영향 구분한 노동정책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민자 유입이 줄어 노동력 공급이 감소하면 미국 태생 근로자의 임금이 오르고 고용 여건도 개선될 것이라는 주장이 이어져 왔다. 최근 이민이 급감하면서 이러한 주장을 실제 노동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순국제이주는 2024년 270만 명에서 2026년 중반 약 32만1,000명으로 줄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2026년 말 이전 순이주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노동시장은 예상과 다른 흐름을 보인다. 이민 노동력 공급이 크게 줄었는데도, 미국 태생 근로자의 실업률은 오히려 상승세가 나타났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0월 미국 태생 근로자의 실업률이 외국 태생 근로자보다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다고 지적했다.
이민 유입이 미국 근로자 임금에 미친 영향
실제 이민자가 늘면 미국 태생 근로자의 임금이 낮아진다는 통념과 다른 연구 결과도 나왔다. 경제학자들이 2000~2023년 미국 노동시장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민자 유입으로 대졸 학위가 없는 미국 태생 근로자의 임금은 약 2.6~3.4% 상승한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대졸 근로자의 임금에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민자와 미국 태생 근로자가 반드시 같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민자가 늘어도 미국 태생 근로자의 고용은 감소하지 않았으며, 상당수는 의사소통 능력이 중요하고 임금 수준이 높은 직무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민자와 미국 태생 근로자가 서로 다른 업무를 맡으면서 노동시장에서 경쟁보다 보완 관계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결과만으로 저숙련 이민자가 미국 태생 근로자의 임금을 높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해당 연구는 미국 노동인구조사(CPS)에 포함된 외국 태생 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했으며, 이들의 학력 수준은 조사 기간 꾸준히 높아졌다. 2015년에는 대졸자가 외국 태생 성인 가운데 가장 큰 집단을 차지했다. 반면 일용직과 농업, 비공식 건설 현장 등에서 일하는 미등록 저숙련 노동자의 영향은 별도로 분석하지 않았다. 전체 이민자를 대상으로 확인된 임금 상승 효과를 미등록 저숙련 이민자에게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저숙련 이민 감소에도 임금 상승 효과 제한
저숙련·미등록 이민자로 범위를 좁히면, 미국 태생 근로자의 임금에 미치는 영향은 한층 불분명해진다. 관련 연구에서 불법 이민에 따른 임금 변화는 0.4~7.4%로 추정 범위가 크게 벌어졌다. 공식 통계에 충분히 포착되지 않는 미등록 노동자의 특성상 고용 규모와 임금 영향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민 감소와 미국 태생 근로자의 임금 상승이 동시에 나타난 사례도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당시 불법 국경 횡단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학사학위가 없는 미국 태생 근로자의 실질 주당 중위임금은 약 3.2% 상승했고 노동시장 참가율도 높아졌다. 이러한 결과는 이민자가 줄면 기업이 임금을 높이고 미국 태생 근로자의 채용을 확대할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됐다. JD 밴스 부통령도 노동력 부족을 반영해 임금이 충분히 오르면 미국인들이 건설과 유지·보수 분야의 일자리를 선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이민이 급감한 상황에서는 같은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뉴욕연방준비은행 자료를 보면 순이주가 거의 제로 수준으로 줄었는데도, 대부분 산업의 임금 상승률은 2022년 이후 둔화했다. 이민자 감소가 곧바로 미국 태생 근로자의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는 다른 결과다. 이민자가 주로 맡았던 일자리의 근무 여건도 미국 태생 근로자의 이동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들 일자리 상당수는 외딴 지역에 있거나 육체적 부담이 크고 주거와 생활 기반도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 태생 근로자는 건설과 운송, 천연자원, 돌봄 등의 분야에 집중돼 있으며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은 미국 태생 근로자의 약 85.7% 수준에 머문다. 이에 따라 이민 노동력이 줄어도 미국 태생 근로자가 해당 일자리로 곧바로 이동하지 않는 만큼 이민 축소만으로 임금 상승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생성형 AI 확산에 따른 초급 일자리 감소
이민 감소에도 고용과 임금 개선이 제한되면서 자동화가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미국 근로자 2,500만 명의 급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직종에서 22~25세 근로자의 고용은 AI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2022년 말 이후 다른 연령대나 AI 노출도가 낮은 직종보다 상대적으로 13% 감소했다. 댈러스연방준비은행의 인구조사국 자료 분석에서도 유사한 고용 감소세가 나타났다. 특히 기존 근로자의 해고보다 신규 채용 감소가 주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변화는 이민 감소가 미국 태생 청년층의 취업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배경을 보여준다. 고객서비스와 행정보조, 일선 소매관리 등 AI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에는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할 때 선택하는 초급 일자리가 다수 포함돼 있다. 이민 노동력이 줄더라도 기업이 미국 태생 근로자를 새로 채용하는 대신 해당 업무를 자동화하면 고용 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신규 채용 단계부터 AI 활용이 확대되면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도 커진다.

고숙련 이민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
자동화와 함께 고려해야 할 또 다른 문제는 이민자의 숙련도에 따라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고숙련 이민은 저숙련 이민과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인도와 중국, 한국, 일본, 필리핀 출신 이민자가 미국 대졸 노동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3.6%에서 2019년 7.3%로 상승했다. 이들의 고용이 늘어난 직종에서는 미국 태생 근로자의 고용도 함께 증가해 두 집단이 경쟁하기보다 상호 보완하는 경향을 보였다.
고숙련 이민자는 미국의 기술 인력 확대에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자 증가분의 38%, 과학자·엔지니어 증가분의 25%가 이들 이민자로 채워졌다. 현재 미국에서 수여되는 공학과 컴퓨터과학, 수학 분야 박사학위의 절반 이상도 외국 태생 학생이 취득한다. 이 때문에 고숙련 인력 유입을 제한한다고 미국 태생 근로자의 채용이 그만큼 늘어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업이 필요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연구개발(R&D) 업무를 캐나다나 인도 등 해외로 이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미국에서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3,880억원) 이상인 스타트업의 약 55%는 외국 태생 창업자가 설립했다. 유학생들이 2024년 학비와 각종 비용을 통해 미국 경상수지에 기여한 금액도 약 560억 달러(약 77조7,280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H-1B 비자 등을 통한 고숙련 이민 제한은 미국의 인재 확보와 연구개발, 창업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미국 노동시장의 흐름은 이민 감소만으로 미국 태생 근로자의 임금과 고용 여건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민 노동력이 줄더라도 자동화가 확산하면 미국 태생 근로자의 신규 채용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노동정책도 AI와 자동화에 따른 고용 구조 변화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숙련과 저숙련 이민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구분해 각각의 특성에 맞는 정책을 마련하는 접근도 요구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Low-Skill Immigration Isn't the Wage Lever Washington Thinks It I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