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에듀] 인증받은 대학도 교육의 질은 장담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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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절차 위주 심사로 실제 수업 수준 파악 한계 학생 만족도 중시로 엄격한 수업 운영 부담 확대 학습 결과와 대학별 여건 반영한 심사 방식 필요
본 연구 기사는 글로벌 교육 전문지 The EduTimes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duTime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duTimes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학의 교육 수준을 관리하기 위한 각종 평가·인증 제도가 실제 수업의 질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대학이 정해진 기준과 절차를 갖췄는지를 확인하는 데 평가가 집중되면서 정작 학생들이 어떤 수준의 교육을 받고 있는지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22년 미국 뉴욕대학교(NYU)에서 불거진 교수 해임 논란은 이러한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유기화학 수강생 350명 가운데 82명이 수업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교육과정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에 이름을 올렸다. 학생들은 교수 해임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대학은 이후 담당 교수와의 계약을 종료했다. 해당 교수는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수십 년간 강의하고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화학 교재를 집필한 저명한 학자였다. 논란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저하에 대학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확산됐다. 대학은 추가 학습 지원이나 평가 방식 조정 등 다른 방안 대신 교수 교체를 택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대학의 교육 수준을 관리하는 현행 평가 체계에서 별다른 문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서류 검증에 치우친 대학 평가제도
고등교육 평가·인증은 크게 대학의 운영 자격을 인정하는 국가 차원의 인가와 공학·의학 등 학문 분야별 교육 수준을 살피는 인증으로 나뉜다. 세부 기준에는 차이가 있지만 대학이 자체평가 보고서와 관련 자료를 제출하면 외부 평가단이 이를 검토하고 현장을 방문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유럽정보센터·학력인정정보센터(ENIC-NARIC) 네트워크도 리스본협약에 따른 6개 기준을 바탕으로 자체평가와 외부 평가를 진행한다. 대학의 학력인정 절차가 유럽표준 1.4에 부합하는지를 살피는 별도 평가도 이뤄진다. 이를 통해 기관 내부에서 미처 파악하지 못한 문제를 찾아내고 운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으며 예산이나 법적 지위를 확보하는 근거로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평가에서 문제를 찾아내는 것과 이를 실제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2016년 이후 평가에 참여한 21개 센터 가운데 17곳(80.9%)은 예산과 인력 부족, 법적 제약 등으로 지적 사항을 한꺼번에 개선하지 못하고 순차적으로 반영했다. 평가 결과가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평가의 초점이 실제 교육 성과보다 정해진 절차와 기준을 충족했는지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대학이 필요한 서류와 절차를 갖췄는지는 확인할 수 있지만 실제 강의에서 교육 수준이 유지되는지까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학생 만족도에 밀리는 학업 기준
이러한 평가의 사각지대는 학생들의 불만이 대학 운영의 부담으로 이어질 때 더욱 두드러진다. 학생 만족도와 재학생 유지율이 대학의 평판에 영향을 미치면서 난도가 높은 수업을 맡은 교수들이 평가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NYU 담당 교수는 약 10년간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하락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이러한 흐름이 더 뚜렷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업 난도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이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계속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대학 평가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다. 절차 위반이나 서류 누락이 없었고 공식 교육과정도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원의 자격이나 학습성과가 관련 기준에 따라 문서화돼 있는지는 확인하면서도 실제 교육 수준이 유지되는지는 충분히 살피지 못하는 현행 평가 방식의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이러한 문제는 NYU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대학에서는 엄격한 평가보다 학생 중심의 교육을 중시하는 흐름이 확산돼 왔다. 학생 지원을 강화해 기존 학업 기준에 도달하도록 돕는다면 교육 성과를 높일 수 있다. 반면 충분한 지원 없이 평가 기준부터 낮추면 학생들의 성적이 올라도 실제 학업 수준이 높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현행 평가 체계에서는 이 같은 차이를 가려내기도 쉽지 않다.
규정 준수에 치우친 대학 평가제도
절차를 충족하는 것과 실제 교육 성과 사이의 괴리는 다른 국가에서도 확인된다. 중남미에서 비교적 체계적인 대학 평가제도를 갖춘 칠레가 대표적이다. 국가인증위원회를 중심으로 제도가 정착됐지만 높은 평가를 받은 대학에서도 교육 성과가 기대만큼 개선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부 대학은 높은 평가를 받고도 학생의 학습성과와 학업 지속률, 연구 성과에서 뚜렷한 개선을 보이지 못했다. 성적과 졸업률, 취업 관련 자료를 폭넓게 수집했지만, 실제 대학 운영과 교육 개선에 활용하는 경우도 많지 않았다.
행정 부담도 문제로 지적됐다. 콜롬비아에서는 복잡한 절차로 자체평가가 지연됐으며, 칠레에서는 인증 결정 회의록이 최대 6개월 뒤 공개되기도 했다. 대학 간 경쟁 과정에서 비슷한 학과의 교육과정이 획일화되면서 대학별 특색이 약해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 같은 한계는 개별 대학에 그치지 않는다. 중남미·카리브해에는 세계 인구의 8.2%에 해당하는 약 6억6,200만 명이 거주하며 매년 상당수의 청년이 대학에 진학한다. 평가가 실제 교육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수많은 학생이 받은 교육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데도 한계가 생긴다.

교육 성과 중심의 대학 평가체계로 전환
대학 평가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실제 교육 성과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평가 기준을 개편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티오피아는 대학의 교육 방식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대신 학습성과를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각 대학은 획일적인 교수법을 따르지 않고 자체적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하되 일정 수준의 학습성과를 충족하도록 기준이 마련돼 있다. 이에 따라 교육 목표와 수업 내용이 적절한지 살피고 평가 방식의 신뢰성과 교원의 전문성, 교육 자원도 함께 평가한다.
교육의 질은 실제 운영 방식에 좌우된다. 학생 참여와 적절한 평가 방식은 물론 충분한 학습 자원과 안정적인 교육 운영이 함께 뒷받침돼야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유럽에서는 이러한 방향을 평가에 반영하려는 시도도 이뤄졌다. 유럽 대학단체 컨소시엄이 2022년 개발한 자체평가 도구를 7개국 43개 대학에 적용한 결과, 참여 대학들은 획일적인 평가 방식을 따르지 않고도 학력인정 절차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내부 개선에 활용할 자료를 확보했다. 평가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대학에는 간소화된 방식을 적용해 부담을 줄였다. 이를 통해 대학별 여건에 맞춰 평가 부담을 줄이면서도 실제 교육 성과를 점검할 수 있게 됐다.
평가 기준이 이처럼 바뀌면 NYU 교수 해임과 같은 사례도 단순한 인사 문제로만 다뤄지지 않는다. 대학이 교수 교체 이후에도 교육 수준과 학생들의 학습성과가 유지되는지를 함께 살필 수 있다. 이를 위해 평가기관은 대학이 제출한 자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실제 학습 데이터를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평가 결과를 신속하게 공개해 확인된 문제가 대학의 후속 조치로 이어지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앞으로 대학 평가의 기준은 절차 준수 여부에서 실제 교육 성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 정해진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는 이유만으로 교육의 질까지 보장됐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대학이 학생들에게 제시한 교육 수준을 실제로 유지하는지까지 평가하는 체계가 중요하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Quality Assurance Certifies Structure, Not Teaching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duTimes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