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메모리 쓸어가자 노트북값 폭등, ‘가성비 제품’ 실종 속 대학가 디지털 불평등 심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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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가 메모리 생산라인 선점 PC용 D램·CPU 가격 급등에 노트북·전자기기값 줄인상 기기 접근성 차이, 수업 참여·학업 성과 격차로 확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이 노트북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반도체 업체들이 고수익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에 생산능력을 집중하면서 PC용 D램·낸드 공급이 빠듯해졌고, 중앙처리장치(CPU) 가격 인상까지 겹쳐 완제품 제조원가가 급등했다. 애플과 삼성전자·LG전자에 이어 아마존도 자체 기기 가격을 최대 60% 올리면서 ‘가성비 제품’이 빠르게 자취를 감추는 모습이다. 이에 고사양 노트북이 필수 학습도구로 자리 잡은 대학가에서는 경제적 형편에 따른 기기 접근성 격차가 학업 성과를 좌우하는 디지털 불평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급형부터 프리미엄까지, 노트북값 전방위 상승
26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에서 촉발된 메모리 수급난이 주요국의 노트북 가격표를 동시에 밀어 올리고 있다. 먼저 미국에서는 애플의 지난 6월 가격 인상이 노트북 인플레이션의 분기점으로 작용했다. 맥북 네오는 599달러(약 82만6,380원)에서 699달러(약 96만4,340원)로, 512기가바이트(GB) 맥북 에어는 1,099달러(약 151만6,180원)에서 1,299달러(약 179만2,100원)로 각각 조정됐다. 1테라바이트(TB) 맥북 프로 역시 1,699달러(약 234만3,940원)에서 1,999달러(약 275만7,820원)로 오르면서 가격 인상 범위가 보급형부터 고급형 제품군까지 확대됐다.
한국은 신제품 출시가에 추가 인상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주요 노트북 가격을 최대 90만원 올렸으며, 32GB 메모리와 1TB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탑재한 갤럭시 북6 프로는 지난해 유사 제품보다 49% 비싼 419만원까지 치솟았다. LG전자도 2026년형 그램 프로 16인치를 314만원에 출시한 뒤 석 달 만에 40만원을 추가로 올려 354만원으로 조정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가 16GB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모듈 가격이 지난해 4분기 72.2달러(약 9만9,520원)에서 올해 1분기 119.2달러(약 16만4,300원)로 뛰었다고 집계한 만큼, 인상 폭의 상당 부분이 메모리 비용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중국에서는 제조사 출고가보다 전자상거래 채널의 실거래가가 먼저 요동치는 분위기다. 중국 매체 중화망에 따르면 레노버 샤오신 프로16은 지난 6월 5,769위안(약 118만2,880원)에서 8월 7,819위안(약 160만3,210원)으로 뛰었고, 또 다른 인기 모델도 9,237위안(약 189만3,950원)에서 1만3,834위안(약 283만6,520원)으로 약 50% 급등했다. 통상 개학 특수가 집중되는 여름철임에도 5,000위안(약 102만5,200원) 이하 신제품은 자취를 감췄으며, 학생용 모델 역시 500~1,000위안(약 10만2,520~20만5,040원)씩 비싸졌다. 노트북·스마트폰·태블릿PC로 구성된 ‘개학 3종 세트’ 가격도 지난해 1만 위안(약 205만원) 초반에서 올해 1만5,000위안(약 307만원) 안팎으로 상승했다.
표1. 노트북 가격 상승 부추기는 주요 요인
| 구분 | 주요 변화 | 핵심 수치 | 노트북 시장 영향 |
|---|---|---|---|
| 메모리 생산능력 재배치 | 주요 업체가 웨이퍼·설비를 HBM과 서버 D램에 우선 배정 | HBM 1비트 증산 시 범용 D램 공급 3비트 감소 | 노트북용 D램·낸드 공급 축소 |
|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 | 고성능 메모리와 서버용 물량을 데이터센터가 장기계약으로 선점 | 올해 고성능 메모리 생산량의 70% 이상 흡수 전망 | PC 제조사 간 메모리 조달 경쟁 심화 |
| PC용 메모리 가격 상승 | 노트북용 D램과 SSD의 조달 비용 급증 | 1분기 PC용 메모리 계약가격 전 분기 대비 두 배 가까이 상승 | 노트북 제조원가 중 D램·SSD 비중 15% 안팎에서 30% 이상으로 확대 |
| CPU 가격 인상 | 인텔이 일부 보급형·구형 노트북용 CPU 가격 인상 | 가격 인상률 15% 이상 | 메모리와 CPU의 합산 원가 부담 가중 |
| 완제품 가격 전가 | 제조사와 유통업체가 기존 마진을 유지할 경우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반영 | 메모리·CPU 원가 비중 45%에서 58%로 상승, 900달러 주력 제품 가격 최대 40% 인상 가능 | 보급형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사양 축소 압력 확대 |
HBM 우선 생산이 부른 PC용 메모리 품귀
가격 급등의 출발점은 메모리 생산능력의 재배치다.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증하자 주요 업체들은 웨이퍼와 설비를 고수익 HBM과 서버 D램에 우선 배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한 마이크론의 설명에 따르면, HBM 1비트를 추가 생산할 때 범용 D램 공급은 3비트 줄어드는 구조다. 데이터센터가 올해 고성능 메모리 생산량의 70% 이상을 흡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서버용 물량까지 장기계약으로 선점되면서 PC 제조사들은 남은 노트북용 D램과 낸드를 확보하기 위한 조달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 여파로 PC용 메모리 계약가격은 올해 1분기 전 분기 대비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여기에 CPU 가격까지 오르며 완제품 가격의 상승 압력은 한층 거세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자료를 보면, D램과 SSD가 노트북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통상 15% 안팎이었으나 올해 1분기 30%를 웃돈 것으로 추산됐다. 인텔도 일부 보급형·구형 노트북용 CPU 가격을 15% 이상 올렸다. 메모리와 CPU의 합산 원가 비중은 약 45%에서 58%로 확대됐고, 900달러(약 124만원)로 책정됐던 주력 노트북의 소매가격은 제조사와 유통업체가 종전 마진을 유지할 경우 40% 가까이 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원가 흡수 여력이 큰 프리미엄 제품보다 마진이 얇은 보급형 제품에서 가격 인상과 사양 축소 압력이 강해지는 배경이다.
아마존도 가격 방어 포기, 자체 기기 줄줄이 인상
이 같은 원가 압력은 아마존의 자체 전자기기 가격표에도 반영됐다. 미국 IT 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아마존은 최근 에코 스피커와 파이어TV, 킨들, 이로(eero) 공유기 등의 미국 판매가격을 최대 60% 올렸다. 보급형 에코 닷은 49.99달러(약 6만8,970원)에서 79.99달러(약 11만350원)로 60% 뛰었고, 파이어TV 스틱 4K 맥스도 59.99달러(약 8만2,760원)에서 84.99달러(약 11만7,250원)로 41.7% 비싸졌다. 16GB 기본형 킨들은 36.4% 오른 149.99달러(약 20만6,930원), 파이어TV 큐브는 42.9% 상승한 199.99달러(약 27만5,910원)에 새 가격표가 붙었다.
인상 폭은 제품군과 사양에 따라 뚜렷하게 갈렸다. 에코 제품군에서는 보급형 닷이 60% 오른 데 비해 상위 모델인 닷 맥스는 20% 상승했고, 킨들도 기본형 36.4%, 페이퍼화이트 25%, 컬러소프트 16% 순으로 인상률이 낮아졌다. 반대로 파이어TV는 보급형 HD가 14.3% 오르는 데 그친 반면 4K 플러스는 40%, 큐브는 42.9% 뛰어 고사양 제품의 부담이 더 컸다. 링 카메라·비디오 도어벨과 219.99달러(약 30만3,370원)짜리 에코 스튜디오는 가격을 유지한 만큼, 아마존이 제품별 원가 부담과 판매 여건을 따져 인상 폭을 달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마존은 이번 조정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메모리와 저장장치 조달비 급등을 지목했다. 소비자 전자업계 전반의 부품비 상승분을 가능한 한 오래 자체 흡수했으나 더는 기존 가격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미국 IT 매체 테크리퍼블릭에 따르면 지난 4월 34.99달러(약 4만8,270원)에 출시된 파이어TV 스틱 HD마저 넉 달 만에 39.99달러(약 5만5,170원)로 오르면서 원가 충격이 판매가격에 반영되는 시차도 크게 짧아졌다. 공급망 상류의 가격 충격이 노트북 제조사를 거쳐 스마트홈·콘텐츠 기기 사업자의 가격 정책까지 흔들면서 소비자 부담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수업 필수품 된 고사양 노트북
노트북 등 전자기기 가격 급등의 파장은 대학가에서 더욱 민감하게 나타날 수 있다. 강의자료 열람과 과제 제출, 코딩·설계·AI 실습까지 개인용 컴퓨터를 전제로 한 수업이 늘면서 노트북은 사실상 필수 학습도구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등록금과 주거비, 교재비를 마련해야 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수백 달러의 추가 지출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제품 가격과 대학의 요구 사양이 동시에 오르면 경제적 형편에 따라 수업 준비 수준부터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공학·건축처럼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전공에서는 비용 부담이 더 가파르게 불어난다. 루이지애나공대 공과대학은 2026~2027학년도 노트북 최소 사양으로 13세대 이상 인텔 코어 i7 또는 AMD 라이젠7, 16GB 램과 512GB SSD를 제시했다. 고급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작업에는 32GB 램과 엔비디아 RTX 계열 그래픽카드, 1TB SSD를 권장하고 있다. 일리노이대 건축대학도 32GB DDR5 램과 RTX 4050 이상 그래픽카드, 1~2TB SSD를 권장해 보급형 제품으로는 전공 수업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구매 비용을 낮추기 위해 기기 사양을 줄이는 데도 제약이 따른다는 점이다. 루이지애나공대는 크롬북과 저전력 태블릿이 공학용 프로그램 구동에 적합하지 않다고 명시했고, 애플 맥도 소프트웨어 호환성을 이유로 권장하지 않았다. 일리노이대 건축대학 역시 일부 레빗 기능과 그래스호퍼 플러그인이 윈도 전용이라고 안내했으며 M1~M3 기본형과 인텔 기반 맥은 추천 대상에서 빠져 있다. 값싼 기기로 갈아타거나 기존 제품의 교체 시기를 늦추는 대응은 수업 효율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경제력이 학업 성과 좌우
장비 구입비가 오를수록 생활비 여력이 부족한 학생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 희망센터(The Hope Center for Student Basic Needs)가 2023~2024년 16개 주 91개 대학 학생 7만4,350명을 조사한 결과, 식비·주거비와 인터넷·기술 접근 등을 포함한 기본생활 불안 경험률은 73%로 집계됐다. 학업을 중단했거나 중단을 고민한 응답자의 79%는 생활비 부족과 교재·수업자료 비용, 기술 접근 문제 등 기본생활 또는 재정 사정을 이유로 꼽았다. 노트북값 상승까지 겹치면 학생의 학업 지속을 압박하는 재정 부담은 한층 무거워진다.
이 같은 재정 격차는 실제 기기 접근성의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 영국 교육기술기관 Jisc가 2024~2025학년도 30개 고등교육기관 재학생 1만5,398명을 조사한 결과, 37%는 적합한 기기를 확보하지 못해 학습에 지장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교내외 와이파이 문제를 겪은 비율은 60%였고, 생활비 부담으로 학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급 근로를 병행한 학생도 39%였다. 반면 대학의 디지털 학습환경을 평균 이상으로 평가한 비율은 86%에 달해, 학교가 제공하는 환경과 학생 개인이 실제로 누리는 학습 여건은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기기 접근성의 차이는 수업 참여도를 거쳐 학업 성과와 졸업 시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는 미국 럿거스대 학부생 1,106명의 디지털 이용 환경과 학업 결과를 분석했다. 조사 결과, 성능이 떨어지거나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해야 하는 기기, 불안정한 인터넷에 의존한 학생들은 원격학습 숙련도가 낮았으며 과목 미완료(I) 성적을 받거나 졸업이 늦어질 가능성도 더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