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에듀] AI 의존 커질수록 사고력 약화, 대학가 해법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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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인공지능 확산에 학습 역량 저하 우려 기술 의존 심화 속 학생 주도 판단 중요성 확대 통제 중심 교육 탈피해 인간·AI 역할 구분 필요
본 연구 기사는 글로벌 교육 전문지 The EduTimes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duTime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duTimes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서 17~25세는 46세 이상에 비해 인공지능(AI) 도구 의존도가 높고, 비판적 사고 수준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AI를 접하고 활용해 온 환경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젊은층일수록 사고 과정의 일부를 AI에 맡기는 ‘인지적 오프로딩(cognitive offloading)’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학의 대응이다. 상당수 대학은 학생이 AI를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 규제하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정작 AI가 사고를 대신하지 않도록 과제와 평가 방식을 바꾸는 데는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표절 정책의 오류 반복
대학의 AI 규제는 과거 표절 문제에 대응했던 방식과 비슷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과제를 작성하는 학생들은 기존 문장을 일부 가져와 표현을 바꿔 쓰는 과정에서 표절로 적발돼 징계를 받는 경우가 있었다. 연구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초보자가 학술적 글쓰기를 익히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대학에서는 부정행위로 받아들여졌다. 외즈귀르 첼리크 연구원은 현재의 AI 규제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학생이 AI를 학습에 어떻게 활용했는지 살피지 않은 채 부정행위 여부를 가려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의 AI 정책이 구체적인 활용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마이클 자이퍼 교수가 15개국 주요 박사과정 대학 38곳을 조사한 결과, AI 활용에 관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한 곳은 6곳에 그쳤다. 15곳은 일반적인 행동 규정만 두고 있었고 17곳은 연구 재현성 문제를 다뤘지만, 연구자가 AI를 활용할 때 갖춰야 할 역량은 명문화하지 않았다. 이처럼 AI 활용을 학생 개인의 행동 문제로 다루면 교육기관이 맡아야 할 역할은 빠질 수 있다. 학생은 대학이 마련한 수업과 평가 체계 안에서 AI를 사용하는 만큼, 교육기관도 기술 변화에 맞춰 과제와 평가 방식을 설계해야 한다.

AI에 판단 맡길수록 사고 과정 위축
스위스 비즈니스 스쿨(SBS Swiss Business School) 전략적기업예측·지속가능성센터가 학술지 ‘소사이어티스(Societies)’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AI 사용이 잦을수록 비판적 사고 수준이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특히 사고 과정의 일부를 AI에 맡기는 인지적 오프로딩이 비판적 사고를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AI에 대한 신뢰 수준에 따라서도 비판적 사고에 차이가 나타났다. 지식근로자 319명의 생성형 AI 활용 사례 936건을 분석한 별도 연구에서는 약 60%의 사례에서 비판적 사고가 이뤄졌다. AI의 능력을 신뢰할수록 결과물을 검토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줄어든 반면 자신의 판단에 확신이 있는 사람은 AI의 답변을 더 적극적으로 검토했다.
이에 따라 AI를 활용하면서도 학생의 사고 과정을 유지할 수 있는 교육 방식이 필요하다. 소사이어티스 연구는 복잡한 글을 장시간 읽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구체화하거나 배운 지식을 새로운 문제에 적용하는 활동을 깊이 있는 사고의 사례로 제시했다. AI를 활용하더라도 이러한 과정에서 학생이 직접 내용을 검토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학습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AI 사용 수준에 따라 비판적 사고에 미치는 영향도 달랐다. 적정 수준에서는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비판적 사고가 빠르게 약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전면 금지와 무제한 허용 모두 적절한 대응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따라서 과제의 어느 단계까지 AI를 활용할 수 있는지 정하고 학생이 직접 수행해야 할 사고와 판단의 영역을 구분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수업·평가 방식 재설계 부상
AI 사용을 적발하는 기존 방식의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를 관련 규정이 따라가지 못하는 가운데 피츠버그 지역 대학들도 활용 기준을 확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피츠버그대학교는 AI 표절탐지프로그램 턴잇인(Turnitin)의 AI 탐지 기능을 중단했다. 탐지 결과만으로 학문적 부정행위를 판단하기에는 정확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탐지 기술의 한계가 부각되면서 대안으로 제시되는 개념이 ‘인지적 내재화(cognitive internalization)’다. AI 사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하지 않고, 학생이 AI가 만든 결과물을 그대로 제출할 수 없도록 과제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AI가 제시한 내용의 오류를 직접 찾아내거나 어떤 내용을 받아들이고 제외했는지 이유를 설명하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AI를 활용하되 최종 검토와 판단은 학생이 직접 맡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러한 방식은 평가 기준도 바꾼다. AI를 사용했는지를 가려내는 대신 학생이 결과물을 어떻게 검토하고 자신의 판단을 반영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탐지 프로그램에 대한 의존을 낮추면서 학생이 AI의 결과물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막을 수 있다.
AI 활용 과정까지 평가하는 수업 설계
인지적 내재화를 실제 수업에 적용하려면 결과물뿐 아니라 작성 과정도 평가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개요와 초안, 수정 내역을 제출하게 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직접 설명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교수자는 이를 통해 학생이 AI의 결과물을 직접 검토하고 수정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대학 차원의 지원도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AI와 학생의 역할을 사전에 명확히 나누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꼽힌다. 미국심리학회(APA)는 AI를 활용하면 여러 업무에서 성과를 높일 수 있지만 AI 없이도 같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AI의 역할과 사용 범위를 사전에 정하는 ‘구조화된 활용(structured use)’이 인간의 능력을 유지하면서 AI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거론된다. 인지적 내재화도 같은 맥락에서 AI가 맡을 수 있는 작업과 학생이 직접 판단해야 할 영역을 구분한다.
그러나 작성 과정까지 평가하면 교수자의 업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수백 명이 참여하는 대형 강의에서는 학생별 과정을 일일이 확인하기 쉽지 않다. 이에 교수자의 역할도 AI 사용을 적발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학생이 자신의 결과물을 설명하고 판단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마이클 자이퍼 교수의 5차원 체계는 이를 실제 수업에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형식 정리나 초안 구성처럼 AI를 활용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작업과 연구 방법 선택이나 예상 밖의 결과 해석처럼 사람이 직접 판단해야 할 영역을 나누는 방식이다. 이를 학부 수업에도 적용하면 과제별 AI 활용 범위와 학생이 직접 수행해야 할 부분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
결국 대학의 AI 정책은 학생의 사용을 제한하는 데 머물지 않고 AI를 활용하면서도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학생이 AI를 사용했는지를 가려내는 규정을 강화하기보다 검토와 판단 과정을 수업과 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필요가 있다. 인지적 내재화는 AI를 학습 도구로 활용하면서 학생의 사고 과정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 교육의 새로운 방향으로 주목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ognitive Internalization: The New AI Policy In Universitie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duTimes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