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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환율 압박 못 이겼다" ECB·BOJ 긴축 기조 강화, 美 연준도 인상 가능성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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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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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압박 고려" ECB, 6월에 이어 재차 금리 상향 조정
BOJ 금리 인상도 기정사실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조짐
美 통화 정책 두고 엇갈리는 의견, 인상인가 동결인가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 두 번째 정책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국제유가 상승·공급망 불안이 이어지며 유로존 물가 상승률이 급등하자, 통화 긴축에 무게를 싣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은행(BOJ) 역시 엔저와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해 금리 상향 조정에 나설 전망이며, 미국에서도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을 계기로 9월 금리 인상 기대가 강화됐다. 다만 미국의 경우 민간 시장과 경제학자들의 예측이 엇갈리고 있어, 향후 정책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금리 인상 단행한 ECB

10일(이하 현지시각) ECB는 독일 베를린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예금금리를 연 2.25%에서 2.50%로 0.25%P 인상했다. 주요 재융자금리는 2.65%, 한계대출금리는 2.90%로 역시 각각 0.25%P씩 올렸다. ECB가 정책금리를 상향 조정한 것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앞서 지난 6월 ECB는 2023년 9월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올린 바 있다. 당시 금리 인상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이 꼽혔다. ECB는 이번 금리 인상 결정 이후에도 성명에서 "중동 분쟁이 계속해서 인플레이션 압박을 만들고 있고 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며 "오늘 결정은 물가 상승률을 2%의 중기 목표로 안정시키려는 통화 정책 노력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유로존(유로화 사용 21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년 만의 최고치인 3.3%까지 뛰며 ECB 목표치 2%를 6개월 연속 웃돈 바 있다. 여기에 향후 물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계와 기업이 고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할 경우, 임금과 상품·서비스 가격에 이 같은 전망이 반영되며 인플레이션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분석가들은 ECB가 이번 금리 인상 이후로도 연말 한 차례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측한다. 프란체스코 페솔 ING 외환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그들(ECB)이 상당 기간 물가 상승률이 높은 상태일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말했고, 이는 매파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동시에 경제 성장에는 하방 위험을 보고 있어 매파적 메시지의 강도를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日 통화 긴축도 기정사실화

이러한 통화 긴축 흐름은 비단 유럽을 넘어 각 주요국에서 관찰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이다. 로이터통신이 지난 1~8일 경제전문가 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를 살펴보면, 일본은행이 오는 18일 정책금리를 현재 1.0%에서 1.25%로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는 66명(97%)에 달했다. 아울러 응답자 66명 가운데 24명은 일본은행이 10월이나 12월 회의에서 다시 금리를 1.50%로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으며, 57명(89%)은 일본은행의 정책금리가 내년 3월 말까지 최소 1.5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2분기 말까지 금리가 최소 1.75%까지 조정될 수 있다고 본 응답자는 약 62%였다.

앞서 BOJ는 지난 6월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1.0%로 인상한 뒤 7월 회의에서 이를 동결한 바 있다. 다만 추가 상향 조정 필요성은 동결 당시부터 이미 제기된 상태였다. 다카타 하지메 정책위원은 7월 회의에서 유일하게 동결 결정에 반대하며, 물가 상승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0.25%P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히미노 료조 BOJ 부총재 역시 지난달 27일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를 웃돌 경우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 대응이 늦어지지 않도록 적시에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기조적 물가 상승률이 BOJ의 2%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는 만큼, 과거보다 물가의 상방 위험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제언이다. 10일 마스 가즈유키 BOJ 심의위원 역시 금융경제간담회에서 "현재의 완화적인 금융 환경을 감안할 때 정책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려 정도를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금리 인상 기조'에 돌입했다"고 강조했다.

물가·환율 압박에 美 주문까지

BOJ의 긴축 시계가 빨라진 핵심 원인으로는 장기화한 엔저 상황이 꼽힌다. 엔화 가치는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여 왔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4월 말 160엔 안팎(약 1,394원)까지 뛰며 1990년 이후 최고치를 새로 썼고, 이에 일본 정부와 BOJ는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대규모 엔화 매수·달러 매도 개입을 단행했다. 개입 직후 환율은 151엔대(약 1,316원)까지 급락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상승세를 회복하며 재차 160엔대에서 움직였다. 7월 말 환율이 160엔대 중반까지 치솟자 일본 정부는 다시 외환시장에 개입했고, 7월 31일에는 미국도 엔화 방어에 동참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 당국은 7월 30일부터 8월 26일까지 약 한 달간 외환시장에 총 15조4,000억 엔(약 134조2,000억원)을 투입했다. 이 같은 대규모 개입으로 엔·달러 환율은 150엔대 중반까지 하락했지만, 150엔대 초반을 터치하지는 못했다. 엔-달러 환율이 155엔대(약 1,350원) 이하로 미끄러진 것은 긴축 기대 속 엔화 가치가 빠르게 상승한 최근 들어서부터다.

물가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일본 총무성이 지난달 발표한 7월 전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1.9% 뛰며 6월(1.6%)보다 오름 폭을 키웠다. 변동성이 큰 신선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도 1.6%에서 1.8%로 높아졌고, 신선식품과 에너지를 모두 제외한 근원·근원 CPI 역시 1.7%에서 1.9%로 오르며 최근 3개월 중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여기에 미국발(發) 금리 인상 압박도 긴축을 가속화한 요인으로 꼽힌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BOJ의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거듭 주장해 왔다. 지난달 말에는 엔화 가치가 불안정하게 움직일 경우 미국 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취지의 경고를 내놨고, 이달 초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와의 회동에서도 일본의 통화 정책 정상화를 지지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 예상돼

BOJ의 긴축 행보는 향후 '엔 캐리 트레이드' 구조에 균열을 낼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장기간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해 왔으며,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도 이미 크게 벌어진 상태다. 이에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조달 비용이 낮은 엔화를 빌린 뒤, 이를 달러 등 고금리 통화로 환전해 해외 금융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을 채택해 왔다. 이런 가운데 BOJ가 금리를 인상하면 일본 내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엔화 표시 자산의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엔화를 빌려 해외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의 기대 수익 자체가 낮아지게 된다. 여기에 향후 BOJ의 추가 긴축 전망이 확산할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엔화를 매도해 해외 자산을 보유할 유인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외환 시장에서는 이미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지난달 1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레버리지드 펀드의 엔화 숏포지션은 8월 5일부터 11일까지 한 주 동안 6.5% 감소한 5만9,526계약을 기록했다. 7월 말 미국과 일본이 엔화 방어를 위해 공조 개입에 나선 이후까지 범위를 넓히면 관련 숏포지션은 절반 이상 줄었다. 여기에 최근 엔·달러 환율이 155엔선을 하향 돌파한 뒤에는 레버리지드 펀드뿐 아니라 연기금·자산운용사 등 리얼머니 투자자들까지 엔화 숏 익스포저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 채권 매매에서도 자금 회수 움직임이 감지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지난달 22일까지 해외 채권을 3조 엔(약 26조1,000억원) 이상 순매도했다. 일본 국채의 상대적 매력이 높아지면서 해외 자산에서 국내 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이 가시화한 것이다.

표1. 주요국의 통화 긴축 흐름

국가·지역현재 상황향후 전망
유럽예금금리·주요 재융자금리·한계대출금리 0.25%P 인상연말 추가 인상 가능성
일본정책금리 1.0% 유지, 추가 인상 필요성 강조9월 0.25%P 인상 전망 우세
미국민간 시장·전문가 금리 전망 엇갈림금리선물 시장 기준 9월 인상 가능성 약 70%, 경제학자 다수는 동결 전망
자료: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 미국 연방준비제도, 시카고상품거래소

연준의 통화 정책 경로는

주요국의 연이은 통화 정책 전환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들썩이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결정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0일 미국 PPI 발표 직후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오는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확률을 약 70%로 반영했다. 발표 직전 약 60~64% 수준이었던 인상 확률이 수 시간 만에 10%P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배런스 집계에서는 PPI 발표 직후 인상 확률이 62.1%에서 74%까지 치솟았으며, 통화 정책 전망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도 PPI 발표 이후 연 4.49%까지 올라 2024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8월 PPI는 전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5.4% 상승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도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4.6% 뛰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시장과 정반대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9일 로이터가 공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경제학자들의 70%는 연준이 9월 15~16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고, 56% 이상은 올해 내내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TD증권의 미국 경제학자 엘리 니르는 "모든 상황이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연준은 다음 주에도 금리 동결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 데이터에서 예상치 못한 상승세가 나타날 경우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될 가능성도 높다”고 짚었다. 니르가 언급한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미 노동부가 11일 발표할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일컫는 것으로 풀이된다. 8월 CPI는 연준이 16일 기준금리 결정 전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주요 물가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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