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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는 순간 패권 뺏긴다” 美·中·유럽 정치권, ‘AI 속도조절론’ 배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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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10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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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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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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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국가 패권 핵심 기술로 부상, 미·중 주도권 경쟁 격화
상대국 선점 우려에 양국 정상 개발 감속 거부
유럽까지 대규모 투자전 합류, AI 속도조절론 현실화 난망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이 인류 존립을 위협한다는 우려에도 미국과 중국 정상은 주도권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잇따른 공개 발언에서 AI를 국가 패권을 좌우할 핵심 전략기술로 규정하며 개발 속도조절론에 선을 그었다. 현시점 미·중 AI 경쟁은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의 핵 군비 경쟁에서 나타난 ‘안보 딜레마’와 유사하다. 양국 모두 AI의 위험성을 인식하면서도 한쪽이 개발 속도를 늦추는 순간 상대가 기술·군사적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는 불안 탓에 감속 카드를 꺼내기 어렵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에 뒤처진 유럽마저 기술 주권을 앞세워 대규모 AI 투자전에 뛰어들고 있어 속도조절론이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트럼프, 'AI 속도조절론'에 반감 표출

14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AI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른바 ‘AI 속도조절론’에 거듭 반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AI에 필요한 유일한 통제나 안전장치(가드레일)은 강하고 명석한(높은 IQ를 가진) 대통령뿐"이라며 "미국은 그런 대통령을 완벽히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 처럼 '완벽한 작은 천사(perfect little angel)'인 척 하는 AI 인간들이 악행을 저지르거나 잠재적으로 악행을 저지르는 것을 막아 왔다"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속도조절론은 지난 12일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가 개인 웹사이트에 "AI 모델의 성능을 높이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본격 점화됐다. 업계가 제3자 평가기관의 접근을 허용하고 국제 협력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인데, 샘 올트먼 오픈AI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등 주요 빅테크 수장들이 잇따라 동의를 표하고 나섰다. 특히 올트먼 CEO는 AI 개발 속도 조절론에 일관되게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지난 7월 11~13일 오픈AI의 미공개 AI 모델들이 글로벌 개방형 AI 플랫폼 허깅페이스를 무단으로 해킹한 사건이 벌어진 이후로는 입장을 뒤집었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 올트먼 CEO가 첨단 AI의 개발 속도를 조절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임직원들에게 밝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AI 경쟁 이기면 모든 것 가져", 시진핑도 中 글로벌 세력확장 수단으로 주목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자신이 소유한 아일랜드의 둔베그 골프장에서 "매우 부정적인 세력(very negative forces)들이 제기할 필요가 없는 문제를 꺼내고 있다"며 이를 반박했고, 14일은 한층 공격적인 어조로 비판에 나섰다. 반감을 표출한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는 이미 그러한 기업들에 막강한 형사·규제 권한을 갖고 있다"고 했다. 또한 "AI와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정신나간 음모가 있는 것이며, 이를 반기는 유일한 세력은 중국"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I에서 이기는 자가 승자다(whoever wins AI wins). 우리는 중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를 선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며 "음모론자, 반역자, 매국노, 유출자들은 경고하건대 조심하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도 AI를 기술 패권 확보의 핵심 수단으로 규정하며 개발 감속 요구를 사실상 배척했다. 시 주석은 AI가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다는 경고에 직접 언급을 피하는 대신,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 자국 영향력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13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18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국가들이 글로벌 AI 거버넌스 표준을 수립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간 중심의 접근 방식으로 선한 목적의 AI를 개발하고 합의에 기반한 글로벌 AI 거버넌스 틀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며 중국이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과 공동 생태계 조성을 지원하는 '브릭스 오픈소스 AI 커뮤니티'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주도의 AI 질서에 맞설 자체 생태계를 확대한다는 구상으로, 미국이 첨단 반도체와 AI 모델 등을 앞세워 기술 우위를 지키려 한다면, 중국은 ‘가성비 AI’로 불리는 딥시크 등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오픈소스 모델을 앞세우겠단 전략인 것이다.

美·中에 뒤처진 유럽도 "AI 개발 중단은 선택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이 AI 속도조절론을 배척한 가운데 유럽도 개발 경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독일 디지털부는 14일 AI 개발 중단이 유럽에 실현 가능한 선택지가 될 수 없다며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디지털 주권 강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다만 AI가 시험 환경을 이탈해 외부 시스템에 무단 접근하는 상황은 ‘전혀 새로운 위협 시나리오’로 규정했으며, 미국과 중국이 함께 참여하는 국제 감시체계 구축에도 힘을 실었다. 개발 속도는 유지하면서 위험 관리에 필요한 공통 규범을 병행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독일의 대응에는 안전 규범 설계에 치중하는 동안 산업 주도권을 미국과 중국에 내줬다는 유럽의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지난해 미국이 59개, 중국이 35개의 주요 AI 모델을 내놓은 반면 프랑스와 영국의 성과는 각각 1개에 그쳤다. 세계 AI 연산 역량에서도 미국이 75%를 차지했지만 유럽의 비중은 5%에 불과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해외 AI 공급이 차단되면 세관·철도·병원·은행 결제 등 전 산업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 배경에도 기술 종속이 통상 협상의 압박 수단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자리한다.

표1. EU의 기술 주권 강화 전략

구분주요 정책·투자핵심 내용목표
디지털 규제디지털시장법(DMA)·디지털서비스법(DSA)·AI법역외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과 운영 책임 규제공정 경쟁·이용자 보호
산업 기반기술 주권 패키지클라우드·AI 개발법(CADA), 칩스법 2.0, 오픈소스 전략 추진컴퓨팅·클라우드·반도체 역내 공급망 구축
공공 조달CADA 조달 기준클라우드 사업자의 역외 정부 종속성과 소프트웨어 공급망 심사중요 공공서비스 보호
AI 인프라인베스트AI(InvestAI)AI 기가팩토리 전용기금 200억 유로 조성, 5~7년 내 데이터센터 수용 능력 3배 확대AI 연산 기반 확충
민간 투자미스트랄AI 투자 라운드삼성전자 주도로 30억 유로 조달, 기업가치 210억 유로 인정유럽 AI 기업 육성
장기 자본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부족분 해소에 최대 6,000억 유로 필요, 공공재정·역내 저축·해외 전략투자자 활용미국·중국과의 AI 격차 축소
자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ECB), 미스트랄AI 등

규제·재정·공공조달 묶은 유럽의 AI 추격전

이 같은 위기의식은 유럽연합(EU)이 디지털시장법(DMA), 디지털서비스법(DSA), AI법을 잇달아 도입하고 집행 강도를 높여 온 배경과도 맞물린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6월 ‘기술 주권 패키지’를 내놓고 클라우드·AI 개발법(CADA), 칩스법 2.0, 오픈소스 전략을 한 축으로 편성했으며, CADA에는 클라우드 사업자의 역외 정부 종속성과 소프트웨어 공급망을 심사해 중요 공공서비스의 조달 기준에 반영하는 방안이 담겼다. DMA·DSA가 역외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과 운영 책임을 제약하는 장치라면, 기술 주권 패키지는 컴퓨팅·클라우드·반도체의 공급 기반을 역내에 구축하는 산업정책에 초점을 맞췄다. 규제권과 27개 회원국의 공공 구매력을 결합해 유럽 기업이 데이터와 고객 기반을 축적할 시장을 조성하려는 계산이다.

규제와 산업 육성을 결합한 전략은 대규모 자본 동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EU 집행위는 규모의 인베스트AI(InvestAI)를 통해 200억 유로(약 31조3,620억원)의 AI 기가팩토리 전용기금을 조성하고, 클라우드·AI 개발법을 토대로 향후 5~7년 안에 역내 데이터센터 수용 능력을 세 배로 늘릴 계획이다. 민간에서도 프랑스 미스트랄AI가 지난 8일 삼성전자 주도의 투자 라운드에서 30억 유로(약 4조7,040억원)를 확보해 기업가치 210억 유로(약 32조9,300억원)를 인정받았다. 이는 유럽 기술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지분 투자다. 라가르드 총재가 데이터센터 부족분을 해소하는 데 최대 6,000억유로(약 940조8,480억원)가 필요하다고 추산한 만큼, 유럽은 공공재정과 역내 저축, 해외 전략투자자를 동시에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AI 추격 속도를 높일 태세다.

AI 연산력 확보에 판돈 키우는 미·중

유럽까지 AI 패권 전쟁에 가세한 만큼 미국과 중국이 속도조절론을 수용할 여지는 더욱 좁다. 미국 빅테크는 유럽 AI·클라우드 시장에서 확보한 지배력을 수성해야 하고, 중국 기업은 대미 기술 규제로 좁아진 해외 판로를 유럽에서 넓혀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구글은 지난 9일 핀란드의 디지털 인프라와 청정에너지 사업에 2027~2028년 130억 유로(약 20조3,77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로비사 원전과의 22년 장기계약을 통해 데이터센터용 전력까지 확보했다. 중국 알리바바클라우드도 지난 6월 프랑스 리전을 열어 유럽 거점을 독일·영국·프랑스 세 곳으로 늘렸고, 자체 LLM ‘큐원’을 활용한 기업용 AI 에이전트의 현지 출시를 예고했다. 미국은 자본력과 에너지 조달 능력, 중국은 클라우드와 모델을 결합한 가격 경쟁력으로 유럽 시장을 압박하는 양상이다.

유럽에서 맞붙은 미·중 기업은 자국 내 투자 규모도 잇달아 끌어올리고 있다. 알파벳은 지난 7월 AI 연산 수요가 공급 능력을 계속 웃돈다며 올해 설비투자 전망치를 종전 1,800억~1,900억 달러(약 248조1,480억원~261조9,340억원)에서 1,950억~2,050억 달러(약 268조8,270억원~282조6,130억원)로 높였다. 2분기에 집행한 449억 달러(약 61조8,990억원) 가운데 대부분도 서버와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장비에 투입됐다. 미국이 민간 기업의 자본력을 앞세워 선두 굳히기에 나선 데 맞서 중국은 국가계획을 통해 개별 데이터센터를 전국 단위 연산망으로 연결하는 전략을 택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 7일 2030년까지 정보통신 인프라에 3조8,000억 위안(약 769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지능형 연산 능력을 9,800엑사플롭스(EFLOPS)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중국 국무원은 11일 전국 일체형 연산망 구축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력·연산시설 공동계획과 녹색전력 직결, 광섬유 기간망 확충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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