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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우위 균열" AI 데이터센터 허브로 급성장하던 걸프국, 이란 전쟁發 리스크에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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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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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S, 이란 공격으로 걸프 데이터센터 자료 영구 손실
걸프국, 비용 경쟁력·정부 지원 앞세워 'AI 허브' 도약 시도
이란 전쟁 변수로 기존 우위 흐려져, 투자자 부담 대폭 가중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중동 지역 데이터센터 내 일부 고객 데이터가 영구 손실됐다. 이란의 군사 공격으로 데이터센터가 물리적으로 파괴되면서, 원격 복제본 없이 현지 시설에만 저장돼 있던 자료가 복구 불가능한 상태에 놓인 것이다. 시장은 이번 사태가 저렴한 전력·토지와 대규모 국부펀드 투자를 앞세워 빠르게 성장해 온 걸프 지역 AI 인프라 산업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본다. 막대한 자산이 한곳에 집중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특성을 고려하면, 지정학적 위험 확대가 곧 걸프 지역의 투자 매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AWS 중동 데이터센터 자료 '증발'

15일(현지시각) AWS는 공지를 통해 바레인 전역의 데이터센터와 아랍에미리트(UAE) 내 1개 가용영역(독립 인프라를 갖춘 데이터센터 집합체)에 단독 저장됐던 일부 고객 데이터가 복구 불가능한 상태라고 발표했다. 이들 시설은 지난 3월과 4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드론 공격으로 피해를 입었고, 화재 진압 과정에서 유입된 소화용수로 추가적인 물리적 손실이 발생했다. AWS 인프라를 사용하는 현지 금융권과 기업들 사이에서도 서비스 차질이 잇따랐다. UAE에서는 아부다비상업은행(ADCB), 퍼스트아부다비은행(FAB), 에미리츠NBD, 에미리츠이슬라믹 등 일부 금융회사의 모바일·전화 금융 서비스가 일시 중단됐고, 핀테크 및 기업 전산망에서도 접속 장애가 확인됐다.

AWS는 공격 직후 재해복구 계획을 가동하고, 고객들에게 미국·유럽·아시아태평양 등 다른 지역으로 워크로드를 이전하거나 원격 백업을 활용해 시스템을 복구하도록 권고했다. 평소 금융정보의 역외 저장을 엄격히 제한하던 UAE 중앙은행도 금융회사들의 서비스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일부 데이터를 해외 데이터센터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한시적인 예외를 허용했다. 하지만 피해 시설에만 단독 저장돼 원격 복제본이 없던 데이터는 결국 복구되지 못한 채 물리적 서버와 함께 소실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태가 군사 공격으로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의 고객 데이터가 물리적으로 파괴돼 영구 손실된 첫 사례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걸프국의 AI 산업 전략

시장에서는 이란의 공격이 세계적인 데이터센터 허브로 부상하던 걸프 국가들의 입지에 직접적인 충격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 전쟁 발발 이전까지만 해도 걸프 국가들은 비용 경쟁력을 발판 삼아 글로벌 클라우드·AI 인프라 투자 수요를 빠르게 흡수해 왔다. 글로벌 회계법인 PwC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산업용 전력 비용은 지난해 기준 1킬로와트시(kWh)당 0.05~0.06달러(약 68~82원)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 주요 시장의 0.09~0.15달러(약 123~205원)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사우디의 산업용 토지 가격 역시 ㎡당 약 10~50달러(약 1만4,000~6만8,000원)로 미국 버지니아 북부 등 주요 데이터센터 허브의 150~600달러(약 20만5,000~81만9,000원)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여기에 사우디와 UAE는 발전소 인근 대규모 부지의 인허가 절차를 정부 차원에서 직접 조율할 수 있는 만큼, 전력망 연결·부지 확보 지연이 흔한 미국·유럽 일부 지역보다 대형 프로젝트를 신속하게 추진하기도 용이하다.

막대한 국부펀드 자금도 걸프 지역의 경쟁력을 뒷받침했다. 사우디 공공투자펀드(PIF)와 UAE 국부펀드 무바달라, 아부다비투자청(ADIA) 등은 데이터센터와 AI 연산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장기 투자를 집행해 왔다. 민간사업자가 사전에 임차 고객을 확보해야 시설 투자가 가능한 여타 주요국 시장과 달리 국부펀드 자금이 초기 건설 위험을 상당 부분 떠받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걸프국 특유의 데이터 주권 규제도 현지 데이터센터 수요를 키웠다. UAE와 사우디, 바레인 등은 금융·정부·통신 등 민감한 데이터를 자국 내에서 저장·처리하도록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며,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은 이에 대응해 현지 설비를 확충해 왔다.

사우디, 국영기업 중심 생태계 구축

각국 정부도 AI 투자 유치와 산업 육성에 적극적이었다. 사우디의 데이터센터 육성 정책은 2021년부터 본격화했다. 당시 사우디 통신정보기술부(MCIT)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육성을 포함한 4개 디지털 인프라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고, 680억 리얄(약 24조9,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용량을 1.3기가와트(GW)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비슷한 시기 데이터센터 사업자를 대상으로 kWh당 최저 0.048달러(약 66원) 수준의 전력 요금을 적용하고, 부지 확보·인허가·국제 통신망 연결을 지원하는 민간 투자 유도용 방침도 마련했다. 이러한 노력 속에 2024년 3월 약 148메가와트(MW)였던 사우디 데이터센터 용량은 지난해 440MW까지 늘었다.

여기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5월 PIF가 전액 출자한 국영 AI 기업 ‘휴메인(HUMAIN)’을 출범하고, 데이터센터·클라우드·AI 모델·응용 서비스 등 연관 산업을 하나의 기업 아래 통합했다. 출범 직후 휴메인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향후 5년간 최대 500M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로 합의하고, AWS와는 50억 달러(약 6조8,600억원) 이상을 공동 투자해 사우디 내 ‘AI 존’을 조성하기로 했다. 사우디 정부가 현재 제시하는 휴메인의 목표는 2030년 1.9GW, 2034년 6GW의 AI 컴퓨팅 용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표1. 사우디아라비아·UAE의 AI 데이터센터 육성 전략

국가주요 정책협력 구도
사우디아라비아저가 전력·부지·인허가 지원을 통한 데이터센터 투자 유치, 국영 AI 기업 휴메인 설립으로 AI 인프라 생태계 통합엔비디아·아마존웹서비스 등과 협력
아랍에미리트미국과 5GW 규모 AI 캠퍼스 조성, 미국 빅테크와의 협력 구도 강화G42를 중심으로 오픈AI·오라클·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협력
자료: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정보기술부·공공투자펀드, G42

UAE는 美와 맞손 잡아

UAE의 대형 AI 데이터센터 정책은 지난해 미국과의 정부 간 협력을 계기로 구체화했다. 미국과 UAE는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부다비 방문을 계기로 ‘US-UAE AI Acceleration Partnership’을 체결하고, 아부다비에 총 5GW 규모의 ‘UAE-US AI Campus’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는 다수의 AI 컴퓨팅 시설과 전력·통신 인프라를 집적하는 대규모 캠퍼스로, UAE 국영 AI 기업 G42가 중심 사업자로 참여한다. 미국 정부는 미국산 첨단 AI 반도체와 컴퓨팅 인프라를 UAE에 공급하는 대신, UAE가 자국 내에서 구축하는 시설에 상응하는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미국에도 투자·건설하거나 금융 지원하도록 하는 조건을 협정에 포함했다.

같은 달 22일에는 UAE-US AI Campus 첫 핵심 프로젝트로 1GW급 ‘스타게이트 UAE’가 공식 발표됐다. 스타게이트 UAE는 G42가 구축을 주도하며, 오픈AI와 오라클, 엔비디아, 시스코, 소프트뱅크 등 미국·일본 기술 기업들도 사업에 참여한다. UAE는 전체 1GW 가운데 200MW를 1단계로 우선 건설해 올해 중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G42는 이와 별도로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와도 200MW의 데이터센터 용량을 추가 확보한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의 AI·클라우드 서비스용 연산 용량을 확대하기 위한 사업으로, 양 사는 해당 설비를 올해 말 이전부터 단계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지정학적 리스크發 후폭풍

이란 전쟁은 이처럼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던 걸프 지역의 AI 인프라 시장에 있어 치명적 변수로 떠올랐다. 걸프국의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 우위는 인프라 시설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가동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성립한다. 군사 공격으로 데이터센터가 실제 파괴되는 사례가 확인된 이상, 투자 손익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AI 데이터센터 특유의 높은 자산 집적도는 이러한 우려를 더욱 가중하는 요인이다. 경제·보험 연구 기관 스위스리 연구소에 따르면, 대형 데이터센터는 단일 부지당 건물·기반 시설 건설비만 최대 200억 달러(약 27조4,300억원)에 이를 수 있다. 여기에 수만~수십만 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변전소, 냉각 설비, 광통신망 등 고가 설비가 하나의 거점에 집중되는 만큼, 시설 하나의 장기 가동 중단·파괴만으로도 막대한 자산 손실과 서비스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향후 걸프 지역 데이터센터 투자자들은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사일·드론 공격 가능성 △복수 전력망과 통신망 확보 여부 △다른 국가로의 연산·데이터 분산 능력 △물리적 방호 수준 등을 사업성 평가에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걸프 지역의 기존 비용 경쟁력은 일부 희석될 가능성이 크다. 물리적 방호를 강화할 경우 초기 건설비가 크게 늘어나는 데다, 특정 지역 인프라가 마비될 경우를 대비해 다른 국가에 연산 자원과 데이터를 중복 배치하는 비용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보험 역시 지출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데이터센터가 가입하는 일반적인 재산·기업휴지 보험은 통상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보장 대상에서 제외하며, 별도의 전쟁 위험 보험을 확보하더라도 상당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에 따르면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걸프 지역에서는 1억 달러(약 1,370억원)의 전쟁 위험 보장을 받는 데 필요한 보험료가 500만 달러(약 69억원)까지 뛰었다. 이는 전쟁 이전의 19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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