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정부 지원이 만든 ‘전기차 중국 천하’, 배터리도 과반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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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0곳 중 6곳 중국계, 글로벌 점유율 62.3% 20년 정책 지원 축적, 핵심 광물·배터리 공급망 선점 대량생산 원가 우위, 유럽·신흥국 판매 공세 가속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유럽과 신흥국으로 세력을 빠르게 넓히며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정부 지원과 핵심 광물·배터리 공급망 장악이 가격 경쟁력과 공급 역량을 끌어올린 배경이다. 중국 정부가 가격전쟁과 증설까지 직접 통제하면서 선두 업체 중심의 과점 구도는 완성차와 배터리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1위 BYD·2위 지리 등 10위권에 中 6곳
16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의 ‘2026년 상반기 글로벌 전기동력차 판매 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기동력차 판매 상위 10개 그룹 중 6곳이 중국계였다. 비야디(BYD), 지리, 상하이자동차(SAIC), 체리, 립모터, 창안이다. 이들의 합산 판매량은 550만4,386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점유율은 57.2%에서 62.3%로 상승했다. 전기동력차는 순수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수소전기차를 포함한다.
중국 업체들의 성장세는 특히 유럽에서 두드러졌다. 중국 브랜드의 유럽 판매량은 53만2,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6% 늘었다. 점유율도 15.6%에서 22.3%로 높아졌다. 유럽연합(EU)이 보조금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중국산 전기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과 멀티 브랜드 전략, 수출·현지화 확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판매 호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신흥국 시장에서도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비중은 절반을 넘었다. 인도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중남미, 중동·아프리카 등을 포함한 신흥국 전기동력차 시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3% 늘어난 108만 대 규모였다. 이 가운데 중국 업체들은 59만9,000대를 팔아 판매 비중 55.4%를 기록했다. 중국 업체들의 신흥국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8% 증가했다.
공략 방식도 다양했다. 지리는 지커, 볼보, 폴스타 등으로 차급별 수요를 나눠 대응했고 SAIC는 PHEV 모델을 앞세워 수출을 늘렸다. 체리는 해외 생산 거점을 가동해 공급을 확대했다. BYD는 헝가리에 유럽 첫 승용차 공장을 건설하고 지역본부를 설치해 생산·연구개발(R&D)·판매 기능을 현지에 묶었다. 립모터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사를 앞세워 유럽 내 850여 개 판매·서비스 거점을 확보하고 스페인 현지 생산도 추진하고 있으며, 창안은 태국 라용 공장을 동남아 생산·수출 허브로 삼아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호주 등 18개국으로 판로를 넓혔다. 브랜드와 차종, 생산지를 다변화하며 해외 수요를 흡수하는 전략이다.
내수 장악 뒤 수출 총공세
전문가들은 글로벌 저가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이 이미 중국 업체로 기울었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기업들의 자국 내 점유율은 이미 2023년에 글로벌 업체들을 추월했고 작년에는 69.5%를 차지했다. 수출 실적도 갈수록 상승세다.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570만 대를 넘어 일본을 앞질러 세계 1위로 부상했다.
중국 업체들은 2021년부터 전기차로 해외 수출을 시작했는데, 5년 여가 지난 지금 유럽에서는 중국산 전기차의 위협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2030년경이면 유럽시장의 30%를 중국차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까지 나온다. 자동차 산업의 종주국인 독일의 폭스바겐과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은 가장 큰 시장이었던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고, 독일 내 공장 폐쇄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으며, 폭스바겐의 경우 최근 파산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가 키운 전기차 패권
중국 업체들의 약진은 중국 정부가 20여 년간 밀어붙인 ‘전기차 굴기’에서 출발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2001년 국가 산업계획에 전기차를 전략산업으로 올린 뒤 2009년 ‘십성천량(十城千輛)’ 사업을 가동해 버스·택시·관용차를 정부 재정으로 사들이며 초기 시장을 조성했다. 구매 보조금과 차량 구매세 면제, 저리 금융, 충전시설 투자, 지방정부의 토지·전력 지원도 잇달아 투입됐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009~2023년 중국 정부의 전기차 산업 지원액을 최소 2,308억 달러(약 316조원)로 추산했다. 2023년 한 해에만 452억 달러(약 62조원)가 집행됐다.
정책 동원 범위도 중앙부처에서 지방정부와 국유 금융기관까지 촘촘하게 이어졌다.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가 올해 7월 공개한 연구에 따르면, 2000년대 초부터 2023년까지 중국 중앙·성·도시 정부가 내놓은 전기차 관련 정책 문서는 7,300건에 달했다. 중앙정부는 생산·판매 목표와 ‘쌍크레디트(雙積分)’ 규제로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생산을 압박했고, 지방정부는 번호판 우대와 구매 보조금, 산업단지 조성으로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차량 구매세 감면은 2014년 도입 이후 세 차례 연장됐으며, 2024~2027년 추가 감면 규모만 723억 달러(약 100조원)로 추산된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도 신에너지차 구매세의 절반을 깎아주며 승용차 한 대당 최대 2,100달러(약 290만원)의 세제 혜택을 유지하고 있다.
핵심광물 장악, 가격 전쟁 통제
중국이 선점한 핵심 광물과 배터리 공급망도 성장 속도를 끌어올린 원동력이다. 중국은 전 세계 배터리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자국 기업들은 세계 최대 코발트 산지인 콩고민주공화국의 주요 광산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했다. 이에 원료 공급과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도 그만큼 커졌다. 희토류 등 핵심 소재부터 배터리, 전용 플랫폼, 완성차로 이어지는 일관 생산 체계는 원가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높였다.
막대한 지원으로 산업을 일으킨 중국 정부는 과열된 가격 경쟁과 공급과잉까지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 2월 28개 조항으로 구성된 ‘자동차 산업 가격행위 준법지침’을 시행해 경쟁사 퇴출을 노린 원가 이하 판매와 허위 할인, 판매 플랫폼의 할인 참여 강요를 규제 대상에 올렸다. 당국은 차량 가격을 생산원가와 시장 수급에 연동하도록 요구하고, 가격이 현저히 낮은 매물의 거래 위험을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했다. 수익성 악화가 R&D 투자와 협력사 현금흐름을 훼손하자 ‘반내권(反內卷·출혈경쟁 억제)’ 기조도 자동차 산업의 상시 규제로 구체화됐다.
배터리 분야에는 직접적인 증설 제한이 적용됐다. 중국 정부는 전국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공장의 생산능력과 가동률을 전수 조사하고, 착공 전 단계에 있는 신규 프로젝트의 인허가를 잠정 중단했다. 올해 1~7월 새로 계약된 배터리 프로젝트는 100개, 공개된 투자액만 89조원에 달했다. 연간 계획 생산능력도 2,608.5기가와트시(GWh)로 지난해 중국 전체 생산량의 1.5배에 이르렀다. 정부는 연말 가동률 평가를 거쳐 효율성이 낮은 업체의 신규 투자를 제한하고, 닝더스다이(CATL), BYD 등 선두 업체의 증설 속도도 직접 관리할 방침이다.
배터리 시장도 ‘중국 천하’
이 같은 생산능력 통제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시장 집중도를 끌어올릴 공산이 크다. 가동률이 낮은 업체는 신규 투자가 막히고 기술력과 판매망을 갖춘 대형 업체에는 증설 자격과 해외 진출 역량이 집중될 수 있어서다. 스위스 투자은행(IB) UBS는 중국 완성차 업체의 세계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올 상반기 22%에서 2030년 37%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 전체 신차시장의 중국 브랜드 비중도 현재 8%에서 20%로 높아지고,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세계 시장 45%, 유럽 시장 30%에 이를 것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유럽 소비자 1만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6%가 중국산 전기차 구매를 검토할 의향을 보였으며, 중국 브랜드 선호도는 일본·한국 브랜드의 합산 수치를 웃돌았다.
중국 완성차 업체의 해외 확장은 배터리 발주 지형까지 중국계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전년 동기 44.0%에서 55.7%로 올라 과반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의 합산 사용량은 8.9% 줄었고 점유율도 37.6%에서 27.2%로 내려갔다. CATL은 테슬라·BMW·메르세데스-벤츠·도요타·기아로 공급처를 넓혔으며, BYD는 자사 전기차 수출 확대에 힘입어 중국 밖 배터리 사용량을 69.1% 끌어올렸다. 규모의 경제가 만든 원가 우위는 가격 경쟁이 격화될수록 중국 선두 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IEA는 중국산 배터리 셀 평균 가격이 유럽보다 30% 이상, 미국보다 20% 이상 낮다고 분석했다. EU와 중국의 셀 제조비 격차 가운데 절반은 생산 효율과 자동화, 30%는 저비용 핵심 광물·부품 조달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