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소모전의 대가" 무기 고갈·재정 부담 직면한 美, 이란 경제도 벼랑 끝 내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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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전쟁으로 무기·시설 등 대규모 피해 떠안아 전쟁 비용 지출 수백억 달러 규모, 사태 장기화할수록 부담 궁지 몰린 이란 경제, 고물가·환율 불안에 민생도 '위태'

미국 측이 이란 전쟁 개전 이후 처음으로 공식적인 피해 규모를 공개했다. 다수의 미군 기지, 항공기, 외교시설 등이 파괴·손상된 데다, 핵심 요격미사일 및 정밀유도무기 재고까지 대거 소진됐다는 전언이다. 또 다른 전쟁 당사국인 이란 역시 전쟁과 미국의 추가 경제 제재로 원유 수출 급감, 통화가치 폭락, 고물가 등 겹악재에 직면하면서 장기전에 따른 막대한 비용을 떠안게 됐다.
美 전쟁 피해 보고서 공개
14일(이하 현지시각) CNN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 감찰관실은 국무부 및 국제개발처(USAID) 감찰관실과 공동으로 작성한 이란 전쟁 특별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를 통해 전쟁 첫날인 2월 28일부터 지난 6월 30일까지의 미국 측 피해 공식 집계를 최초 공개했다. 보고서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를 인용해 이란의 공격으로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오만, 요르단 등에 위치한 미군 기지 내 건물과 구조물 수백 곳이 손상되거나 파괴됐다고 밝혔다. 첨단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A 1대도 적의 공격으로 훼손됐고, F-15E 전투기 4대와 A-10 지상공격기 1대 역시 부서졌다. KC-135 공중급유기는 7대가 손상 또는 파괴됐으며, 헬리콥터 7대와 리퍼(MQ-9) 등 무인기(드론) 30여 대도 손실됐다.
이에 더해 미군은 지원 항구 확보에도 극심한 난항을 겪고 있다. 해군 전력의 핵심 거점인 바레인 해군 기지가 전쟁 초기부터 이어진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파괴된 영향이다. 미 해군 장관 대행 훙 카오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바레인을 완전히 박살 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군은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섬을 새로운 해상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보급 주기가 14~18일까지 길어지며 페르시아만 내 미 해군 함정들의 물자 부족 문제가 심화하는 추세다.
무기 재고·외교 기반 소모
외교 시설 및 인력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3월에는 리야드 주재 미 대사관이 이란 드론 2대에 폭격당해 구내에 있는 중앙정보국(CIA) 지부까지 피해를 봤으며, 두바이 주재 미 총영사관과 쿠웨이트 주재 미 대사관도 드론 공격을 받아 운영이 한때 전면 중단됐다. 보고서는 이란 및 대리 세력의 공격으로 이라크, 쿠웨이트, 사우디, UAE 등에 위치한 미국 외교 시설이 1억8,400만 달러(약 2,500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2월 하순부터 6월 말 사이 중동 지역 주재 미 외교관 및 가족 등 외교 인력 최대 3,500명이 현지를 떠났다.
아울러 보고서는 SM-3·PAC-3 등 핵심 요격미사일과 JDAM 등 공습용 정밀 유도 폭탄의 재고가 심각하게 고갈됐으며, 전쟁 이전 수준으로 재고를 회복하는 데는 최소 3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 언론들이 꾸준히 지적해 왔던 무기 부족 문제가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이다. 앞서 지난달 CNN은 미군이 이란 전쟁 발발 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재고의 약 80%, 패트리엇 요격미사일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절반가량을 소진했다고 전한 바 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미국이 사드, 토마호크, 패트리엇 재고를 전쟁 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최소 3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표1. 미국의 이란 전쟁 피해 현황
| 피해 유형 | 주요 내용 |
|---|---|
| 군사 시설 | 중동 8개국 미군 기지의 건물·구조물 수백 곳 손상 또는 파괴 |
| 항공 전력 | F-35A·F-15E·A-10 전투기, KC-135 공중급유기, 헬리콥터·무인기 등 다수 손실 |
| 해상 보급망 | 바레인 해군 기지 파괴로 보급 지연·물자 부족 심화 |
| 외교 기반 | 중동 지역 미국 외교시설에 1억8,400만 달러 규모 피해 발생, 외교 인력 최대 3,500명 철수 |
| 무기 재고 | 사드·패트리엇·토마호크 등 핵심 미사일 재고 대량 소진, 복구까지 최소 3~5년 소요 전망 |
| 전쟁 비용 | 국방부 지출 약 380억 달러, 전투 지속 시 매달 20억~30억 달러 추가 비용 발생 전망 |
전쟁 비용 나날이 늘어
전쟁 비용 지출 역시 상당하다. 미 의회의 초당파적 예산 분석기관인 의회예산국(CBO)이 15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이란과의 무력 충돌에 따른 미 국방부 지출 비용은 380억 달러(약 52조원)로 추산됐다. 이는 전투로 소모된 탄약과 손실 장비의 교체 비용, 비행시간 증가에 따른 비용, 기타 작전 관련 비용, 연료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여기에 향후 전투가 지난 5∼6월처럼 낮은 강도로 지속될 경우 매달 20억 달러(약 2조7,000억원), 지난 7월 수준으로 격화하면 매달 30억 달러(약 4조1,49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CBO는 감찰관실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탄약의 대량 소모 상황을 지적했다. 미사일 방어 요격탄 관련 지출 내역과 지금까지의 구매 물량을 고려했을 때, 미국이 지난해 6월 이후 관련 재고의 절반에서 최대 3분의 2가량을 소진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CBO는 앞으로 미 국방부가 요격미사일 재고를 다시 보충하는 데 최소 5년이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대량으로 보유한 중국 등 적국과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러한 재고 부족 상황의 심각성이 특히 두드러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이란 경제 위기 심화
이란 역시 치명적인 충격을 받은 것은 매한가지다. 이란 경제는 전쟁 발발 이전부터 이미 심각한 침체 국면에 놓여 있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지난해 이란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2.8% 감소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2%에 달했다. 이는 미국의 장기 제재와 만성적인 재정·통화 불안, 에너지 부족 등 악재가 누적된 결과다. 지난 2월 말 발발한 전쟁은 이러한 위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전쟁 초기 이란 정부는 은행 인출 한도를 높이고 소액 대출 연체에 대한 제재를 유예하는 등 금융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를 내놨지만, 공습, 공급망 차질, 인터넷 차단 등이 겹치면서 경제 타격은 급속도로 확산했다.
물가와 통화가치 불안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리알화 가치는 1년 전 달러당 100만 리알(약 980원) 선에서 최근 220만 리알(약 2,150원) 이상으로 폭락했고, 공식 통계 기준 최근 12개월 평균 물가상승률은 69.9%까지 치솟았다. 특히 식품·음료·담배 가격 상승률은 전체 평균의 두 배에 육박했다. 가계의 고충 역시 극에 달했다. 이란 노동자의 평균 월급은 125달러(약 16만8,000원)에 그치지만, 기본적인 가계 생활에 필요한 지출은 월 450달러(약 60만6,000원) 수준까지 뛰었다. 봄철 실업률은 9.1%로 올랐고, 취업자는 전년보다 약 45만 명 감소했다.
경제 성장 전망 '먹구름'
이러한 경제 압박은 지난달 24일 미국이 이란 정권과 군부의 자금줄을 끊기 위한 이른바 '경제적 왕따 작전'을 선언하며 한층 가중됐다. 로이터는 지난 3일 이란 고위 관계자 3명을 인용, 미국의 경제 압박이 이란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연이은 금융 제재로 인해 이란이 그동안 활용해 온 위장 회사, 미등록 보험료 등 밀수 네트워크의 운영 비용이 불어났고, 이에 따라 중개업자들이 거래를 중단하거나 이전보다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면서 거래가 대폭 위축됐다는 전언이다. 실제 원자재 분석 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 선적량은 이달 초 기준 하루 약 26만 배럴 수준으로, 1년 전(하루 170만 배럴) 대비 약 85% 급감했다.
경제 성장 전망 역시 비관적이다. WB는 지난 6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이란의 2025/26 회계연도 실질 GDP 성장률을 -2.8%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 1월 전망 당시(-1.1%) 대비 대폭 하향 조정된 수치다. WB는 대(對)이란 제재 강화, 물·에너지 부족, 중동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 등이 성장세를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재정 적자 확대와 통화가치 하락, 인플레이션 압력도 경제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지난 7월 세계경제전망 업데이트에서 이란의 올해 실질 GDP 성장률을 -5.4%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