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안보, 中은 자본 유출 방어" 자금세탁 단속 고삐 죄는 양국, 불법 금융망 차단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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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fA에 과징금 부과한 美 재무부, 금융권 자금세탁 감시·제재 심화 지하은행·가상자산·위장 무역 등 불법 자금세탁 수법 다양화 中도 자본 유출 차단 총력, 금융 범죄 단속 강화·탐지 기술 개발

미국 재무부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미 금융권을 대상으로 자금세탁 관련 감시가 강화되는 가운데, 의심거래 탐지·보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금융기관을 상대로 제재가 잇따르는 양상이다. 이러한 규제 흐름은 미국 외 여타 주요국에서도 속속 관찰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지하은행·가상자산·허위 무역 거래 등을 통한 자본 유출 차단을 위한 단속 및 감시 수위가 나날이 높아지는 추세다.
美 정부, 금융권에 제재 쏟아내
13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이날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반(FinCEN)은 자금세탁방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BofA에 12억 달러(약 1조6,0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BofA가 중국의 자금세탁 네트워크로 추정되는 조직, 미국 남부 국경 지대의 불법 금융 등과 연계된 50억 달러(약 6조6,800억원) 이상의 의심 거래를 제대로 경고하지 않고 방치한 데 따른 조치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금융기관은 경제와 국가 안보의 최전선에 있다"며 "이 정도 규모의 은행이 돈세탁 방지 의무를 게을리하면 그 결과는 미국 금융 시스템 전체를 심각한 불법 금융 위험에 빠트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FT는 금융당국의 이러한 결정이 최근 지속되는 미 금융권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의 연장선에 있다고 짚었다. 실제 재무부는 앞서 지난 8일에도 산하 통화감독청(OCC)을 통해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은행 자회사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내셔널뱅크에 3억5,000만 달러(약 4,680억원)의 과징금을 매긴 바 있다. 당국에 따르면 해당 은행은 2014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약 11년간 발생한 130억 달러(약 17조3,690억원) 규모의 무역 기반 자금세탁 의심 거래를 적시에 식별·평가하거나 충분히 보고하지 못했다. 특히 은행의 주요 사업인 신용카드·차지카드 부문이 아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예금 계좌 관리에 감시 역량을 집중한 점이 핵심 문제로 지목됐다.
가상자산 거래소도 영향권
미국 정부는 지난 8월에도 자금 세탁 차단을 위한 제재를 단행한 바 있다. 당시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자금 조달과 불법 금융거래를 지원한 혐의로 가상자산 거래소 셸빗, 아반테더 등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재무부는 이란 관련 인사들이 규제가 미흡한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여러 국가에 걸친 페이퍼컴퍼니 네트워크, 온라인 도박 사업 등을 이용해 불법 자금의 출처를 은폐하고 국제 금융망에 접근해 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지아에 등록된 셸빗의 경우 이란 출신 사업가 시아바시 케이반푸르가 운영하는 거래소로, IRGC와 직접적인 가상자산 거래를 진행한 정황이 포착됐다.
OFAC에 따르면 IRGC 소유 가상자산 지갑에서 셸빗으로 유입된 가상자산의 규모는 100만 달러(약 13억원) 이상이며, 셸빗에서 IRGC 지갑으로 송금된 자금도 200만 달러(약 27억원)를 넘어섰다. 케이반푸르가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지갑에서는 이미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이란 가상자산 거래소 노비텍스로 200만 달러 이상이 전달됐다. 여기에 셸빗은 해외에 거주하는 이란인 인플루언서 2명이 운영하는 페르시아어 온라인 도박 사이트 네트워크에도 금융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해당 도박 사업과 관련된 수천만 달러 규모의 가상자산이 셸빗을 거쳐 세탁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란에 기반을 둔 거래소인 아반테더는 노비텍스·월렉스·비트핀·람지넥스 등 기존 제재 대상 거래소들과 수백만 달러 규모의 거래를 처리한 사실이 확인됐다.
표1. 미국의 자금세탁 관련 제재 사례
| 대상 | 주요 문제 | 제재 조치 |
|---|---|---|
|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 중국계 자금세탁 조직 및 불법 금융과 연계된 의심 거래의 탐지·보고 미흡 | 12억 달러 과징금 부과 |
| 아메리칸익스프레스내셔널뱅크 | 무역 기반 자금세탁 의심 거래에 대한 감시·평가·보고 의무 소홀 | 3억5,000만 달러 과징금 부과 |
| 셸빗·아반테더 | 이란 혁명수비대, 제재 대상 거래소 등의 가상자산 거래 및 자금세탁 지원 | 미국 제재 명단 등재 |
고도화하는 자금세탁 수법
지난달에는 FinCEN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비공식 금융망과 가상자산을 악용한 자금세탁 수법을 공개하며 잇달아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우선 FinCEN은 지난달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3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금융기관들이 제출한 디지털 자산 투자 사기 관련 의심거래보고(SAR)가 총 3만3,904건에 달했으며, 관련 금융 활동 규모는 127억 달러(약 16조9,680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특히 온라인에서 피해자와 신뢰 관계를 형성한 뒤 가상자산 등 고수익 투자를 권유해 돈을 가로채는 이른바 '돼지도살(Pig butchering)'형 투자 사기가 조직적인 범죄 네트워크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범죄 조직들은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 차명 자금운반책(머니뮬)과 유령 회사를 동원하고, 범죄 수익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해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로 이전하는 등 복잡한 자금세탁 수법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FATF 역시 전문 자금세탁업자들이 지하금융과 하왈라(Hawala) 등 비공식 금융망을 통해 범죄 수익을 국경 너머로 옮기고 있다고 짚었다. 하왈라는 전통적인 은행 송금망을 거치지 않고 중개인 간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자금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실제 현금이 국경을 넘지 않더라도 현금이나 무역 거래 등을 통해 채권·채무 정산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FATF가 50개 이상의 국가·지역에서 수집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국가·지역의 80% 이상이 지하금융과 하왈라 등 유사 서비스를 주요 전문 자금세탁 경로 또는 수법 중 하나로 지목했으며, 70%는 이러한 비공식 금융망이 가상자산과 핀테크 등 신기술과 결합하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답했다.
中도 유사 문제로 '골머리'
이 같은 자금 세탁에 대한 경계심은 미국과 전략적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에서도 높아지는 추세다. 중국 정부는 개인의 연간 외환 매입 한도를 5만 달러(약 6,680만원)로 제한하는 등 엄격한 자본 통제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경기 둔화와 시진핑 국가주석의 '공동부유' 정책에 불안을 느낀 자산가들의 자금 이전 시도는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자본 유출 규모는 약 8,070억 달러(약 1,078조2,170억원)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대표적인 자금 이전 방법으로는 다수 개인의 외환 한도를 활용해 자금을 분산 송금하는 이른바 '스머핑(Smurfing)'이 꼽힌다. 브로커가 연간 5만 달러의 외환 매입 한도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을 모집해 여러 명의 명의로 자금을 나눠 이전하는 방식이다. 지하은행과 허위 무역거래를 이용하는 조직적인 수법도 성행하고 있다. 중국 내 고객이 지하은행에 위안화를 지급하면 해외 중개책이 고객의 역외 계좌에 상응하는 금액을 전달하는 구조다.
기업들은 수입 대금을 부풀리거나 존재하지 않는 거래를 꾸며 해외로 자금을 빼돌리기도 한다. 실제 원저우와 선전에서는 허위 상거래를 통해 각각 900만 달러(약 120억원), 1,800만 달러(약 240억원)를 해외로 이전한 기업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가상자산을 활용한 우회 송금 시도도 늘었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어 기반 자금 세탁 네트워크가 처리한 불법 가상자산 거래 규모는 161억 달러(약 21조5,110억원)로 추산됐다.
정부 단속 심화, 첨단 기술 접목 시도도
중국 당국은 이러한 불법 자금 이전을 차단하기 위해 규제와 단속을 강화 중이다. 중국 최고인민검찰원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자산과 지하은행 등을 통한 자금세탁 혐의로 기소된 인원은 3,259명에 달했다. 최근에는 상하이 법원이 가상자산을 활용해 2억 위안(약 4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불법으로 해외 이전한 조직 관계자 5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는 등 실제 처벌 사례가 등장하기도 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 역시 올해 상반기 지하은행을 비롯한 불법 외환거래 사건 300건 이상을 조사·처리했으며, 관련 몰수금과 벌금이 총 4억 위안(약 800억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현지 학계에서도 관련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8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경찰대학 격인 중국인민공안대학(PPSUC) 연구팀이 가상화폐 불법 거래를 약 90% 정확도로 탐지해 낼 수 있는 인공지능(AI)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교신저자인 쑨징차오 박사는 중국의 학술지 '저널 오브 인텔리전스(Journal of Intellig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해당 연구 결과에 대해 "가상화폐 불법 거래 탐지를 위한 정확하고 일반화할 수 있으며 해석 가능한 해결책을 제공한다"며 "이번 연구 결과가 규제 당국이 가상화폐 불법 거래와 경제 범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