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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패권 경쟁] 베링해협 전역 美·러 영해에도 통항 차단 불가, 中 조사선 해저 측량이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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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4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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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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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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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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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협 수역 권리 근거는 유엔해양법협약
러 의회 경계협정 파기 거론, 통보 한 번이면 효력 상실
북극 협력 축소 속 해협 긴장 고조 전망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베링해협은 전 구간이 미국과 러시아의 영해로 이뤄져 있다. 해협 중앙에는 러시아령 대다이오미드섬과 미국령 소다이오미드섬이 약 2해리(약 3.7㎞) 간격으로 마주 보고 있으며, 두 섬 바깥쪽 수로의 폭은 각각 약 22해리다. 이로 인해 양국이 12해리씩 영해를 설정하면 경계가 서로 맞닿아, 해협 안에는 배타적경제수역(EEZ)이나 공해가 남지 않는다. 해협 전체가 두 나라의 영해인 셈이지만, 국제항행에 쓰이는 해협인 만큼 어느 쪽도 선박 통항을 일방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알래스카해양거래소에 따르면 2024년 베링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665척으로 2010년의 약 3배로 늘었다. 통항이 늘면서 해협 질서를 떠받치는 조약들의 허점도 주목받고 있다. 1867년 알래스카 양도조약과 1990년 미·러 해양경계협정, 유엔해양법협약이 해협의 경계와 통항 규칙을 정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해양경계협정을, 미국은 유엔해양법협약을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들 조약은 미·러 두 나라의 관계만을 전제로 만들어졌으나, 중국 쇄빙선과 러시아 잠수함의 활동이 잦아지면서 기존 법체계로는 답하기 어려운 문제도 드러났다.

1867년 양도조약, 육지·섬 경계만 규정

미국과 러시아의 경계는 1867년 3월 알래스카 양도조약에서 비롯됐다. 당시 윌리엄 수어드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 특사와 조약을 체결하고 720만 달러(약 97억원)에 러시아의 북미 대륙 영토와 주변 섬을 매입했다. 조약 제1조는 두 섬 사이를 지나는 자오선을 기준으로 북극해 방향으로 '제한 없이' 이어지는 선을 서쪽 경계로 규정했다. 그러나 당시 영해는 해안에서 3해리까지였으며 EEZ 개념도 존재하지 않았다. 조약은 육지와 섬의 영유권을 구분했을 뿐, 현재와 같은 해양 관할권까지 확정한 것은 아니었다.

이 양도조약의 한계는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200해리 EEZ를 선포하면서 분쟁으로 이어졌다. 조약의 경계선을 평면 지도상의 직선으로 해석하느냐, 지구 곡면상의 최단 거리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경계 위치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베링해 일부 해역에서 양국의 관할권 주장이 겹쳤다. 이에 양국은 1990년 해양경계협정을 체결해 경계선을 국제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구체화하고, '제한 없이'라는 문구를 근거로 북극점까지 관할권을 확대할 수 없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1990년 경계협정, 비준 없이 36년째 잠정 적용

1990년 6월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과 에두아르드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은 알래스카 양도조약의 경계선을 해양경계로 적용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협정이 정식 발효되려면 양국이 비준서를 교환해야 했지만, 미 상원이 1991년 9월 비준에 동의한 지 석 달 만에 소련이 해체되면서 절차가 멈췄고,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도 이후 협정을 비준하지 않았다. 다만 양국은 협정 서명 당시 정식 발효 전까지 협정을 잠정 적용하기로 별도 합의했다. 협정 제3조는 경계선 동쪽이지만 미국 해안에서 200해리밖에 있는 일부 해역의 EEZ 권리를 미국에, 서쪽 특정 해역의 권리를 러시아에 넘겼다. 러시아에서는 셰바르드나제가 미국에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2024년 2월에는 한 두마 의원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에게 미국·노르웨이와 체결한 해양경계협정의 종료 가능성을 질의했다.

정식 비준을 거치지 않은 협정의 법적 효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러시아뿐 아니라 알래스카 일부 지역에서도 나온다. 그러나 '조약법에 관한 빈 협약' 제25조는 조약이 정식 발효되기 전에도 당사국 간 합의에 따라 잠정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 역시 1990년 해양경계협정이 양국 합의에 따라 온전히 이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러시아는 경계협정을 근거로 미국의 반대 없이 북극 대륙붕에 대한 권리를 주장해 왔으며, 미국도 해당 협정을 해양 관할권의 근거로 삼아 왔다. 미 해안경비대가 중국 쇄빙선의 항해 구역을 '베링해의 미국 확장 대륙붕'으로 설명한 것도 1990년 협정에 근거한 판단이다. 그러나 빈 협약 제25조는 잠정 적용의 종료 가능성도 열어 뒀다. 어느 한쪽이 협정을 비준할 의사가 없다고 통보하면 잠정 적용이 종료될 수 있으며, 이후 경계 분쟁을 해결할 중재 기구도 마련돼 있지 않다.

그림 1. 러시아가 비준하지 않은 1990년 경계협정은 유엔해양법협약이 러시아와 중국을 구속한 기간보다 오래 적용돼 왔다.

통과통항권, 잠수함 잠항까지 해석 엇갈려

베링해협 일대 해역은 법적 지위에 따라 영해와 EEZ, 공해로 구분된다. 해협 내부는 연안국이 주권을 행사하되 외국 선박의 통항권을 보장해야 하는 영해다. 영해 바깥에서 미·러 해양경계선까지는 모든 국가에 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가 보장되는 EEZ이며, 양국 EEZ 밖 베링해 중앙부는 '도넛홀'로 불리는 공해다. 수역 구분은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른 것으로,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미국도 항행 관련 규정은 국제관습법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베링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권리를 놓고는 국가마다 해석이 엇갈린다. 미국과 러시아는 베링해협을 국제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으로 분류하며, 이 경우 군함을 포함한 모든 선박에 지체 없이 해협을 통과할 수 있는 '통과통항권'이 인정된다. 연안국은 협약 제44조에 따라 통과통항을 중단할 수도 없다. 그러나 중국은 통과통항권을 국제관습법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중국 해석대로라면 협약 당사국인 중국 조사선은 통과통항권을 보장받지만, 미국 군함은 같은 권리를 주장할 법적 근거가 약해진다.

미국과 러시아는 해석 차이를 줄이기 위해 공동 원칙을 마련해 왔다. 대표적인 계기는 1988년 흑해에서 소련 함정이 미 해군 요크타운함과 캐런함에 충돌한 사건이다. 양국은 이듬해 '잭슨홀 공동해석'을 채택해 군함을 포함한 모든 선박이 연안국에 사전 통보하거나 허가받지 않고도 영해를 무해통항할 수 있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무해통항은 연안국 안전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영해를 통과할 수 있는 권리다. 이후 양국은 2018년 베링해와 베링해협을 통과하는 양방향 항로 6개를 공동 제안했으며, 해당 항로는 같은 해 12월부터 시행 중이다.

그림 2. 북극 극지규칙 해역을 운항한 선박 수가 10년 새 37% 늘면서 2018년 지정한 항로의 중요성도 커졌다.

中 조사선 4척 북극행, 해저 측량엔 美 허가 필요

통항 원칙은 중국과 러시아 선박의 베링해협 인근 활동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외국 선박이 다른 나라 EEZ를 지나가는 것은 자유지만, 그 해역에서 해양조사를 하려면 연안국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 해안경비대도 중국 쇄빙선이 미국 EEZ와 확장 대륙붕을 통과했을 때 같은 원칙을 들어, 항행은 허용되지만 조사에는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통항과 조사의 구분이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북극해에서 활동하는 중국 조사선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 북부사령부에 따르면 지난해 알래스카 인근 북극 해역에서 중국 조사선 5척이 활동했으며, 올해도 9월까지 미 해안경비대가 추적한 조사선이 4척에 달했다. 이들은 알류샨열도에서 베링해협을 거쳐 북극점까지 항해했다. 유엔해양법협약 제40조는 통과통항 중인 조사·측량선의 무허가 조사·측량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조사선이 베링해협을 통과하면서 허가 없이 다중빔 음파탐지기로 해저 지형을 측량한다면 협약 위반이 된다.

해경선과 군함도 외국 EEZ에서 항행의 자유를 누린다. 2024년 9월 중국 해경선 2척과 러시아 국경경비선 2척은 러시아 EEZ에서 합동 항해를 실시했다. 러시아의 승인 아래 이뤄진 활동인 만큼 국제법적 문제는 제기되지 않았다. 같은 달 앞서 미 해안경비대 경비함 스트래튼호는 잠수함 2척을 포함한 러시아 군함 4척이 미국 EEZ에 진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외국 EEZ에서의 정보 수집 활동을 놓고는 국가 간 입장이 엇갈린다. 미국은 영해 밖 정보 수집이 허용된다고 보는 반면, 중국은 자국 EEZ 내 군사 활동에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림 3. 세 차례 조우는 모두 통항이 허용되는 EEZ에서 일어났다.

연안국이 외국 선박의 통항을 규제할 수 있는 곳은 주로 자국 영해다. 안보상 필요하면 특정 수역의 무해통항을 일시 중단할 수 있지만, 모든 국가에 차별 없이 적용하고 사전에 공표해야 한다. 그러나 통과통항권이 인정되는 베링해협에서 연안국은 국제해사기구(IMO)를 통해 통항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의 항행 규칙을 마련할 수 있을 뿐, 통과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다. 따라서 평시에는 미국과 러시아 모두 상대국 군함이나 중국 조사선의 베링해협 통과를 일방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무력 충돌 시 통항 규칙이 어떻게 적용될지는 불확실하다.

러 LNG 운반선·함대 이동 길목, 봉쇄 실익 없어

베링해협의 통항을 제한할 수 없다는 점이 미국과 러시아에 불리하게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양국 모두 자유로운 통항으로 얻는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현지 매체 알래스카비컨에 따르면 2024년 베링해협의 러시아 측 수로 통과 선박 가운데 액체화물 운반선(탱커)이 가장 많았으며, 상당수는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아시아로 운송했다. 군사적으로도 러시아에는 태평양함대와 북방함대 간 전력 이동에 베링해협이 필수적인 통로다. 미국 역시 호르무즈해협과 지브롤터해협 등 다른 국제해협에서 통과통항권을 유지하려면 베링해협의 자유로운 통항 원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

양국 간 협력이 약화되면서 베링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한층 높아졌다. 2022년 이후 다른 북극 국가들은 북극이사회와 북극해안경비대포럼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대부분 중단했다. 여기에 러시아 의회에서는 미국과의 해양경계협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중국은 북극해 조사선 활동을 넓히는 추세다. 미국 국무부와 해안경비대는 중국 선박의 통항권을 인정하면서도 미국 관할 해역 조사에는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야 하는 처지다. 다만 러시아 역시 1990년 해양경계협정을 근거로 북극 대륙붕 일부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만큼 협정의 잠정 적용을 일방적으로 종료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베링해협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대다이오미드섬과 소다이오미드섬 사이를 지나는 미·러 해양경계선은 어느 한쪽이 비준 의사가 없다고 통보하면 효력을 잃을 수 있다. 반면 통과통항권은 원칙적으로 정지할 수 없고, 미국 EEZ에서 해양과학조사를 하려면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수로측량과 군사조사에도 같은 규칙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놓고 국가마다 해석이 다르다는 점이다. 중국 쇄빙선이 미국 확장 대륙붕에서 해저 지형을 측량하더라도 이를 수로측량으로 볼지, 해양과학조사로 분류할지에 따라 미국의 대응 근거가 달라진다. 결국 베링해협을 둘러싼 법적 쟁점은 통항 허용 여부에서 통항 중 활동을 어떻게 규정하고 통제할지로 옮겨 가는 양상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Arctic Maritime Strategy] Sovereignty, Navigation Rights and Great-Power Rivalry in the Bering Strait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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