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패권 경쟁] 中·러 알래스카 인근 활동 확대, 美 쇄빙선 공백은 2030년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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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러 폭격기·조사선 활동 대부분 국제법 범위 美 해안경비대 쇄빙선, 필요 8~9척에 보유 3척 캐나다 감시망 보강은 2029년 이후 본격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알래스카 인근 해역과 상공에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지만, 미국은 쇄빙선 부족으로 현장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여름 중국이 쇄빙선 3척을 포함한 국유 선박 4척을 북극에 파견한 사이 미국 최대 쇄빙선 힐리호는 잇단 고장으로 시애틀로 예인됐다. 1976년 취역한 폴라스타호도 정비에 들어가면서 북극에서 활동한 미국 쇄빙선은 지난해 8월 상선을 매입해 편입한 스토리스호 1척뿐이다. 그러나 전력 확충에는 시간이 걸린다. 미국의 새 중형 쇄빙선은 2028년부터 인도될 예정이며, 대형 쇄빙선 3척이 모두 작전에 투입되는 시점은 2039년으로 전망된다.
中·러 폭격기, 영공 진입 없이 합동 비행
중국과 러시아는 해상에 이어 공중에서도 공동 작전을 확대했다. 2024년 7월 중국 H-6 폭격기 2대와 러시아 Tu-95 폭격기 2대가 알래스카 방공식별구역에 함께 진입하자, 미국과 캐나다 전투기가 긴급 출격했다. 방공식별구역은 항공기 식별을 위해 설정한 구역으로 영공과는 구분된다. 이에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도 폭격기들이 국제공역에 머물렀다며 적대적 활동으로 보지 않았다. 그러나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해서 의미가 작은 비행은 아니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 비행으로 미국에 군사적 존재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본국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합동 작전 경험을 쌓았다.
해상 공동 활동에는 군함뿐 아니라 해경선도 참여했다. 2023년 8월 중국과 러시아 군함 11척이 알류샨열도 인근을 함께 항해하자, 미 해군은 구축함 4척과 P-8 해상초계기를 보내 추적했다. 이듬해 9월에는 중국 해경선 2척과 러시아 국경경비선 2척이 러시아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서 대형을 이뤄 항해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해경선 활동은 군사력 과시와 더불어 해양 관할권을 내세우는 성격을 갖는다. 중국은 북극에 영토가 없지만 2018년 북극정책 백서에서 자국을 '근북극 국가'로 규정하며 북극 문제에 관여할 근거를 내세워 왔다. 러시아와의 공동 항해는 중국이 러시아의 협조를 발판 삼아 이 주장을 실제 해경선 활동으로 시험하는 무대다.
표 1. 중국·러시아의 미국 북극권 인근 주요 군사·해양 활동 현황(2023~2026년)
| 시기 | 국가 | 주요 활동 | 활동 유형 | 국제법적 지위 |
|---|---|---|---|---|
| 2026년 7월 | 중국 | 쇄빙선 쉐룽호와 쉐룽 2호가 베링해의 미국 배타적경제수역(EEZ) 통과 | 연구 및 항해 | 항해는 합법이나 연구에는 미국의 허가 필요 |
| 2026년 3월 | 러시아 | Tu-142 군용기 2대가 알래스카와 캐나다의 방공식별구역(ADIZ) 진입 | 해상 항공 정찰 | 국제공역 |
| 2026년 2월 | 러시아 | Tu-95 폭격기 2대, Su-35 전투기 2대, A-50 조기경보통제기 1대가 해협 인근에서 비행 | 군사 비행 및 무력 과시 | 국제공역 |
| 2025년 8월 | 중국 | 조사선 5척이 미국 북극해 해역 안팎에서 활동 | 군사적 활용 가능성이 있는 연구 활동 | 항해는 합법이나 연구에는 허가 필요 |
| 2024년 9월 | 중국·러시아 | 중국 해경선 2척과 러시아 국경경비정 2척이 편대를 이뤄 항해 | 준군사적 합동 순찰 | 러시아 배타적경제수역 내 |
| 2024년 7월 | 중국·러시아 | 중국 H-6 폭격기 2대와 러시아 Tu-95 폭격기 2대가 알래스카 방공식별구역 진입 | 합동 전략 순찰 | 국제공역 |
| 2023년 8월 | 중국·러시아 | 군함 11척이 알류샨열도 인근 해역에서 활동 | 해상 순찰 | 국제공역 |
베링해협 북쪽 中 조사선 1년 새 3척서 5척으로
군함이나 해경선보다 활동 목적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조사선이다. 미국 해안경비대가 베링해협 북쪽에서 확인한 중국 조사선은 2024년 3척에서 지난해 5척으로 늘었다. 조사선이 수집하는 해저 지형과 수온, 염분, 음향 자료는 과학 연구뿐 아니라 잠수함의 항해와 탐지 회피에 활용될 수 있고, 상업 항로 개척에도 쓰인다. 지난 9월 러시아 연구진 2명이 중국 쇄빙선 쉐룽2호에 승선해 해빙을 공동 관측했는데, 관측 자료는 쇄빙선 설계와 북극 항로의 통항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초가 된다.
그렇다고 조사선 활동을 곧바로 불법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유엔해양법협약 체계에서 연안국 EEZ나 대륙붕의 해양과학조사는 일반적으로 연안국 동의가 필요하지만, 수로조사와 군사조사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려 활동 내용과 위치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폭격기 비행과 공동 항해 역시 대부분 국제공역과 국제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이뤄져, 미국이 접근 자체를 차단할 명분은 크지 않다. 이에 미국의 과제는 중국과 러시아의 의도를 가려내고, 필요할 때 즉시 움직일 수 있도록 현장에 전력을 유지하는 쪽으로 모인다.
베링해협엔 잠수함 차단망보다 수상 전력 시급
현장 전력을 유지하려면 동맹과의 공동 운용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베링해의 여건은 대서양과 크게 다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수십 년간 그린란드·아이슬란드·영국 사이 해역인 GIUK 갭에 감시망을 구축해 러시아 북방함대 잠수함의 북대서양 진출을 추적해 왔다. 반면 베링해에는 이에 견줄 상시 해상 감시 체계가 없고, 미국과 캐나다가 공동 운영하는 NORAD도 해상 작전을 지휘하지는 않는다. 이를 두고 미국이 베링해에서 군사적으로 뒤처졌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대서양의 잠수함 감시 체계를 그대로 도입해도 효과는 제한적이다. 베링해협은 가장 좁은 곳의 폭이 약 85㎞이고 수심은 통상 30~50m에 불과한 데다 연중 대부분 얼음에 덮여 있어 핵잠수함 운항에 제약이 크다. 게다가 러시아 태평양함대 잠수함은 캄차카반도 기지에서 해협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태평양으로 나간다. 베링해협에 차단망을 세우더라도 정작 잠수함이 지나지 않는 길목을 지키는 셈이다.

베링해협에서 더 시급한 것은 수상함과 항공기 활동에 대응할 전력이다. 해협 주변에서 벌어지는 중국과 러시아의 활동이 대부분 해상과 공중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이들의 활동을 감시하고 필요할 때 대응하려면 얼음 해역을 운항할 선박과 정비·보급을 지원할 항만, 작전을 이끌 인력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미국 해안경비대가 2023년 함대 분석에서 필요하다고 본 극지 쇄빙선은 8~9척인 반면, 실제 보유 선박은 3척에 그치고 그중 폴라스타호는 취역한 지 50년 가까이 됐다. 선박을 받쳐 줄 항만 여건은 더 열악하다. 미국이 첫 북극 심해항으로 개발하는 알래스카 놈항은 외항 수심이 6.7m에 불과해, 선체가 수면 아래로 잠기는 깊이인 흘수가 5.5m를 넘는 선박은 안전한 입항이 어렵다. 이 때문에 대형 쇄빙선이나 구축함은 현재 놈항에 접안할 수 없고, 함정을 늘리더라도 정박과 보급을 맡을 기항지부터 확보해야 하는 실정이다.
美·캐나다 표적 정보 공유, 상시 해상 지휘는 과제
선박과 항만을 단기간에 확충하기 어려운 만큼 기존 전력을 함께 운용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베링해협 주변의 지휘 계통은 여러 갈래로 나뉜다. 알래스카 방어는 미 북부사령부 산하 알래스카사령부가 맡고, 북태평양 해군 함정은 인도태평양사령부 산하 태평양함대가 지휘한다. 정작 해상에 상주하는 미국 전력은 해안경비대뿐이다. 그러나 지휘 계통이 나뉜 전력을 하나로 묶는 훈련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지난해 알래스카만에서는 B-52 폭격기 2대와 해안경비대 함정 킴볼호가 모의 해상 타격훈련에 참여했다. 지난 9월 '툰드라 멀린' 작전에는 캐나다도 가세해, 캐나다 초계기와 잠수함이 표적 정보를 제공하고 미국 F-35A 전투기와 캐나다 호위함이 모의 타격을 연습했다.
캐나다가 훈련에서 표적 정보 제공을 맡았듯, 앞으로도 캐나다의 지원은 함정보다 항공기와 감시망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캐나다의 해상 전력은 대부분 2030년 이후에야 확충되기 때문이다. 대신 캐나다는 NORAD 현대화에 향후 20년간 386억 캐나다달러(약 37조원)를 투입하고, F-35 전투기 운용 기지를 포함한 북극 기반시설에도 320억 캐나다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지구 곡률 너머까지 탐지하는 북극 초수평선 레이더는 2029년 말 초기 운용을, 극지 초수평선 레이더는 2033년 완전 가동을 목표로 하며, 극지 위성통신은 2040년에야 완전히 가동된다. 다만 캐나다 초계기의 표적 정보를 미국 전투기로 넘기는 연계가 얼마나 자주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캐나다가 넓힌 감시망을 실제 대응으로 연결하는 일은 결국 미 해군의 몫이다.

대형 쇄빙선 9년 지연, 중형 최대 11척 도입
감시망과 지휘 체계를 보강하더라도 얼음 해역에 직접 투입할 선박은 미국이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폴라스타호를 대체할 대형 쇄빙선 3척을 건조하는 극지안보쇄빙선(PSC) 사업은 첫 선박 건조비만 34억 달러(약 4조5,700억원)에 이르며, 일정이 거듭 밀리고 있다. 계약 당시 첫 선박 인도 목표는 2024년 3월이었지만, 이후 전망이 갱신될 때마다 2025년, 2028년, 2030년으로 늦춰졌고 현재는 2033년 3월로 당초보다 9년 늦다. 3척이 모두 작전에 투입되는 시점은 2039년 3월로, 대형 쇄빙선 공백은 2030년대 말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형 쇄빙선 도입이 늦어지자 미국은 먼저 인도받을 수 있는 중형 쇄빙선으로 공백을 줄일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핀란드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이어, 캐나다·핀란드와의 쇄빙선 협력을 바탕으로 북극안보쇄빙선(ASC) 건조 계약을 확정했다. 미국 볼린저조선소가 22억 달러(약 2조9,570억원)에 4척을, 핀란드 라우마마린컨스트럭션스가 11억 달러(약 1조4,790억원)에 2척을 건조해 2028~2031년 인도할 예정이다. 여기에 2035년까지 5척을 추가 도입해 최대 11척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물량마다 계약 확정 여부와 인도 일정이 달라 11척이 모두 계획대로 들어올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선박 도입에 맞춰 항만을 넓히는 일도 과제다. 미 육군 공병단은 3억9,940만 달러(약 5,370억원) 규모의 놈항 확장 공사 계약을 체결했으나, 대형 쇄빙선 접안에 필요한 수심 12.2m 준설은 후속 단계로 미뤄졌다. 새 쇄빙선이 인도돼도 놈항에서 정박과 보급을 지원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린다. 미국이 선박과 항만을 확충하는 동안 중국과 러시아도 북극 활동 기반을 넓히고 있다. 러시아는 2030년까지 북극항로에 쇄빙선 17척을 투입할 계획이며, 지난달에는 중국과 쇄빙선 공동 건조를 논의했다. 2028년 첫 ASC가 인도되기 전까지 중국 선박은 두 차례 더 여름철 베링해협을 지나게 된다. 그동안 미국이 투입할 수 있는 쇄빙선은 힐리호 수리가 제때 끝나더라도 기존 3척뿐이다.
이 때문에 신규 전력이 들어오기 전까지 공백을 메울 단기 대안이 거론된다.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스토리스호처럼 이미 완성된 상선을 추가로 매입하거나 임차하는 방안이다. 지난해 스토리스호를 사들여 곧바로 북극에 투입한 전례가 있는 만큼, 새로 건조하는 것보다 빠르게 쇄빙선 수를 늘릴 수 있다. 선박과 함께 기항지 부족을 줄이기 위해 놈항 1단계 공사가 끝나기 전에 준설 예산을 앞당겨 투입하고, 쇄빙선이 모자란 기간에는 해상초계기와 무인기 운용을 늘려 감시 공백을 보완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결국 향후 몇 년간은 상선 매입과 감시 보강 같은 임시 대책, 그리고 동맹 협력만으로 현장 대응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미국 북극 전략의 첫 시험대가 될 예정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Arctic Maritime Strategy] Bering Strait Military Competition: The U.S. Answers China and Russia on a 2033 Timelin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