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패권 경쟁] 유럽 수도 75% 사정권 둔 러 잠수함, NATO 북대서양 감시망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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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함 정비난 속 잠수함 전력은 증강 초계기·무인 센서·호위함으로 감시 확대 케이블 공격 등 저강도 도발 대응 과제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러시아 잠수함의 장거리 타격 능력이 강화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북대서양 감시 체계의 재편에 나서고 있다. 과거에는 러시아 잠수함이 그린란드·아이슬란드·영국 사이 해역인 'GIUK 갭'을 통과해야 유럽 주요 지역을 위협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해당 해역을 지나지 않고도 주요 도시를 사정권에 둘 수 있게 됐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노르웨이와 해군 협력을 위한 '루나하우스 협정'을 체결하면서 최근 2년간 영국 수역에 위협을 가한 러시아 선박이 30% 증가했다고 밝혔다. 당시 스코틀랜드 북부 해역에서 활동하던 러시아 정보수집함 얀타르호를 P-8 해상초계기로 추적한 사실도 공개했다.
냉전 길목 GIUK 갭, 러 잠수함 방어선으로
러시아 북방함대의 잠수함이 대서양으로 진출하려면 GIUK 갭을 통과해야 한다. 북방함대의 거점은 노르웨이 동쪽 북극해 연안에 위치한 콜라반도로, 북대서양 난류의 영향으로 겨울에도 바다가 얼지 않는다. 함대 사령부는 무르만스크 인근 세베로모르스크에 자리 잡았고, 최신 공격잠수함은 노르웨이 국경과 가까운 자파드나야리차 기지에 배치됐다. 콜라반도에서 출항한 잠수함은 바렌츠해와 노르웨이해를 거쳐 덴마크해협(그린란드~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페로제도 해역, 페로제도~셰틀랜드제도 해역 가운데 한 곳을 지나야 북대서양에 진입할 수 있다.
GIUK 갭은 북대서양의 주요 해상 수송로와 해저 기반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이 해역 남쪽에는 전쟁 발발 시 미군 병력과 군수물자를 유럽으로 수송하는 항로가 있으며, 영국과 노르웨이에 통신·전력·가스를 공급하는 해저 케이블과 파이프라인도 지나간다. 냉전 시기 소련은 탄도미사일 잠수함을 바렌츠해에 배치하는 한편 공격잠수함을 GIUK 갭 너머로 보내 상선을 위협했다. 이에 NATO는 그린란드에서 아이슬란드를 거쳐 스코틀랜드까지 설치한 해저 청음기와 아이슬란드 케플라비크 기지의 해상초계기, 잠수함 등을 동원해 소련 잠수함의 이동을 감시했다.
하지만 러시아 잠수함의 무장 능력이 강화되면서 GIUK 갭을 중심으로 한 기존 방어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미 해군연구소(USNI) 뉴스에 따르면 러시아 야센-M급 공격잠수함에 탑재되는 칼리브르 순항미사일의 사거리는 약 1,000마일에 달한다. 북해에서 발사할 경우 유럽 수도의 75%가 사정권에 들어가며, 잠수함이 GIUK 갭을 통과하지 않고 노르웨이해에 머물더라도 영국과 유럽 본토 공격이 가능하다. 독일 군사전문지 ES&T는 지난 8월 칼리브르 미사일로 무장한 러시아 잠수함이 GIUK 갭을 방어선으로 활용해 미 해군 잠수함과 NATO 대형 함정의 노르웨이해 진입을 저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야센급 5번함 취역, 지르콘 탑재함 연내 배치
NATO가 이러한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과장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노르웨이 정보국은 지난해 위협 평가 보고서 '포커스 2025'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해군의 작전 수행 능력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북방함대는 조선소의 정비 시설이 부족해 작전과 함정 정비를 병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상함 전력도 약화됐다. 핵추진 순양함 아드미랄나히모프함은 1999년부터 운용이 중단된 상태로, 러시아 해군 총사령관은 지난 7월에야 수개월 내 현대화 작업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수상함 전력만 놓고 보면 NATO가 기존에 추진하던 군사력 증강 계획에 북극 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내세워 예산을 확대하려 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러시아의 잠수함 전력은 수상함과 사정이 다르다. 노르웨이 정보국은 같은 보고서에서 북방함대의 잠수함 전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으며, 대서양에서도 정기적인 작전 활동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몇 년 안에 보레이-A급 전략핵잠수함 3~4척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격잠수함 건조도 이어졌다. 야센급 5번함 아르한겔스크함은 2024년 12월 취역해 자파드나야리차 기지에 배치됐다. 설계 단계부터 지르콘 극초음속 미사일 탑재를 고려한 첫 잠수함인 페름함은 올해 말 실전 배치가 목표다. 지난 7월 진수한 울리야노프스크함은 지르콘 미사일을 최대 32발 탑재할 수 있으며, 내년 12월 인도된다. 러시아의 잠수함 전력은 1980년대 소련 함대보다 규모가 작지만, 장거리 미사일 운용 능력이 강화되면서 개별 잠수함의 타격 범위는 오히려 확대됐다. 따라서 수상함 전력의 약화만으로 NATO가 북대서양에 대한 감시와 경계를 완화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초계기 한계, 무인 센서망 '대서양 요새'로 보완
NATO가 러시아 잠수함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우선 확충한 전력은 넓은 해역을 신속하게 감시할 수 있는 해상초계기다. 영국은 스코틀랜드 로시머스 기지에 P-8 해상초계기 9대를, 노르웨이는 북부 에베네스 기지에 5대를 배치했다. 미국도 아이슬란드 케플라비크 기지에 P-8 비행대대를 순환 배치하며, 독일은 지난해 11월 첫 P-8을 인수해 영국·노르웨이·아이슬란드에 배치할 계획이다. 덴마크 역시 지난해 10월 NATO 동맹국과 함께 해상초계기 전력을 확보하고 북극용 함정 2척과 드론을 추가하는 내용의 274억 크로네(약 5조5,240억원) 규모 '북극·북대서양 2차 합의'를 확정했다. 같은 해 1월 체결한 146억 크로네(약 2조9,430억원) 규모의 1차 합의에 이은 조치다.
그러나 해상초계기만으로 러시아 잠수함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기는 쉽지 않다. 잠수함이 수중에 머물며 초계기의 작전 종료를 기다리면, 탐지를 피할 수 있어 감시 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영국 해군은 이러한 초계기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6월 국방전략검토(SDR)에서 장기 대책인 '대서양 요새(Atlantic Bastion)' 구상을 제시했다. 1단계에서는 GIUK 갭을 비롯한 주요 해역에 무인 수중 센서망을 구축하고, 운영은 민간 기업이 맡되 해군이 감독한다. 영국 해군은 올해 안에 센서를 배치해 대서양 중앙해령부터 노르웨이해까지 감시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이후 2단계에서 센서망을 아스튜트급 잠수함과 P-8, 대잠수함전에 특화된 26형 호위함과 연결하면 통합 감시 체계가 갖춰진다. 루나하우스 협정에 따라 영국 호위함 8척과 노르웨이 호위함 최소 5척의 투입도 예정돼 있다. 무인 센서를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감시 범위를 넓힐 수 있지만,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체계가 위기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지는 아직은 불확실하다.
덴마크 초계기 4대, 덴마크해협 감시 공백
NATO는 감시 전력 확충과 함께 북대서양의 지휘 체계도 재편했다. 2019년 미국 버지니아주에 창설된 노퍽 합동군사령부(JFC 노퍽)는 북미와 유럽을 연결하는 해상 수송로 보호를 주요 임무로 하며, 지난해 12월 덴마크·핀란드·스웨덴까지 관할 지역을 확대했다. 올해 2월 시작된 '북극 감시(Arctic Sentry)' 작전의 지휘도 JFC 노퍽이 맡았다. 실제 감시 활동은 각 동맹국이 지리적 여건과 군사 역량에 따라 나눠 맡는 구조다.
노르웨이는 콜라반도 인근 해역에서 P-8과 정보수집함 마리아타호를 동원해 러시아 함정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있다. 영국은 GIUK 갭 동쪽과 페로제도~셰틀랜드제도 해역을 감시한다. 상비군이 없는 아이슬란드는 케플라비크 기지를 제공한다. 이곳에서는 NATO의 주요 대잠수함 훈련인 ‘다이내믹 몽구스’도 열린다. 미국은 대규모 핵추진 공격잠수함 전력으로 동맹국의 감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동맹국 간 역할 분담에도 덴마크가 담당하는 해역은 감시 전력이 부족한 취약 지역으로 꼽힌다. 그린란드와 페로제도를 관할하는 덴마크는 덴마크해협을 비롯해 GIUK 갭의 서부와 중부 해역을 맡는다. 다만 군사 전문매체 브레이킹디펜스에 따르면 덴마크가 해당 지역에 투입할 수 있는 항공기는 챌린저 CL-604 4대에 불과하며, 이들 항공기의 임무에는 수색·구조와 주요 인사 수송까지 포함돼 있다. 덴마크 정부는 수백억 크로네를 투입해 P-8을 확보할 계획이지만, 전력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다른 동맹국의 지원에 의존해야 한다.

호위함 13척 건조 중, 북쪽 감시 확대에 긴장 우려
NATO가 북대서양 감시 전력을 확충하고 있으나, 주요 해역을 빈틈없이 감시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노르웨이는 지난해 9월에야 26형 호위함을 발주했으며, 영국 정부가 100억 파운드(약 18조910억원) 규모로 평가한 이 계약에 따라 양국이 확보할 호위함 13척은 아직 건조 단계에 있다. 현재 영국과 노르웨이가 보유한 P-8 14대로 노르웨이해와 GIUK 갭, 영국 주변 해역까지 감시해야 해 덴마크해협에 추가 전력을 배치할 여력도 부족하다. 무인 수중 센서도 올해에야 투입이 시작되는 단계이며, 덴마크의 해상초계기 도입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감시 활동이 확대되면서 NATO와 러시아 함정 간 접촉도 잦아질 가능성이 있다. 앞서 얀타르호 추적 사례에서 보듯 양측은 수십 년간 서로의 함정을 추적해 왔다. 러시아 잠수함은 위치가 노출되면 공격에 나서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지속적인 추적 자체가 군사적 억지력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그러나 해저 케이블과 파이프라인을 겨냥한 공격은 대응이 더욱 까다롭다. 전면적인 무력 충돌에 이르지 않는 제한적인 도발로 이뤄질 수 있어 호위함과 해상초계기만으로 예방하거나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일각에서는 NATO의 군사력 증강이 오히려 북극 지역의 긴장을 높인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러시아는 북극 감시 작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북극사령부를 신설하고 옛 소련의 비행장과 항만을 재가동하는 한편 신형 무기 시험을 진행해 왔다. 러시아 아르한겔스크함 역시 루나하우스 협정 체결보다 약 1년 앞선 2024년 12월 취역했다. 그렇다고 NATO의 감시망 확대에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탄도미사일 잠수함을 핵 공격을 받은 뒤 보복에 나서는 '2차 타격' 전력으로 운용하는 만큼, NATO가 이 잠수함의 주요 작전 해역 가까이 센서와 잠수함을 배치하면 자국의 핵 억지력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해저 기반시설을 보호하려는 NATO의 방어 조치가 오히려 러시아와의 군사적 긴장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대서양 안보 환경이 달라진 핵심 원인은 러시아 잠수함의 장거리 타격 능력 강화에 있다. 과거에는 GIUK 갭을 중심으로 잠수함의 대서양 진출을 감시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해당 해역을 통과하지 않고도 유럽 주요 지역을 공격할 수 있어 방어 범위를 넓힐 수밖에 없다. 영국 해군이 새로운 감시 체계에 '대서양 요새'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방어 범위가 넓어진 현실을 반영한다. 그러나 새 호위함과 해상초계기, 무인 수중 센서망이 실제로 북대서양의 감시 공백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전력 배치와 운용 성과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Arctic Maritime Strategy] NATO’s Northern Defense: Russia’s Northern Fleet and the GIUK Gap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