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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패권 경쟁] 노르웨이·러 제재 속 대구 합의, 유럽 북극 해저 케이블·투자 심사는 책임 주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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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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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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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아이슬란드·영국 모두 EU 비회원, 브뤼셀 영향력 제한
EU 새 북극 전략은 예산 없이 민간 협력 중심
미·덴마크·그린란드 방위협정, 외국 투자에 3자 승인 요건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럽 북극 지역은 여러 국가와 국제기구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안보와 자원 관리 등을 둘러싼 협력 구도가 복잡하다. 지난해 12월 18일(이하 현지시간) 노르웨이와 러시아가 체결한 북동북극 대구 어획량 합의가 대표적인 사례다. 양국은 올해 대구 어획량을 전년보다 16% 줄어든 28만5,000톤으로 정했다. 199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노르웨이에 배정된 물량은 약 14만 톤이다. 이 합의는 양국의 안보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노르웨이는 합의 5개월 전 러시아 정보기관과 협력한 의혹을 받는 수산업체 노레보와 무르만시푸드의 자국 항구 이용과 어장 접근을 금지했다. 두 업체는 당시 노르웨이 수역에서 조업 허가를 받은 러시아 어선 121척 가운데 28척을 보유하고 있었다. 러시아도 자국 수역에서 노르웨이 어선의 조업을 금지하겠다고 맞섰지만, 양국은 결국 과학적 권고에 따라 어획량에 합의했다. 안보 문제에서는 대립하면서도 수산자원 관리를 위한 협력은 유지한 것이다.

유럽 북극 지역의 이해관계가 복잡한 배경에는 국가별로 다른 국제기구 가입 관계와 자치권 구조가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마주한 베링해협과 달리 유럽 북극에서는 여러 국가가 안보와 경제, 자원 관리에 관여한다. 노르웨이·아이슬란드·영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지만 유럽연합(EU)에는 가입하지 않았으며, 덴마크는 두 기구의 회원국이다. 덴마크 왕국의 일부인 그린란드와 페로제도는 EU 밖에 있으며, 광범위한 자치권을 행사한다. 국가마다 다른 권한 구조는 지난달 20일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새로운 북극 전략에도 영향을 미쳤다. EU 차원의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NATO와 각국 정부, 자치정부의 이해관계를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린란드·페로제도 자치권 확대, 국방·외교는 덴마크 관할

그린란드는 덴마크 헌법과 그린란드 자치법에 따라 덴마크 왕국에 속하지만, 광범위한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2009년 6월 21일 발효된 자치법은 주민투표에서 75.5%의 찬성으로 통과됐으며, 그린란드 주민을 국제법상 자결권을 가진 민족으로 인정한다. 이에 따라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경찰과 사법제도, 광물자원 관리 등의 권한을 이양받을 수 있으나 국적과 대법원, 통화정책, 외교·국방·안보는 덴마크 정부의 권한이다. 덴마크는 2009년 물가를 기준으로 연간 34억 크로네(약 6,86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그린란드의 광물 수입이 7,500만 크로네(약 150억원)를 넘으면 초과분의 절반만큼 지원금을 삭감한다.

페로제도 역시 1948년부터 자치권을 행사해 왔고, 2005년 권한이양법을 통해 자치정부가 관할할 수 있는 분야를 확대했다. 그린란드와 페로제도는 이양받은 권한의 범위에서 덴마크 왕국을 대표해 국제협정을 체결할 수 있지만, 국방과 안보는 덴마크 정부가 담당한다. 두 지역은 EU와의 관계도 덴마크 본토와 다르다. 그린란드는 1985년 유럽공동체(EC)에서 탈퇴했고, 페로제도는 처음부터 가입하지 않았다. 다만 방위 측면에서는 덴마크를 통해 NATO 안보 체계에 편입돼 있다.

유럽 북극 국가들은 EU와 NATO에 참여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아이슬란드는 NATO 회원국이면서 1994년 유럽경제지역(EEA)에 가입해 EU 단일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8월 29일 실시된 국민투표에서는 52.8%가 EU 가입 협상 재개에 반대했으며, 어업권 문제가 주요 반대 이유로 꼽혔다. 노르웨이도 NATO와 EEA에 가입했지만 EU 회원국은 아니며, 영국은 2020년 EU에서 탈퇴했다. 이에 따라 그린란드·아이슬란드·영국 사이의 전략적 요충지인 'GIUK 갭' 주변 지역은 모두 EU의 직접적인 관할 밖에 있다. EU는 해당 해역에서 덴마크와 아이슬란드 등 관련국과의 협정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는 처지다.

그림 1. GIUK 갭 연안은 모두 NATO 회원국 영토지만, EU 영토는 한 곳도 없다.

EU는 감시 거점·케이블, NATO는 '북극 감시' 작전

권한이 나뉜 구조 속에서 EU가 새 북극 전략을 통해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은 주로 민간 분야에 집중돼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안보·회복력, 기후, 번영, 기회 등 4대 중점 분야를 제시하고 해양 감시와 통신 인프라 확충에 나서기로 했다. 회원국과 협력국의 해양안보 정보를 수집·공유하는 거점과 해저 케이블의 감시·복구를 담당할 북극 케이블 거점을 설치하고, 지구관측 프로그램인 코페르니쿠스의 관측 범위도 확대할 계획이다. 회원국의 쇄빙선 구매를 지원하는 한편, 그린란드와 유럽을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 및 보안 위성통신망 구축도 추진한다. 다만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전략에는 별도의 예산이 배정되지 않았다. EU가 북극 전략을 개편한 것은 2021년 이후 처음으로, 집행위원회는 앞서 지난 9월 그린란드에 2억 유로(약 3,016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반면 군사·안보 분야는 NATO와 개별 회원국이 담당한다. NATO는 올해 2월 11일 '북극 감시(Arctic Sentry)' 작전을 시작했으며, AP통신에 따르면 이는 새로운 독립 군사작전보다는 덴마크의 '북극 인내(Arctic Endurance)'와 노르웨이의 '콜드 리스폰스' 등 기존 활동을 통합·조정하는 체계다. 그린란드 방위에서도 EU의 역할은 크지 않다. 지난 9월 22일 미국·덴마크·그린란드는 1951년 방위협정을 개정하는 새로운 협정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나르사르수아크와 메스테르스비그에 군사기지를 건설할 수 있게 됐으며, 그린란드가 독립하더라도 협정의 효력은 유지된다. EU와 NATO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의 투자에는 세 정부 모두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EU는 투자 승인 결정에 직접 관여할 권한이 없다.

결국 유럽 북극에서 영토와 자원에 대한 권한은 각국 정부와 자치정부가, 군사·안보는 NATO와 회원국이 담당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EU는 관련 법률과 협정이 적용되는 분야에서만 정책을 추진할 수 있어 GIUK 갭에서는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문제는 해저 케이블처럼 민간과 안보 분야가 겹치는 시설에서 발생한다. 해저 케이블은 민간 기업이 소유하고 각국 정부의 규제를 받지만, 군사적 위협에 대한 감시와 대응에도 중요한 시설이다. EU까지 케이블 감시 체계 구축에 나서면서 사고 발생 시 어느 기관이 대응을 주도하고 책임을 질 것인지도 불분명해졌다. EU는 NATO와 회원국 23개국을 공유한다는 점을 협력의 기반으로 내세우지만, 유럽 북극의 주요 해안국 상당수는 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림 2. 유럽 북극의 관할 체계는 대부분 수십 년 전에 만들어졌고, 최근 안보 협정이 그 위에 더해졌다.

스발바르 200해리 어업보호수역, 조약 적용 놓고 대립

유럽 북극 지역의 법적 관할권을 둘러싼 갈등은 GIUK 갭 밖에 위치한 스발바르제도에서도 나타난다. 1920년 체결된 '스피츠베르겐 조약'은 노르웨이의 스발바르제도 주권을 인정하는 대신, 모든 조약 당사국에 섬과 영해에서 어업·수렵·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부여했다. 군사기지와 요새 건설도 금지 대상이다. 조약의 기본 원칙에는 이견이 없지만, 이후 연안국에 200해리까지 해양 관할권이 인정되면서 조약의 적용 범위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르웨이는 1977년 스발바르제도 주변에 배타적경제수역(EEZ) 대신 200해리 어업보호수역을 설정해 다른 국가들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어업보호수역과 대륙붕에도 조약상 권리가 적용되는지를 놓고 국가 간 입장은 여전히 엇갈린다. 노르웨이는 조약의 적용 범위를 영해까지로 제한하는 반면, 러시아·아이슬란드·EU는 어업보호수역과 대륙붕에서도 조약 당사국의 동등한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2004년 노르웨이가 해당 수역의 청어 어획량을 제한하자 아이슬란드가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준비하는 등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국제법 학계에서도 양측의 해석 가운데 어느 쪽이 타당한지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노르웨이가 외국 어선의 조업을 차별 없이 허용하면서 분쟁이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어업권과 대륙붕 자원 개발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EU 역시 새로운 북극 전략에서 '뜻을 같이하는 협력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스발바르제도의 관할권 문제에서는 노르웨이와 대립하는 입장이다.

러 수산사 제재에도 공동 어획량 합의 유지

스발바르제도의 어업권을 둘러싼 갈등과 달리 바렌츠해에서는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속에서도 노르웨이와 러시아의 수산자원 관리 협력이 유지되고 있다. 양국은 1976년부터 공동위원회를 통해 어획량을 배분해 왔으며, 2010년 해양경계협정을 체결한 이후에도 공동위원회 체제는 바뀌지 않았다. 대구 등 주요 어종이 양국 수역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만큼 공동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대구 자원량이 지속 가능한 어획을 위한 예방적 관리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서 어획량 감축의 필요성도 높아졌다. 노르웨이 정부도 올해 어획량 감축이 대구 자원 회복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조업 대부분이 노르웨이 수역에서 이뤄져 러시아가 자국 수역을 폐쇄하더라도 노르웨이가 받는 직접적인 타격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양국의 공동 관리 체계가 무너지면 각국이 독자적으로 어획량을 정하면서 남획 위험이 커진다. 이 때문에 양국은 제재 갈등 속에서도 협상을 이어 갔고, 합의 대상도 대구에 그치지 않았다. 올해 해덕 어획량은 전년보다 18% 늘어난 15만3,293톤으로 정해졌고, 열빙어 조업 금지는 1년 더 연장된다.

그림 3. 2022년 2월 이후에도 공동 어획량 합의는 해마다 이어졌고, 그사이 대구 어획량은 절반으로 줄었다.

노르웨이는 수산자원 관리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안보 관련 제재에는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러시아 수산업체 2곳의 자국 항구 이용과 조업을 금지한 것은 EU가 지난해 5월 채택한 제재에 보조를 맞춘 조치로, 아이슬란드와 페로제도도 비슷한 제재에 나섰다. 러시아 수산업체 노레보는 어업협정상 남획 등 특정 위반 행위에 대해서만 제재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노르웨이 법원은 제재법에 따른 입항·조업 금지가 정당하다고 봤다. 반면 러시아는 제재와 별개로 자치권을 보유한 페로제도와 올해 어업협정을 따로 맺었다.

그린란드 위기는 넘겼지만 EU 투자 사업도 심사 대상

이처럼 유럽 북극 지역에서는 국가와 국제기구 간 권한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EU나 NATO를 중심으로 관리 체계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올해 그린란드를 둘러싼 갈등은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가 권한을 나눠 갖는 체계의 장점을 보여줬다. 미국이 그린란드 확보를 추진하자 덴마크와 그린란드는 자치법에 따라 공동 대응했으며, NATO는 북극 감시 작전으로, EU는 자금과 통신망 지원으로 대응에 참여했다. 최종 협정에도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주권과 영토 보전, 그린란드 주민의 자결권을 존중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정 국가나 기구에 권한이 집중되지 않은 덕분에 그린란드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여러 주체가 권한을 나눠 갖는 만큼 정책 간 충돌 가능성도 남아 있다. 지난 9월 체결된 그린란드 방위협정은 EU와 NATO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의 투자에 미국·덴마크·그린란드 3자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했다. 그런데 EU는 핵심 원자재 확보를 위해 그린란드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비회원국 기업이 EU 사업에 참여할 경우 별도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EU는 투자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데 직접 관여할 수 없다. 아이슬란드 역시 EU 가입 협상 재개를 거부한 만큼 별도 협정이 있어야 EU의 해양안보 협력 체계에 참여할 수 있다. 이에 EU는 아이슬란드와 안보·방위 협정을 체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스발바르제도의 어업권과 대륙붕 관할권을 둘러싼 갈등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새로운 국제기구를 설립하기보다는 기존 국가와 기구들이 협의를 통해 권한과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지만, EU의 새 북극 전략에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

노르웨이와 러시아의 대구 어획량 합의는 안보 갈등 속에서도 기존 협정을 통해 협력을 이어 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유럽 북극 지역에는 대구 협정처럼 다양한 협력 체계가 마련돼 있지만, 해저 케이블 사고의 대응 책임과 투자 승인 권한, 스발바르 대륙붕의 자원 개발 권리 등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이에 따라 관할 갈등의 해결 여부는 각국이 기존 협정을 어떻게 운영하고 조율하느냐에 달렸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Arctic Maritime Strategy] Who Governs Europe’s High North? Sovereignty, NATO and Arctic Cooperation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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