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게임사는 해외에, 서브컬쳐는 AGF에 뺏겨" 위상 잃어가는 지스타, 글로벌 공략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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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 2025, 넥슨·펄어비스·라이온하트스튜디오 등 줄줄이 불참 "인디 게임 홍보만 할 건가" 개최지 변경 필요성 부각 서브컬처 게임 등에 업고 매섭게 성장하는 AGF, 올해도 흥행 전망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G-STAR)’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지스타에 참여하는 국내 주요 대형 게임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행사 규모가 축소되고 흥행 여부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지스타가 개최지 변경 등을 통해 ‘글로벌 게임 전시회’라는 본래의 취지를 되찾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요 대형 게임사, 지스타 '패싱'
3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월 13~14일 개최되는 지스타 2025의 전체 부스 규모는 3,010개다.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는 BTC관에는 2,016개 부스가 마련된다. 메인 스폰서는 엔씨소프트로, 크래프톤·넷마블·네오위즈·그라비티·웹젠·위메이드커넥트·구글코리아 등이 참가를 확정했다. 기업 간 거래 전용 B2B관에는 904개 부스가 자리하며 스마일게이트·삼성전자·텐센트코리아 등이 참여한다.
현재 업계에서는 올해 지스타의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전체 부스 규모가 지난해(3,359개)보다 10% 이상 감소한 탓이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패싱’도 문제다. 지난해 메인 스폰서였던 넥슨을 비롯해 펄어비스, 라이온하트스튜디오, 하이브IM 등이 올해 지스타 불참을 결정했다.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비용 대비 홍보 효과가 적은 지스타를 배제, 독일 ‘게임스컴’, 중국 ‘차이나조이’, 일본 ‘도쿄게임쇼’ 등 글로벌 게임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이에 따라 지스타와 글로벌 게임쇼 간의 격차도 점점 커지는 추세다. 올해 독일 게임스컴은 72개국 1,568개사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고, 도쿄게임쇼(TGS)도 전년 대비 28% 증가한 4,159개 부스를 운영했다. 중국 차이나조이 역시 313개 기업이 참여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반면 지스타는 해외 대형 게임사의 참여가 저조해 좀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지스타, 본래 취지 잊었다?
일각에서는 지스타가 대형 게임사가 아닌 1인 혹은 소규모 팀이 개발한 인디(Indie) 게임 홍보의 장이 되어 가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 전후로 지스타는 인디 게임 부스를 꾸준히 늘려 왔다. 지난해 지스타에서는 전 세계 게이머들이 이용하는 플랫폼 스팀(Steam)에 입점했거나, 입점을 준비해 온 인디 게임사들이 유저 피드백을 반영해 한층 발전한 작품을 대거 선보이기도 했다.
지스타를 기회 삼아 이색 마케팅을 펼치는 소규모 게임사도 등장했다. ‘트릭컬 리바이브’를 만든 소규모 개발사 에피드게임즈는 지난해 지스타에서 부스를 전시하는 대신 대표와 부대표가 선거용 차량을 개조한 게임 홍보 차량에 탑승해 직접 유저들을 만나러 다니는 전략을 택했다. 유저들이 대형 게임사의 불통 행보에 항의하거나 트럭 시위를 벌이는 사례가 늘어나자, 게임사 임원진이 직접 나서 유저 피드백을 받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지스타가 단순 인디 게임들의 홍보처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스타의 개최 취지를 상기하고, 지스타가 그에 걸맞은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지스타는 글로벌 게임 전시회로 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게임사보다는 국내 대형 게임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화를 가로막는 가장 대표적인 장애물은 개최지"라며 "해외 바이어들이 인천공항에서 내린 후 다시 기차를 타고 부산까지 이동해야 하다 보니, 개최지 자체가 행사의 본질을 흐린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GF의 매서운 성장세
지스타의 위상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과 달리,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AGF(Anime X Game Festival)’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AGF는 2018년 첫 개최 당시만 해도 애니메이션 중심의 서브컬처 행사로 출발했지만, 2023년 호요버스의 ‘원신’이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게임 전시 비중이 크게 확대됐다. AGF 2025는 오는 12월 5일부터 7일까지 열리며, 스마일게이트가 지난해에 이어 메인 스폰서를 맡는다. 그리프라인, 스튜디오비사이드, 갤럭시 스토어, 메가박스 등도 공식 스폰서로 합류했다.
지난해 AGF 2024는 AGF 조직위원회 집계 기준 7만2,081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올해는 일정이 하루 늘어난 3일간 진행되며, 작년보다 참가사가 늘어나 10만 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일게이트는 ‘카제나’ 브랜드로 참가해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와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를 중심으로 초대형 부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스튜디오비사이드는 신작 ‘스타 세이비어’, 하이퍼그리프는 ‘명일방주: 엔드필드’를 출품하고, 넷마블은 ‘페이트/그랜드 오더’, 시프트업은 ‘승리의 여신: 니케’, 네오위즈는 ‘브라운더스트2’로 각각 연속 참여한다.
AGF 흥행의 핵심 원인으로는 지스타와는 다른 행사 목적이 꼽힌다. 과거 지스타가 신작을 공개하고 인지도를 높이는 B2C(기업과 소비자 거래) 쇼케이스였다면, AGF는 이미 서비스 중인 게임의 팬층을 공략하는 체험형 팬덤 페스티벌의 성격을 띤다. 참가비 구조 역시 지스타와는 판이하다. 두 행사 모두 표면적인 부스 임차료는 비슷하지만, 지스타는 대형 구조물 시공과 조명, 인력 운영비 등 부대 비용이 모두 개별 부담이라 수억원대의 추가 지출이 발생한다.
반면 AGF는 기본 부스 형태로도 전시가 가능하고, 현장 운영비 부담이 적어 중소 개발사나 굿즈 업체들에게 ‘작지만 효율적인 축제’라는 평가를 받는다. 부스 내 굿즈 판매나 팬 이벤트를 통해 일부 비용을 회수할 수도 있다. 서브컬처 팬층이 캐릭터 소비에 적극적인 만큼, 현장 판매만으로 수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사례도 속속 등장한다. 지스타가 막대한 홍보비로 브랜드 노출에 초점을 맞춘 행사라면, AGF는 팬 소비와 현장 매출을 병행하는 ‘수익형 축제’로 진화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