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K-안경점·약국·편의점이 핵심 관광 채널로, ‘효율 기반 소비’가 이끄는 수요 재편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K-안경투어' 인기 폭발, 검안부터 수령까지 30분
약국·편의점·아울렛 등 일상 소비 공간도 인기
전통 관광지 의존 한계, 생활 기반 소비 동력화해야

한국인의 일상적 소비 기반이 외국인 관광 수요를 재편하는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안경원·약국·편의점·아울렛 등 시장 효율화가 극대화 된 서비스들이 전통 관광지를 압도하며 한국 관광의 핵심 채널로 떠오른 양상이다. 생활 서비스로 외국인 수요가 빠르게 이동하는 현상은 기존 관광지 중심의 정책 방향과는 다른 수요 축을 보여준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생활 기반 서비스의 경쟁력을 관광 자산으로 편입하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일 수령· 저렴한 가격에 'K-안경' 거래액 폭증

국내 인바운드 관광 리딩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에 따르면 올해 6월부터 10월까지 안경원 상품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608% 급증했다. 안경원 관련 상품을 도입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이뤄낸 성과다. 크리에이트립을 통해 안경원 상품을 예약하는 고객의 국적은 아시아, 북미, 유럽 등 다양했다. 이 중 미국이 전체 예약의 49%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고, 대만 26%, 독일 9% 순으로 집계됐다.

관광지와 가까운 안경원 상품은 다른 관광 상품과 연계되는 비율도 높았다. 명동에 위치한 안경원의 경우 외국인 고객의 44%가량이 다른 상품과 함께 예약했다. 단순 쇼핑이 아닌 주요 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K-안경원이 인기를 끄는 핵심 요인은 속도와 가격이다. 자국에서는 수일에서 수주가 걸리는 안경 제작이 한국에서는 검안부터 수령까지 30분~1시간이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격 역시 본국보다 저렴해 고품질 제품을 합리적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패션 트렌드를 반영한 안경 디자인 역시 인기 요인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안경을 단순한 시력 보조도구가 아닌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 자국에서는 찾기 어려운 다양한 스타일을 경험하고 있다. 즉 '속도·가격·디자인' 삼박자를 모두 갖춘 셈이다. 크리에이트립은 'K-안경 투어' 확대를 위해 제휴 안경원을 지속 확대하고, 예약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고도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임혜민 크리에이트립 대표는 "안경원 방문이 외국인에게 독특한 한국 여행 경험이 되고 있다"며 "한국만의 강점을 살려 안경원이 뷰티·의료에 이은 필수 관광 코스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작년 외국인 의료관광객 117만 명, 역대 최대

방한 외국인들의 K-의료관광도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은 117만 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최고치였던 2019년(49만7,000명)의 두 배를 넘어섰다. 의료관광 비중이 가장 높은 서울시는 올해 외국인 의료관광객 114만 명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를 고려할 때 전체 의료관광객 수는 1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관광 수요 확대는 미국, 캐나다, 유럽 국가 등 선진국의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높은 의료비 부담, 공공의료 과부하 등으로 '치료 목적'의 해외 이동이 크게 늘고 있는 트렌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치료나 건강검진을 주목적으로 한 의료관광객의 1인당 평균 지출액은 2,408달러(약 350만원)로 일반 관광객보다 월등히 높다. 업계 추산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1인당 평균 지출액은 1,372달러(약 288만원)이다. 의료관광이 관광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질적 성장을 견인할 핵심 동력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만족도와 재방문율 측면에서도 의료관광은 일반 관광을 크게 앞선다. 의료관광객의 '4회 이상 한국 방문' 비중은 38.6%에 달한다. 또한 한국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가운데 '과거 방문 경험'을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의료관광 확대에 힘입어 K-약국도 핵심 소비처로 각광받고 있다. 외국인 전체 의료 소비 건수에서 약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작년 상반기 53%에서 올해 58%로 증가했다. 외국인 의료 소비 10건 중 6건은 약국에서 이뤄진 셈이다. 상반기 전체 의료 소비 건수가 123만7,073건에서 187만3,401건으로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5% 상승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약국 결제 건수만 108만 건을 넘겼고, 이는 작년 상반기 전체 의료 소비 건수의 87%에 달하는 숫자다. 약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결제액도 커졌다. 작년에는 상반기 254억원, 하반기 331억원을 약국에서 결제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553억원을 썼다.

CU 명동역 지점을 방문한 한 외국인이 간편식 코너를 살펴보고 있다/사진=BGF리테일

편의점도 '필수 관광' 코스, 생활 서비스 중심의 수요 재편

편의점도 외국인들의 필수 관광 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SNS)에서 한국 편의점에서 파는 특이한 상품이나 먹방을 소개하는 콘텐트가 늘면서다. 외국인들이 찾는 편의점 분포 지역도 다양화되는 추세다. CU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해외 결제 수단 비중이 높은 점포는 5년 전만 해도 을지로와 명동의 호텔 근처에 집중됐지만, 올해는 을지로뿐 아니라 홍대와 용산, 올림픽 공원 근처 등 서울 구석구석으로 분산되는 모습이다. 

서울 성수동의 GS25도어투성수점도 외국인 관광객 필수 방문 코스 중 하나다. 이곳에는 자체 브랜드(PB) 상품과 원소주 등 인기 상품을 판매하고 상품 관련 팝업 매장도 주기적으로 연다. 특히 아이돌그룹 세븐틴이 방문해 유튜브 콘텐트를 촬영하면서 K팝 팬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었다. GS25 관계자는 “유튜브를 본 외국인 관광객들이 아이돌이 앉았던 자리에 앉으려고 줄을 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결제액도 늘고 있다. CU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판매한 ‘코리아투어 카드’의 7월 매출은 전년 대비 14배 늘었고, GS25의 올해 상반기 위챗·알리페이 결제는 전년 대비 249% 뛰었다.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바나나맛 우유 사서 얼음 컵에 부어 먹는 것이 관광객들에게 유행”이라고 말했다.

서울 외곽에 위치한 아울렛을 찾는 관광객도 계속해서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아울렛 방문이 포함된 서울 외곽 투어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여주 프리미엄 아울렛 간 고속버스,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 셔틀버스, 서울 소재 아울렛 프라이빗 차량 이동 서비스 등 아울렛으로 바로 이동하는 교통 상품 예약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쇼핑 일정에 동행해 한국의 인기 패션 브랜드의 스타일링을 돕는 ‘퍼스널 쇼핑 투어’도 인기다. 쇼핑을 통해서도 현지 문화를 이색적으로 체험하고자 하는 경험 중심 여행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다.

이렇듯 현시점 외국인 관광 수요는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 상점들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저가 소비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한국인들이 흔히 접하는 서비스들이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의 관광 산업 정책 방향 역시 지방 케이블카 구축 등 차별성이 부족한 유사 관광 상품들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실생활과 접목한 소비 경험을 확대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그동안의 관광 정책이 미흡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외국인들이 들어와도 즐기고 머물 인프라가 부족했고 높은 가격과 바가지 요금, 지역 자원에 대한 스토리텔링 부재 등으로 인해 대체로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는 우리 국민도 마찬가지여서 즐길 거리가 즐비한 일본, 동남아시아나 유적과 문화재가 풍부한 유럽 등지로 관광을 떠났다. 그 결과는 여행수지, 나아가 서비스수지 적자 지속으로 이어졌다. 반도체와 자동차를 팔아 이익을 남겨도 여행으로 달러가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한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정부는 제한된 예산을 모든 곳에 분산 투자하기보다는 일상 서비스의 효율을 어떻게 세계 시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경험으로 번역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한국의 미래 관광 전략은 자원의 발견이 아니라, 효율의 상품화에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