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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나노 분기점 선 삼성 파운드리, AMD와 협상으로 가격·수율·신뢰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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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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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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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파운드리 동반 반등 노려
TSMC는 독점력 앞세워 가격 인상
수율 안정 및 양산 신뢰 최대 과제

삼성전자가 AMD와 대규모 공급 협상을 진행하며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경쟁사 TSMC가 2나노 공정을 사실상 독점하며 가격 인상과 수주 선별에 나선 만큼 적기 생산 가능성과 가격 합리성을 더 중시하는 고객사들의 니즈를 적극 공략하려는 모양새다. 관건은 2나노 공정의 수율 안정화와 양산 신뢰도 확보 여부로, 이번 협상은 삼성 파운드리가 선단 공정에서 반복된 고객사 이탈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단발 계약 넘어 레퍼런스 확보 성격

1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차세대 주력 공정인 2나노미터(SF2) 칩 공급을 위해 AMD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논의의 대상은 AMD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EPYC 베니스(Venice)’로 알려졌으며, 삼성 파운드리가 선단 공정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직전 3나노 공정에서 주요 고객사들을 대거 경쟁사 TSMC에 내주며 고전했던 삼성으로서는 이번 공정에서 기술 신뢰도를 다시 세우고 파운드리 사업의 반등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AMD와의 협력을 위해 멀티 프로젝트 웨이퍼(MPW) 방식을 활용해 2나노 칩 시제작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MPW는 다수 고객의 설계를 한 장의 웨이퍼에 함께 구현하는 방식으로, 공정 초기 단계에서 수요 측의 진입 부담을 낮추는 데 사용된다. 양사는 이를 통해 삼성의 2나노 공정이 AMD가 요구하는 성능·전력 효율·면적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평가한 뒤, 내년 1월께 최종 계약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계약이 성사될 경우 상당한 규모의 물량이 예상되는 만큼, 업계는 이번 협상이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 자체에 대한 검증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EPYC 베니스 물량을 확보한다면, 단발성 계약을 넘어 선단 공정에서 실질적인 ‘레퍼런스 고객’을 확보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파운드리 산업은 실제 고객 물량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통해 수율과 공정 안정성을 끌어올리는 특성이 강하다. 애플,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의 물량을 장기간 처리해 온 TSMC가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를 유지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AMD와 같은 굵직한 서버 CPU 고객을 확보할 경우,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의 양산 경험을 빠르게 축적할 수 있고, 여타 테크 고객을 설득하는 데도 중요한 근거로 제시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실적과 기술력을 회복하고 있지만, 파운드리 부문은 여전히 글로벌 시장 점유율과 고객 신뢰 측면에서 열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의하면 올해 2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 점유율은 사상 처음으로 70%를 넘어섰고, 3분기에는 71.0%까지 확대됐다. 반면 3분기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6.8%에 머물렀다. 메모리 반등 흐름을 파운드리까지 연결하지 못할 경우, 반도체 사업 전반의 균형 회복이 어렵다는 게 삼성전자 안팎의 시각이다. 

AI 특수로 수주 잔고 확대·공급 병목

반면 2나노 공정을 사실상 독점한 TSMC는 공급 우위를 바탕으로 가격 인상과 수주 선별에 나서며 고객사 선택지를 좁히는 국면에 들어섰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TSMC는 2나노 공정 가격을 이전 세대인 3나노 대비 50% 이상 높게 책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떠받치는 핵심 축은 압도적인 시장 지위다. TSMC가 3나노 이하 최첨단 공정에서 사실상 독점적 위치를 유지하면서 주요 빅테크 고객들로서는 가격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TSMC의 선단 공정 생산 능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수요 집중은 TSMC로 하여금 ‘모든 주문을 받을 필요가 없는’ 위치에 서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고객사에 대한 협상력은 더욱 강화됐다. 

가격 인상의 또 다음 원인으로는 투자 비용 급증을 꼽을 수 있다. 일례로 2나노 이하 초미세 회로 구현에는 ASML이 독점 공급하는 ‘하이 뉴메리컬애퍼처(High-NA)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필수적인데, 일반 EUV 장비가 대당 2,000억원 수준인 데 비해 해당 장비는 1대당 5,000억원을 웃돈다. 여기에 설계·제조 복잡도 증가로 연구·개발(R&D) 비용과 고급 인력 인건비까지 동시에 상승하면서 TSMC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AI 특수로 촉발된 수주 잔고 확대 역시 공급 병목을 더욱 심화시키킨다. 대만 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는 지난 10월 보도에서 “엔비디아와 미디어텍 등 글로벌 대형 고객사들이 내년 TSMC 2나노 생산 물량을 대부분 선계약한 상태”라면서 “이르면 내년 중반부터 2나노 생산라인이 풀가동될 예정이며 첨단 패키징 수요 역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은 TSMC가 가격 인상과 수주 선별을 동시에 밀어붙일 수 있는 환경을 더욱 공고히 한다.

이 때문에 고객사들의 선택 기준도 조금씩 달라지는 추세다. 성능 격차가 일정 수준 이하로 좁혀진다는 전제 아래 적기 생산 가능 여부와 가격 합리성이 더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TSMC와 수주 경쟁을 벌이려면 가격 경쟁은 불가피하다”며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2위 사업자로서 가격을 앞세우는 전략은 매우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TSMC의 생산 능력이 포화되고 가격 부담이 커질수록 일부 고객사에게 삼성 파운드리는 ‘당장 가동 가능한 대안’으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방진복을 입은 직원들이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삼성전자

고객사 이탈 방지 총력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이번 2나노 협상을 파운드리 반등의 출발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과거 공정 전환 과정에서 반복됐던 고객 이탈의 전례를 넘어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 삼성 파운드리는 4나노 공정(SF4X)에서 AMD와 협력 관계를 맺었지만, 공정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해당 물량은 결국 TSMC로 이전됐다. 당시 AMD는 삼성과의 협업을 통해 서버용 CPU를 포함한 일부 제품군 생산을 추진했으나, 개발 막바지 단계에서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이는 단순한 계약 철회를 넘어 선단 공정에서의 신뢰도 문제가 고객사의 전략 전환으로 직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 전형으로 읽혔다. 

고객사 이탈은 비단 AMD에 국한되지 않았다. 구글은 픽셀10·11 시리즈에 적용될 텐서 G5·G6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생산을 TSMC에 맡기로 했고, 퀄컴 역시 차세대 스냅드래곤8 엘리트2 AP 생산에서 삼성전자가 아닌 TSMC를 선택했다. 이러한 결정의 공통 배경으로는 삼성 파운드리의 첨단 공정 수율과 양산 안정성에 대한 불신이 꼽힌다. TSMC의 개선된 3나노 공정 수율이 최소 80~90% 수준에 이르는 만큼 고객사 입장에서는 정해진 일정과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공급사를 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적 신뢰도 문제가 실적과 투자 여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해 약 5조1,8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2조원 이상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연간 손실이 6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 같은 적자 누적은 고스란히 설비 투자 축소로 연결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는 시황과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기존 라인 전환 활용에 우선순위를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첨단 공정 경쟁이 투자 규모와 직결되는 산업 특성을 감안하면, 수익성과 신뢰도 회복이 지연될수록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 또한 커진다. 

그럼에도 2나노 공정을 둘러싼 환경은 과거와 다소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 또한 제기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전자의 2나노 생산 능력이 올해 월 8,000장(웨이퍼 기준)에서 내년 말 2만1,000장으로 16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삼성의 2나노 공정 수율이 최대 60%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테슬라와 165억 달러(약 24조2,800억원) 규모의 차세대 AI6 칩 계약을 비롯해 엑시노스2600, 애플 이미지센서, 일부 주문형 반도체(ASIC)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AMD와 같은 서버 CPU 핵심 고객의 이탈을 막을 수 있느냐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나노 공정의 수율을 단기간 끌어올리는 과제보다 중요한 것은 해당 수율이 장기간 유지되고, 양산 일정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란 지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AMD와의 협상은 계약 성사 여부를 넘어 삼성 파운드리가 선단 공정에서 반복된 이탈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시험대로 여겨지며, 종국에는 파운드리 부활의 성적을 가를 최대 변수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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