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보조금·저가 수출 악순환” 과잉설비 떠안은 中, 수출로 부담 전가, 韓·獨·日 덮친 ‘차이나 쇼크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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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침체·투자 위축에 中 제조업 5개월 만에 수축 재고 소진 위한 저가 수출, 韓·獨·日 주력시장 잠식 기업 이익 감소·무역분쟁으로 이어지는 산업정책 후유증

중국 제조업이 내수 부진과 투자 위축으로 5개월 만에 경기 축소 국면에 진입했다. 내수 침체로 재고와 매출채권이 불어나자 중국 기업들은 가격을 낮춰 해외 판매를 늘렸고, 저가 물량은 한국·독일·일본의 철강·자동차·기계 산업을 압박하는 실정이다. 중국 정부는 기술 혁신과 규모의 경제가 수출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주장하지만, 중국 기업이 받은 산업지원은 경쟁국의 최대 8배에 달한다. 기업 이익과 지방정부 재정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감산을 미룬 중국의 산업정책이 세계 제조업에 ‘차이나 쇼크 2.0’을 확산시키는 모양새다.
7월 中 제조업 PMI 49.2, 경기 축소 국면
5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2로, 전달의 50.3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르는 기준선인 50 아래로 내려간 것은 5개월 만이다. 이는 컨센서스(시장 평균 예상치)를 크게 하회한 것으로, 블룸버그와 로이터가 집계한 전망치 중간값은 각각 50.1과 50.0이었다.
신규 주문지수 역시 51.2에서 48.5로 급락했고 생산지수도 49.9로 떨어져 내수 부진과 경기 둔화 우려를 키웠다. 해외 수요를 나타내는 신규 수출수주도 49.6으로 전월보다 0.5포인트 낮아졌다. 2개월 만에 50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 PMI가 49.5로 전월보다 1.2포인트 하락했고,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도 모두 50을 하회했다.
장비·첨단기술 제조업은 확장세를 유지해 전통 제조업과의 격차가 이어졌다. 설비 제조업 PMI는 51.4, 고기술 제조업 PMI가 53.3으로 경기확대 국면을 유지했다. 컴퓨터·통신·전자 설비 제조업 등의 일부 업종은 생산과 신규 수주 모두 53 이상을 기록, 비교적 활발한 생산과 수요의 흐름을 보였다.
이에 반해 소비재 제조업 PMI는 47.8, 고에너지 소비 업종 PMI는 47.0으로 떨어졌다. 비금속 광물제품, 철강 제련·압연,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은 생산과 신규 수주 전부 부진하기도 했다. 원자재 가격과 출하 가격 역시 둔화됐다. 7월 주요 원자재 구매가격은 53.2, 출하가격이 47.8로 집계됐다. 원자재 가격 변동 등 영향으로 4개월 연속 하락하는 흐름이다.
민간 데이터 분석 기관인 레이팅도그(RatingDog)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이 약 65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집계한 7월 제조업 PMI도 6월 51.7에서 4개월 만에 최저치인 50.9로 하락했다. 비록 8개월 연속 50을 웃도는 확장세를 유지했으나 4개월 연속 둔화 흐름을 보였다. 중국 경제성장률도 1분기 5.0%에서 2분기 4.3%로 둔화했다. 상반기 전체로는 4.7% 성장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4.5~5%)를 충족했지만, 하반기에 빨간불이 켜졌다.
표1. 중국 7월 제조업 주요 지표
| 구분 | 7월 지수 | 주요 내용 |
|---|---|---|
| 공식 제조업 PMI | 49.2 | 5개월 만에 위축 국면 전환 |
| 신규 주문지수 | 48.5 | 내수 수요 위축 |
| 생산지수 | 49.9 | 생산 활동 위축 |
| 신규 수출수주 | 49.6 | 2개월 만에 기준선 하회 |
| 대기업 PMI | 49.5 | 위축 국면 진입 |
| 중견기업 PMI | 50 미만 | 위축 국면 지속 |
| 중소기업 PMI | 50 미만 | 위축 국면 지속 |
| 소비재 제조업 PMI | 47.8 | 업황 부진 심화 |
| 고에너지 소비 업종 PMI | 47.0 | 주요 업종 가운데 부진 두드러져 |
| 주요 원자재 구매가격지수 | 53.2 | 관련 가격지수 4개월 연속 하락 |
| 출하가격지수 | 47.8 | 판매가격 하락 압력 지속 |
| 레이팅도그·S&P 제조업 PMI | 50.9 | 4개월 만에 최저치·4개월 연속 둔화 |
침체된 소비 심리와 내수 주문 감소가 원인
중국 제조업 부진의 발단은 내부의 소비와 투자 위축이다. 수출 신규 주문이 다소 회복세를 보였으나 외부 수요와 내수의 불균형 격차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4.3%로 1분기 5.0%보다 낮아졌다. 상반기 고정자산투자는 5.7% 감소했고 부동산 개발투자와 민간투자는 각각 18.0%, 8.5% 줄었다. 가계가 소비를 미루고 기업이 투자를 줄이자 공장이 만들어낸 제품을 국내에서 소화할 여력이 약해진 것이다. 7월 중 발생한 기온 상승, 태풍, 홍수 등 극단적인 기상 조건이 물류와 생산을 차단한 점도 물리적 악재로 작용했으나 더 근본적인 요인은 부동산 침체 장기화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가계의 자산 보존 경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내수 판매가 막힌 중국 기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중국의 6월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27% 늘었다. 월간 무역흑자는 5월 1,054억 달러(약 150조원)에서 6월 1,256억 달러(약 178조8,040억원)로 약 19.2% 확대됐다. 6월 자동차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대를 기록했고, 상반기 전자부품·컴퓨터 부품 등 인공지능 관련 교역액은 5조1,000억 위안(약 1,075조9,980억원)으로 57%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수출 확대에도 중국 제조업체의 자금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일정 규모 이상 공업기업의 완제품 재고는 전년 동기보다 8.8%, 매출채권은 7.7% 증가했다. 제품을 팔고도 제때 대금을 받지 못하는 기업이 늘었다는 뜻이다. 7월 PMI 출고가격지수도 47.8까지 하락했다.
中 저가 수출 공세에 韓·獨·日 제조업 압박
재고를 현금으로 바꾸려는 기업들이 가격을 낮추면서 중국 내 출혈 경쟁은 해외 시장으로 옮겨붙고 있다. 중국과 수출 품목이 겹치는 한국의 경우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부가가치 선박 등의 호조에 힘입어 수출 총액을 방어하고 있으나, 철강·석유화학·배터리·범용 반도체·산업기계에서는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중 관세 장벽을 피해 중국산 물량이 동남아시아·인도·중동으로 이동하면서 한국 기업의 제3국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도 동시에 압박받는 실정이다.
독일 산업계가 받은 충격은 더 크다. 중국 기업이 자동차·공작기계·화학·산업장비 분야에서 기술 격차를 좁히고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면서 독일의 주력 수출산업을 정면으로 압박하고 있다. 독일 산업생산은 2022년 초 이후 약 10% 감소했고, 2019년부터 사라진 산업 일자리는 약 25만 개로 추산된다. 2025년 기계산업에서는 2만2,000개의 일자리가 줄었으며, 자동차 산업도 2024∼2025년 5만1,000명의 고용을 감축했다. 중국에 설비와 차량을 팔아 성장했던 독일은 이제 중국산 산업기계와 전기차를 자국 시장에서 방어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일본 역시 중국산 완제품의 가격 공세에 고전 중이다. 반도체 소재·제조장비·정밀부품에서는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자동차·전자제품·범용기계 분야에서는 중국 업체의 시장 잠식이 빨라졌다. 특히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동남아에서 판매망과 현지 생산시설을 확대하면서 일본 완성차 업체가 장악해 온 태국과 인도네시아 시장도 재편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6대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 점유율은 2010년대 77%에서 2025년 상반기 62%로 떨어졌다. 아울러 일본산 소재와 장비를 활용해 만든 중국 제품이 해외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공급망 역전도 뚜렷해졌다.
중국산 제품이 주요국의 주력 시장을 잠식하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중국의 과잉생산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커졌다. 자국 내 소비와 투자는 위축됐는데 보조금과 정책금융을 받은 기업들이 생산설비를 유지하면서 남는 제품을 해외에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제조업 부진이 자국 내 감산으로 해소되지 않고 무역흑자 확대와 교역 상대국의 고용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도 통상 압박의 근거가 됐다.
중국 ‘기술굴기’ 비결은 국가 보조금, 경쟁국 8배
그러나 중국 정부는 과잉생산 비판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28일 공개한 1만 자 분량의 입장문에서 대규모 수출과 무역흑자만으로 과잉생산을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가와 산업별로 적정 설비가동률이 다른 데다,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기술 혁신과 규모의 경제, 완결된 공급망에서 나온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EU도 반도체·전기차·친환경에너지 산업에 막대한 지원금을 투입하고 있다며 자국 산업에 대한 견제를 보호무역으로 규정했다. 또 중국은 ‘차이나 쇼크 2.0’이라는 서방의 진단에 맞서 자국 산업 발전이 세계의 생산비용을 낮추는 ‘차이나 기회 2.0’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5개 제조업종의 글로벌 기업 525곳을 조사한 결과, 중국 기업이 받은 지원은 경쟁국의 3∼8배에 달했다. 2024년 주요 글로벌 제조기업에 투입된 산업보조금 1,080억 달러 가운데 중국 기업의 몫은 52%였다. 2005∼2023년 중국 기업이 확보한 세계 시장점유율 증가분의 약 60%도 정부 지원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중국 기업들은 직접 보조금과 세제 혜택 외에도 국유은행의 저리 대출, 지방정부의 토지 공급, 전기요금 감면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 범위를 세제와 토지, 금융까지 확대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현금 보조금과 세제 혜택, 저가 토지 공급, 우대 신용을 합산한 중국의 산업정책 지원이 2023년 GDP의 최대 4.4%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당시 중국 GDP를 적용하면 7,800억 달러(약 1,110조1,740억원) 규모다. 현금 보조금이 GDP의 2.0%, 세제 혜택이 1.5%, 토지 지원이 0.5%, 저리 금융이 0.4%를 차지했다. 같은 기준에 가까운 EU 회원국의 국가 지원은 2022년 GDP의 약 1.5%였다. IMF는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중복투자와 자원 배분 왜곡을 낳았다며 산업지원 규모를 중기적으로 GDP의 2% 수준까지 낮추라고 권고했다. 지원을 받은 기업이 생산성과 수익성을 충분히 높이지 못한 채 가격 인하와 설비 증설에 나서면서 시장 경쟁까지 왜곡했다는 지적이다.
이익 급감에도 설비 확장 지속, 국가 재정 동반 악화
문제는 보조금이 중국 산업의 수익성 악화를 가리는 동안에도 생산설비는 계속 늘어난다는 점이다. 올해 1∼5월 일정 규모 이상 중국 공업기업의 전체 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8.8% 증가했지만 증가분은 전자·통신장비와 일부 원자재 업종에 집중됐다. 같은 기간 자동차 업종 이익은 19.8%, 전기기계·장비는 13.7%, 철강 제련·압연은 37.4% 감소했다. 수출 물량이 늘어도 가격 인하 폭이 커지면서 기업에 남는 이익은 줄고 있다. 정부 지원이 끊기면 경영난이 발생할 기업까지 생산을 이어가면서 중국 내 가격 경쟁과 해외 저가 공세가 함께 격화되는 형세다.
보조금 재원을 부담하는 지방정부의 재정도 취약해졌다. IMF가 집계한 중국의 공식 일반정부 부채는 2024년 GDP의 60.9%였지만 지방정부융자기구와 정부 유도기금 등 장부 밖 채무를 포함한 확장 부채는 117.0%에 달했다. 현 정책이 유지되면 확장 부채 비율은 2034년 162.7%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하지만 부동산 침체로 토지매각 수입과 세수가 감소했는데도 지방정부는 공장 유치와 산업단지 조성, 저리 금융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이 적자 기업의 퇴출과 생산설비 감축을 미룰수록 재정 부담은 커지고 저가 수출 물량도 늘어난다.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자국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지방정부 부채 증가는 물론 주요국 제조업의 감산도 동시에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