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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인력난이 기회” 취업난 속 日 고용 시장 뛰어드는 韓 청년들, ‘블랙기업’ 문화에 일자리 질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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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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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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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취업 시장 문 두드리는 韓 구직자들
급증하는 日 외국인 노동자, 일자리 질은 '의문'
브로커·파견업체 개입 따른 부당 대우 사례 속출

한국 청년들의 일본 취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 취업 시장의 경력직 선호 기조가 심화하며 진입 장벽이 높아진 한편,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 정부 및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해외 인재 유치에 나선 결과다. 한국 외에도 아시아 각국의 인력이 일본으로 대거 유입되는 가운데, 시장 일각에서는 일본 취업의 양적 확대가 일자리의 질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경고도 나온다.

韓 청년 日 취업 급증

지난 3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최근 한국의 구직자들이 일본 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입보다는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대기업들로 인해 청년들의 취업 문턱이 높아진 한국과 달리, 일본 기업들은 대졸 신입 공채와 체계적인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인재를 흡수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러한 흐름은 통계를 살펴보면 보다 명확히 확인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국가별 해외 취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취업한 한국인은 2,257명으로, 전년(1,531명)보다 726명(47%) 증가했다. 

한국 청년의 일본 취업은 지난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과 한일 관계 악화 영향으로 2021년 586명까지 급감하기도 했으나, 최근 수년 사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일본은 2024년 4년 만에 미국을 제치고 해외 취업 국가 1위로 올라섰고, 지난해에도 1위 자리를 유지하며 미국과 격차를 벌렸다. 여기에 청년들이 협정 체결 국가에서 최대 1년간 체류하며 관광, 취업, 어학연수를 병행할 수 있는 '관광취업비자(워킹 홀리데이)'도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한국인 워킹홀리데이 비자 발급 건수는 2021년 207명에서 2024년 7,444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전체 외국인 워킹홀리데이 비자 발급자(2만1,963명)의 33.9%에 해당한다.

韓-日 고용 시장 현실은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한국과 일본의 엇갈린 고용 환경이 있다. 우선 한국의 경우, 청년층 취업난이 고질적인 사회 문제로 자리 잡은 상태다. 지난 6월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3.9%로 전년 동월보다 1.7%P 하락했고, 실업률은 7.0%로 0.9%P 상승했다. 같은 기간 20대 취업자 수도 19만9,000명 감소했다. 전체 취업자 수가 증가세를 보였음에도 불구, 청년층 고용 지표는 일제히 악화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첫 번째 직장을 잡는 데 1년 이상이 걸리는 청년 비중이 2004년 24.1%에서 지난해 31.3%까지 증가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반면 일본 기업은 저출산·고령화로 신규 인력 채용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1995년 약 8,700만 명에서 2024년 약 7,200만 명으로 줄었으며, 2035년에는 6,500만 명 수준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일본에서는 숙박·외식, 도소매, 의료·복지 등 서비스업뿐 아니라 제조업, IT 등의 분야에서도 인력 부족이 상시화한 상황"이라며 “현지 인력만으로 채용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워지면서 외국인 인재 확보는 사업 유지를 위한 핵심 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日 외국인 노동자 '역대 최대'

실제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지난해 10월 말 기준 257만1,037명으로 전년보다 26만8,450명(11.7%) 늘었다. 이는 2007년 신고 의무화 이후 최대 규모다. 국적별로는 베트남 국적 노동자가 60만5,906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이 43만1,949명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 국적 노동자는 8만193명으로 집계됐다. 자격별로 살펴보면, 전문·기술 분야 체류 자격 보유자는 86만5,588명으로 1년 새 20.4% 급증하며 전체 외국인 노동자의 33.7%를 차지했다. 이 중 사무·IT·통번역·설계 등 ‘기술·인문지식·국제업무’ 종사자는 46만8,068명으로 전체의 18.2%였고, 제조·건설·숙박·외식·간병 등 인력 부족 업종에서 일하는 ‘특정기능’ 노동자는 28만6,225명(11.1%)이었다.

전문·기술 분야 자격 외로는 영주자, 일본인 배우자 등 취업 제한이 없는 ‘신분 기반 체류 자격’ 보유자가 64만5,590명(25.1%)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기능실습생 49만9,394명(19.4%) △유학생 아르바이트 등 ‘자격 외 활동’ 44만9,324명(17.5%) △워킹홀리데이와 간호·간병 후보자 등이 포함된 ‘특정활동’ 11만1,074명(4.3%) 순이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종사자가 전체의 24.7%로 가장 많았고, △기타 서비스업 15.2% △도소매업 13.3% △숙박·음식업 12.4% △건설업 8.0% △의료·복지 5.7% △정보통신업 3.8%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블랙기업' 리스크 가시화

문제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주어지는 일자리의 ‘질’이다. 일본에서는 과도한 노동 강요, 잔업수당 미지급, 직장 내 괴롭힘 등 부당 대우를 일삼는 기업을 이른바 ‘블랙기업’으로 부른다. 특히 인력이 부족해 상시 채용에 나서는 기업 중에는 열악한 근무 여건과 높은 이직률 때문에 일본인 구직자가 기피하는 곳도 적지 않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 일본에 온 외국인 노동자가 의도와 무관하게 '저질 일자리'를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위험은 일본 정부의 근로감독 결과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2024회계연도에 장시간 노동이 의심되는 사업장 2만6,512곳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중 42.4%(1만1,230곳)에서 불법적인 시간외근무가 적발됐다. 이 가운데 5,464곳에서는 일부 근로자의 월 시간외·휴일 근무가 80시간을 넘었고, 3,191곳은 100시간을 초과했다. 잔업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업장도 2,118곳에 달했다. 당국이 2024년 신고나 위험 징후 등을 토대로 근로감독을 실시한 특정기능 외국인 고용 사업장 5,750곳 중 76.4%에서도 노동관계법 위반이 확인됐다. 주요 위반 사항은 안전기준 미준수 24.0%, 가산임금 미지급 17.2%, 불법적인 노동시간 15.4%, 유급휴가 미부여 12.2%, 임금 지급 및 근로조건 명시 위반 각각 10.3% 등이었다. 조사 대상이 된 기능실습생 고용 사업장 중 73.2%에서도 법 위반이 적발됐다.

표1. 일본 외국인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환경

구분조사 결과
주요 문제장시간 노동, 낮은 임금, 잔업수당 미지급, 직장 내 괴롭힘
장시간 노동 의심 사업장2만6,512곳 중 1만1,230곳에서 불법 시간외근무 적발
월 80시간 초과근무5,464곳
월 100시간 초과근무3,191곳(월 80시간 초과 사업장에 포함)
잔업수당 미지급2,118곳
특정기능 외국인 고용 사업장조사 대상 5,750곳 중 76.4%에서 노동관계법 위반
특정기능 사업장 주요 위반안전기준 미준수 24.0%, 가산임금 미지급 17.2%, 불법 노동시간 15.4%, 유급휴가 미부여 12.2%, 임금 지급 및 근로조건 명시 위반 각각 10.3%
기능실습생 고용 사업장조사 대상의 73.2%에서 노동관계법 위반
자료: 일본 후생노동성

베트남 노동자들의 처우

일부 기업과 브로커가 기술·인문지식·국제업무 비자의 외피를 이용해 외국인 인력을 단순노무 현장에 공급한 사례도 잇달아 확인되고 있다. 일본 시사주간지 아에라가 지난 1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한 베트남 여성은 ‘회계 업무’를 맡는다는 설명을 믿고 기술·인문지식·국제업무 비자 자격으로 일본에 입국했다가 현지 식품가공 공장의 생산라인에 투입됐다. 이후 입관 당국은 고용을 알선한 기업보다 먼저 이 여성을 체류자격 외 활동 혐의로 적발했다. 회사와 브로커의 허위 설명에 속은 피해자였지만, 실제 허가받지 않은 업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로 노동자 본인까지 형사·체류상 불이익을 떠안은 것이다.

파견 업체를 거쳐 제조업 현장에 투입된 베트남인들이 해고·임금체불 위험에 직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일본 아이치노동국은 도요타시 소재 인력파견업체 대표를 베트남인 파견노동자 73명의 두 달 치 임금 1,668만 엔(약 1억5,08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송치했다. 이 업체는 베트남인들을 기술·인문지식·국제업무 비자 자격으로 입국시킨 뒤, 아이치·기후·미에현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등 약 30곳에 파견했다. 시즈오카현에서는 베트남인 등을 제조·포장 업체에 파견하던 회사가 경영난으로 갑자기 영업을 중단하면서 수백 명이 해고되고 수천만 엔의 임금이 체불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해고된 베트남인의 상당수는 기술·인문지식·국제업무 체류 자격자였으며, 일부는 이직과 실업급여 신청에 필요한 이직표와 건강보험 자격상실증명서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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