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AI 특수’ 합작, 美 철강, 26년 만에 日 제치고 세계 3위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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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알루미늄 관세 50% 인상으로 수입재 가격경쟁력 급락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투자가 대규모 철강 수요 창출 관세 보호와 AI 특수 결합으로 미 철강산업 생산 기반 회복

미국이 26년 만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 철강 생산국으로 올라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최대 50%까지 끌어올리며 수입재를 밀어낸 상황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투자가 대규모 신규 수요를 창출했다. 관세 효과를 확인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산 금속 사용 비율을 우대세율과 연계하고 철강·알루미늄·구리 파생제품까지 관세망에 편입하며 조달 체계의 미국 중심 재편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美, 조강 생산량 8,190만 톤 달성
6일(이하 현지시간)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미국의 2025년 조강 생산량은 8,190만 톤(t)으로 전년보다 3.0% 증가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3위의 철강 생산국으로 부상하며 기존 4위(2023~2024년)에서 한 단계 올라섰다. 미국에 3위 자리를 내준 일본의 조강 생산량은 같은 기간 8,400만t에서 8,070만t으로 3.9% 감소했다. 미국이 일본을 추월한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이다.
양국의 생산 격차는 2024년 일본 우위 450만t에서 지난해 미국 우위 130만t으로 바뀌며 580만t의 변동폭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미국 증산분은 250만t, 일본 감산분은 330만t이었다. 순위 역전에는 미국의 생산 확대와 일본 생산량이 8,070만t까지 감소한 여파가 함께 작용했다. 일본 철강업은 건설·자동차 수요 부진과 수출 둔화에 압박받고 있으나 미국 철강업은 부활 조짐이 뚜렷하다.
25% 고율 관세 부활로 수입재 축출
미국의 철강 생산이 늘어난 데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이후 부활시킨 수입 '철강 관세'의 영향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국가별 면제와 쿼터를 폐기하고 3월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25% 관세를 일률 부과했다. 이어 6월 4일 세율을 50%로 끌어올렸다.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이 누리던 무관세 쿼터가 사라지면서 미국 시장에 진입하는 외국산 철강의 가격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됐고, 수요는 현지 제철소로 이동했다.
미국철강협회(AISI)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완제품 철강 수입량은 1,755만 순t으로 전년 동기보다 15.1% 감소했다. 완제품 수입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9%까지 하락했다. 11월 수입량은 전월보다 18.7% 줄어 관세 인상 이후 수입 위축이 후반부로 갈수록 심화했다. 수입 감소는 미국 제철소의 판매량과 가동률을 밀어 올렸다. 작년 11월까지 미국 철강사의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5.0% 증가했다. AISI가 집계한 미국 제철소 설비 가동률은 이달 초 81.0%로 1년 전 78.2%보다 2.8%포인트 상승했다. 관세 장벽이 수입 물량을 밀어낸 자리를 미국산 제품이 채우면서 생산 회복의 발판이 형성됐다.
가격 상승은 관세 효과의 또 다른 축이다.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를 보면, 철과 철강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10.4% 올랐고, 제철소 제품 가격은 13.3% 상승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관세 이후 미국 철강 가격이 국제 가격보다 빠르게 올랐으며 철강 수요 기업의 투입비용이 10∼13%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제철소의 채산성 개선이 자동차·기계·건설업계의 원가 부담으로 전이된 셈이다.
AI 데이터센터발 철강 특수
수요 총량을 밀어 올린 가장 큰 동력은 AI 인프라 투자에서 나왔다. 미국 인구조사국 기준 데이터센터 건설 지출은 지난해 8월 연율 414억 달러(약 58조7,000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32% 늘었다. 2020년과 비교하면 344% 급증한 규모다. 건설시장 분석업체 닷지컨스트럭션네트워크는 데이터센터와 토목 인프라가 지난해 미국 건설 착공액 증가를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전체 건축 착공 면적이 4.7% 감소한 상황에서도 데이터센터 투자는 독주를 이어갔다.
AI 데이터센터는 서버 건물에 투입되는 철근과 형강부터 냉각 배관, 전력 케이블, 변압기, 송전탑, 가스발전 설비까지 광범위한 금속 제품을 필요로 한다. 초대형 AI 캠퍼스가 발전소와 변전소를 함께 짓는 복합 인프라로 확장되면서 철강 투입 범위도 넓어졌다. 미국 철근 생산업체 커머셜메탈스컴퍼니(CMC)의 실적에도 AI 건설 특수가 직접 반영됐다. CMC의 2025회계연도 북미 철강 부문 출하량은 전년보다 13% 증가했고, 철근 출하량도 비슷한 폭으로 늘었다.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수요가 장기 철강재 판매를 견인하면서 CMC의 작년 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2,600만 달러(약 368억8,620만원)에서 9,300만 달러(약 1,319억3,910만원)로 뛰었다.
미국 최대 철강사 뉴코어의 지난해 3분기 제철소 출하량도 640만 숏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철근 가공 물량은 28%, 조이스트·데크 물량은 50% 급증했다. 스틸다이내믹스의 철강 가공 수주 잔액도 지난해 상반기 중 15% 늘어 올해까지 이어졌다. WSA가 산출한 미국의 작년 철강 명목소비량은 9,090만t으로 전년보다 2.0% 증가했다. 생산량 증가율 3.0%에는 수입 대체와 소비 확대가 함께 반영됐다.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가 신규 수요를 공급했고, 관세는 해당 수요를 미국 제철소로 유도했다.
표1. 트럼프 행정부의 금속 파생제품 추가 관세 추진 현황
| 구분 | 핵심 내용 |
|---|---|
| 추진 배경 | 철강 산업에서 수입 대체 효과가 확인되자 금속 파생제품으로 관세 범위 확대 추진 |
| 법적 근거 | 무역확장법 232조 |
| 검토 대상 | 철강·알루미늄·구리 파생제품 14개 품목 |
| 예상 관세율 | 최대 25%의 국가안보 관세 |
| 추진 절차 | 미 상무부가 연방 관보 사전 공지를 통해 업계 의견 수렴 착수 |
| 의견 제출 기한 | 미정 |
| 주요 대상 품목 | 알루미늄 분말, 금관악기·부품, 용접 장비, 바닥 금고, 전기·통제 케이블, 소화기, 열교환기·유압 엔진 부품, 크레인·리프팅 장비, 각종 트레일러, 화학물질 충전 강철 용기 등 |
| 기존 관세 조치 |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8년 철강 25%, 알루미늄 10% 관세 부과 |
| 예상 파급효과 | 금속 함유 완제품과 산업용 장비의 수입 비용 상승 및 미국 내 생산 전환 압력 확대 |
트럼프, 금속 파생 제품까지 관세 확대
철강 산업을 통한 수입 대체 효과가 확인되자,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알루미늄·구리 파생 제품 14개 품목을 추가 관세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이달 초 연방 관보 사전 공지를 통해 해당 품목에 대한 업계 의견 수렴에 나섰다. 다만 의견 제출 마감 시한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추가 관세 적용이 검토되는 품목은 △비(非)층상 구조 알루미늄 분말 △금관악기 및 부품 △용접기와 용접 장비 부품 △독립형 바닥 금고 △전기도체 케이블 △소화기 △열교환기 부품 △선형 작동 유압 엔진·모터 부품 △이동식 리프팅 프레임 및 스트래들 캐리어 △자주식 크레인 및 이동식 리프팅 프레임 △탱커 트레일러 및 반트레일러 △기타 트레일러 및 반트레일러 △농업용 자동 적재·하역 트레일러 △액화프로판(LPG)·산소·프로필렌 등 화학물질이 충전된 강철 용기 등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품이 미국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으며 이후에도 금속 관련 관세 확대를 추진해 왔다. 이번 방안이 시행될 경우 신규 대상 품목에도 최대 25%의 국가안보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미국산 조달 유도하는 관세 설계
관세 외연 확대는 미국산 금속 사용을 강제하는 조달 체계와 결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미국에서 용해·주조한 철강과 알루미늄을 금속 중량의 85% 이상 사용한 파생 제품에 10% 우대세율을 적용했다. 한국과 일본, EU 등 무역합의 대상국의 일부 산업·농업 장비에는 15% 세율을 설정했다. 낮은 관세를 받으려면 미국산 소재 구매 비중을 높여야 하는 조건이 붙었다. 수입 차단이 장기간 지속되면 미국 철강사의 가격 결정력도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현물시장의 수급 지표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AISI에 따르면 이달 1일까지 미국 조강 생산량은 5,551만 순t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늘고 평균 설비 가동률은 77.0%에서 79.0%로 올랐다. 올해 1분기 열연강판 수입량은 21만5,027t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2% 급감했고, 제철소 정기보수와 장기계약 물량 확대가 겹치며 현물 공급 여력도 빠르게 줄었다.
시장조사기관 패스트마켓츠는 신규 전기로 증설분이 투입되기 전까지 수입재가 단기 공급 부족을 해소할 유일한 완충 수단이라고 진단했다. 10·15% 우대세율은 2027년 말까지 적용되며, 미 연방 관보는 미국산 함량을 허위 신고한 수입자에게 관세국경보호청(CBP)이 법정 제재를 부과하도록 명시했다. 해외 장비업체로서는 낮은 세율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제철소와 장기 구매계약을 맺고 원산지 관리 체계를 정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관세 방벽이 수입재의 가격 견제 기능을 약화시키고 원산지 요건이 미국향 제품의 소재 수요를 미국 제철소에 묶으면서, 미국 철강사의 협상 우위는 조달 단계부터 강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