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해외정부정책
  • 감원·구인난 교차하는 美 노동시장, 고숙련 인재 중심으로 재편 가속

감원·구인난 교차하는 美 노동시장, 고숙련 인재 중심으로 재편 가속

Picture

Member for

1 year 8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수정

경기 둔화와 AI 확산이 동시에 끌어올린 채용 기준
기업은 초년생보다 검증 역량을 갖춘 경력자 선호
저해고 국면 속 구인·채용 간 괴리 갈수록 확대

미국 노동시장이 낮은 해고율과 극심한 채용 부진이 공존하는 ‘저해고·저채용’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도입이 초급 사무·기술직의 진입 통로를 축소하는 한편,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업의 숙련인력 수요는 증폭시키는 모습이다. 감원과 구인난이 병존하는 가운데 미국 노동시장의 임금과 고용 기회도 생산성, 숙련도, AI 활용·검증 역량에 따라 재편되고 있다.

낮은 해고율 아래 굳어지는 ‘저채용’ 시장

15일(이하 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1만5,000건으로 집계돼 전주보다 2,000건 감소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21만8,000건도 밑도는 수준이다. 반면 2주 이상 실업수당을 계속 받는 사람을 집계한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6월 21∼27일 주간 181만4,000건으로, 전주보다 8,000건 증가했다. 4주 이동평균도 180만8,000건으로 7,000건 늘었다.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의 유입은 제한됐으나 실직자가 새 직장을 구해 수급 대열에서 빠져나가는 속도는 더뎌졌다는 의미다.

6월 고용지표에서도 같은 정체가 확인됐다. 미국의 비농업 취업자는 전월보다 5만7,000명 증가했고 실업률은 4.2%로 0.1%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노동시장 참가율은 61.5%로 0.3%포인트 낮아졌으며, 최근 12개월간 월평균 고용 증가는 3만6,000명에 머물렀다. 실업률 하락에 구직활동 중단이 일부 영향을 미친 가운데, 기업의 인력 방출과 신규 충원이 함께 낮아지는 ‘저해고·저채용’ 국면이 고착되는 모습이다.

일자리 총량만 보면 수요는 충분하다. 미 노동통계국(BLS)의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5월 말 구인 건수는 759만4,000건으로 당시 실업자 730만 명을 웃돌았다. 같은 달 실제 채용은 517만 명으로 전월보다 4만5,000명 줄었고 채용률은 3.3%에 머물렀다. 기업이 자리를 비워둔 채 적합한 후보를 기다리거나 채용 결정을 늦추면서 구인 공고와 실제 고용 사이의 전환율이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채용시장 위축의 충격은 특히 대졸 초년생에게 집중되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집계에서 올해 1분기 22~27세 대졸자의 실업률은 5.7%, 학위가 통상 요구되지 않는 직무에 종사하는 불완전취업률은 41.5%에 달했다. 6월 기준 27주 이상 장기 실업자도 190만 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28만6,000명 증가했다. 학위 취득 이후 첫 경력을 쌓는 통로가 좁아지면서 구직 기간이 길어지고 전문직 진입도 지연되는 모양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은 청년층 고용 악화의 가장 큰 설명 변수로 전체 구인 수요의 둔화를 지목했다. AI 관련 채용 확대도 초년 근로자에게 요구되는 기술 수준을 높였지만 그 영향은 광범위한 구인 감소보다 작았다. 특히 대졸 취업난은 경기 둔화와 채용 보수화, 직무별 기술 요건의 상향이 중첩된 결과로 해석된다. 학위의 고용 안전판 기능은 약해지고 기업이 원하는 경험과 기술을 갖춘 인재의 희소성은 높아지고 있어서다.

AI발 감원·인프라 증설 동시 진행

다만 전체 채용 둔화 속에서도 AI를 감원 사유로 명시한 사례는 빠르게 늘고 있다. 고용정보 업체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에 따르면 미국 기업이 올해 상반기 발표한 감원은 44만3,604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기업이 AI를 감원 사유로 명시한 인원은 10만1,743명으로 전체의 23%를 차지했다. 테크 업계 감원은 13만9,156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83% 증가했다.

AI발 충격은 초급 직무의 채용에서 먼저 포착되고 있다. 스탠퍼드대 디지털경제연구소가 미국 급여관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생성형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의 22~25세 근로자는 기업별 충격을 통제한 뒤에도 고용이 16%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같은 직군의 경력 근로자 고용은 안정세를 유지했으며, 22~25세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고용은 2024년 이후 약 20% 줄었다. AI가 처리하기 쉬운 기초 분석과 자료 정리, 초안 작성 업무부터 채용 수요가 위축된 영향이다.

이에 기업이 신입에게 요구하는 역량도 상향되고 있다. 컨설팅 기업 PwC가 채용공고 10억 건 이상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미국에서 AI 노출도가 높은 초급 직무는 노출도가 낮은 직무보다 리더십과 전략적 사고 등 상급자 역량을 요구할 확률이 7배 높았다. AI가 기초 업무를 담당하면서 초년생에게 남는 역할이 판단·검증·조정 중심으로 재편된 결과다. 기업은 채용 단계부터 경험과 업무 맥락 이해, AI 결과물 검증 능력을 갖춘 인력을 선호하고 있다.

자동화의 한계가 확인되면서 폐지했던 직무를 되살리는 재채용 움직임도 나타났다. 미국 인사·채용 컨설팅 업체 로버트하프 조사에 따르면 AI 도입 이후 직무를 없앴던 채용 담당자의 30% 이상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자리를 다시 채용했다고 답했다. AI가 정형화된 업무의 처리량을 높여도 예외 상황 판단과 품질관리, 고객 관계, 조직 내부 지식까지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초급 업무는 줄어드는 반면 AI를 통제하고 결과를 교정할 수 있는 경력자의 수요가 유지되면서 숙련도에 따른 고용 격차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생산성·숙련도가 결정하는 노동의 새 가격

AI 도입이 사무·기술직의 고용 문턱을 높이는 사이, 급증한 연산 수요를 감당할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건설은 전기기사·배관공·용접공 등 현장 숙련인력의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와 송전망, 발전소 건설이 동시에 늘면서 전기공과 송전선 설치 인력, 설계·조달·시공 인력 확보 경쟁이 격화되는 추세다. 미국 건설인력의 약 41%가 2031년까지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건설협회는 올해 34만9,000명, 내년에는 45만6,000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공정 오류의 비용이 큰 데이터센터 사업은 고숙련 전기공과 배관공, 냉난방공조 기술자를 집중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첨단 제조업도 유사한 인력 제약에 직면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딜로이트는 2033년까지 미국 제조업에 최대 380만 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하며, 현재의 기술·지원자 격차가 지속되면 190만 개의 일자리가 공석으로 남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반도체산업협회도 2030년까지 반도체 기술자·엔지니어·컴퓨터과학자 6만7,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미국·유럽의 중국 공급망 의존 축소 비용이 2050년까지 23조6,000억 달러(약 3경4,900조원)로 추산되면서 공장과 전력망, 물류 인프라를 운영할 인력 수요도 장기화할 전망이다.

AI 활용 능력에도 높은 가격이 붙고 있다. PwC 분석에서 미국의 AI 기술 요구 채용공고는 지난해 112만 건으로 전년보다 66% 증가했다. 같은 업종 내 제시 임금은 AI 기술을 요구한 공고가 제조업에서 78%, 기술·미디어·통신에서 65%, 전문서비스에서 55% 높았다. 개발자 수요와 함께 기존 업무에 AI를 적용하고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현업 인력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AI 활용 능력이 새로운 임금 결정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이렇듯 미국 노동시장은 고용 총량의 붕괴보다 생산성에 따른 선별이 강화되는 국면에 진입했다. 현장 숙련과 산업 지식, AI 활용·검증 능력을 결합한 인력은 임금 프리미엄과 높은 협상력을 확보하는 반면, 경력 형성 기회를 얻지 못한 초년생과 전환 훈련에서 소외된 근로자는 장기 실업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의 인력 전략 역시 대규모 충원에서 소수 정예 채용과 내부 재교육, 베테랑 재배치 중심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8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