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인구배당 시대, 인재와 산업을 함께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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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인구보다 중요한 양질의 일자리 인재 순환과 산업 경쟁력이 성장 동력 교육·고용·산업정책의 유기적 연계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계 경제는 상반된 인구구조 변화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서는 2025년부터 2035년까지 약 12억 명의 청년이 노동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반면 선진국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노동력 규모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청년 인구 증가가 곧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노동력 부족도 해외 인력 확보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인구구조 변화가 성장으로 이어질지는 청년층을 생산적인 일자리와 연결하고 생산성을 높일 산업 기반을 얼마나 구축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인구 규모보다 '일자리 구조'가 중요
인구배당(Demographic Dividend)은 생산가능인구 증가가 소비와 투자,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면서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효과를 뜻한다. 그러나 청년 인구가 늘어난다고 인구배당이 자동으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가 청년층을 흡수할 만큼 양질의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지 못하면, 인구 증가는 실업 확대와 저생산성, 소득 정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한계는 최근 노동시장에서도 확인된다. 2023년 전 세계 청년 실업자는 6,490만 명으로 21세기 들어 가장 적었고 청년 실업률도 13%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청년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비율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국가에서 살고 있다. 특히 저소득 국가에서는 대학 교육을 받은 청년의 실업률이 기초교육 이수자보다 높게 나타난다. 교육 수준은 높아졌지만 이를 뒷받침할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히 늘지 못한 결과다.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하면 인구배당 정책도 교육과 직업훈련 확대에만 의존해서는 한계가 분명하다. 대학 정원을 늘리고 직업훈련을 확대하더라도 기업의 투자와 채용이 뒤따르지 않으면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기회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책의 초점도 교육 공급 확대보다 기업의 투자 여건을 개선하고 일자리 창출 기반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물경제의 고용 기반을 넓힐 산업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식품 생산과 물류, 의료, 주택, 유지·보수, 재생에너지, 관광, 디지털 공공서비스, 경공업은 대규모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이들 산업이 농촌과 중소도시, 수출시장을 연결하는 가치사슬을 형성하면 청년층의 취업 기회가 확대되고 생산성 향상 효과도 함께 기대할 수 있다.
정책의 목표도 '청년 과잉(Youth Bulge)'이라는 인구 현상을 관리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청년 인구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는 '일자리 배당(Jobs Dividend)'을 실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도로와 전력, 항만 등 핵심 인프라를 확충하고 금융과 조세, 사법제도, 돌봄 서비스 등 기업 활동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을 정비하는 일 역시 중요한 과제다. 안정적인 투자 환경이 마련될 때 기업은 생산시설과 고용을 확대할 수 있고 청년 인구도 국가 성장의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재 순환이 만드는 지속 가능한 성장
청년 일자리 기반 확충만으로는 인구배당을 온전히 실현하기에 부족하다. 국가 간 인력 이동이 갈수록 활발해지는 만큼 인재를 어떻게 순환시키고 활용하느냐도 성장 잠재력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선진국은 부족한 노동력을 해외 전문 인력으로 보완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의료와 정보기술(IT) 등 인력난이 심한 분야를 중심으로 개발도상국 인재의 이동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은 단기적으로 노동력 부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 간 인적자원 격차를 확대할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 인력이 지속적으로 해외로 유출되면 의료와 교육 등 필수 서비스의 인력 기반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른바 '두뇌 유출(Brain Drain)'이 심화되면 개발도상국의 성장 잠재력이 낮아지고 인력을 받아들이는 국가에서도 이민 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인력을 공급하는 국가의 교육·훈련 기반을 함께 강화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선진국이 해외 의료 인력을 채용한다면 해당 국가의 대학과 교수진, 실습시설 확충에도 투자해 전문 인력의 공급 기반을 넓혀야 한다.
비자 제도 역시 해외 경험을 쌓은 인력이 고국으로 돌아와 정착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 해외에서 축적한 경험과 자본, 국제 네트워크가 창업과 투자, 산업 발전으로 이어질 때 인력 이동의 성과도 양국에 고르게 돌아갈 수 있다. 국가 간 자격과 면허 인정 절차의 개선도 필수적이다. 복잡한 인증 절차 때문에 숙련 인력이 전문성을 살리지 못한 채 저숙련 일자리에 머무는 사례를 줄이고 필요한 분야에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산업 역량 축적과 농촌 일자리 확대
인재를 양성하고 국가 간 인력 이동을 활성화하더라도 산업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기 어렵다. 과거 아웃소싱 중심의 성장 전략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인도는 글로벌 서비스 산업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서비스 수출국으로 성장했지만, 양질의 일자리를 충분히 늘리지는 못했다. 경제적 성과가 영어를 구사하는 일부 대도시 인력에 집중되면서 2022년 대졸 청년 실업률은 29.1%까지 치솟았다. 제조업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비스 산업만으로 성장을 추진하는 개발도상국이라면 이러한 경험에서 정책적 시사점을 얻는 일이 중요하다.
외국 기업의 하청 업무는 기술과 운영 경험을 축적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자체 기술과 제품, 경영 역량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성장 기반은 오래 유지될 수 없다. 제조업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비스 산업만으로 성장을 추진하는 개발도상국이라면 이러한 경험을 정책 수립의 기준으로 활용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노동력만 제공하고 핵심 기술과 부가가치를 해외에 남겨두는 구조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힘들다. 따라서 아웃소싱으로 축적한 경험과 자본이 국내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 글로벌 서비스 계약에는 현지 관리자와 전문 인력 양성 계획을 함께 반영하고 공공조달을 활용해 소프트웨어와 물류, 헬스케어 등 국내 산업 생태계도 함께 육성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산업 기반 강화는 도시에만 머물러서도 안 된다.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청년의 절반 이상이 여전히 농촌에 거주하면서 저임금 노동에 머무는 실정이다. 이를 위해 도시의 식품 소비 증가에 맞춰 식품 가공과 포장, 물류, 유통 등 농업 연관 산업을 육성하면 농촌 청년에게도 안정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이러한 과제는 아프리카에서 더욱 중요하다. 2024년 15억 명을 넘어선 아프리카 인구는 2050년 25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가능인구도 약 16억 명으로 늘어나 전 세계 노동력의 25%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처럼 빠르게 늘어나는 노동력을 성장 동력으로 연결할지, 비공식 부문의 저임금 노동에 머물게 할지는 지금의 인프라와 산업 기반 투자가 좌우한다.
청년 고용과 사회 통합의 과제
재정 여력이 부족한 국가는 한정된 재원을 가장 효과적인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공공재원은 성과가 불분명한 직업훈련이나 고용 효과가 낮은 세제 지원보다 민간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는 마중물 역할에 우선 투입할 필요가 있다. 개발금융도 해외 자금 지원에 그치기보다 자국 금융기관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운영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노동시장 제도 역시 근로자 보호와 기업의 채용 부담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정책의 성패는 청년들이 미래를 자국에서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을 얼마나 조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오늘날 청년들은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각국의 일자리와 생활 여건을 실시간으로 비교한다. 정책이 약속에 머물면 더 나은 기회를 찾아 해외로 떠나거나 노동시장을 이탈할 가능성이 커지고, 사회 통합과 성장 기반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는 앞으로 청년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국가와 노동력이 부족한 국가가 공존하는 구조 속에서 성장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 생태계를 구축하고 인재 순환과 산업 경쟁력을 함께 키우는 국가는 인구구조 변화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연결할 수 있다. 반면 청년을 값싼 노동력으로만 활용하는 국가는 인구 증가의 이점을 성장으로 이어가지 못한 채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New Labour Bargain: Youth, Jobs, And Ageing Economie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