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컬쳐] AI 보편화된 대학가, 과제·평가 방식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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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AI 이용 보편화에도 단순 활용에 집중 대학·정부 차원의 교육 지원체계는 여전히 미흡 결과보다 이해·검증 과정 중심으로 평가 전환 필요
본 연구 기사는 글로벌 교육 전문지 The EduTimes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duTime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duTimes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영국 고등교육정책연구소(HEPI) 조사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사용하는 영국 학부생 비율은 2년 전 66%에서 올해 95%로 높아졌다. 그러나 학생들은 AI를 주로 검색과 요약, 문장 교정 등에 사용하고 있으며, 개념 이해와 비판적 사고를 요구하는 심층 학습에 활용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다. 이처럼 AI 활용 확산에 비해 학습 효과는 제한적인 만큼 대학 교육과 평가 방식도 이에 맞춰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
AI 확산에도 활용 수준은 제자리
이 같은 흐름은 영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16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고등교육 학생의 86%가 학업에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유럽연합(EU)의 평균 이용률도 72%에 달했다. 다만 에스토니아와 노르웨이가 각각 89%, 87%를 기록한 반면 루마니아와 튀르키예는 각각 53%, 52%에 그쳐 국가별 격차는 컸다.
AI 활용은 학생을 넘어 대학 교직원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교육위원회(DEC)에 따르면 세계 대학 교직원의 61%가 매주 AI를 사용했으며 캐나다와 미국에서는 대학 행정·지원 인력의 이용률이 84%를 기록했다. 전공별로는 차이가 나타나, 과학·기술·공학·수학(STEM)과 경영 분야의 이용률이 예술·인문학 분야를 크게 웃돌았다. 반면 이용률에 비해 숙련도는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전 세계 대학 교직원 가운데 자신을 AI 고급 사용자나 전문가로 평가한 비율은 17%에 불과했고, 수업에 AI를 사용하는 교수진의 88%도 초급 또는 중간 수준으로 평가했다. 학생들 역시 요약과 문장 수정, 번역 등에 주로 AI를 사용해 개념 이해나 비판적 사고가 필요한 학습에는 활용이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변화 못 따라가는 대학 정책
활용 수준이 낮은 배경에는 범용 AI 자체의 한계도 있다. 미국에서는 어려운 과제나 개념을 다룰 때 AI를 사용하는 학생 비율이 전년보다 줄었으며 복잡한 문제일수록 교수자에게 직접 도움을 구하는 경향을 보였다. 범용 AI는 답변을 빠르게 제시할 수 있지만, 학생의 개념 이해와 판단을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해야 할 대학의 대응도 더디다는 점이다. 유네스코(UNESCO) 조사에서 공식 AI 정책을 마련한 고등교육 기관은 19%에 그쳤으며 42%는 정책을 마련하는 단계였다. 대학 차원의 기준이 정립되지 않으면서 데이터 보호와 학문적 진실성, 윤리적 이용에 관한 판단도 상당 부분 학생과 교수자에게 맡겨지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도구에 대한 지원 역시 부족한 실정이다. 학생들은 주로 챗지피티(ChatGPT)와 그래머리(Grammarly),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Microsoft Copilot) 등 일반 소비자용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학생에게 AI 도구를 직접 제공하는 영국 대학은 38%에 불과했다. 독일에서도 생성형 AI 라이선스를 보유한 대학은 약 30%에 그쳤다. 이로 인해 상당수 학생은 개인 비용으로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무료 서비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과제와 개인정보가 외부 시스템에 입력되면서 데이터 보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AI가 대신할 수 없는 과제 설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AI가 교육 현장에 널리 활용되는 현실을 반영해 학생의 학습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교육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제언한다. 핵심은 AI 사용을 제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활용 과정에서 학생의 이해와 판단을 끌어내는 데 있다. 기존 코딩 교육에서도 외부에서 가져온 코드 자체보다 이를 주어진 문제에 적용하고 오류를 수정하는 능력을 중요하게 평가해 왔다. 코드를 그대로 가져오더라도 실제 문제에 적용하려면 직접 실행하고 오류를 찾아 수정해야 해 자연스럽게 코드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이해하게 된다.
AI를 활용하는 과제에도 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교수자가 직접 수정한 데이터나 수업 자료를 제시하고 앞선 문항의 결과를 다음 문항에서 활용하도록 구성하면 AI가 생성한 답변을 그대로 제출하기 어려워진다. 여기에 AI의 초기 답변에서 오류를 찾아 수정한 과정까지 제출하도록 하면 최종 결과뿐 아니라 문제에 대한 이해도와 판단 능력까지 평가 대상이 된다.
개인에 맡길 수 없는 교육
그러나 이 같은 과제 재설계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와 대규모 강의를 병행하는 교수자가 수업 자료와 평가 방식을 개별적으로 개발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새로운 교육 방식이 일부 교수자의 시도에 그치지 않으려면 대학 차원의 업무 지원과 함께 여러 강의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육자료와 평가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육과정과 관련 도구를 공동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한국은 20개 대학을 지정해 공동으로 활용할 AI 기초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교수진 교육과 교육자료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여러 대학이 외부 기관과 협력해 AI 교육 도구를 공동 개발 중이다. 대학마다 별도의 체계를 구축하는 대신 검증된 교육 방식과 자료를 공유해 현장 적용을 확대하려는 취지다.
AI가 대학 교육의 주요 도구로 자리 잡은 만큼 교육과 평가 방식도 이에 맞춰 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핵심은 학생들이 AI를 활용하더라도 스스로 문제를 이해하고 결과를 검증·판단할 수 있도록 학습 과정을 설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학과 정부는 개별 교수자의 역량에 의존하기보다 교육자료와 평가 모델을 개발·공유하고 현장 적용을 지원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뒷받침돼야 AI 활용도 실질적인 학습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AI in Higher Education: Why Universities Must Redesign Learning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duTimes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