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공습 막아라" 우크라 패트리엇 추가 지원 나선 유럽, 美 재고 고갈·우크라 방산 예산 누수가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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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PURL 통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미사일 지원 추진 러시아 공세에 신음하는 우크라이나, 韓·日에도 도움 요청 이란 전쟁으로 美 패트리엇 재고 급감, 우크라이나 방산 비리도 악재

유럽 국가들이 미국산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추가 구매해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드론과 탄도·순항미사일을 결합한 대규모 공습을 강화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방공 미사일 수급 공백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다만 국제사회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단기간에 충분한 미사일 물량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미국이 이란 전쟁 과정에서 패트리엇 재고를 대거 소진한 데다, 우크라이나 내부의 방산 조달 비리 및 예산 낭비 문제까지 심화한 탓이다.
재차 우크라이나 지원 나선 유럽
8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현재 유럽 국가들은 PURL 출연금을 이용해 미국으로부터 새로운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패키지를 구매하는 계획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 PURL은 미국이 자국산 무기와 탄약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하고, 그 비용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과 파트너국이 부담하는 조달 체계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지난 7월 기준 PURL에 29개국이 참여해 총 67억 달러(약 8조9,500억원)를 출연했으며, 이를 토대로 10개 이상의 무기 패키지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국에 들어오는 PAC-3 등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의 약 95%가 PURL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이미 PURL에 1억 파운드(약 1,810억원)를 추가 출연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가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구매에 사용될 예정이다. 독일, 그리스, 체코 등도 이번 방공 지원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꼽힌다.
이에 더해 유럽에서는 각국이 자체 군의 미사일 비축분을 직접 내놓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독일은 8일 열린 제36차 우크라이나 국방연락그룹(UDCG·람슈타인그룹) 회의에서 "독일연방군이 보유한 PAC-2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긴급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며,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장관은 여타 지원국에도 자체 방공 미사일 재고를 재검토해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할 것을 촉구했다. EU 집행위원회 역시 이달 1~2일 아일랜드 위클로에서 열린 비공식 외무장관 회의를 전후해 스페인,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자국이 보유한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재고 일부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韓·日, 지원 요구에 '난색'
우크라이나는 유럽 외 국가들에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고 나섰다. 일례로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지난 6월 서울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을 만나 방공 무기 지원 필요성을 피력했고, 7월 초 방한한 올렉산드르 카미신 우크라이나 대통령 전략고문도 국방부 및 방위사업청 관계자들과 접촉해 한국군이 운용 중인 최신형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인 PAC-3 계열 지원을 요구했다. 지난달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인터뷰를 통해 직접 “한국의 방공 체계 지원을 절실히 바란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외교부 측은 "한국의 방산 물자 제공은 국내법에 따라 이뤄져 왔다"며 "에너지·인프라·보건·교육 등 비군사 분야 지원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살상 무기를 직접 제공하지 않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을 향해서는 보다 직접적인 요구를 내놨다. 세르히이 코레츠키 우크라이나 총리는 지난달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과 전력 인프라를 보호하고 다가오는 겨울 난방 시즌을 버티기 위해 패트리엇 계열 요격미사일이 절실하다"며 "일본의 지원을 강하게 기대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다만 일본 정부는 이 요청을 사실상 거절했다. 같은 달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살상·파괴 목적의 자위대법상 ‘무기’를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 “현시점에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일본은 올해 4월 방위장비 이전 3원칙과 운용지침을 개정해 살상 능력을 갖춘 무기의 수출 범위를 넓혔지만, 전쟁 중인 국가에 대한 직접 수출은 여전히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러시아 공습 강도 높아져
이처럼 우크라이나가 긴급 지원을 요청한 것은 러시아의 공습이 올여름 들어 눈에 띄게 거세졌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최근 저가 드론을 대량 투입해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분산·소모시킨 뒤, 탄도·극초음속 미사일을 집중적으로 꽂아 넣는 복합 포화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4~5일 밤 우크라이나에 탄도미사일 24발을 포함한 미사일 28발과 드론 115대를 발사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우크라이나군은 드론 98대는 격추했지만 미사일은 단 한 발도 요격하지 못했고, 키이우와 주변 지역에서는 최소 1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공세는 8월 하순에도 이어졌다. 지난달 20일에는 러시아가 키이우 일대에 탄도·순항 미사일과 드론을 섞은 대규모 공격을 가해 최소 16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쳤으며, 주거용 건물, 학교와 병원, 연료 시설 등이 피해를 입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지난달 22~29일 한 주 동안에만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격용 드론 약 2,000대, 활공폭탄 1,600발 이상, 러시아·북한산 미사일 31발을 투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는 지난 1일 단행한 공격에서도 218대의 무인기와 이스칸데르-M·S-400·KN-23 계열 탄도미사일, 지르콘·칼리브르 순항 미사일을 함께 발사했다. 당시 우크라이나군은 드론 187대와 일부 순항·탄도미사일을 요격했지만, 키이우·오데사 등 28곳에 타격이 발생하며 최소 12명이 숨졌다.
미사일 수급 공백 확대
문제는 러시아의 발사량이 늘어나는 동안 우크라이나에 공급되는 요격미사일은 오히려 줄었다는 점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5일 "올해 상반기 동맹국으로부터 받은 방공 미사일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의 여파로 풀이된다. AP통신은 이달 초 미 국방 당국자와 NATO 관계자를 인용, 유럽에 배치된 미군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재고가 '임계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감소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이 유럽에 비축해 둔 패트리엇 미사일 일부를 중동으로 옮긴 데다, 이란의 탄도 미사일·드론 공격을 막는 과정에서 요격탄을 대량 소모한 영향이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란 전쟁 기간 미국이 보유한 패트리엇 요격탄 2,330발 가운데 65%(약 1,500발)가량을 소진했다고 추산한다.
생산 확대 속도 역시 수요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패트리엇 PAC-3 MSE를 생산하는 록히드마틴의 연간 생산 능력은 600발 수준에 그친다. 미국 정부는 지난 1월 록히드마틴과 생산 능력을 연간 2,000발까지 끌어올리는 증산 계획을 마련했지만, 이러한 목표는 사실상 2030년 말에야 달성될 전망이다. 유럽의 자체 생산 체계도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NATO에 따르면 유럽 최초의 패트리엇 미사일 생산 시설은 올해 9월 독일에서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실제 납품은 이르면 내년 초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초기 생산분 역시 이미 주문을 넣어 둔 독일·네덜란드·루마니아·스페인 등에 우선 배정될 가능성이 크다.
표1. 우크라이나 요격미사일 공급 한계
| 제약 요인 | 주요 내용 |
|---|---|
| 미국 재고 부족 | 중동으로의 물량 이전, 이란 미사일·드론 요격 증가로 패트리엇 재고 대폭 감소 |
| 생산·증산 한계 | 수요 밑도는 생산 능력, 대규모 증산 목표 달성에도 상당한 시간 필요 |
| 유럽 공급 제약 | 최초의 자체 패트리엇 생산 시설 가동, 초기 물량 기존 주문국에 우선 배정 전망 |
우크라이나 방산 체계의 허점
이에 더해 우크라이나 내부의 고질적인 방산 조달 비리도 무기 부족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뉴욕타임스(NYT)가 우크라이나 국가감사원과 국방부 내부 감사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우크라이나는 2024년 한 해에만 무기 조달 과정의 사기, 과다 지급, 계약 불이행 등으로 12억 달러(약 1조6,040억원)의 손실을 떠안았다. 특히 감사관들은 과거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던 업체 18곳이 다시 정부 계약을 따낸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 중 6곳은 이전에 체결한 계약을 단 한 건도 정상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한 업체였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10대 군수 계약 업체 가운데 7곳도 사기 수사, 기존 계약 불이행, 경영진의 부패 혐의 체포 등의 전력이 있는 상태에서 신규 계약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 조달은 단순한 회계상 손실을 넘어 실제 전투 물량 감소로 이어졌다. 감사 자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2024년 수억 달러 규모의 로켓을 구매하면서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한 제조업체를 외면하고 체코 중개 업체와 계약을 맺는 등 필요 이상으로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 1억2,600만 달러(약 1,680억원)를 잃었다. NYT는 이러한 과다 지급과 미납품이 누적될수록 같은 예산으로 구매할 수 있는 탄약과 무기 수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으며, 우크라이나 국방조달청 전 고문 타메를란 바하보프 역시 “납품 불이행과 과다 지급으로 예산이 줄면 결국 추가 무기를 주문할 돈과 필요한 탄약이 부족해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