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지지층 이탈에 ‘돈 풀기’, 다급한 트럼프의 중간선거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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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 불만 확산 속 공화당 중간선거 위기 고조 현금 지급·유가 인하 약속에 북한 카드까지 동원 단기 표심 공략 뒤 재정·인플레이션 부담 누적 가능성

중간선거를 두 달도 남겨두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금 지급과 감세, 유가 인하 공약을 쏟아내며 표심 붙잡기에 나섰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지키면 미국 성인에게 거액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한 데 이어, 오바마케어 가입자를 대상으로 보험료 환급 방침까지 내놨다. 이란 전쟁 장기화와 고물가로 핵심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층마저 흔들리자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서두르는 한편, 감세 확대와 금리 인하 압박으로 선거 전 경기 부양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선거 전 체감경기를 끌어올리겠다며 내놓은 현금 지급과 추가 감세에는 정작 재원 대책이 빠져 있어, 국가부채와 물가를 자극하고 가계의 이자 부담까지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바마케어 가입자 100만 명 500달러 환급
10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공식 엑스(X) 계정에 2분여의 연설 동영상을 올리고 “우리 행정부는 졸린 조(Sleepy Joe Biden,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꼬는 말) 시절 재앙이던 오바마케어 보험거래소를 통해 건강보험에 가입한 미국 가정이 막대한 금액을 과다 청구 당했다는 걸 밝혀냈다”며 “과다 청구된 보험료를 30개 주(州)의 100만 명에게 1인당 500달러(약 67만원)씩을 환급해 주겠다”고 적었다.
그는 환급 대상이 되는 과다 청구액이 최소 5억 달러(약 6,700억원)라며 “전 행정부는 이 사실을 알고 조사까지 했으나 그 돈을 그냥 챙겼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행정부는 옳은 일을 하고 있으며, 부당하게 갈취당한 사람들에게 돈을 돌려주고 있다”면서 환급금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 환급금이 “불과 몇주 안에 지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이날 자료를 내고 “2026년 10월부터 자격을 갖춘 미국인들에게 수표가 발송될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중간선거 이기면 美 성인 1인당 5,000달러
하지만 선거를 앞둔 상태에서 연방정부가 전국 단위의 현금 지급을 추진하는 만큼 ‘표(票)퓰리즘’ 논란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 연설에서 약속한 배당금 지급도 매표 행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3일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경우 미국 성인 1인당 5,000달러(약 670만원)를 배당금으로 지급하겠다는 ‘깜짝 공약’을 내놨다.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식이나 지급 시기 등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국 성인이 약 2억7,000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필요한 재원은 1조3,500억 달러(약 1,817조9,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미국 정부가 이번 회계연도에 현재까지 지급한 국가 부채 이자 1조2,700억 달러(약 1,750조8,200억원)와 맞먹는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수입 등을 재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실제 지급을 위해 의회 입법이 필요한지 등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번 공약은 중간선거를 불과 두 달가량 앞두고 나온 승부수다. 최근 생활비 부담과 이란 전쟁 장기화 등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지지세가 흔들리고 있다. 공화당이 하원은 물론 상원 다수당 지위까지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가 투표용지에 있다고 생각해 달라”며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아울러 그는 “이란이 더는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간선거 직후 이란 전쟁이 끝나고 유가도 급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미국이 후퇴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공화당에 투표하면 우리는 앞으로 수 세대 동안 세계를 압도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표1. 트럼프 대통령의 현금 지급 구상
| 구분 | 오바마케어 보험료 환급 | 중간선거 승리 배당금 |
|---|---|---|
| 지급 대상 | 30개 주의 과다 청구 피해자 100만 명 | 미국 성인 약 2억7,000만 명 |
| 1인당 금액 | 500달러(약 67만원) | 5,000달러(약 670만원) |
| 총소요액 | 최소 5억 달러(약 6,730억원) | 1조3,500억 달러(약 1,817조원) |
| 지급 시기·조건 | 2026년 10월부터 자격 충족자에게 수표 발송 | 공화당의 상·하원 다수당 유지 조건, 지급 시기 미공개 |
| 재원·쟁점 | 오바마케어 보험거래소의 과다 청구 보험료 환급 |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식 미공개, 선거 직전 현금 공약에 따른 매표 논란 |
선거 맞물린 이란과의 수싸움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종료 시점을 중간선거 직후로 못 박은 데에는 미국 국내 정치와 이란의 협상 계산이 맞물려 있다. 현재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와 미군·걸프 국가를 겨냥한 보복 공격을 이어가며 미국 내 전쟁 피로와 에너지 가격 부담을 키우는 중이다. 미국 중간선거까지 버티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흔들 경우, 향후 협상에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전쟁 대응도 중간선거 일정에 맞춰 달라지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은 백악관 참모들이 11월 이전 확전을 막기 위해 전쟁을 저강도 국면으로 관리하고, 대규모 군사 작전보다 제재와 봉쇄에 무게를 두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전했다. 미국은 선거 전 확전을 피하려 하고 이란은 그때까지 전쟁 비용을 높이려 하면서 11월 3일이 양국 대치의 분수령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란의 '버티기 전략'이 힘을 얻는 배경에는 집권 세력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한 미국 중간선거의 특성이 자리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치러진 20차례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이 하원 의석을 늘린 사례는 1998년과 2002년 두 차례에 불과하다. 지난 5월 이코노미스트의 선거 모형은 민주당이 하원 과반을 차지할 확률을 95%로 계산했으며, 최근에는 공화당 우세로 여겨졌던 상원마저 접전 구도로 바뀌면서 백악관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
생활비 부정평가 71%, 중간선거 덮친 고물가 민심
공화당을 짓누르는 최대 악재는 생활비다. 지난달 말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 등록 유권자의 47%가 중간선거 투표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생활비를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생활비 대응에 대해서는 부정 평가가 71%에 달한 반면, 긍정 평가는 22%에 그쳤다. 이란 전쟁 지지율도 31%에 머물면서 전쟁 장기화와 고유가에 따른 가계 부담은 백악관과 공화당의 정치적 부담으로 쌓였다.
이 같은 표심 변화는 민주당 경선에서도 확인됐다. 트럼프 1기 탄핵 조사에서 이름을 알린 알렉산더 빈드먼(Alexander Vindman) 전 육군 중령과 다이애나 디게트(Diana DeGette)·댄 골드먼(Dan Goldman) 의원 등 ‘저항의 상징(Symbols of Resistance)’들이 잇달아 고배를 마신 반면, 생활비 부담을 주요 의제로 내세운 엔지 닉슨(Angie Nixon) 플로리다주 하원의원은 상원 경선에서 승리했다. 민주당 유권자의 관심도 트럼프 대통령과 맞선 과거 이력보다 당장의 지출 부담을 덜어줄 민생 해법에 쏠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잇달아 현금 지급책을 꺼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는 10월 지급할 500달러 보험료 환급금으로 선거 전 체감 효과를 높이고, 공화당이 상·하원을 지키면 5,000달러를 배당하겠다는 약속으로 지지층의 투표 참여를 끌어내려는 구상이다. 이란 전쟁을 종식해 유가를 떨어뜨리고 휘발유 가격을 갤런당 2달러 아래로 낮추겠다는 공언도 여기에 보탰다. 생활비를 앞세운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도 현금 지급과 유가 인하 약속으로 민생 표심 공략에 나선 것이다.
백인 노동자층 이탈 조짐에 ‘미북 대화’로 반전 모색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용 카드를 잇달아 꺼낸 건 핵심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층의 이탈 조짐이 심상치 않아서다. 지난 5월 CBS·유고브 조사에서 대학 학위가 없는 백인 유권자의 54%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긍정 평가는 46%에 그쳤다. 지난해 2월 32%였던 부정 평가는 15개월 만에 22%포인트 상승했고, 경제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도 긍정 평가보다 22%포인트 높았다.
백인 노동자층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 차례 대선 승리를 뒷받침한 핵심 유권자층이다. 제조업 일자리를 되찾고 해외 전쟁을 피하겠다는 약속에 호응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관세 부담으로 기업 투자가 위축된 데다 이란 전쟁 이후 휘발유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불만이 커졌다. 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꺾이면서 공화당은 오하이오·미시간·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에서 지지층의 투표 포기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지지층 결집이 다급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중간선거 이전에 외교적 성과를 확보해 지지율 하락세를 되돌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연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뜻을 거듭 밝혔다.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만한 계기로 꼽히는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중간선거가 끝난 뒤인 11월 18~19일에 열린다. 이에 따라 백악관이 미북 대화 재개나 정상회담 합의를 10월로 앞당겨 중간선거의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 선거 직전 표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돌발 변수)’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기화한 이란 전쟁으로 악화한 여론을 북한과의 외교 성과로 만회하려는 계산이다.
물가 잡겠다며 감세·금리 인하도
경제 정책에서도 무리한 승부수가 이어지고 있다. 백악관은 현금 지급 외에도 감세를 통해 중간선거 전 경기를 부양하려 하고 있다. 지난해 통과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BBBA)’에 따라 팁과 초과근무 수당, 미국산 자동차 대출이자에 세금 감면을 적용하고 고령층 공제와 자녀세액공제도 확대했다. 기업에는 생산설비 구입비 전액을 취득 첫해에 비용으로 처리하도록 허용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올해 납세자 5,300만 명이 최소 한 가지 감세 혜택을 받았으며, 수혜자의 평균 감세액은 800달러(약 110만원)를 웃돌았다. 평균 세금 환급액도 전년보다 11% 늘어난 3,400달러(약 470만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가계에는 소비 여력을 보태고 기업에는 투자 시기를 앞당기도록 해 선거 전에 경기 부양 효과를 끌어올리려는 조치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추가 감세 요구까지 제기됐다. 테드 크루즈(Ted Cruz)·팀 스콧(Tim Scott) 상원의원은 자본이득 과세 때 물가 상승분을 빼주는 방안을 행정조치로 시행하라고 재무부에 촉구했다. 의회 입법을 거치지 않고 2,000억 달러(약 275조7,200억원) 규모의 감세를 추진하자는 구상이다. 그러나 감세 혜택의 86%가 소득 상위 1%에 돌아갈 것으로 분석되면서 부유층 감세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감세로 경기를 띄우려는 움직임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한 금리 인하 압박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에 금리를 낮추라고 요구하는 동시에 미국 경제가 15%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4% 안팎에 머문다. 더구나 8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5.4%로 올랐고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4.92%까지 치솟았다. 물가 압력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세금을 더 깎고 금리까지 내리면 소비와 투자가 과열돼 물가와 미 국채 장기금리가 함께 오를 수 있다. 생활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내놓은 처방이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 할부 이자를 끌어올려 가계를 더 옥죌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