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이어 하늘길도 끊는다” 대이란 ‘경제적 왕따 작전’ 가속하는 미국, 이란 거래 제3국 기업까지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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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항공·금융·물류 제재 확대로 이란 대외 거래망 압박 中 우회 거래에도 호르무즈 봉쇄로 원유·LNG 수송 차질 에너지 이해 맞닿은 中·카타르, 미·이란 협상 재개 중재

미국이 이란 항공 부문을 지원한 항공사와 해외 조달업체 등 36곳을 무더기로 제재하며 대이란 경제 봉쇄망을 항공·금융·물류 전반으로 넓혔다. 지난주 이란산 원유 대금의 우회 결제를 도운 튀르키예 소형 은행을 제재한 데 이어, 거래를 계속하는 제3국 기업도 글로벌 금융망에서 퇴출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자인 중국이 위안화 결제와 독립계 정유사, 그림자 선단을 활용해 우회 거래를 이어가면서 제재의 실효성을 가를 최대 변수로 남았다. 다만 중국 역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중동산 원유 확보에 차질이 불가피한 만큼, 카타르와 함께 미국·이란 간 협상 재개를 중재하는 외교전에 뛰어든 양상이다.
항공부문 지원한 36곳 무더기 제재
8일(이하 현지시간)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에어 시라즈, 플라이 페르시아 항공, 플라이 키시 항공, 아타 항공, 아바 항공, 차바하르 항공을 비롯한 여러 여행 및 물류 회사들을 ‘특별지정국민 명단(specially designated nationals list)’에 추가했다.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란 정권이 무기, 인력, 불법 화물 이동에 사용하는 이란 항공 부문을 지원하는 36개 대상과 "이란이 미국산 항공기 및 민감한 기술을 획득하는 위장 회사, 외국 중개업체, 환적 경로"를 제재 대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란 최대 항공사인 마한항공을 도운 해외 업체들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마한항공은 2019년부터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튀르키예와 말레이시아 업체들은 아랍에미리트(UAE)와 튀르키예 등 제3국을 거쳐 마한항공이 보잉 777 항공기를 들여오도록 중개했다. 미국은 금융권을 통한 우회 거래를 막기 위한 조치도 병행했다.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는 이날 전 세계 금융기관에 경보를 보내 이란 항공산업을 지원하는 거래망을 찾아 신고하라고 요구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오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이란의 항공사들과 거래하는 모든 사람들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차단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제재가 본격적으로 집행되면 두바이와 도하, 이스탄불을 통해 이란으로 이어지던 항공 노선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세계 민항기 시장에서 보잉을 비롯한 미국 기업의 기술과 부품이 폭넓게 사용되는 만큼, 미국의 허가 없이는 제3국 항공사도 이란 노선을 운항하기가 한층 까다로워진다. 게다가 재무부는 항공 안전과 관련된 요청만 사안별로 심사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상태다. 마한항공이 최장 35년 된 중고 기체를 포함해 30여 대의 노후 항공기를 운용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부품 조달과 정비, 보험, 결제망의 동시 위축은 민간 항공 안전과 여객 이동에도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이란 원유 대금 ‘우회 결제 통로’도 차단
이번 항공 부문 제재는 미국이 지난주 이란의 원유 대금 우회 결제를 지원한 혐의로 자본금 3,400만 달러(약 454억2,700만원) 규모의 튀르키예 소형 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린 데 이어 나왔다. 제재 대상인 골든글로벌투자은행은 2019년 설립된 신생 금융회사다. 미 재무부는 이 은행이 중국에서 지급된 이란산 원유 대금을 튀르키예로 옮긴 뒤 현금과 금으로 바꾸는 통로로 활용됐다고 밝혔다. 또한 이슬람혁명수비대 쿠드스군(IRGC-QF)을 위해 수천만 달러 규모의 거래를 처리한 정황도 포착되면서 자회사 2곳까지 함께 명단에 올랐다.
미국이 소형 은행까지 직접 겨냥한 데에는 제3국 금융권 전체에 이란과의 거래를 끊으라는 경고가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4일 시작한 ‘경제적 왕따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의 압박 범위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이에 따라 제재 대상과 중대한 거래를 이어간 외국 금융기관은 미국 내 환거래 계좌 개설과 유지가 제한될 수 있다. 실제 재무부는 이란의 원유 밀수와 자금 세탁에 동원된 해외 거점과 중개업체, 금융망을 추적해 관련 거래를 계속하는 제3국 기업에도 2차 제재를 부과할 방침이다. 원유 판매 대금이 은행을 통해 이란으로 유입되고, 이 자금이 다시 항공기와 군수품 조달에 쓰이는 순환로를 차례로 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표1. 미국의 대이란 항공·금융 제재 확대
| 구분 | 주요 대상 | 제재 내용 | 예상 영향 |
|---|---|---|---|
| 이란 항공 부문 | 에어 시라즈·플라이 페르시아 항공·플라이 키시 항공·아타 항공·아바 항공·차바하르 항공 등 | 이란의 무기·인력·불법 화물 운송을 지원한 항공·여행·물류 관련 36개 대상을 특별지정국민 명단에 추가 | 자산 동결과 거래 제한, 글로벌 금융 시스템 접근 차단 위험 |
| 해외 조달망 | 마한항공의 항공기 확보와 화물 운송을 지원한 튀르키예·말레이시아·UAE 등의 업체 | 보잉 777 항공기와 미국산 항공기·민감 기술의 우회 조달에 관여한 위장회사·중개업체·환적 경로 제재 | 항공기 도입과 부품 조달·정비·보험·결제망 위축, 민간 항공 안전과 여객 이동 부담 확대 |
| 금융 우회망 | 튀르키예 골든글로벌투자은행과 자회사 2곳 | 중국에서 지급된 이란산 원유 대금을 튀르키예로 이전한 뒤 현금과 금으로 전환하고, 쿠드스군 관련 거래를 처리한 혐의 | 이란산 원유 판매대금의 현금화와 금융권 유입 경로 차단 |
| 2차 제재 | 제재 대상과 중대한 거래를 이어가는 외국 금융기관·제3국 기업 | 미국 내 환거래 계좌 개설·유지 제한 가능, 이란의 원유 밀수·자금세탁 관련 거래망 추적 강화 | 제3국 금융권과 기업의 이란 관련 거래 축소, 원유 대금의 항공기·군수품 조달 전용 차단 |
결제·운송·보험 끊어 이란 교역비용 압박
제3국 정부가 이란과의 교역을 이어가더라도 실제 거래를 담당하는 현지 은행과 보험사, 물류업체가 미국의 제재 위험을 감수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금융망에서 퇴출당하면 달러 결제와 무역금융이 막히는 데 그치지 않고, 이란과 무관한 국제 거래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제재 대상과 거래한 기업 역시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거나 금융시장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의 외교적 입장과 무관하게 민간 사업자들이 이란 관련 계약을 해지하거나 신규 거래를 중단하는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미국은 제3국 금융회사와 운송업체의 위험 회피 심리를 이용해 이란의 대외 거래망을 좁히고 있다. 은행 계좌와 원유 판매대금부터 항공기 운항, 화물 수송, 보험 인수까지 거래에 필요한 연결고리를 차례로 끊는 방식이다. 제재망이 촘촘해질수록 이란 기업은 결제와 운송을 맡아 줄 해외 사업자를 찾기 어려워지고, 거래가 성사되더라도 높은 수수료와 보험료를 떠안아야 한다. 이란과 외부 세계를 잇는 경제적 통로를 압박해 교역 비용을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이란 정권의 자금줄을 말리겠다는 게 미국의 계산이다.
대이란 제재망 최대 변수 ‘중국’
다만 미국의 제재망에는 중국이라는 최대 변수가 남아 있다. 미 재무부는 중국의 독립계 정유사들이 이란산 원유의 대부분을 사들이며 이란의 핵심 수입원을 떠받치는 것으로 파악했다. 원유 정보업체 보텍사에 따르면 중국의 이란산 원유 반입량은 지난 3월 하루 180만 배럴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 국유 정유사들이 직접 구매를 피하자 산둥성 등을 기반으로 한 ‘티팟’ 정유사들이 거래를 맡았고, 상당수 화물은 해상 환적을 거쳐 말레이시아산이나 인도네시아산으로 표시된 채 중국 항구에 들어갔다.
이에 미국도 지난 4월 하루 40만 배럴의 정제 능력을 갖춘 중국 헝리석유화학 다롄 정유공장을 제재 명단에 올렸지만, 중국 전체 거래망을 상대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데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중국의 대형 은행과 국유기업까지 겨냥하면, 미중 통상 갈등이 다시 격화하고 국제유가와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충격이 번질 우려가 따르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가 앞서 중국과 인도 등 이란의 주요 교역국에 예고했던 강경 조치는 경고와 협상으로 조정된 상태다. 중국도 미국의 독자 제재를 인정하지 않은 채 위안화 결제와 독립계 정유사, 그림자 선단을 활용한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이란으로서는 중국행 원유 판매가 유지되는 한 자금을 확보할 통로가 남는 만큼, 중국은 미국의 경제 봉쇄를 견디게 하는 핵심 버팀목으로 거론된다.
中·카타르, 에너지 공급망 지키려 美·이란 중재 나서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이란의 원유 판매를 떠받치고 있는 중국행 수출도 이어가기 어렵다.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2분기 원유 수입량은 하루 810만 배럴로 전분기보다 32% 줄었으며, 5∼6월에는 2016년 이후 처음으로 하루 800만 배럴을 밑돌았다. 카타르 역시 호르무즈 봉쇄의 직접적인 피해국이다. 자국 액화천연가스(LNG)를 실은 선박이 대부분 이 해협을 통과하는 데다 중국은 카타르의 최대 교역·에너지 협력국으로 꼽힌다.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도 운송 차질 속에서 중국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우선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너지 이해가 맞닿은 중국과 카타르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외교 채널을 되살리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카타르 외무부는 8일 중국을 비롯한 역내·외 파트너들과 협상 재개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발표했다. 알사니 총리는 같은 날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걸프 지역의 긴장 완화와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 에너지 공급망 안정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도 카타르와의 조율을 강화해 지역 평화를 조속히 회복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미국의 이란 유조선 공격과 이란의 미군 함정 미사일 공격이 잇따르는 가운데, 카타르 측은 당사국의 정치적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중재가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