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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육상 원유 수송망 동시 압박하는 이란, 트럼프는 중간선거 악재에도 ‘이란 고사 작전’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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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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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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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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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봉쇄 효과 약화 노린 이란의 수송망 공격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악재에도 강경 대응 고수
타협 없는 대치 속 글로벌 에너지 시장 혼란 장기화

미국과 이란의 보복전이 격화하면서 세계 원유 수송의 대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또 다시 마비 상태에 빠졌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해협 봉쇄에 대비해 가동해 온 동서 송유관마저 드론 공격으로 멈춰 서면서 걸프 산유국의 우회 수출 전략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란은 해상과 육상 수송망을 함께 흔들어 미국의 봉쇄 효과를 떨어뜨리는 한편, 에너지 공급 차질을 견디기 어려운 국가들 사이에서 미국을 향한 타협 요구를 키우려는 셈법이다. 이에 맞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까지 감수하며 제재와 군사 압박을 거두지 않을 태세다.

호르무즈 해협 선박 피격

13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해군 산하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는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던 선박에 발사체가 명중했다는 보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피격된 선박에서는 화재가 발생했으며 현지 당국이 승무원을 대피시켰다. 구체적인 선박 정보와 피해 규모, 공격 주체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이란 국영 언론도 이날 이란 남부 해안에서 상선 한 척이 공격을 받아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다만 UKMTO가 발표한 사건과 동일한 공격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해상 충돌이 격화하면서 상선 운항도 급격히 위축됐다. 이란은 미국이 자국 유조선 5척을 격침한 데 대한 보복으로 해협 인근 선박 10척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해운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지난 10일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7척으로 직전 10일 평균인 15척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란 전쟁 발발 전 하루 평균 125척가량이 오갔던 것과 비교하면 통항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수준이다. 미 해군이 일부 상선에 호위를 제공하고 있으나 공격 위험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해운사들의 운항 기피와 전쟁위험 보험료 상승도 이어지고 있다.

호르무즈 우회로마저 드론 공격, 사우디 원유 수송 비상

이번 선박 피격은 사우디아라비아가 12일 드론 공격을 받은 동서 송유관을 예방적 차원에서 일시 폐쇄한 직후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송유관 공격과 관련해 이란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사우디 당국은 리야드와 메디나 지역의 송유관 시설이 이라크에서 날아온 여러 대의 드론에 공격받아 인명 피해와 설비 손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라크 정부도 드론이 남부 메이산주에서 발진한 사실을 확인하고 조사위원회를 구성했으며, 관할 군 지휘관을 해임했다. 양국 당국은 공격 주체를 공식 확정하지 않았지만, 이라크 정계와 치안 조직에 깊숙이 편입된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가 유력한 배후로 지목되면서 이라크 정부에도 관련 세력을 통제하라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아라비아반도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1,200㎞ 길이의 이 송유관은 페르시아만 연안 아브카이크와 홍해의 얀부항을 연결한다. 하루 수송 능력은 약 500만 배럴로, 사우디는 지난 6개월간 하루 400만 배럴의 원유를 이 경로로 돌려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을 보완해 왔다.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4%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그러나 송유관 가동이 중단되면서 얀부항의 수출용 원유 재고는 5~7일분만 남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우디는 이집트 아인수크나와 시디케리르항에 보관한 원유로 며칠간 공백을 메울 수 있지만, 송유관 폐쇄가 장기화하면 비축분도 빠르게 소진될 수밖에 없다.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이 2월 하루 1,090만 배럴에서 8월 620만 배럴로 이미 급감한 만큼, 수출 통로의 마비는 국제 원유 공급난과 가격 상승 압력을 한층 증폭시킬 전망이다.

표1. 걸프 산유국의 호르무즈 우회 수송망과 한계

구분우회 수송망주요 수치·계획한계
아랍에미리트(UAE)아부다비 유전→오만만 푸자이라 수출터미널추가 우회 수송 능력 2027년 중반 투입 계획송유관 건설 기간·비용 부담, 펌프장·저장시설·수출항의 군사적 노출
사우디아라비아동서 송유관→홍해 얀부항피격 이후 예방적 폐쇄로 우회 수송 차질아시아 직항 시 후티 반군이 위협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 통과 필요
장거리 대체 경로얀부항→이집트 수메드 송유관·지중해→희망봉기존 항로보다 운송 기간 약 1개월 증가운송비 상승과 송유관·홍해의 연쇄 병목 발생
걸프국 전체송유관·육상 운송·선박 간 환적 병행우회 능력 하루 약 1,000만 배럴, 전쟁 전 호르무즈 통과량의 절반 수준생산·교역량의 전쟁 이전 수준 회복 예상 시점 2027년 2분기
자료: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외신 종합

우회 송유관 늘리는 걸프국, 용량 부족·피격 위험 이중고

동서 송유관 피격은 호르무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육상 수송망 확충을 서두르던 걸프 산유국들의 계산에도 차질을 안겼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아부다비 유전과 오만만의 푸자이라 수출터미널을 연결한 송유관을 가동하며, 추가 우회 수송 능력도 2027년 중반 투입할 계획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송유관과 육상 운송, 선박 간 환적을 병행하더라도 중동의 원유 생산·교역량 대부분이 이란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시점을 2027년 2분기로 예상했다. 송유관 건설에 수년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데다 펌프장과 저장시설, 수출항이 고정 표적으로 노출되는 만큼, 해협에서 피한 군사적 위험이 내륙 수송망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수송 용량 역시 해상 물량을 흡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란 전쟁 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는 하루 2,000만 배럴에 달했지만, 미국 조지워싱턴대의 걸프·아라비아반도 전문가 고든 그레이 박사는 걸프국이 확보할 수 있는 우회 수송 능력을 이 물량의 절반 수준으로 추산했다. 더욱이 얀부항에서 아시아로 곧장 향하려면 이란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위협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야 한다. 이를 피해 이집트 수메드 송유관과 지중해를 거쳐 희망봉으로 우회할 경우, 운송 기간은 기존 항로보다 한 달가량 늘어난다. 호르무즈에서 벗어난 원유가 송유관과 홍해라는 새로운 병목을 연이어 통과해야 하는 만큼, 걸프국의 우회 전략은 비용 상승과 군사적 노출을 함께 감수해야 하는 선택으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이란 본토 공습 한 달 만에 재개된 미·이란 충돌

중동 원유 수송망의 불안이 다시 고조된 계기는 지난달 30일 재개된 미·이란 간 직접 교전이었다. 미군은 호르무즈 해협 남단의 이란 라라크섬에서 발사대 2곳을 타격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해협에 기뢰를 투하할 수 있는 로켓의 발사를 준비하는 정황을 포착했다는 게 미군의 설명이다. 미국이 이란 본토를 공습한 것은 7월 말 이후 약 한 달 만이었다. 이란은 군인과 민간인 여러 명이 숨지거나 다쳤다고 발표한 뒤 요르단 주둔 미군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호르무즈 공해상의 기뢰를 모두 제거했다며, 기뢰를 새로 설치하는 이란 선박은 즉각 파괴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라라크섬 공습 이후 양국의 보복은 군함과 유조선을 겨냥한 연쇄 공격으로 번졌다. IRGC가 지난 5일 미 해군 함정 2척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란의 원유 수출 거점인 카르그섬 인근을 포함해 유조선 3척을 타격했다. 이란도 자국이 승인하지 않은 항로를 이용했다는 이유로 유조선 3척과 미국 연계 선박 3척을 공격했다. 이어 미군은 8일 미 군함을 겨냥한 추가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 유조선 5척을 파괴했으며, 이란은 미 함정 2척과 유조선 8척을 공격하고 요르단의 미군기지에도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선원 1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등 민간 피해도 발생했다. 미국은 자국 함정이 공격받을 때마다 이란 유조선을 파괴하겠다는 방침을 내놨고, 이란은 승인받지 않은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을 공격 대상으로 삼겠다고 맞섰다.

중간선거 패배도 감수, 장기 압박으로 돌아선 트럼프

군함과 유조선을 번갈아 때리는 보복전이 이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조기 종전을 약속했던 기존 시간표를 사실상 접었다. 그는 지난 9일 이란 전쟁이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 직후 끝날 것으로 내다보며 “이란은 더 버틸 수 없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13일 아일랜드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중간선거 전에 끝날 수 있지만 선거 뒤에는 끝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는 개전 당시 수주 안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던 태도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란이 합의를 간절히 원하더라도 미국에 유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읽힌다.

현재 백악관은 이란이 고유가와 미국 내 전쟁 피로를 지렛대로 삼아 중간선거까지 버티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호르무즈 통항 차질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한 데 이어 미국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22달러, 경유는 5.94달러까지 치솟았다. 물가 부담이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도 취임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대통령 소속 정당이 통상 의석을 잃는 미국 중간선거의 특성까지 감안하면 공화당에는 불리한 환경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를 의식해 협상 조건을 낮출 경우 이란에 잘못된 성공 경험을 안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의회 다수당 지위를 잃을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봉쇄와 군사 압박을 유지해 이란의 계산을 무너뜨리겠다는 선택인 셈이다.

호르무즈·핵 문제 연계한 트럼프의 이란 압박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발언도 강경 기조를 뒷받침한다. 그는 지난달 15일 “이란을 패배시키는 작업이 마무리되면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 영토로 선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해협을 ‘새로운 미국 영토’로 표시한 지도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세 차례 게시했으며, 지난 2일에는 명칭을 ‘트럼프 해협(TRUMP STRAIT)’으로 바꾸는 방안도 거론했다. 몇 시간 뒤 “그냥 던져본 소리”라고 해명했지만 같은 지도를 반복해서 올렸다는 점에서 미국의 통제권을 기정사실로 만들려는 의도까지 지우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나탄즈 핵시설 인근의 지하 단지인 픽액스산(Pickaxe Mountain)에서 움직임이 포착됐다며 "이란이 경거망동하면 강하게 타격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호르무즈 통제권과 핵 문제를 함께 묶어 이란의 양보를 압박하는 전략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배경에는 미국의 대외 신뢰도가 자리 잡고 있다. 호르무즈에서 물러설 경우 사우디와 UAE 등 중동 동맹국의 불안을 키우고, 중국·러시아와의 전략 경쟁에서도 미국의 억지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대로 이란은 미국이 항만 봉쇄를 풀고 원유 수출 제재를 완화해야 해협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에너지 공급 차질을 장기화해 걸프 산유국과 아시아 수입국이 미국에 타협을 요구하도록 유도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제3국의 압박에 밀려 조건을 낮추는 순간 이란의 전술이 성과를 거두게 된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쉽게 물러서기 어렵다. 양측이 상대의 경제적·정치적 소진을 기다리는 동안 원유 수송망의 혼란은 장기화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승부도 중간선거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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