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도 무기화하나" 러시아 수출 통제 경고에 美·EU·韓·日 공급망 일제히 긴장, 우크라 지원 셈법도 복잡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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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농축우라늄 수출 통제 가능성 거론 EU 공급망 리스크 가시화, 美는 공급망서 러시아 배제 나서 우라늄 수입 의존도 높은 韓·日, 우크라이나 지원 부담 가중

글로벌 우라늄 공급망 불안이 커지고 있다. 세계 우라늄 농축·전환 시장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러시아가 우라늄·핵연료 수출 제한 가능성을 거론한 가운데, 미국·유럽·한국·일본 등 주요국의 연쇄적인 공급 충격 우려가 가중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에너지 공급망 리스크는 최근 우크라이나로부터 방공 전력 지원을 요구받고 있는 한일 양국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의 자원 무기화
지난 12일(현지시각) 세계원자력협회(WNA) 산하 월드뉴클리어뉴스가 크렘린궁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024년 서방 제재에 맞선 자원 통제 검토를 공식화한 바 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정부 화상회의에서 “그들(서방)은 우리에게 많은 상품 공급을 제한하고 있는데, 우리도 그들에게 특정한 제한을 가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우리가 세계 시장에 대량으로 공급하는 몇 가지 상품 중 아마도 우라늄, 티타늄, 니켈 등에 대한 제한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러한 발언을 내놓은 것은 러시아가 농축·전환 등 핵연료 가공 단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보유 중이기 때문이다. WNA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의 우라늄 농축 능력은 지난해 연간 기준 2,913만 분리작업량(SWU)으로, 전 세계 설비 용량의 약 43%를 차지했다. 이는 프랑스 오라노(750만 SWU), 영국·독일·네덜란드계 우렌코(1,730만 SWU)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자, 세계 최대 규모다. 아울러 차세대 원자로용 고순도 저농축우라늄(HALEU)의 경우, 현재 상업적 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업체가 사실상 러시아 테넥스(TENEX)뿐일 정도로 러시아의 공급망 장악력이 강하다.
EU 우라늄 공급망 타격 전망
푸틴 대통령이 제시한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세계 각국에는 유의미한 타격이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유럽연합(EU)은 원전 연료 공급망의 병목이 즉각적인 충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EU는 우라늄 전환·농축 단계에서 러시아 설비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 공급청(ESA)에 따르면 지난해 EU 원전 사업자가 공급받은 천연우라늄 가운데 러시아산은 2,346우라늄 톤(tU)로 전체의 16%에 달했다. 같은 해 우라늄 전환 서비스에서는 러시아 국영기업 로사톰의 비중이 24.4%에 육박했으며, 농축 서비스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2.6% 수준이었다.
ESA는 EU가 러시아산 서비스를 배제할 시 부족한 설비 능력을 새로 확보하는 데 수년이 소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U 집행위원회 역시 유럽의 신규 농축 설비가 빨라야 2027년부터 가동되고, 추가 전환 설비는 2030년대에야 본격적인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 속 러시아형 원자로를 운용하는 국가들은 보다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위험이 있다. 현재 EU에서는 불가리아·체코·핀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 등 5개국이 러시아가 설계한 VVER 원자로를 가동 중이다. 이들 국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비(非)러시아 업체와 대체 핵연료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있지만, 새로운 연료를 실제 원자로에 투입하려면 국가별 시험과 안전 허가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러시아 의존도 낮추는 美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우라늄을 원전 연료 공급망에서 단계적으로 배제해 왔다. 우라늄 원광 조달처가 비교적 다변화돼 있는 데다, 농축우라늄 재고·계약 물량을 성공적으로 확보한 덕분이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자국 내 우라늄 전환·농축 역량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영국·프랑스·일본·캐나다 등 우방국과 비러시아 핵연료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의회에서도 2022년 공화당을 중심으로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 금지 법안이 발의됐다. 하원은 2023년 12월, 상원은 2024년 4월 해당 법안을 승인했으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은 2024년 5월 법안에 서명해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 금지를 법제화했다.
수입 금지 조치는 2024년 8월부터 본격 시행됐으나, 대체 공급원을 즉시 확보하기 어려운 원전 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2027년 말까지 한시적인 예외가 허용됐다. 이에 따라 현재 미국의 실물 우라늄 공급망은 정책적 기조에 발맞춰 과도기에 머무르는 중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원전 사업자가 러시아 농축 시설로 보낸 우라늄 원료는 2024년 393만7,000파운드에서 지난해 242만5,000파운드로 약 38% 감소했으나, 미국이 러시아에서 구매한 농축 서비스 비중은 같은 기간 약 20%에서 26%로 오히려 상승했다.
표1. 러시아 우라늄 수출 통제 시 국가별 영향
| 지역·국가 | 러시아 의존 구조 | 예상 여파 |
|---|---|---|
| EU | 천연우라늄 16%, 전환 서비스 24.4%, 농축 서비스 22.6%를 러시아에 의존 | 전환·농축 설비 부족, 러시아형 원자로용 대체 연료 인증 지연 |
| 미국 |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 금지 이후에도 농축 서비스 의존 지속 | 한시적 수입 예외 종료 전 대체 공급망 확보 부담 |
| 한국 | 농축우라늄 전량을 수입, 러시아산 비중 32% | 프랑스 등 대체 공급처 확보 경쟁, 조달 비용 상승 |
| 일본 | 러시아산 직접 수입은 적지만 자체 농축 능력 제한 | 서방 농축 업체 계약 물량 확보·조달 비용 부담 확대 |
동아시아 국가들 '비상'
동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의 우라늄·핵연료 수출 제한이 본격화할 시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위험이 있다. 한국은 원전 연료를 가공하는 능력은 보유하고 있지만, 상업용 우라늄 농축 시설이 없어 농축우라늄 전량을 해외에서 조달한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2020~2024년 국내 원전에 공급된 농축우라늄 가운데 러시아산 비중은 32%로 프랑스(3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러시아가 실제로 농축우라늄 수출을 막을 경우, 한국은 기존 러시아산 물량을 프랑스 등 여타 국가의 공급 업체로 돌려야 한다. 다만 러시아 업체들이 이미 세계 농축 능력의 약 90%를 장악하고 있는 만큼, 러시아의 빈자리를 대체할 비러시아 설비는 제한적인 실정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러시아산 농축우라늄에 대한 직접 의존도는 낮다. 2024년 일본이 수입한 농축우라늄 및 관련 물질 약 13만3,000kg 중 러시아산은 사실상 없었으며, 프랑스산이 9만4,451kg으로 약 71%, 영국산이 3만6,412kg으로 약 27%를 차지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농축 업체를 중심으로 조달 구조를 재편한 결과다. 다만 일본의 자체 농축 능력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일본원연(JNFL)의 롯카쇼 농축공장은 현재 허가 용량이 연간 450tSWU에 달하지만, 실제 상업 생산에 투입된 신규 원심분리기 용량은 75tSWU 수준에 그친다. 문제는 향후 러시아가 농축우라늄 공급을 제한할 경우, 미국·EU·한국 등의 농축 수요가 프랑스·영국계 공급자에 몰리며 물량 확보 경쟁이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러시아발 공급 감소가 서방 설비의 가동 여력을 짓누르면서, 자체 농축 역량이 부족한 일본의 조달 비용·계약 물량 확보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우크라 지원 리스크 커져
이러한 에너지 공급망 리스크는 한국과 일본의 우크라이나 지원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한국과 일본은 우크라이나로부터 방공 전력 지원 요청을 잇달아 받고 있지만, 직접적인 살상 무기 지원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 중이다. 앞서 지난 7월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 이후 우크라이나가 각국에 방공 시스템과 요격미사일 지원을 촉구하자, 한국 외교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달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약속한 1억 달러(약 1,340억원) 규모의 포괄적 지원 역시 인도적 지원과 복구·재건 분야에 집중됐다.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공개된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을 직접 언급하며 방공 분야 지원이 필요하다고 재차 요청했으나, 한국 정부는 방산물자 해외 제공은 국내법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비군사 분야 지원을 중심으로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선을 그었다.
일본 역시 비슷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5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우크라이나 우선필요품목목록(PURL)에 1,466만 달러(약 200억원)를 출연했지만, 해당 자금은 비살상 장비 조달에 한정적으로 투입됐다. 이후 우크라이나는 일본의 방산 생산 능력을 직접 거론하며 패트리엇 미사일 관련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고, 지난달에는 일본에 패트리엇 요격탄 제공을 공식 요청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직접적인 살상 무기 지원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지켰다. 앞서 일본은 올해 4월 방위장비 이전 3원칙과 운용 지침을 개정해 살상 능력을 갖춘 무기의 수출 범위를 넓혔지만, 전쟁 중인 국가에 대한 직접 수출은 여전히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