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차 규제 완화·유럽산 우대” 中 자동차 시장 잠식에 방어 나선 EU, 역외 완성차 업계 전반에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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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독일, EU 내연기관차 퇴출 규제 추가 완화 추진 中 전기차·하이브리드 유럽 시장 잠식 가속화, 무역 장벽 높아져 테슬라·도요타·닛산 등 여타 역외 완성차 업체도 부담 가중

프랑스와 독일이 유럽연합(EU)의 내연기관차 퇴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중국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유럽 시장 내 존재감이 빠르게 커져 가는 가운데, 역내 완성차 업체의 전환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유럽 내 생산·조달 요건을 강화해 산업 기반을 지키겠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도 유럽은 산업가속화법(Industrial Accelerator Act, IAA) 등 추가 견제책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으며, 이러한 규제는 중국 업체를 넘어 다수 역외 완성차 기업의 유럽 사업 전략에도 부담으로 작용 중이다.
프랑스·독일의 내연기관차 규제 완화 논의
13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2일 파리모터쇼에서 “EU 자동차 정책에 관한 합의가 임박했다”며 “유럽이 전진할 수 있도록 독일과 합의를 마무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에서 독일은 자동차 제조업체에 적용되는 2030년 배출가스 감축 목표를 완화할 것을 요구 중이며, 특히 2035년부터 적용되는 EU의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35년 이후에도 전체 신차 판매량의 10%까지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 합의안에는 내연기관 차량에 저탄소 연료·저탄소 소재 사용을 의무화하지 않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는 독일과의 협력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기술 분야의 공공 보조금·조달 계약을 EU 역내 제조업체에 집중하는 방안에 대한 지지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럽 자동차 공급망과 생산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양국 합의만으로 EU 규정이 바뀌는 것은 아니며, 관련 법률을 개정하려면 EU 회원국이 참여하는 이사회와 유럽의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 특히 내연기관 차량 판매 허용 확대는 EU의 기존 기후정책 목표를 크게 완화하는 구상인 만큼, 향후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유럽 영향력 확대하는 中 전기차
시장은 이러한 유럽 국가들의 움직임이 중국 자동차 업체들에 대한 견제의 일종이라고 평가한다. 중국 기업들은 지난 수년 사이 전기차를 앞세워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해 EU에서 판매된 순수 전기차의 20%는 중국에서 생산된 차량이었다. 시장조사업체 JATO다이내믹스 역시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유럽 시장 점유율이 2024년 상반기 2.7%에서 지난해 상반기 5.1%로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판매량은 91% 급증했다고 집계했다.
EU는 이 같은 중국의 질주를 막기 위해 꾸준히 무역 장벽을 세워 왔다. 지난 2023년부터 약 1년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를 진행했으며, 2024년 7월에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 역내 시장 경쟁을 왜곡했다는 판단하에 중국산 전기차에 잠정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첫 대규모 무역 제재였다. 이후 같은 해 10월 EU는 회원국 승인을 거쳐 중국산 전기차에 업체별로 최대 35.3%의 추가 관세를 매기기로 최종 확정했다. 구체적으로 BYD에는 17.0%, 지리자동차에는 18.8%, 상하이자동차(SAIC)에는 35.3%의 상계관세가 적용됐으며,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된 테슬라 차량에도 7.8%의 관세가 부과됐다. 해당 관세는 기존 자동차 수입 관세 10%에 추가되는 것으로, 적용 기간은 2024년 10월 30일부터 5년으로 설정됐다.
하이브리드차 공세도 거세
EU의 무역 장벽이 높아지자, 중국은 상대적으로 관세 부담이 낮은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확대하며 현지 시장에 파고들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EU 27개 회원국 대상 하이브리드차 수출액은 75억 달러(약 10조320억원)로, 전년 동기 25억 달러(약 3조3,440억원)의 3배에 달했다. 2021년 연간 수출액인 8억4,500만 달러(약 1조1,300억원)와 비교하면 약 9배 규모다. FT 역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EU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시장 점유율이 2024년 2%에서 올해 상반기 25%까지 뛰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중국 측에 하이브리드차의 대유럽 수출을 자발적으로 줄이고 시장 점유율을 낮추라고 요구했으나, 중국은 이를 거부했다. 이후 양국은 이어진 갈등 끝에 최근 중국산 하이브리드차 수입 물량을 연간 35만 대로 제한하는 데 합의했다. 해당 조치는 이르면 오는 12월 초 시행될 예정이며, 연간 허용 물량은 매년 6%씩 늘어난다. 아울러 중국에 적용되는 수입 상한은 다른 수출국에 적용되는 상한보다 낮지 않은 선에서 정해진다.
표1. EU의 중국산 자동차 견제 조치
| 구분 | 주요 내용 |
|---|---|
| 순수전기차 | 중국산 전기차에 기존 수입관세와 별도로 업체별 상계관세 부과 |
| 하이브리드차 | 중국산 하이브리드차의 EU 수입 물량을 연간 기준으로 제한, 허용 물량 매년 단계적으로 확대 |
테슬라, 유럽 규제 직면
업계는 이러한 유럽의 역내 산업 보호 움직임이 비단 중국을 넘어 역외 완성차 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다. 테슬라는 최근 유럽에서 자율주행 기술의 명칭을 기존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 Supervised·FSD)'에서 '테슬라 보조주행(Tesla Assisted Driving)'으로 변경했다. 이는 앞서 지난 6일 독일 연방교통부가 FSD라는 명칭이 실제 기술 수준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 데 따른 조치다. 독일 당국은 해당 시스템이 차량의 모든 주행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완전자율주행 기술이 아니라 가속·제동·조향 등 일부 주행 작업을 지원하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며, 운전자는 시스템 작동 중에도 주변 상황을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필요할 경우 즉시 차량을 직접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여기에 자율주행 기술의 유럽 시장 상용화 과정에서도 규제 장벽이 두드러졌다. 앞서 테슬라는 약 18개월간의 안전성 검증을 거쳐 지난 4월 네덜란드 차량인증기관(RDW)으로부터 FSD 시스템 승인을 따냈으나, 이는 곧바로 EU 전역의 상용화 허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EU에서는 차량에 적용되는 신기술이 기존 안전 규정과 완전히 부합하지 않을 시, 자동차 형식승인 규정(EU 2018/858) 제39조에 따라 별도의 예외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향후 테슬라가 EU 전역에서 해당 기술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네덜란드 당국이 집행위에 EU 전역 적용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하고, 이후 회원국들이 참여하는 관련 위원회에서 표결을 진행해야 한다.
日 완성차 업계도 '비상'
일본 완성차 기업들의 경우, EU가 추진 중인 IAA에 대한 우려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이 법안은 중국 등 역외 국가의 저가 제품 공세에 대응해 유럽 기업의 생산 기반을 보호하고, 유럽산 제품의 수요를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적용 대상은 자동차·철강·시멘트·알루미늄·배터리 등 주요 전략 산업 전반이며, 자동차 부문에서는 공공 조달과 일부 보조금·세제 혜택을 받는 전기차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등에 EU 역내 생산·부품 조달 요건을 적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집행위 초안에 따르면 관련 차량은 원칙적으로 EU에서 최종 조립돼야 하며, 배터리를 제외한 차량 부품의 역내 조달 비중도 출고 가격 기준 70%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배터리 셀과 주요 구동계 부품에도 별도의 역내 생산 조건이 마련됐다.
일본의 대표적 완성차 기업 도요타는 지난해 유럽에서 판매한 차량의 약 80%를 유럽 지역에서 생산했으나, 해당 수치는 EU 비회원국인 영국과 튀르키예 생산분 등을 포괄한다. 지난 6월 나카타 요시히로 도요타 유럽법인 최고경영자(CEO)가 영국·일본·튀르키예 등 주요 협력국을 IAA의 EU산 인정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한 이유다. 닛산 역시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다. 지난 3월 가디언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당시 닛산은 영국이 IAA의 EU산 인정 범위에서 제외될 경우 선덜랜드 공장의 폐쇄까지 검토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를 영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덜랜드 공장은 약 6,000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으며, 연간 최대 60만 대의 차량 생산이 가능한 영국 최대 자동차 생산 시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