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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내기 수출로 ‘내일의 성장’ 끌어다 쓴 중국 경제, 동력 상실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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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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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2024년 GDP 성장률 5.0%
지난달 대미 수출 2년 만에 최고
반덤핑 공세에 공산품 시장 혼란

미국 차기 행정부 출범에 앞서 수출 밀어내기에 주력하고 있는 중국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엄포에는 대량 수출로 응수했지만, 단기간에 집중된 수출과 그로 인한 기저효과 탓에 올해 경제 성장률은 급격히 하락할 것이란 지적이다. 중국 내부에서도 저조한 소비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수출에 집중된 中 경제, 핵심 동력 잃을 위기”

20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134조9,084억 위안(약 2경6,800조원)으로 불변가격 기준 5.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이는 로이터통신이 세계 이코노미스트 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망치의 중간값 4.9%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자, 중국 당국이 설정한 5% 안팎 성장률 목표에도 부합하는 결과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통계의 신뢰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중국 당국에 의해 집계된 해당 수치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프레야 비미시 TS롬바르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지난해 GDP 성장률은 중국 정부의 발표치인 5%가 아닌 4.6% 수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요 측면에 치우친 중국 당국의 분석과는 달리, 공급 측면까지 고려할 경우 성장률은 대폭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에 의하면 중국의 지난해 연간 수출액은 25조5,000억 위안(약 5,100조원)을 기록하며 전년(23조8,000억 위안·약 4,760조원) 대비 7.1% 증가했다. 이 가운데 12월 수출액(달러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해 시장 전망치인 7.5%를 크게 상회했다. 특히 대미 수출은 약 490억 달러(약 72조1,030억원)를 기록하며 2년 만에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비미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지난해 하반기 성장률의 40%가 수출에서 기인했다는 점을 꼬집으며 올해 GDP 성장률은 1~2%대로 고꾸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규모 관세를 물리기 시작하면, 중국 경제는 성장의 핵심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통상 압력에 직면할 중국으로서는 악재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 역시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5%를 기록한 배경에는 미국의 관세 인상 전에 몰린 ‘밀어내기 수출’이 짙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미리 수출을 밀어냄에 따라 향후 수출할 물량이 감소하게 되고, 여기에 고율 관세까지 현실화하면 향후 수출 전망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바클레이스는 고객들에게 보낸 분석 노트에서 “중국의 부동산 부문 투자는 석 달을 연속 두 자릿수 하락을 거듭 중”이라고 짚으며 “중국 경제 전망이 어둡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약탈적 영업’ 지적하고 나선 신흥국

중국이 자국의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릴 방도로 수출 밀어내기를 택하면서 전 세계는 중국 수출품의 범람에 대비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철강과 화학 제품, 타이어 등 최소 6개 분야에서 반덤핑 조사를 진행한 브라질이 대표적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2023년 1월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며 산업 정책을 경제 전략의 중심에 둔 바 있다.

브라질 정부는 자국 최대 철강 생산업체 CSN의 요청에 따라 2023년 10월 반덤핑 조사에 나섰다. CSN은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특정 유형의 중국산 탄소 강판 수입이 약 85%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브라질은 철강 생산 주원료인 철광석의 세계 최대 수출국으로, 그간 철강 수입의 증가에 극도로 경계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약 6개월에 걸친 조사에서 브라질 정부는 11개 철강 제품이 2022~2022년 평균 수입량을 30% 이상 초과해서 수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에 지난해 4월 철강제품에 대한 수입 쿼터 조치를 선언했다. 품목별 수입량을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최대 25%의 관세를 적용하는 식이다.

여타 신흥국들도 중국 공산품 수입 급증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태국 정부는 중국 기업들이 반덤핑 관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으며, 베트남 정부도 자국 업계의 요구에 따라 중국산 풍력 타워와 일부 철강 제품의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이 가격 경쟁력으로 포장한 채 약탈적 영업을 전개, 시장의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는 게 이들 국가의 공통된 지적이다.

우리 산업계 또한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중국 정부가 그동안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 육성한 전기차나 태양광, 배터리, 범용 반도체 등이 미국의 무역 제재 대상이 됐음에도 생산량 자체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짚으며 “결국 중국은 한국이나 동남아 등 주변국에 밀어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우리도 중국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소비 약화에 디플레이션 가속

한편 중국 내부에서도 올해 경제 전망이 밝지 않다는 데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이 좀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탓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7% 증가한 반면, 산업 생산은 6.2% 증가했다. 꽁꽁 얼어버린 소비 심리가 생산 속도를 전혀 쫓아가지 못한 셈이다.

부동산 개발 투자는 전년 대비 10.6% 하락한 10조280억 위안(약 1,990조원)을 기록했다. 부동산 불황이 소비를 약화시키고, 저조한 소비가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인구까지 줄어들면서 비관론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인구는 14억828만 명으로 전년 대비 139만 명 감소했다. 출생 인구 역시 954만 명으로 3년 연속 1,000만 명을 밑돌았다.

그간 풍부한 노동력과 대규모 시장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의 엔진을 자처해 온 중국으로서는 모든 동력을 잃은 셈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불리한 영향이 깊어지고, 국내 수요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중국 경제가 안팎에서 난국에 처했음을 인정했다. 다만 “더 적극적인 거시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며 올해 추가적인 통화 완화 조치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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