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넘어 현지화 규제까지” 中 전기차 짓누르는 EU, 자체 산업 경쟁력 한계·中 브랜드 역내 생산 확대에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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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IAA 등 앞세워 中 전기차 대상 추가 규제에 속도 "EU 시장 못 잃는다" 관세 장벽에도 中 전기차 수출 증가세 여전 규제 우회에 박차 가하는 中 기업들, EU 자체 생태계는 '위태'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를 향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관세를 통해 무역 장벽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산업가속화법(Industrial Accelerator Act·IAA) 등 역내 생산 전기차를 우대하는 방안까지 동원해 산업 경쟁력 보호에 힘을 싣는 양상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EU의 제재가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업체들이 현지 생산 기지를 확보하는 등 규제 우회에 속도를 내고 있는 데다, 유럽 전기차 산업의 원가·양산 경쟁력 한계가 뚜렷하다는 이유에서다.
EU의 對중국 전기차 제재
2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EU는 IAA를 통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비관세 제재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3월 초안이 공개된 IAA는 공공 조달, 정부 보조금, 기업용 차량 지원 등 공적 혜택을 ‘유럽산 제품’에 집중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안은 공공 조달에 참여하거나 공적 지원을 받는 전기차는 최종 조립을 EU 역내에서 진행해야 하며, 배터리를 제외한 차량 부품의 최소 70%가 EU산이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단순히 중국산 부품을 들여 와 유럽 공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는 유럽산 지위를 얻기 어려운 구조다.
배터리에도 별도의 현지화 요건이 적용된다. 법 시행 초기에는 배터리 셀을 포함한 주요 배터리 구성 요소 가운데 최소 3개가 EU에서 생산돼야 하며, 시행 3년 뒤에는 기준이 강화돼 배터리 셀, 양극활물질,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포함한 최소 5개 주요 구성 요소가 역내에서 조달돼야 한다. 같은 시점부터 전기 모터, 인버터 등 전동화 구동계 부품의 EU산 비중 요건도 가격 기준 50% 이상으로 높아지고, 차량용 주요 전자 시스템 역시 EU산 부품 비율을 50% 이상 확보해야 한다.
유럽 현지 투자 조건도 강화된다. IAA는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핵심 광물 등 전략 산업 분야에서 세계 생산 능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의 기업이 EU에 1억 유로(약 1,700억원) 이상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경우, EU가 해당 기업에 별도의 투자 조건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는 사실상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구체적인 투자 조건 예시로는 유럽 기업의 지배 지분 확보, 기술 이전, 역내 공급망 편입, 현지 고용 창출 등이 꼽혔다.
고율 관세 정책, 성과 한계 뚜렷
관세 장벽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 앞서 EU는 2023년부터 약 1년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를 진행하고, 2024년 7월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 역내 시장 경쟁을 왜곡했다는 판단하에 중국산 전기차에 잠정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첫 대규모 무역 제재였다. 이후 같은 해 10월 EU는 회원국 승인을 거쳐 중국산 전기차에 업체별로 최대 35.3%의 추가 관세를 매기기로 최종 확정했다. 현재 양국은 중국 업체가 일정 수준 이상의 최저 판매가격을 보장하면 관세를 일부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실질적인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러한 조치는 관련 업계의 생산 및 수출 지형을 재편하는 결과를 낳았다. 유럽 교통환경연맹(T&E)이 발표한 최신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동안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 현지 공장에 의존해 왔던 서방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최근 유럽 내 생산 비중을 재차 확대하고 있다. 서방 핵심 시장인 미국과 EU가 나란히 중국산 전기차 견제에 나서자,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리쇼어링 및 인쇼어링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BMW, 다치아, 볼보, 스마트, 테슬라 등의 전체 전기차 판매량 중 중국산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38%에서 올해 1분기 23%까지 급감했다.
다만 T&E는 EU의 관세 조치가 중국 전기차의 공습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했다고 진단했다.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중국 브랜드 전기차의 대(對)EU 수출량이 대폭 증가했다는 것이다. 실제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1~5월 EU·영국·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시장에서 중국 비야디(BYD)의 신차 등록 대수는 13만5,307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5.2% 급증했다. 같은 기간 지리그룹의 등록 대수도 17만6,676대로 6.5% 늘었고, 체리자동차와 립모터는 각각 316.0%, 552.9%의 폭발적인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시장은 공급 과잉과 업체 간 출혈 경쟁이 장기화하면서 내수 수요만으로는 생산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 전기차 업체 입장에서 유럽 판매 기반을 넓히는 것은 생존을 위한 핵심 과제인 만큼, 규제가 강화된다고 해도 쉽사리 발을 빼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中 전기차 '맹공' 지속 전망
향후 중국 전기차 업계의 EU 현지 공세는 한층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기업들이 EU의 무역 제재를 상쇄하기 위해 현지 생산 기지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일본 닛산은 지난달 중국 체리자동차와 영국 선덜랜드 공장 내 위탁 생산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체리자동차가 닛산 선덜랜드 공장에 일정 규모 이상의 생산을 위탁하면서 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다. 양 사는 닛산이 가동을 중단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장에서 체리자동차의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오모다 5를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계 자동차 그룹인 스텔란티스 역시 스페인 사라고사 공장에서 립모터의 전기 SUV B10을 생산할 예정이며, 중국 둥펑자동차와 제일자동차그룹(FAW) 산하 고급차 브랜드 ‘훙치’도 스텔란티스에 위탁 생산을 맡기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독일 폭스바겐은 중국 샤오펑과 공장 인수 및 수탁 생산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유럽 자동차 생태계가 이 같은 중국의 맹공을 견뎌낼 기반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기존 내연기관 기술과 브랜드 경쟁력 방면의 강점은 뚜렷하지만, 전기차 분야에서 중국의 비용·양산 경쟁력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가장 두드러지는 품목이 전기차 배터리다. T&E는 현재 유럽에서 생산되는 배터리 셀의 평균 비용이 중국산보다 약 90% 높은 것으로 추산한다. 중국 업체들이 대규모 생산 능력, 자체 소재·부품 공급망, 높은 공장 가동률 등을 무기로 원가를 낮추는 동안, 유럽 업체들은 수율 저하, 숙련 인력 부족, 높은 에너지 비용 등 한계에 발목이 잡힌 결과다.
이 같은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출범한 오토모티브셀컴퍼니(ACC) 역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중이다. ACC는 스텔란티스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스의 배터리 자회사 사프트가 공동 설립한 합작사로, 유럽 자동차 업계의 아시아산 배터리 의존을 끊어낼 핵심 축으로 평가받았다. ACC는 당초 프랑스 두브랭을 시작으로 독일 카이저슬라우테른, 이탈리아 테르몰리 등지에 대형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 유럽 내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었으며, 2024년에는 이를 위해 44억 유로(약 7조원)의 자금도 조달했다. 그러나 2023년 가동을 시작한 두브랭 공장은 양산 안정화 과정에서 거대한 암초에 부딪혔다. 생산 과정에서 배터리 셀 수율이 곤두박질치며 일부 장거리 전기차의 생산 및 인도 일정에 지연이 발생한 것이다. ACC는 수율 개선과 폐기율 축소를 위해 중국 배터리 전문가들까지 현장에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설립한 배터리 기업이 정작 대량 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의 제조 경험을 빌려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이후 지난 2월 ACC는 카이저슬라우테른·테르몰리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사실상 폐기하고, 두브랭 공장의 생산 효율화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