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금리 인상의 숨은 충격, 담보가치 하락에 은행 대출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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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가격 하락으로 은행의 자금 조달 여력 축소 기업대출 감소로 금리 충격이 실물경제로 확산 연준의 정책 불확실성에 담보 위험 관리 중요성 부각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금리 인상은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은행의 대출 여력도 떨어뜨린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이 보유한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자금 조달에 활용하는 담보가치도 함께 낮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2023년 3분기까지 유로존 은행권은 채권 가격 하락으로 자기자본의 약 12%에 해당하는 평가손실을 입었다. 채권 손실이 1 표준편차 늘어날 때 은행 간 차입은 약 4%, 기업대출은 2.5% 감소했으며 자본건전성이 양호한 은행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처럼 자본 여력이 충분해도 담보가치 하락으로 자금 조달과 대출이 줄어드는 현상을 ‘담보 경로(collateral channel)’라고 한다.
통화정책의 숨겨진 고리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일반적으로 자금 조달 비용을 높여 대출과 소비를 줄이고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는 방식으로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금리 상승이 은행의 보유 채권 가격을 떨어뜨리고 다시 대출 여력을 낮추는 경로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은행은 국채 등 보유 증권을 담보로 다른 은행이나 중앙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한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담보로 인정받는 자산 가치도 낮아진다. 채권을 실제로 매각하지 않더라도 담보가치가 하락한 만큼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드는 셈이다.
유럽중앙은행(ECB) 연구진이 2022년 초부터 2023년 말까지 유로존 은행을 분석한 결과, 채권 손실이 큰 은행일수록 은행 간 담보부 차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금리 인상 이전부터 증권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비중이 높은 은행에서 감소폭이 컸다. 반면 은행의 자본건전성에 따른 차이는 뚜렷하지 않았다. 자본비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 만기보유증권의 손실도 시가평가 대상 채권과 비슷한 수준의 대출 감소로 이어졌다. 이는 담보가치 하락이 대출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뒷받침한다. 이 같은 위험은 2023년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계기로 더 주목받았다. 미실현 채권 손실이 뱅크런을 촉발한 요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면서 금리 상승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이 유동성 위험으로 번질 가능성이 확인됐다.

실물경제로 번진 신용 경색
담보가치 하락에 따른 자금 조달 위축은 기업대출로 이어졌다. 유로존 은행은 자산의 약 14%를 은행 간 차입으로 조달하는 만큼 이 시장에서 발생한 충격이 전체 신용 공급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채권 손실이 큰 은행일수록 대출금리를 높이고 만기를 단축했으며 대출 규모도 더 많이 줄였다. 이러한 움직임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기업이 다른 은행에서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기도 어려워졌다. 개별 은행의 위험 관리에 그치지 않고 금융시스템 전반의 신용 공급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은행그룹 내부의 자금 지원도 충격을 모두 흡수하지는 못했다. 국내 계열사에서는 내부 자금 지원을 통해 대출 감소폭을 상당 부분 줄였지만, 해외 계열사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해외 계열사의 대출 감소폭은 그룹 지원을 받지 못한 은행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여기에 금리 상승은 차주의 상환 부담도 높였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에서는 차주의 이자 부담이 빠르게 늘면서 대출 손실도 증가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에 앞서 소득 대비 대출비율 등 차주 대상 규제를 강화한 경우에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따라서 2022~2024년 신용 긴축에는 은행의 자금 조달 여력 감소와 차주의 상환 부담 증가가 함께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커지는 금리 불확실성
과거 금리 인상기에 확인된 담보 위험은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변화와 맞물려 다시 주목받고 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을 축소하고, 기준금리를 주요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금리 방향을 미리 알리는 포워드 가이던스도 줄여 시장이 연준의 신호보다 경제 상황을 토대로 금리 전망을 판단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연준이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신호를 줄이면서 채권시장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졌다. 최근 정책회의 이후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고, 10년물 금리도 지난해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연방기금금리가 3.50~3.75%를 유지하는 가운데 연준 내부에서는 추가 인상 주장까지 나왔다. 반면 소매판매와 고용 증가세는 둔화하고 인플레이션도 완화되면서 경제지표와 시장의 금리 전망 사이에는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은행의 채권 관리에도 부담을 준다. 향후 금리 흐름을 가늠하기 어려울수록 보유 채권의 가격 하락 위험에 미리 대비하기가 쉽지 않다. 예상보다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 채권 가격과 담보가치가 함께 떨어지고 은행의 자금 조달 여력도 줄어들 수 있다. 중앙은행의 ‘건설적 모호성’은 시장이 자체적으로 위험을 평가하도록 유도하는 데 목적을 둔다. 그러나 은행권이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손실을 경험한 상황에서는 예상 밖의 금리 변동이 유동성 부담을 키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담보 위험까지 살펴야 하는 금융정책
유로존 은행들이 긴축 기간에도 충분한 자본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당시 대출 감소를 정상적인 위험 관리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자본 여력이 충분한 은행에서도 대출이 감소했다는 사실은 자본비율만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 위험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기존 거시건전성 규제만으로 이러한 위험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소득 대비 대출비율 등 차주 대상 규제는 금리 상승에 따른 상환 부담이 부실로 이어질 위험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반면 담보 경로는 은행이 보유한 채권의 가치 하락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금리정책과 금융감독에서는 두 위험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감독 당국은 은행의 자본비율뿐 아니라 금리 변동에 따라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증권의 가치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중앙은행 역시 금리를 결정할 때 채권 가격 하락이 은행의 자금 조달과 신용 공급에 미칠 영향까지 살피는 접근이 요구된다.
2022~2024년의 경험은 은행의 자본이 충분하더라도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 위험이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금리 상승이 채권 가격과 담보가치를 낮추고 다시 자금 조달과 기업대출을 위축시키는 경로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다음 긴축 과정에서 같은 신용 경색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담보가치 변화를 통화정책과 금융감독의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Collateral Channel Problem: Why Rate Hikes Keep Choking Bank Lending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