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미국 관세 누가 부담했나, 시장점유율 따라 엇갈린 전가 효과
입력
수정
해외 수출업체의 미국 관세 최대 절반 흡수 도요타·현대차의 관세 부담과 수익성 악화 시장 구조에 따른 관세 전가 효과 차별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이 관세를 대폭 인상했지만, 소비자 가격에 미친 영향은 예상보다 제한적이었다. 미국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한 주요 수출기업들이 판매가격을 올리는 대신 관세 비용의 일부를 자체적으로 떠안았기 때문이다. 도요타자동차의 지난해 4~6월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했으며 미국 관세에 따른 손실만 약 4,500억 엔(약 3조9,290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관세 부담이 해외 수출기업에도 돌아가면서 비용을 실제로 누가 부담했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다. 실증 연구에서는 수출업체의 관세 부담 정도가 시장점유율에 따라 크게 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수출업체의 관세 부담 증가
지난해 초만 해도 관세 인상분의 대부분이 미국 구매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미국 수입품에 적용되는 평균 법정 관세율이 1월 약 2.6%에서 연말 약 13%까지 오르면서 소매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실제 물가 상승은 예상보다 제한적이었으며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서도 뚜렷한 차질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흐름은 무역이론의 ‘교역조건 효과(Terms of Trade Effect)’로 설명된다. 대규모 수입시장을 보유한 국가가 관세를 부과하면, 해외 공급업체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수출가격을 낮추면서 관세 부담의 일부를 흡수하는 현상을 뜻한다. 세계 최대 수입시장인 미국은 이러한 효과가 나타나기 쉬운 대표적인 경제권으로 꼽힌다.
실제로 미국의 50대 교역국 선적 자료를 거래금액에 따라 가중해 분석한 최근 연구에서는 해외 수출업체가 수출가격을 낮춰 지난해 관세 인상분의 약 40~50%를 흡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 인상 초기인 지난해 6월 분석에서 수입업체가 비용의 64%, 수출업체가 14%를 부담한 것으로 추산된 것과 차이를 보인다. 이후 주요 수출업체들이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는 이익률 수준을 확인한 뒤 가격 인하 폭을 확대하면서 관세 부담 구조도 점차 달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점유율 따라 엇갈린 관세 부담
다만 모든 연구가 높은 관세 흡수율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뉴욕연방준비은행과 독일 킬세계경제연구소, 하버드대·시카고대 연구진 등은 관세 부담의 90% 이상이 미국 수입업체와 소비자에게 돌아갔다는 상반된 결과를 내놨다. 연구 결과가 크게 엇갈린 배경에는 거래 규모를 분석에 반영하는 방식의 차이가 자리한다.
미국의 수입은 일부 품목에 크게 집중돼 있다. 전체 수입 품목 가운데 상위 1%가 총수입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수천 개의 세부 품목을 합쳐도 교역액의 1%에 못 미친다. 거래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각각의 수입 관계에 같은 비중을 부여하면 소액 수입과 800억 달러(약 111조400억원) 규모의 승용차 수입이 동일하게 반영되는 셈이다. 이 경우 가격 결정력이 낮은 소규모 수출업체가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관세 전가율이 높게 산출된다. 반면 실제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가중치를 적용하면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주요 공급업체의 가격 조정 효과가 두드러진다.
실제 시장점유율이 높은 공급업체는 관세 인상분의 최대 70%를 흡수했다. 중국 장난감·인형 수출업체는 관세율이 28%포인트 오르자, 수출가격을 22% 낮춰 부담의 약 80%를 떠안았다. 한국 자동차업체도 관세율이 22%포인트 인상되자 수출가격을 12% 낮춰 관세 부담의 절반가량을 흡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시장점유율이 3~4% 수준인 공급업체는 관세 대부분을 전가해 업체의 시장 지위에 따라 부담 정도가 뚜렷하게 갈렸다.

관세 흡수로 낮아진 도요타·현대차 수익성
이 같은 차이는 주요 기업의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도요타의 지난해 4~6월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1조3,300억 엔(약 11조6,150억원)에서 8,410억 엔(약 7조3,440억원)으로 감소했다. 회계연도 전체 관세 영향액은 약 1조4,500억 엔(약 12조6,610억원)으로 추산됐다. 연간 영업이익은 21.5% 줄었으며 분기 영업이익률도 약 9%에서 4.5%로 낮아졌다. 현대자동차 역시 미국 관세로 약 4조1,000억원의 비용을 부담하면서 영업이익이 19.5% 줄었다. 하이브리드차 판매 호조로 글로벌 매출은 늘었지만, 관세 부담으로 수익성은 악화됐다.
두 회사가 이익 감소를 감수한 배경에는 미국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판매가격을 높여 현지 생산 경쟁업체에 고객을 빼앗기기보다 단기적인 수익성 저하를 받아들이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반면 자본력과 브랜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규모 수출업체는 관세 비용을 장기간 자체 흡수하기 어려워 가격에 전가하는 경향이 강했다.
아시아 통화 약세로 커진 관세 대응 여력
기업의 가격 조정과 함께 환율도 관세 부담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달러화가 주요 통화 대비 약 9~10% 하락한 가운데, 일부 아시아 통화는 각국의 경제 여건에 따라 달러 대비 약세를 나타냈다. 일본 엔화는 지난해 4분기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12월 11개월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국 원화도 자본 유출과 무역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달러당 1,500원을 넘어서며 2009년 3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밀렸다. 중국 위안화도 당국의 환율 관리가 이어지면서 실질실효환율이 지난해 9월까지 4.6% 약세를 보였다. 이러한 통화 약세는 자국 통화로 환산한 수출대금을 늘려 기업이 달러 표시 수출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력을 키웠다. 미국 소비자가 체감한 가격 상승폭이 예상보다 제한됐던 데는 수출기업의 이익률 축소뿐 아니라 이 같은 환율 효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관세 효과
결국 지난해 미국 관세의 부담 주체를 둘러싼 연구 결과가 엇갈렸다고 해서 어느 한쪽이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분석 단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관세 부담 구조가 포착됐으며 두 현상 모두 실제 시장에서 동시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개별 무역 관계에 동일한 비중을 부여하면 가격 결정력이 낮은 소규모 수출업체의 전가 행태가 주로 반영된다. 반면 실제 교역금액을 기준으로 가중치를 적용하면 시장점유율이 높은 주요 수출업체의 관세 흡수 효과가 두드러진다.
이러한 차이는 관세 정책의 효과를 판단할 때 산업별 시장 구조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자동차와 반도체, 중장비처럼 소수의 주요 공급업체가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 산업에서는 수출기업이 이익률을 낮춰 관세 일부를 흡수할 여지가 크다. 이 경우 관세 부과국은 단기적으로 교역조건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공급업체가 영세하고 분산된 시장에서는 관세를 자체적으로 감당할 여력이 부족해 비용 대부분이 수입업체와 소비자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해외 수출업체가 관세 일부를 부담한다는 사실만으로 관세 정책의 경제적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힘들다. 교역조건 개선과 별개로 무역 왜곡과 소비자 선택권 축소, 상대국의 보복 관세, 국제 무역규범 약화 등의 비용이 뒤따를 수 있어서다. 따라서 관세의 효과를 평가할 때는 하나의 평균 전가율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산업별 시장 구조와 실제 부담 주체, 장기적인 무역 비용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Tariff Pass-Through Puzzle: Why Tariff Absorption Split So Unevenly in 2025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