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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임대료 규제 폐지에도 낮아진 베를린 주택 가치, 규제 위험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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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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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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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텐데켈 폐지 이후에도 지속되는 주택 가치 하락 
규제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주택 공급 위축 
주택 수용 논쟁 지속에 따른 규제 위험 장기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독일 주요 도시 가운데 베를린에서는 주택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2024년 베를린의 주택 가격 대비 임대료 비율은 다른 주요 도시를 기준으로 한 예상치보다 약 10~15% 낮았다. 이 같은 흐름은 2020년 도입된 ‘미텐데켈’(Mietendeckel·임대료 상한제)이 2021년 위헌 결정으로 폐지된 이후에도 지속됐다. 제도가 사라진 지 3년이 지났지만, 향후 임대료 규제가 다시 강화되거나 주택 소유권에 대한 정부 개입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주택 가치에 계속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향후 정책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현재 자산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 위험’이 베를린 주택시장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임대료 규제 이후 커진 불확실성

베를린 주택시장에서 규제 위험이 본격적으로 부각된 것은 2019년이다. 당시 사회민주당(SPD)·좌파당(Die Linke)·녹색당으로 구성된 베를린주 집권 연정이 미텐데켈 도입에 나섰다. 2020년 2월 시행된 미텐데켈은 2014년 이전에 지어진 약 150만 가구의 임대료를 2019년 6월 수준으로 동결했다. 기본 임대료 상한은 ㎡당 3.92~9.80유로(약 6,300~1만5,700원)로 제한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50만 유로(약 8억500만원)의 벌금이 뒤따랐다. 이는 서구 주요 도시에서 시행된 임대료 규제 가운데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미텐데켈은 시행 1년여 만에 폐지됐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2021년 4월 베를린주에 별도의 임대료 규제를 도입할 입법 권한이 없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신규 임대계약의 임대료를 지역 비교 임대료보다 10% 이상 높게 책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연방법인 ‘미트프라이스브렘제’(Mietpreisbremse·임대료 제한제)가 이미 주거용 임대료를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임대료 감면 혜택을 받았던 세입자들은 그동안 줄어든 임대료 차액을 돌려줘야 했으며 상당수가 반환금을 마련하지 못해 혼란을 겪었다.

미텐데켈은 폐지됐지만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정치적 움직임은 이어졌다. 위헌 결정 약 5개월 뒤인 2021년 9월 베를린에서는 3,000가구 이상을 보유한 대형 주택회사의 주택을 공공 소유로 전환하는 방안이 주민투표에 부쳐졌다. 투표자의 57.6%가 찬성했으며 이는 전체 유권자의 42.3%에 해당했다.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투표였지만 투자자와 주택 소유주에게는 미텐데켈 폐지 이후에도 새로운 규제가 도입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는 계기가 됐다.

주: 미텐데켈 폐지 이후 나타난 베를린 주택 가치 하락은 2024년까지 지속됐다.

규제 불확실성에 위축된 주택시장

규제 강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주택가격과 투자에도 영향을 미쳤다. 규제 위험이 커지면 대형 기관투자자는 향후 정책 개입에 따른 손실을 우려해 자산 비중을 줄이고 개인투자자는 불확실성에 대응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주택 투자 수요가 감소하면서 가격에도 하락 압력이 가해진다.

정책 불확실성의 확대는 언론 보도를 토대로 산출한 ‘주택정책 불확실성 지수’에서도 확인됐다. 지수는 2019년 미텐데켈 발표 당시 급등한 뒤 제도 시행 기간에는 낮아졌지만, 2021년 폐지 이후 수용 논쟁과 주민투표가 이어지면서 다시 상승했다. 반면 비교 대상인 독일의 다른 13개 주요 도시에서는 같은 흐름이 나타나지 않았다. 동일한 금리와 거시경제 환경에서도 베를린의 주택 가치만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부동산 경기보다 규제 불확실성이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러한 투자 위축은 대형 주택회사의 움직임에서도 드러났다. 수용 운동의 주요 대상이었던 도이체보넨(Deutsche Wohnen)은 2021년 보노비아(Vonovia)에 인수된 이후 보유 주택 상당수를 베를린주에 매각하며 지역 내 자산을 줄였다. 대형 주택회사들이 다른 매도자보다 낮은 가격에 주택을 매각하는 움직임도 이어졌다. 그 결과 민간 대형 사업자의 비중은 줄고 공공부문의 주택 보유 비중은 확대되는 등 소유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투자 위축은 신규 주택 공급에도 영향을 줬다. 베를린의 신규 건축과 리노베이션 인허가는 다른 주요 도시보다 감소했으며, 특히 기업형 주택 부문에서 감소 폭이 컸다. 반면 임대료 부담은 낮아지지 않았다. 2024년 베를린의 평균 호가 임대료는 ㎡당 15.79유로(약 2만5,400원)로 뮌헨과 프랑크푸르트에 이어 독일에서 세 번째로 높았다. 규제 불확실성이 주택 가치와 투자, 공급에 부담을 주는 동안 세입자의 임대료 부담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문 것이다.

주: 베를린의 주요 주택정책 변화 시기에 정책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

이어지는 규제 논쟁과 시장 불확실성

베를린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베를린 상원은 미트프라이스브렘제를 2029년 말까지 연장했다. 5가구 이상 건물에서 임대주택을 개인 소유 주택으로 전환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치도 2030년까지 늘렸다. 미텐데켈은 사라졌지만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 기조는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주택 수용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졌다. 지난해 9월 수용 운동 진영은 대형 주택회사가 보유한 약 22만 가구를 공공기관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사회화법 초안을 공개했으며, 새로운 주민투표는 2027년 이후 추진될 전망이다. 이에 맞서 2026년 7월 기독교민주연합(CDU)·기독교사회연합(CSU)·사회민주당(SPD)으로 구성된 연방정부는 각 주가 민간 임대주택을 공공 소유로 이전하지 못하도록 하는 연방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베를린에서 시작된 주택 수용 논쟁이 연방 차원의 입법 문제로 확대되면서 향후 규제 방향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남게 됐다.

2024년까지 이어진 베를린의 주택 가격 대비 임대료 비율 격차는 규제 강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여전히 반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정책 불확실성은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와 공급의 장기적인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임대료 규제를 검토할 때는 단기적인 가격 억제 효과와 함께 시장 신뢰와 주택 공급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Berlin Housing Market: How Regulatory Risk Still Shapes Price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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