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빚 갚는 악순환” 美 국가부채 40조 달러 사상 첫 돌파, AI 거품 붕괴 땐 신용경색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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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재정지출 확대에 경기 호황기에도 적자 누적 장기금리 누르기 위한 국채 재매입도 근본 해법과 거리 AI 수익성과 생산성에 달린 미국의 재정·금융 안정

미국 연방정부 부채가 사상 처음 40조 달러(약 5경5,300조원)를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핵심 위험으로 떠올랐다. 감세와 사회보장 지출, 전쟁 비용으로 불어난 빚이 국채금리와 이자 부담을 함께 끌어올리면서 기업 신용시장과 뉴욕증시까지 압박하는 ‘부채의 악순환’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미 정부가 국채 바이백(재매입) 확대를 통해 장기금리 진화에 나섰으나, 재정적자와 차환 수요를 그대로 둔 채 시장 개입만으로 금리를 붙잡기는 어렵다. 현시점 미국이 기대를 걸 수 있는 출구는 AI가 창출할 생산성 향상과 세수 확대지만, 천문학적인 투자금이 수익으로 전환되기 전에 고금리 충격으로 AI 거품이 꺼질 경우, AI가 자산시장 조정과 신용경색을 증폭시키는 뇌관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법정 부채 한도에도 근접
24일(이하 현지시간) 미 재무부에 따르면 연방정부 총부채는 18일 기준 40조470억 달러(약 5경5,350조원)로 집계됐다. 인류가 역사상 캐낸 금을 모두 내다 팔아도 7조 달러(약 9,675조원)가 모자라는 액수다. 일반 투자자들이 보유한 국채가 32조2,660억 달러(약 4경4,600조원), 정부 보유분이 7조7,820억 달러(약 1경750조원)다. 미국의 국가부채 법정한도인 41조1,000억 달러(약 5경6,800조원)까지 1조 달러(약 1,380조원)가량 남겨둔 상태다. 국가부채가 40조 달러 선을 넘은 적은 이번이 처음으로, 미국 재정감시단체 피터슨재단은 이 빚이 지금도 하루 평균 70억 달러(약 9조6,740억원)씩 불어나고 있다고 집계했다.
미국 예산감시단체 책임연방예산위원회(CRFB)에 따르면 미국 국가부채는 1981년 처음 1조 달러를 넘기기까지는 약 200년이 걸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를 시작한 2017년 1월만 해도 19조9,500억 달러(약 2경7,560조원)였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2023년 5월 당시 40조 달러 도달 시점을 2028년으로 예상했으나, 10년도 지나지 않아 두 배로 불어났다. 올해 3월 39조 달러(약 5경3,890조원)를 넘어선 뒤 1조 달러가 더 쌓이기까지는 채 다섯 달도 걸리지 않았다.
고령화·감세·전쟁비용이 키운 구조적 재정적자
미국 국가부채가 급격히 증가한 주요 원인으로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대규모 재정지출과 함께 그간의 각종 감세, 인구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의료비 증가 등이 꼽힌다. CBO는 2026회계연도 연방정부 지출 7조4,490억 달러(약 1경300조원) 가운데 의무지출이 4조5,290억 달러(약 6,2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사회보장 지출 1조6,660억 달러(약 2,300조원)와 메디케어 지출 1조630억 달러(약 1,470조원)에 순이자비용 1조390억 달러(약 1,430조원)를 합치면 전체 세출의 절반을 웃돈다. 고령화에 따라 수급자는 증가하는 반면, 이를 뒷받침할 노동인구와 급여세 기반은 빠르게 확충되기 어렵다.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지출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가 굳어진 만큼, 재량지출 삭감만으로 재정수지를 복원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의 정책 선택은 재정 운신 폭을 한층 더 좁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기관 인력 감축과 보조금 정비를 앞세웠지만, 지난해 제정된 감세·지출법은 향후 10년간 누적 적자를 4조7,000억 달러(약 6,500조원)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이란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방비 확대도 추가적인 세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재정 보완책으로 제시됐던 관세수입마저 대규모 환급 사태에 직면했다. 미 정부가 7월까지 지급한 관세 환급액은 1,000억 달러(약 138조2,400억원)였으며, 7월 한 달 순관세수입은 마이너스 85억5,000만 달러(약 11조8,200억원)로 돌아섰다. 감세와 군사비, 관세 환급이 동시에 재정을 압박하면서 경기 확장기에도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표1. 미 연방정부의 주요 지출과 재정 압박 요인
| 구분 | 규모 | 기준 | 재정 영향 |
|---|---|---|---|
| 연방정부 총지출 | 7조4,490억 달러 (약 1경300조원) | 2026회계연도 전망 | 의무지출과 이자비용이 세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 |
| 의무지출 | 4조5,290억 달러 (약 6,260조원) | 2026회계연도 전망 | 총지출의 약 60.8%로 재량지출 삭감만으로 재정 개선에 한계 |
| 사회보장 지출 | 1조6,660억 달러 (약 2,300조원) | 2026회계연도 전망 | 고령화에 따른 수급자 증가로 구조적 지출 확대 |
| 메디케어 지출 | 1조630억 달러 (약 1,470조원) | 2026회계연도 전망 | 고령층 의료 수요 증가로 재정 부담 가중 |
| 순이자비용 | 1조390억 달러 (약 1,430조원) | 2026회계연도 전망 | 사회보장·메디케어와 합쳐 총지출의 약 50.6% 차지 |
| 감세·지출법 | 누적 적자 4조7,000억 달러 증가 (약 6,500조원) | 향후 10년 전망 | 감세에 따른 세입 감소로 재정 운신 폭 축소 |
| 관세 환급 | 1,000억 달러 (약 138조2,400억원) | 7월까지 누적 지급액 | 재정 보완 수단으로 기대됐던 관세수입 감소 |
| 순관세수입 | -85억5,000만 달러 (약 -11조8,200억원) | 7월 한 달 | 대규모 환급으로 월간 순수입이 마이너스로 전환 |
장기 국채금리, 19년 만에 최고
천문학적인 국가부채로 인해 미국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되면서 사실상 현금과 같았던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 국채의 위상도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을 가리지 않고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8일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5.33%를 기록했는데, 이는 2007년 6월(5.44%) 이후 19년 만의 최고치다.
이 같은 장기금리 급등은 연방정부의 차환 부담부터 키우고 있다. 기존 국채에는 만기까지 발행 당시의 금리가 적용되지만, 차환 물량에는 현재의 높은 시장금리가 붙는다. 저금리 시기에 발행한 채권이 차례로 만기를 맞을수록 연방정부의 평균 조달금리도 높아지는 구조다. 늘어난 이자를 세입으로 감당하지 못하면 부족분은 다시 국채 발행으로 메워야 한다. 부채가 이자를 낳고, 이자가 신규 차입을 불러 부채를 키우는 형국이다.
차환 절벽 몰린 기업들, AI주도 고평가 시험대
고금리 장기화가 가장 먼저 압박할 곳은 취약 기업의 신용시장이다. 회사채 발행 기업은 국채금리에 신용위험을 반영한 가산금리까지 얹어야 하는 만큼, 저금리 시절 빚을 늘린 기업일수록 차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기업들이 만기 연장이나 채무 교환에 나서더라도 시간을 버는 데 그칠 공산이 크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이 같은 부실채권 교환은 2022년 이후 미국 기업 부도의 70% 이상을 차지했으며, 고금리 기조 속에서 재무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면 재차 부도에 빠질 위험도 높아진다.
증시에서는 막대한 차입을 토대로 투자 규모를 키워온 AI 관련주가 금리 충격에 특히 민감하다. 미국 기업들의 지난해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액은 1조7,000억 달러(약 2,350조4,200억원)로 사상 최대 수준에 육박했으며, 이 가운데 AI 관련 차입이 순발행액의 약 30%를 차지했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설비 구축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상황에서 국채금리가 오르면 회사채 조달비용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먼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 이익의 현재 가치까지 낮아져 실적과 기업가치가 함께 압박받을 수 있다. 실제 지난 18일 고평가 논란이 재점화하면서 마이크론은 7%, 엔비디아는 2.3%, 브로드컴은 3.2% 하락했고 나스닥지수도 1.3% 밀렸다. 이 같은 동반 하락으로 AI 투자 회수 지연이 자본지출 축소와 주가 추가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감도 한층 높아졌다.
40억 달러 바이백 카드, 32조 달러 시장엔 역부족
국채금리가 치솟자 미국 정부는 바이백을 통해 장기금리 급등을 억누르겠다고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응급 처방'에 그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 재무부는 지난 19일 10~30년물 국채의 회당 매입 규모를 기존 20억 달러(약 2조7,640억원)에서 최소 40억 달러로, 두 배가량 확대한다고 밝혔다. 유통 물량이 적은 장기채를 직접 사들여 시장의 매수 기반을 보강하고, 급격히 치솟은 금리를 진정시키겠다는 복안으로, 발표 직후 30년물 금리는 5.34%에서 장중 5.19%까지 떨어지며 일단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추가 매입액 20억 달러는 32조 달러가 넘는 미 국채시장에 견주면 미미한 규모다. 특히 20·30년물 발행 잔액만 5조5,000억 달러(약 7,600조원)에 이른다는 점에서, 바이백으로 흡수할 수 있는 물량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실제로 재무부가 기존 계획에 따라 20억 달러어치 장기채를 사들였던 지난 18일에도 30년물 금리는 19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재정적자와 차환 수요가 줄지 않는 한 매입이 끝난 뒤 국채금리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방증이다. 더구나 예고 없이 확대된 시장 개입은 미 재무부가 오랫동안 지켜온 ‘정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발행’ 원칙마저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세출 조정과 세입 확충을 외면한 채 바이백만으로 장기금리를 붙잡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AI 성과 땐 세수 확대, 실패 땐 신용경색
재정 긴축과 증세가 정치적 저항에 가로막힌 미국이 기대를 걸 수 있는 출구는 AI를 통한 성장률 제고다. 막대한 투자가 실제 수익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미국이 선점한 AI 반도체·클라우드·소프트웨어의 수출까지 확대되면 기업이익과 임금이 늘어 세수 기반도 넓어진다. 이뿐 아니라 경제 규모가 부채보다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을 낮출 여지도 커진다. 브루킹스연구소는 대규모 생산성 혁신이 실현될 경우 연간 재정적자를 GDP의 약 6%에서 2%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AI가 시장의 거품 논란을 잠재울 만큼 성과를 낸다면 40조 달러 부채의 무게를 덜어낼 핵심 동력이 되는 셈이다.
다만 이 시나리오가 성립하려면 투자금이 소진되기 전에 AI가 확실한 현금흐름과 생산성 증가를 입증해야 한다. CBO는 기업들이 초기 AI 투자비를 비용으로 공제하면 단기적으로는 세수가 감소할 수 있다고 봤다. AI 투자 확대가 중립금리와 시장금리를 끌어올려 정부의 이자 부담을 키우고, 노동소득이 세율이 낮은 자본소득으로 이동하면 기대했던 세수 효과도 반감된다는 논리다. 브루킹스연구소 역시 AI 특유의 노동시장 충격과 금리 상승 등을 반영할 경우, 일반적인 생산성 혁신에서 기대되는 재정 개선 효과의 절반 이상이 상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수익성이 확인되기 전에 AI 거품이 꺼질 경우 충격의 방향은 정반대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미국 5대 빅테크가 2025~2026년 AI에 투입할 자금은 1조 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기대수익률이 꺾이면 주식과 회사채, 사모대출을 통해 자금을 댄 투자사와 금융회사로 손실이 번지고, 자금 회수와 대출 축소가 맞물리며 신용경색이 심화할 수 있다. BIS는 투자자들의 자금 공급이 갑자기 끊기면 장기적인 투자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신용평가사 피치도 AI 관련 자산의 급격한 조정을 주요 신용위험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재정 여력마저 약해진 미국으로서는 위기 발생 시 금융시장을 떠받칠 정책 수단이 제한적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