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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미친 주식시장” 오명, 자동차·철강·화학은 中에 밀리고 반도체만 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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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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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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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1년 새 3배 올랐다 6주 만에 40% 급락
AI 헤지펀드 67% 손실·개인 투자자 피해 속출
반도체 편중 큰 한국, 같은 충격에도 파급력 배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한국 증시를 두고 ‘세계에서 가장 미친 주식시장(the world's craziest stock market)’이라고 표현했다. WSJ가 주목한 대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된 시가총액,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개인투자자 중심의 수급이 맞물린 증시 내부의 과열이었다. 두 종목이 지수의 절반 이상을 좌우하는 구도는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반도체 한 업종에 집중된 산업구조를 그대로 반영한다. 수출과 설비투자, 성장률을 떠받치는 반도체의 비중이 커지는 동안 자동차·화학·철강 등 여타 주력 산업의 경쟁력은 약화했고,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역시 반도체 업황의 진폭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WSJ “한국 개미들 ‘롤러코스피’에 쓴맛”

24일(이하 현지시간) WSJ는 ‘세계에서 가장 미친 주식시장이 공포의 놀이기구로 변했다(The World’s Craziest Stock Market Has Turned Into a Fright Ride)’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을 집중 조명했다. 코스피는 지난해 76% 상승하며 세계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고, AI 열풍 속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급등하면서 상승세를 이끌었다. 하지만 코스피는 지난 6~7월 6주 동안 약 40% 급락했고, 이 과정에서 2조5,000억 달러(약 3,460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이후 코스피는 저점에서 20%가량 반등했지만, WSJ는 여전히 롤러코스터 같은 변동성이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컸다고 지적했다. 한국 개인투자자는 코스피 일일 거래량의 60~7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데, WSJ는 이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승세에 대한 강한 믿음을 바탕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분석했다.

WSJ는 지난 5월 국내에서 처음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시장의 과열과 이후 손실을 키운 요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WSJ는 25세 투자자 사례를 들며, 이 투자자가 예금과 가상자산 수익 1만4,000달러(약 1,950만원)로 투자를 시작했지만, 이 돈을 SK하이닉스와 레버리지 ETF에 넣었다가 전부 잃었다고 전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종목의 일일 수익률을 일정 배수로 추종하는 상품으로, 주가가 하루 5% 오르면 2배 레버리지 상품은 10% 상승하지만 반대로 5% 떨어지면 10% 하락한다. AI 전문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도 SK하이닉스 주식을 대량 보유했다가 7월 한 달 동안 67% 손실을 냈다. 이 펀드는 대출을 갚으려고 상장주식 대부분을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티 끝나면 개미만 남아, 오징어게임 될 수도”

한국 증시에 대한 WSJ의 경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WSJ는 지난달 6일에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이 오징어게임이 될 위험에 처했다(World’s Hottest Market Risks Becoming a Squid Game)‘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한국 증시의 과열 양상을 진단했다. WSJ는 이 같은 극단적인 변동성이 오히려 개인투자자를 한국 증시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거시경제·퀀트 헤지펀드 아르케비움 캐피털의 설립자 막상스 비소(Maxence Bissot)는 WSJ에 “행동(action)을 원하는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변동성 자체가 매력”이라며 “투자 성향이 극명하게 갈리는 시장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WSJ는 특히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기업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데다, 레버리지 상품이 기계적인 매매를 반복하면서 상승과 하락 폭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5월 국내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허용되기 전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상장 상품으로 몰렸고, 홍콩에 상장된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성장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증시에서 자금을 빼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 자금 유출 규모는 1,000억 달러(약 138조4,300억원)를 넘어섰으며, 6월 한 달에만 300억 달러(약 41조5,350억원)가 빠져나갔다. 한국과 대만이 주요 신흥국 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해외 투자자들이 지역과 자산을 다변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비소는 “파티가 끝났을 때 손실은 결국 국내 개인투자자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WSJ도 인구 5,100만 명의 한국이 세계 최대 규모의 증시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지만 개인투자자의 매수세만으로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쏠림에 뒤집힌 대형주 변동성 공식

이 같은 경고가 거듭되는 배경에는 국내 증시에서 통상적인 변동성 공식마저 뒤집힌 현실이 놓여 있다. 시가총액이 작고 유동성이 얕은 중소형주는 수급 변화에 민감하고, 거래량이 풍부한 대형주는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간 수익률 변동성은 각각 4.9%와 5.6%로, 지난해의 2.2%와 3.4%에서 두 배 안팎으로 불어났다. 코스피200 변동성 역시 3.8%에 달해 두 종목을 제외한 코스피200(2.9%)과 코스피200 미편입 종목(2.3%)을 크게 웃돌았다. 대형주가 시장 충격을 흡수하던 구도가 무너진 자리를 두 반도체 초대형주의 급등락이 차지한 셈이다.

변동성의 축이 대형주로 옮겨간 결정적 원인은 코스피의 반도체 편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초 23%에서 올해 6월 말 55%로 치솟았으며, 두 종목 수익률의 상관계수도 0.82에 이른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은 331% 상승했으나 두 회사를 제외한 지수의 상승률은 145%, 코스피200 미편입 종목은 43%에 그쳤다. 나머지 종목의 상승 폭이 두 반도체주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코스피는 글로벌 AI 투자 기대와 메모리 업황 전망에 동조하는 구조로 굳어졌다.

표1. 빅테크 AI 설비투자 확대와 재무 부담

구분대상전망·변동 수치주요 내용
설비투자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2026년 약 7,250억 달러지난 2월 전망치 6,500억 달러보다 750억 달러 증가
메모리 가격일반 D램1분기 전 분기 대비 93~98% 상승2분기에도 약 60% 상승 전망
현금흐름아마존예상 현금 1,800억 달러
예상 설비투자 2,000억 달러
설비투자가 예상 현금 창출액을 웃돌아 잉여현금흐름 적자 전망
설비투자오라클향후 1년간 최대 950억 달러전망치 상향 발표 이후 주가 10% 이상 하락
자료: 트렌드포스·시장 전망치 종합

빅테크 AI 설비투자 7,250억 달러

반도체주의 급등락을 촉발하는 직접 변수로는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과열이 꼽힌다. 반도체는 수요·공급 사이클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널뛰는 산업이다. 최근에는 구글 등 빅테크들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면서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구글·메타 등 4대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의 올해 설비투자액 전망치는 합산 기준 7,250억 달러(약 1,000조원) 안팎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분이 반영되면서 지난 2월 전망치(6,500억 달러·약 900조원)보다 750억 달러(약 103조7,850억원) 증가했다. 이에 빅테크의 초과 수요에 기반한 반도체 업계의 수익성도 크게 높아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일반 D램 계약 가격은 직전 분기 대비 93~98% 올랐고 2분기에도 60% 가까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제품을 팔아도 반년 새 수익이 약 3배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빅테크들이 불어난 설비투자를 감당하기 위해 주식 발행 등에 나서면서 변화 기류도 일부 감지된다. 빅테크들이 적자를 감수하고 계속 반도체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커진 것이다. 아마존이 올해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은 1,800억 달러(약 249조48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예상 설비투자액인 2,000억 달러(약 276조7,200억원)를 뺀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다. 오라클은 지난 6월 10일 향후 1년간 설비투자액 전망치를 최대 950억 달러(약 131조4,610억원)로 올려 잡은 뒤 주가가 10%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AI 투자비의 현금흐름 잠식, 회사채 의존도 급등

AI 투자비가 현금흐름을 잠식하면서 빅테크의 자금 조달 축은 회사채 시장으로 옮겨 갔다. 로이터통신이 금융정보업체 LSEG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아마존·알파벳·메타·오라클이 올해 7월 7일까지 발행한 회사채는 1,940억 달러(약 268조7,090억원)로, 지난해 연간 발행액 1,080억 달러(약 149조5,900억원)보다 79% 증가했다. 골드만삭스는 MS를 포함한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채권 발행액이 올해 2,500억 달러(약 346조2,750억원), 내년에는 4,000억 달러(약 554조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회사채 조달액이 설비투자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는 추산도 제시됐다.

차입 규모가 가파르게 불어나자 채권 투자자들은 AI 인프라 투자가 늘어난 원리금 부담을 감당할 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지 따지기 시작했다. 하이퍼스케일러 회사채의 청약배수는 지난 2월 5배 안팎에서 7월 2배 아래로 떨어졌고, 아마존 달러채 청약배수도 3월 3.4배에서 7월 1.6배로 낮아졌다. 올해 발행된 하이퍼스케일러 채권 가운데 가격 비교가 가능한 91개 중 78개는 7월 말 유통시장에서 발행 당시보다 높은 수익률에 거래되고 있다. 신규 회사채 발행 때 기존 채권 수익률에 얹어주는 가산금리 중앙값도 지난해 2.25bp에서 올해 12bp(1bp=0.01%포인트)로 치솟았다. 지난 6월 23일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7.9% 급락하고 마이크론과 샌디스크가 13% 안팎 밀린 배경에도 이 같은 경계심이 깔려 있었다. 미국 시장에서 커진 의구심은 시차를 두지 않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에도 반영됐다.

수출·투자·성장률까지, 韓 반도체 편중 심화

AI 투자 전망에 따라 반도체주가 출렁이는 현상은 미국, 대만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관측되지만, 한국은 수출과 설비투자, 성장률까지 반도체 호황에 기대고 있어 같은 충격의 파장이 훨씬 큰 것으로 평가된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48.4% 늘어난 4,967억 달러(약 686조8,37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비반도체 수출도 16% 증가했다. 그러나 반도체 수출은 162.6% 급증한 1,924억 달러(약 266조507억원)로, 전체 수출액의 38.7%를 반도체 한 품목이 차지했다. 전체 수출 증가분에서 반도체가 차지한 비중도 70%를 넘었다. 세부 품목을 보면 자동차 수출은 1.1% 줄었으며, 석유화학 수출은 물량 감소에도 국제유가를 따라 단가가 오르면서 금액 기준 5.2% 증가했다. 철강도 지난 6월에야 1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국 수출의 반도체 편중은 여타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맞물려 심화돼 왔다. 한국무역협회가 2019~2024년 한·중·일의 반도체·자동차·화학·기계·철강 수출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한국이 1위를 지킨 품목은 반도체 하나였다. 중국은 대규모 증설과 원가 절감으로 철강·화학의 가격 경쟁력을 높였고, 친환경차 생산 확대와 산업 고도화를 앞세워 자동차·기계에서도 우위를 차지했다. 전통 제조업에서 벌어진 격차는 첨단산업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산업연구원 평가에서도 중국은 로봇·전기차·배터리·자율주행차의 연구개발(R&D)과 공급망, 생산, 서비스, 국내외 시장 전반에서 한국을 앞섰으며, 한국의 비교우위는 메모리 중심의 반도체에 집중됐다.

반도체 호황이 끌어올린 단기 성장률과 한국 경제의 장기 성장 여력은 서로 다른 궤적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현재의 반도체 호황이 잠재성장률을 크게 높일 정도의 생산성 증가로 이어졌다는 판단에 선을 그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추계에서도 잠재성장률은 올해 1.66%에서 내년 1.52%로 낮아지며, 내년 4분기에는 1.46%까지 밀릴 전망이다. 자동차·화학·철강주가 반도체 조정분을 메우기 어려운 산업 지형 속에서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진폭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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