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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다음은 이란" 달러 패권 앞세워 경제 압박 나선 美, 中 위안화 블록 확대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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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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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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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달러 시스템 무기 삼아 對이란 경제 압박 가중
서방 제재 속 경제 위기 직면한 러시아, 이란도 뒤따를까
이란과 거래 이어 온 中도 영향권, '페트로위안' 확산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을 향한 대대적인 경제 압박에 착수했다.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금융기관까지 제재 범위를 넓히고, 세계 각국에 이란과의 경제 관계를 끊으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이다. 시장은 이 같은 행보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가해진 서방국들의 제재와 유사한 성격을 띤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압박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경제적 충격을 안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란의 대(對)중국 경제 의존도를 높이고 위안화 결제 확대를 촉진해 중국의 금융 영향력 강화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도 나온다.

美 '경제적 고립 작전' 발표

24일(이하 현지시각)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워싱턴DC 재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경제적 고립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을 공식 개시한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전 세계에서 이란 정권을 지탱하는 모든 경제적 생명줄을 끊어 테헤란이 홀로 남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이란의 글로벌 금융망을 겨냥한 경제적 총공세(economic onslaught)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빗대 '경제적 디데이(Economic D-Day)'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미국의 2차 제재 적용 범위를 대폭 넓히는 데 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디지털 자산, 첨단기술, 금, 항공, 해운 등 5개 분야에서 이란과 거래하거나 지원하는 전 세계 개인과 기업을 제재할 예정이다. 재무부는 이란이 가상자산을 제재 회피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자금 조달에 이용 중이며, 첨단기술은 무기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은 리알화 가치 급락 및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으로, 민간 항공과 해운망은 무기·민감 기술과 현금 이동 및 원유 수출 수단으로 각각 쓰였다고 판단했다. 동시에 미국은 이란의 핵·미사일 기술 확보와 사이버 작전, 석유 수익 창출 등을 지원한 것으로 지목된 전 세계 60여 개 기업과 개인, 선박을 신규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결제망 관련 압력도 가시화

금융 부문의 압박도 더해졌다. 미국은 각국에 이란 최대 국유 은행인 멜리은행 해외 지점 폐쇄를 요구할 계획이며, 이란의 자금 세탁이나 원유 판매 대금 이전을 돕는 금융기관에도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을 대신해 자금 세탁을 조장하는 어떤 기관이든 미국 달러 시스템에서 배제될 것"이라며 "시계는 이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은 이날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나 주요 금융기관에 2차 제재를 즉각 발동하지는 않았으며, 대상 국가와 구체적인 제재 시점도 밝히지 않았다. 베선트 장관은 "모두에게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을 기회를 주고 있다"며 "일정한 시정 기간(cure period)을 부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미국의 이러한 작전에 흔들리지 않겠다며 반발했다. 알리 마다니자데 이란 경제재정부 장관은 24일 국영 메르흐통신 인터뷰에서 "그들(미국)은 우리 경제적 동맥을 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정부는 미국 제재에 맞설 계획을 오래전부터 세워왔고, 새로운 제재에 맞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며 "정부는 2년 경제 계획을 수립했고, 모든 대비책이 이 계획에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쟁으로 이란 내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단기간에 피해 시설을 재가동하는 데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경제재정부가 80조 토만(약 1조7,000억원) 규모 자금을 긴급 지원해 이란 국민 60만 명의 대량 실업을 막았고, 현재 월간 물가상승률도 개전 당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서방국의 대러 제재 행보

시장에서는 미국의 이 같은 행보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본격화한 서방국의 대러시아 제재와 닮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다수 러시아 은행은 서방국 중심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돼 달러·유로화 기반 국제 결제에 제약을 받고 있다. 여기에 미국은 OFAC를 통해 제재 대상자와 거래하는 해외 기업·은행에도 불이익을 줄 수 있으며, 유럽연합(EU)도 러시아의 자체 금융메시지시스템인 SPFS와 연계되거나 제재 회피에 관여한 키르기스스탄 등 제3국 은행까지 규제 범위를 확대한 상태다.

러시아의 최대 외화 수입원인 석유·가스 부문을 겨냥한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EU가 러시아산 해상 원유와 일부 석유 제품의 수입을 금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러시아가 제재를 피해 노후 유조선 등을 동원한 이른바 ‘그림자 선단’ 운용을 늘리자, 최근 들어서는 선박 운항 회사, 중개 업체, 정유 시설 등 주변 생태계까지 규제가 확산하는 추세다. 산업 측면에서는 미국의 수출통제규칙(EAR)이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한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반도체, 컴퓨터, 통신장비, 항공전자, 센서, 공작기계 등 군수·첨단산업에 활용될 수 있는 품목의 러시아 수출을 광범위하게 허가제로 묶었다. 미국산 기술이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생산된 제품의 경우, 실제 생산지와 무관하게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 Rule)’에 따라 미국의 통제를 받게 된다.

러시아 경제, 제재 폭탄에 '휘청'

러시아 정부는 이러한 제재 속에서도 자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회복력을 보였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러시아 경제개발부에 따르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은 전쟁이 시작된 2022년 1.2% 감소했고, 이후 2023년 3.6%, 2024년 4.1%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성장률이 1% 안팎으로 둔화했지만, 러시아 정부는 이를 경기 침체가 아닌 물가 안정을 위한 의도적인 긴축 결과라고 주장했다. 다만 다수 분석에서는 이 같은 러시아 정부의 의견과는 상반된 흐름이 관찰된다. 유럽 경제학자들로 구성된 연구진이 유럽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통해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NASA 위성 자료상 러시아 1,058개 도시의 야간 조도는 상당 기간에 걸쳐 둔화했다. 특히 우크라이나·벨라루스·폴란드·에스토니아·핀란드 등 유럽과 인접한 지역에서는 야간 조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했고, 반대로 중국과 국경을 접한 동부 지역이나 코카서스와 연결되는 남부 지역에서는 야간 조도가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방과의 기존 교역로가 막히면서 중국·중앙아시아·코카서스를 거치는 우회 무역이 확대된 결과다. 야간 조도는 공장 가동, 상업 활동 등과 일정한 상관관계를 갖는 만큼, 공식 경제 통계를 보완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러시아 경제가 군수 부문과 민간 부문으로 사실상 양분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러시아의 군사비 지출 비중은 2021년 GDP의 3%에서 지난해 8%까지 뛰었으며, 전쟁 직접 지출도 GDP의 약 5%까지 증가했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지난해 비자동차 운송장비 생산은 29.5%, 의약품은 15.6%, 금속가공 제품은 13.9%, 전자·광학 제품은 13% 급성장했다. 반면 같은 기간 자동차 생산은 23.6% 위축됐고, 가죽제품과 가구 생산도 각각 13.4%, 7.5% 줄었다. 정부의 국방 주문이 일부 산업의 성장세를 견인하는 가운데, 노동력과 자본이 군수 분야로 대거 쏠리면서 민간 제조업과 소비경제의 기반은 눈에 띄게 약화하는 모습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최근 러시아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표1. 미국의 중국 티팟 정유사 제재

시기제재 대상
2025년 3월산둥서우광루칭석유화학
2025년 4월산둥성싱화학
2025년 5월허베이신하이화학
2025년 10월산둥진청석유화학·중국 내 원유 터미널
2026년 4월헝리석유화학 다롄 정유소
현재그림자 선단·항만·중개업체·결제망
자료: 미국 재무부·해외자산통제국

핵심 변수로 떠오른 中

향후 이란이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장기간 고강도 제재를 받게 될 경우, 그 충격은 이란과 밀접한 경제 관계를 맺은 중국까지 번질 수 있다. 이러한 위험성은 중국 독립 정유업체인 이른바 ‘티팟(teapot)’ 정유사들에 대한 미국의 압박으로 이미 입증된 상태다. 미국 재무부는 티팟 정유사들이 이란 정권의 핵심 외화 수입원을 떠받치고 있다고 보고 제재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지난해 3월 산둥서우광루칭석유화학을 시작으로 4월 산둥성싱화학, 5월 허베이신하이화학 등이 이란산 원유 거래를 이유로 제재를 받았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산둥진청석유화학과 중국 내 원유 터미널까지 영향권에 들었다. 지난 4월에는 중국 2위권 티팟 정유사인 헝리석유화학 다롄 정유소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이란산 원유·석유 제품을 매입했다는 이유로 OFAC의 철퇴를 맞기도 했다. 현재 미국은 이란산 원유를 운송하는 그림자 선단과 항만 운영사, 중개업체, 결제망까지 공격적으로 추적 중이며, 관련 거래를 지원하는 외국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2차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 중이다.

중국은 미국의 이러한 제재를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반복해 왔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불법적인 일방 제재’를 단행하고 있다며, 중국 기업과 이란의 정상적인 경제·무역 협력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5월 미국의 제재를 중국 내에서 적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하며 강경한 대응 노선을 구축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립이 장기적으로 중국에 위안화 결제권 확대 명분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서방 제재로 달러 결제망 접근이 어려워진 러시아와 이란이 이른바 ‘페트로위안’ 확산의 기반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실제 러시아·이란과 중국의 교역액 중 상당 부분은 이미 위안화로 결제되며, 그 비중도 나날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중국의 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CIPS)의 일평균 처리액은 지난 3월 9,205억 위안(약 189조2,3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고, 4월에는 일시적으로 1조2,200억 위안(약 250조8,000억원)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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