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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 대이란 ‘경제 고립 작전’ 임박, 궁극적 표적은 중국 에너지원 전방위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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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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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자금줄 죄기, 제3국 겨냥 연쇄 제재 예고
선박 이용 원유 환적 등 우회 거래까지 제재
中 산업계로 집중되는 에너지 조달비 상승 및 공급 불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까지 겨냥한 ‘경제적 D-데이’를 예고했다.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은행·선박을 제재망에 묶는 동시에 비(非)이란산 원유의 통항은 보장해, 세계 에너지 시장의 충격을 줄이면서 이란의 자금줄만 정밀하게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표면적으로는 이란의 자금줄을 끊기 위한 조치지만, 궁극적으로는 중국이 의존해 온 값싼 에너지원을 말려 정유·석유화학을 비롯한 산업 전반의 원가 경쟁력과 대미 협상력을 동시에 약화시키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이란 지원하는 제3국 정부·기업·금융기관 대상 경제 제재 경고

23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현지시간 24일, 한국시간으로는 내일 새벽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에 경제적 D-데이가 오고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미국이 준비하는 경제 공세를 “적국을 상대로 지금까지 동원된 최대 규모의 단일 금융 공격”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금융기관이나 기업, 정부 기관을 통해 이란에 생명줄을 제공하는 국가는 엄청난 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며 제3국을 겨냥한 연쇄 제재를 예고했다. 군사 작전으로 6개월째로 접어든 이란 전쟁을 해결하기 힘들다고 판단하면서 이란의 경제난을 악화시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나서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미국의 주된 목표는 이란 정권으로 흘러가는 자금줄을 전방위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산 석유를 구매하거나 운송하는 행위뿐 아니라 이란과 금융·상업 거래를 유지하고 이란 항공기의 입항을 허용하는 행위, 해상에서 이란산 유류의 환적을 묵인하거나 관련 불법 금융거래를 방치하는 것까지 이란 정권에 대한 ‘공모’로 규정했다. 이란뿐 아니라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까지 겨냥한 세컨더리 제재(2차 제재)를 통해 사실상 양자택일을 압박하겠다는 의미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 정권을 달래는 것이 더 안전한 길이라고 계산하는 국가들은 이런 일을 지속할 경우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고려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이란과 금융·상업적 연결을 유지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지속 가능한 번영으로 가는 모든 통로가 막힐 것”이라며 “테러의 피난처가 되는 것은 미국의 눈에 ‘글로벌 왕따(global pariah)’가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1623∼1662)의 ‘파스칼의 내기(Pascal's wager)’까지 끌어왔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최악의 결과를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는 논리를 제재에 빗댄 것이다.

통항료 압박 뒤집은 미국의 선택적 봉쇄

이번 구상이 과거의 최대 압박 정책과 구분되는 지점은 해상 봉쇄가 금융 제재의 집행력을 보완한다는 데 있다. 미국은 금융 제재에 해상 봉쇄를 결합해 제3국의 선택을 강제할 방침이다.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기업을 금융망에서 퇴출하고, 관련 선박의 이동은 미군이 차단하는 방식으로, 미 중부사령부가 지난달 14일부터 이란 항만을 드나드는 선박에 대한 봉쇄를 재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신 이란 항구와 관계없는 역내 선박에는 통항을 지원해 걸프 산유국의 원유 수출길을 따로 열어뒀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 육군은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브래그에 전담 조직을 두고 아라비아해에서 걸프만으로 들어가는 빈 유조선과 원유를 싣고 나오는 선박의 운항 순서를 매일 조정하고 있다. 최근 2주 동안 매일 밤 유조선 15∼20척이 오만 연안의 남쪽 항로를 이용했으며, 미 공군 전투기와 해군 함정은 이란의 순항미사일과 무인기 공격에 대비해 수송로를 보호했다.

미 중부사령부가 2주간의 군사작전으로 이란의 해상 레이더와 감시망을 약화하면서 이러한 은밀 수송도 가능해졌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 집계로는 최근 일주일간 선박 103척이 해협에 진입하고 89척이 빠져나가 통항량이 전주보다 27% 증가했다. 여전히 전쟁 전 수준의 20%에 불과하지만,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는 최근 2주간 통과한 액체화물의 80% 이상이 오만 항로를 이용하거나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채 운항한 것으로 분석했다. 전쟁 초반 이란이 해협 폐쇄와 통항료 부과를 앞세워 에너지 수입국을 압박했다면, 현재는 미국이 비이란산 원유의 통항을 보장하면서 이란 항만과 연결된 선박만 봉쇄망에 묶어두는 모습이다.

중국의 에너지 취약성 정조준

이 같은 선별적 통항 체제는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인 중국으로 향하는 에너지 공급망을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군이 해협 상공과 주변 해역을 장악하면 이란의 제해권 행사 여지는 크게 줄어든다. 해군 함정이 선박을 호위하고 공군 전력이 순항미사일과 무인기 공격을 억제하는 가운데, 이란이 육상 기지를 활용해 수송 회랑을 공격할 경우 해당 거점도 미군의 타격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이란과 통항료 수입을 나누려던 오만의 구상 역시 차질이 불가피하다. 미국이 이란 항만과 연결된 선박만 선별적으로 차단하면 이란은 원유 수출과 통항료 수입을 동시에 잃게 되고, 주변국을 거친 우회 거래망도 빠르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압박을 받는 국가는 중국이다. 이란산 원유가 막히면 러시아·이라크·브라질산으로 부족분을 채울 수 있지만, 그동안 누려 온 할인 가격과 안정적인 공급 조건까지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봉쇄가 길어질수록 중국 정유사의 조달난이 심화하고, 원료 가격 상승은 석유화학 산업 전반의 수익성을 끌어내릴 가능성이 크다. 전쟁 초반에는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통제하며 중국을 포함한 에너지 수입국을 압박했으나, 지금은 미국이 이란산 원유의 수송로를 차단하며 주도권을 되찾았다.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이란의 외화 수입을 끊는 동시에 중국의 에너지 취약성도 공략할 수 있는 카드다.

표1. 미국의 대이란 봉쇄에 따른 중국의 원유 조달 여건 변화

구분기존 수치최근 수치변화 및 영향
중국의 이란산 원유 반입량2026년 6월 하루 78만5,000배럴
7월 하루 82만3,000배럴
8월 하루 53만4,000배럴7월 대비 35.1% 감소
미국 봉쇄권 밖 해상 재고1억500만 배럴8,000만 배럴2,500만 배럴 감소
신규 물량 확보 난항
이란산 원유 오퍼 가격브렌트유 선물 대비 배럴당 약 3달러 할인브렌트유 선물 대비 배럴당 약 2달러 할증며칠 사이 가격 조건 5달러 상승
중국 산업계 영향저가 이란산 원유로 정제마진 확보러시아·이라크·브라질산 원유로 대체 필요산둥성 독립정유사·석유화학 업체의 조달비용 상승 및 수익성 악화
자료: 케이플러

값싼 이란산 원유 끊기자 中 조달비용 급등

실제로 압박의 여파는 가장 먼저 중국 산둥성의 독립정유사부터 파고들었다.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이란이 해상으로 수출한 원유의 80% 이상을 사들였고, 하루 평균 구매량은 140만 배럴에 달했다. 그러나 전쟁으로 선적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미국이 지난달 봉쇄를 재개하자 반입량은 더 줄었다. 중국의 이란산 원유 반입량은 올해 6월 하루 78만5,000배럴, 7월 82만3,000배럴을 기록한 뒤 8월 들어 53만4,000배럴까지 떨어졌다. 미국 봉쇄권 밖에 남아 있던 해상 재고도 1억500만 배럴에서 8,000만 배럴로 감소해 신규 물량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

공급이 빠듯해지자 이번 주 중국 시장에 제시된 이란산 원유 오퍼 가격에는 브렌트유 선물 가격 대비 배럴당 약 2달러의 프리미엄(할증)이 붙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배럴당 3달러 할인된 가격에 오퍼가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반전이다. 중국은 러시아·이라크·브라질산 원유로 부족분을 보충할 수 있지만, 이란산이 제공해 온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값싼 원료를 활용해 정제마진을 확보해 온 산둥성 독립정유사와 석유화학 업체들이 조달비용 상승과 수익성 악화를 함께 떠안고 있는 이유다. 이란의 외화 수입을 차단하려는 미국의 봉쇄가 중국 산업계의 원가 부담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D-데이’ 앞두고 다급해진 중국

최근 중국 정부가 공개 반발에 나선 것도 미국의 봉쇄가 자국 에너지 공급망을 직접 흔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말 전쟁 발발 이후 중국은 군사적 개입을 피한 채 당사국의 자제와 외교적 해결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산 원유 구매국과 거래 은행까지 제재하겠다고 예고하자 즉각 대응 수위를 높였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0일 “제재와 압박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치·외교적 해법을 촉구했다. 이튿날에는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일방적 제재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미국의 경제적 D-데이가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을 겨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정부도 침묵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간 중국 정부는 호르무즈해협의 통항이 위태로워질 때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 재개를 서둘러 요구해 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16일 상하이를 방문한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무장관에게 양국 간 중재를 요청했다. 한 파키스탄 당국자는 당시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와 걸프 국가들에 대한 공격이 중국의 이익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며 중국 측이 상당한 불만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이후 중국과 파키스탄은 조속한 휴전과 협상 재개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도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을 만나 종전 양해각서(MOU) 이행을 요구했다. 원유 수송로가 흔들리자 중국 정부가 우방국인 이란을 직접 압박하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원유 거래망 조여 中·이란 동시 압박

중국 정부의 다급한 움직임에는 높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영향을 미쳤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을 거쳐 세계 시장으로 공급되는 원유 가운데 37.7%가 중국으로 향한다. 중국은 전쟁 이전부터 값싼 러시아·이란산 원유를 대량으로 비축했지만, 봉쇄가 장기화하면 비축분 감소와 수입 비용 상승을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지난 5월 이후 상업용 원유 재고에서 약 5,600만 배럴, 정유사 보유분에서 1,500만 배럴을 꺼내 쓴 것으로 추산했다. 국가 전략비축유는 상당량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상업 재고가 계속 줄면 정유사들의 구매 부담과 국내 유가 상승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원유 수급 불안은 이미 중국 석유화학 시장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 자료를 보면, 전쟁 전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나프타는 하루 약 120만 배럴로, 아시아 전체 수입량의 60∼70%를 차지했으나, 지난 3월 중동산 나프타 선적량은 69만2,000톤으로 전월의 5분의 1 아래로 급감했고, 같은 달 아시아 에틸렌 가격은 톤당 1,500달러까지 치솟았다. 중국 내 자체 생산설비와 석탄화학 산업이 일부 충격을 흡수하고 있지만, 나프타와 에틸렌 가격이 다시 뛰면 플라스틱·합성섬유·포장재·자동차 부품 등 제조업 전반의 원가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중국의 에너지 조달망을 압박하는 데는 중국 정부를 움직여 이란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이 이란산 원유 구매를 이어가면 정유사와 은행, 해운사가 세컨더리 제재에 노출되고, 수입을 줄이면 이란의 핵심 외화 수입원이 마르게 된다. 어느 쪽을 택하든 중국은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미군의 해상 봉쇄를 직접 무력화하려 들면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까지 감수해야 해 무력 대응도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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