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확장재정 부메랑 시작” 예산 30%가 빚 상환, 감세 강행 땐 이자 청구서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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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재정 지속·금리 정상화에 따른 국채 조달비용 상승 저금리 발행분의 고금리 차환 본격화, 내년도 국채비 17% 급증 추가 차입이 다시 금리 밀어 올리는 ‘부채 악순환’ 고착

일본 정부가 확장 재정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금리까지 오르면서 내년도 국채 원리금 상환 비용(국채비)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저금리 시기에 쌓인 막대한 국가 부채가 금리 정상화와 맞물리면서 정부 예산을 본격적으로 잠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감세·지출 확대 기조로 국채 공급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오르면서 재정 여력은 줄고 일본은행의 통화 긴축 부담도 무거워졌다. 금리 인상을 늦추면 엔화 약세가 심해지고, 환율 방어를 위해 미 국채를 매각하면 미국 장기금리까지 자극할 수 있다. 미국이 28년 만에 일본과 엔화 매수 공조에 나선 배경에도 이러한 연쇄 충격을 차단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예산 중 국채비 30% 육박 전망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은 2027회계연도(2027년 4월~2028년 3월) 예산 요구에서 국채비로 역대 최대 규모인 36조6,000억 엔(약 318조원)을 반영할 방침이다. 이는 종전 최대치였던 2026년도 당초 예산 국채비 대비 5조3,000억 엔(약 46조1,000억원)이 많아진 수준이다. 증가율은 17%로, 지난 20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각 부처의 전체 예산 요구액도 사상 처음 130조 엔(약 1,129조1,540억원)을 웃돌 전망이어서 국채비가 총액의 30%가량을 잠식하게 된다.
국채비가 급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금리 상승이다. 국채 이자 지급액 산정에 적용되는 상정 금리는 2026년도 예산의 3.0%에서 3.8%로 올랐다. 상정 금리 인상은 다카이치 내각의 확장 재정 기조를 둘러싼 재정 건전성 우려와 물가 상승,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 등이 제기되면서 최근 가파르게 오른 일본 장기 국채금리 수준을 반영한 것이다. 앞서 지난 18일 일본 채권 시장에서 장기 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가 약 30년 만의 최고치인 2.945%까지 상승하는 등 일본 장기 금리는 3%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특히 재정 악화 우려가 장기 금리를 올리고, 오른 금리가 국채비 부담액을 늘려 다시 재정 건전성을 약화하는 악순환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 부처의 2027년도 예산 요구액이 사상 최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 중 국채비가 30% 가까이 차지하게 될 경우 성장 투자 등 다른 항목의 예산 편성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상정 금리가 연말 예산 편성 과정에서 결정되는 상황에서 연말까지 금리가 더 오를 경우 국채 비용이 더 늘어날 여지도 있다. 내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성장 분야 투자 외에도 방위비 증액, 식품 소비세 한시적 감면 등 다카이치 내각의 중점 시책을 위해 일본 정부가 새로 확보해야 할 재원은 10조 엔(약 87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표1. 일본의 2027회계연도 예산 요구 및 국채비 전망
| 구분 | 2026회계연도 | 2027회계연도 예산 요구 | 주요 내용 |
|---|---|---|---|
| 국채비 | 31조3,000억 엔 | 36조6,000억 엔 | 5조3,000억 엔 증가 20년 만의 최대 증가율인 17% |
| 국채비 상정 금리 | 3.0% | 3.8% | 시장금리 상승과 추가 금리 인상 전망 반영 |
| 정부 전체 예산 요구액 | - | 130조 엔 이상 | 사상 최대 규모 국채비 비중 약 30% |
| 10년물 국채금리 | 8월 18일 기준 2.945% | 약 30년 만의 최고치 3%대 진입 임박 | |
| 추가 재원 소요 | - | 10조 엔 이상 가능성 | 성장 투자·방위비 증액·식품 소비세 한시 감면 등에 투입 |
부채·금리·엔저 맞물린 악순환
일본 정부는 세수 확대와 세외 수입 확보, 세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세수 증가만으로는 재정 부담을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일본 내각부의 중장기 추계에 따르면 2027년도 세수는 90조5,000억 엔(약 790조원)으로 2026년도 전망치보다 6조8,000억 엔(약 59조3,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수가 늘더라도 국채비 증가분과 새로운 정책에 필요한 재원을 모두 충당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과거 저금리 시기에 발행된 일본 국채가 만기를 맞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국채로 차환될 경우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막대한 국가 부채도 부담이다. 일본의 국가 부채는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204.4%에 달해 주요 선진국 중 GDP 대비 국채 비율이 가장 높다. 국가 부채가 이미 GDP의 두 배를 웃도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이 장기화하면, 일본 정부의 이자 부담은 가파르게 불어날 수밖에 없다. 재정 지출을 충당하기 위한 국채 발행이 늘수록 채권시장의 공급 부담과 재정 건전성 우려가 함께 커지고, 이는 장기 금리 상승과 차환 비용 확대로 이어진다. 특히 고령화로 사회보장비가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국채비마저 예산을 잠식하면 성장 투자와 방위비, 경기 대응에 투입할 재정 여력도 빠르게 줄어든다.
금리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일본은행의 통화 긴축이 제약될 경우 엔화 약세와 수입물가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엔화 약세로 유입되는 수입물가를 억제하려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정책금리를 올릴수록 국채 차환금리와 정부의 이자비용도 함께 상승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재정 부담을 의식해 긴축을 늦추면, 미국 등 주요국과의 금리 차가 장기간 유지돼 엔화 매도세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크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원유와 원자재의 엔화 환산 가격이 오르고, 기업의 생산비 상승은 제품 가격과 가계 생활비로 전가된다. 정부가 보조금과 재정 지출을 늘려 물가 충격을 흡수할 경우에는 추가 국채 발행이 필요해져 장기금리를 다시 밀어 올리는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이시바의 ‘그리스 경고’ 현실로
이 같은 위험은 이미 지난해 일본 정치권에서 공개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이시바 시게루 당시 총리는 작년 5월 국회에서 국채 발행으로 감세 재원을 조달하는 방안에 반대하며 “일본의 재정 상태가 그리스보다 나쁘다”고 경고했다. 금리가 양(+)의 영역으로 돌아온 데다, 세수 증가분도 사회보장비와 이자비용에 흡수되는 상황에서 추가 차입까지 동원한 감세는 재정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고물가에 지친 유권자 사이에서 소비세 인하 요구가 확산하면서 자민·공명 연립여당은 그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했고, 이시바는 두 달 뒤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정권 교체 이후 감세는 실제 정책으로 채택됐고, 이시바 전 총리가 우려했던 시장 신뢰 문제도 국채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다카이치 내각은 2027년 4월부터 식품·비알코올 음료의 소비세율을 현행 8%에서 1%로 낮춰 2년간 적용하기로 했지만, 연간 5조 엔(약 43조4,430억원)에 달하는 세수 감소분을 충당할 안정적인 재원은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금융시장은 가계의 생활비 부담을 덜겠다는 정책 취지보다 감세 이후 발생할 재원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먼저 따질 수밖에 없다. 구체적인 재원 대책이 제시되지 않으면 국채 발행 확대 가능성이 가격에 선반영돼 감세 시행 전부터 정부의 조달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물론 일본이 당장 그리스처럼 국가부도 사태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리스가 유로화 체제에서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쓰지 못한 채 대외 채권단에 의존했다면, 일본은 엔화 발행권과 일본은행·국내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한 방대한 국채 수요 기반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어막도 시장의 재정 규율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 감세 재원을 마련하지 못한 채 국채 발행을 늘리면 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일본은행이 국채금리 상승을 억누를수록 엔화 약세와 수입물가 불안이 심해지는 정책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일본에 먼저 닥칠 충격은 장기금리 상승과 국채비 확대, 성장 투자 축소가 맞물리는 '재정경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달러당 164엔 육박, 미·일 28년 만의 공조
채권시장에서 불거진 일본의 재정 불안은 외환시장의 엔화 매도세를 부추겼다. 다카이치 내각이 안정적인 재원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감세와 지출 확대를 추진하자 투자자들이 추가 국채 발행과 재정 악화 가능성을 환율에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채 공급 증가로 장기금리와 이자비용이 함께 오르면 일본 정부의 경기 대응 여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도 엔화에 부담을 줬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달러당 164엔에 육박해 1986년 이후 약 40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엔화 약세가 아시아 통화의 동반 하락을 자극할 조짐을 보이자 미국도 엔화 방어에 가세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31일 일본과 함께 엔화를 사들였다. 양국의 엔화 가치 부양 공조는 1998년 이후 28년 만이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은 미 재무부를 대신해 유로화를 팔고 엔화를 매입했으며, 일본 정부도 이틀간 11조~12조 엔(약 95조5,730억~104조2,62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급격한 엔저가 아시아의 경쟁적 평가절하를 촉발할 수 있다며 한국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까지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엔저 대응 길어지면 美 장기금리도 압박
미국의 개입에는 아시아 환율 안정과 함께 자국 국채시장을 지키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5월 말 기준 1조1,431억 달러(약 1,582조7,360억원)의 미 국채를 보유한 최대 해외 보유국이다. 일본 정부가 엔화 매입에 필요한 달러를 마련하려고 보유 중인 미 국채를 대거 현금화하면 국채 가격은 떨어지고 미국의 장기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다. 일본 국채금리 상승으로 자국 채권의 투자 매력이 커진 점도 변수로 꼽힌다. 보험사와 연기금 등 일본 기관투자가가 환헤지 비용을 감수하며 미 국채를 보유할 유인이 줄어들 경우 미국 채권시장은 당국의 매도와 민간자금 회귀라는 이중 압력을 받게 된다.
다만 공동 개입 효과는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개입 직전 달러당 164엔에 육박했던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31일 157엔대, 이달 4일에는 155엔대까지 떨어졌지만, 환율은 11일 다시 159엔대로 올라서며 초기 하락 폭의 절반 이상을 되돌렸다. 외환개입이 투기적 쏠림을 진정시키는 효과는 냈지만 엔저를 만든 경제 여건까지 바꾸지는 못한 것이다.
FIMA로 국채 매도 막아도 엔저 여건 그대로
이에 양국은 일본이 미 국채를 시장에 내다 팔지 않고도 개입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해외·국제통화당국 레포기구(FIMA Repo Facility)’를 활용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가 뉴욕연은 계좌에 보관한 미 국채를 담보로 맡기고 달러를 빌린 뒤, 외환시장에서 해당 달러를 팔아 엔화를 사들이는 방식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거래 상대방별로 하루 최대 600억 달러(약 83조520억원)를 조달할 수 있으며 만기는 하루 또는 7일이다. 베선트 장관은 일본의 이용 수요와 미 국채시장 규모를 고려해 연준이 한도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FIMA를 통한 달러 조달도 엔화 약세의 원인을 해소하지는 못한다. 만기가 짧아 개입 자금을 장기간 유지하려면 차입을 반복해야 하고, 그때마다 일본 정부가 부담할 이자와 차환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미 국채를 직접 매각하지 않더라도 일본 장기금리가 오르면 자국 채권으로 자금을 옮기려는 일본 투자자가 증가해 미 국채 수요가 약해질 공산도 크다. 경제분석기관 TD이코노믹스는 일본계 투자자의 수요 감소가 중기적으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를 0.20~0.50%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고 추산했다. 미 국채금리 상승이 주택담보대출과 회사채 조달비용으로 이어지는 만큼, 엔화 방어가 장기화할수록 그 부담이 미국 실물경제로 번질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