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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보다 맞대응" 美 50% 관세에 보복 택한 캐나다, 대미 '거리두기' 기조 속 통상 갈등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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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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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법 338조 근거로 캐나다에 50% 고율 관세 부과
캐나다의 대미 의존도 축소 전략, 추가 협상 대신 '전면전'
美 민간 기업들도 캐나다 현지서 무역 장벽 직면

캐나다가 미국산 제품에 대규모 보복관세를 부과한다. 미국이 캐나다의 무역 관행을 빌미 삼아 캐나다산 제품에 50% 고율 관세를 적용하자, 추가 협상의 여지를 모색하는 대신 정면에서 맞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는 미국과의 경제적 통합 자체를 위험 요인으로 취급하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강경한 정책 노선이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캐나다의 보복 관세 천명

25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오는 9월 8일부터 276억 캐나다달러(약 27조6,170억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 약 700개 품목에 15~5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는 기존 보복 관세를 두 배로 높여 50%의 관세율을 적용하며, 미국산 가구와 의류에도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매긴다. 치즈, 가전제품, 일부 수산물, 철강·알루미늄 파생 제품 등에는 25%, 기계류와 산업용 공구, 농기계 등에는 15%의 관세가 각각 부과된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장관은 이번 관세가 캐나다 기업을 보호하는 동시에,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미국에 정치적 압력을 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특정 주에서 생산되는 상품을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해 해당 지역 기업과 유권자들이 피해를 체감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캐나다가 이 같은 강경책을 내놓은 배경에는 미국이 최근 부과한 대(對)캐나다 관세가 있다. 미국 정부는 앞서 지난달 캐나다의 무역 관행을 문제 삼아 200억 캐나다달러(약 20조원)어치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후 양국은 이달 관세 발효를 앞두고 포괄적인 무역 합의 도출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했지만, 막판에 미국 측이 기존 협상 범위를 넘어선 새로운 조건을 제시하면서 타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21일 미국의 요구가 자국 근로자와 기업, 전략 산업 및 국가 이익을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해 협상을 중단했다고 밝혔으며, 미국은 22일부터 예정대로 캐나다산 제품에 관세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美-캐나다 관세 갈등 흐름

미국이 캐나다를 향해 관세 압박을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고율 관세를 일종의 협상 카드로 활용해 왔다. 취임 첫날인 지난해 1월 20일에는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같은 해 3월에는 캐나다산 제품에 25%, 에너지에 10% 관세를 매겼다. 이에 캐나다 역시 300억 캐나다달러(약 30조186억원) 규모 미국산 제품에 25% 보복 관세를 적용했다. 품목별 관세 압박도 비슷한 시기에 확대됐다. 미국은 지난해 3월 캐나다를 포함한 모든 국가의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매겼고, 같은 해 4월에는 수입 자동차에도 25%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캐나다는 미국산 철강·알루미늄을 포함한 298억 캐나다달러(약 29조8,180억원) 규모 제품에 25%의 추가 보복 관세를 적용했고, 미국산 비(非)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자동차에도 같은 수준의 관세를 매겼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8월 캐나다가 펜타닐 유입 억제에 충분히 협조하지 않았고, 미국의 관세 조치에 보복했다는 이유로 기존 25%였던 비USMCA 캐나다산 제품 관세를 35%로 인상했다. 당시 미국은 관세 회피를 위한 환적이 적발된 캐나다산 제품에는 4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도 엄포를 놨다.

표1. 미국의 대캐나다 관세 압박

시기미국 조치
2025년 1월캐나다·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 부과 가능성 경고
2025년 3월캐나다산 제품에 25%, 에너지에 10% 관세 부과
2025년 3~4월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수입 자동차에 각각 25% 관세 부과
2025년 8월비USMCA 캐나다산 제품 관세 25%에서 35%로 인상
2026년 7월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 부과 예고
2026년 8월협상 결렬 후 22일부터 50% 관세 시행
자료: 미국 무역대표부, 캐나다 재무부

美 관세법 338조 두고 '갑론을박'

이후로도 크고 작은 공방을 이어 오던 양국은 미국의 이번 관세 부과에 따라 재차 전면전을 치르게 됐다. 해당 관세의 법적 근거는 1930년 제정된 스무트-홀리 관세법(Tariff Act of 1930) 338조(Section 338)다. 이 조항은 외국이 미국 상품·기업을 제3국보다 불리하게 대우하는 등 미국 상거래를 차별한다는 대통령의 판단이 있을 경우, 그에 따른 불이익을 상쇄하기 위해 해당 국가 제품에 최대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캐나다가 미국산 자동차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 점 △미국산 주류를 매장에서 철수시킨 점 △유제품 시장에서 유럽연합(EU) 제품보다 미국 제품을 불리하게 취급한 점 등을 338조 발동의 근거로 들었다.

문제는 338조가 사실상 한 세기 가까이 잠들어 있던 조항이라는 점이다. 해당 조항은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에 편입된 뒤 1930~1940년대 스페인과 중국 등을 상대로 적용 가능성이 검토된 적은 있지만, 실제 관세 부과까지 이어진 사례는 없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이번 조치의 적법성을 둘러싼 논란도 거세다. 라이언 메이저러스 킹앤드스폴딩 국제무역 변호사는 워싱턴포스트에 "338조를 통한 관세 부과는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completely untested) 방식"이라고 말했다. 조지타운대 국제경제법연구소의 피터 하렐 연구원과 제니퍼 힐먼 조지타운대 로스쿨 교수는 미국이 캐나다의 자동차·주류·유제품 정책을 문제 삼으면서도, 실제 관세 부과 대상에는 하키스틱·시멘트 등 직접적인 관련성이 떨어지는 제품까지 포함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관세 수입 규모가 미국 정부가 주장한 피해액보다 훨씬 커질 수 있는 만큼, '피해 상쇄'라는 법률상 한계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카니 "美 의존은 약점"

이런 가운데 캐나다는 미국과 추가 협상을 이어가는 대신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강경책을 택했다. 이는 대미 의존도를 줄이고자 하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정치적 방향성이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4월 카니 총리는 영상 연설에서 "미국은 변했고, 우리는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는 "과거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누렸던 우리의 많은 강점이 이제는 약점으로 변했다"며 "우리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는 약점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는 더 위험해지고 분열됐다"며 "미국은 무역에 대한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관세를 대공황 시기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지적했다.

카니 총리가 내놓는 발언의 수위는 최근 미국의 통상 압박이 거세지면서 한층 높아졌다. 그는 지난달 미국의 50% 관세 부과 예고 이후 "미국의 무역 조치는 일방적"이라며 "협상 결과와 관계없이 자국 경제 기반 강화와 해외 파트너 다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중단한 뒤에는 “우리는 처음부터 미국이 변했고, 과거의 관계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며 "미국과의 합의보다 캐나다의 유연성, 독립성, 주권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튿날에는 "미국이 동맹국에 관세를 부과하며 경제적 통합을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고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민간 기업에도 불똥 튀어

이 같은 캐나다의 강경 대응 기조는 양국 간의 상품 교역을 넘어 미국계 민간 기업에 대한 압박에서도 확인된다. 앞서 지난 5월 캐나다 방송통신위원회(CRTC)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등 캐나다에서 2,500만 캐나다달러(약 250억원) 이상의 연간 방송 매출을 올리는 해외 온라인 스트리밍 사업자가 현지 매출의 15%를 캐나다 프로그램 지출(CPE)에 사용하도록 하는 새 규제안을 발표했다. 일종의 기여금 부담을 기존 5%에서 3배가량 끌어올린 것이다. 여기에 연간 캐나다 매출이 1억 캐나다달러(약 1,000억원) 이상인 대형 사업자의 경우, 전체 지출액 가운데 최소 30%를 캐나다 제작사가 저작권의 과반을 보유하는 '강화된 파트너십(enhanced partnerships)'에 배정해야 한다. CRTC는 이러한 조치를 통해 연간 20억 캐나다달러(약 2조원) 이상의 콘텐츠 투자 기반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측은 해당 조치를 즉각 통상 문제로 받아들였다. 피트 훅스트라 주캐나다 미국 대사는 같은 달 엑스(X, 구 트위터)를 통해 "CRTC가 미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아 세금을 부과하고 새로운 차별적 무역 장벽을 세우고 있다”며 "해당 결정이 미국 기업의 캐나다 투자 환경과 좋지 않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콘텐츠 업계의 반발도 상당했다.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MGM 스튜디오, 파라마운트, 소니, 유니버설,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등을 회원사로 둔 미국영화협회(MPA)는 CRTC 결정 직후 성명을 통해 "CRTC가 미국 스트리밍 기업에 전례 없고 불필요하며 차별적인 투자 의무를 부과했다"고 항의했으며, 찰스 리브킨 MPA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도 캐나다의 규제가 USMCA에 따른 의무를 위반하고 추가 투자와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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