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치킨게임이 신차 홍수 불러" 中 자동차 업계 속도전 지속, 안전 검증·애프터마켓 흔들리며 해외 진출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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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동안 8개" 신차 출시 경쟁 벌어진 中 자동차 시장 검증 절차에 빈틈 생겨, 국내외 정비·수리 체계도 '위태' 시장 신뢰 훼손 위험, 中 완성차 해외 진출 발목 잡힐까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극단적인 신차 출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내수 자동차 수요가 눈에 띄게 위축된 가운데, 신에너지차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며 입지 다툼이 격화한 결과다. 시장에서는 향후 이 같은 흐름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확장 전략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증 절차 축소, 정비·수리 체계 혼란 등 출시 주기 단축으로 인한 부작용이 중국산 자동차 자체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는 평가다.
쏟아져 나오는 중국산 신차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각) 닛케이아시아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하루 동안 신차 출시를 발표한 중국 자동차 제조사는 만리장성자동차부터 립모터에 이르기까지 최소 8개 이상이다. 이 중 6개사는 순수 전기차(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 신에너지차(NEV) 신모델과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은 이날 벌어진 신차 출시 릴레이를 매주 목요일마다 진행되는 중국 KFC의 주간 할인 이벤트(Crazy Thursday, 疯狂星期四)에 빗대 '자동차 업계의 미친 목요일'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과도한 신차 출시 경쟁은 중국 자동차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다. 허즈치 비야디(BYD) 부사장은 최근 소셜미디어 웨이보(Weibo)를 통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중국 시장에 출시된 신차가 무려 542개 모델에 달한다"며 "이는 하루 평균 3.6개로, 사람들이 매일 밥을 먹는 속도와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 모델을 개발하는 데 10억 위안(약 2,065억원)의 거액과 2년 이상의 시간을 쏟아부어도 시장의 관심과 판매 정점은 3개월을 넘기지 못한다"며 현재의 시장 경쟁을 '잔인한 체육관'에 비유했다.
中 자동차 시장의 위기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신차를 쏟아내는 배경에는 내수 시장 위축 흐름이 있다. 중국 자동차유통협회 승용차시장정보연석분회(CPC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승용차 소매 판매량은 약 875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6월 기준 중국 신에너지 승용차 소매 침투율은 월간 기준 역대 최고인 63.6%까지 치솟았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중국은 전체 자동차 수요가 줄어드는 동시에 시장이 신에너지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 보조금을 발판 삼아 우후죽순 증가한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업체들은 좁은 파이를 두고 출혈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판매 경쟁이 격화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성은 곤두박질치는 추세다. CPCA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1~5월 중국 자동차 산업 매출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 4조2,096억 위안(약 868조744억원), 비용은 2.3% 늘어난 3조7,397억 위안(약 771조1,748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산업 전체 이익은 1,440억 위안(약 29조6,947억원)으로 20% 줄었고, 평균 이익률은 3.4%까지 미끄러졌다. AC자동차는 중국 주요 브랜드 신에너지차의 대당 이익이 5,000~8,000위안(약 103만~165만원)에 그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판매량이 늘더라도 실질적인 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증량불증리(增量不增利·판매와 이익 성장세가 비례하지 않는 상황)’ 흐름이 가시화한 셈이다.
표1. 중국 자동차 업계의 판매·수익성 현황
| 지표 | 주요 현황 |
|---|---|
| 승용차 판매 | 2026년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약 20% 감소 |
| 신에너지차 침투율 | 2026년 6월 63.6%로 역대 최고치 기록 |
| 매출·비용 | 비용 증가 속도가 매출 증가 속도를 앞지름 |
| 산업 이익 | 2026년 1~5월 전체 이익 20% 감소, 평균 이익률 3.4% |
| 대당 이익 | 주요 신에너지차 대당 이익 5,000~8,000위안으로 추산 |
개발 과정서 안전보다 속도 중시
과잉 경쟁의 부작용 역시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지난 20일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은 내연기관차 시대까지만 해도 5년 수준이었던 중국 신차 개발 주기가 최근 2년으로 줄었으며, 일부 제조사는 1년에 3종의 신차 출시가 가능하다는 주장까지 내놨다고 보도했다. 일부 업체가 실험실 시뮬레이션 테스트에 의존해 실제 도로 테스트 빈도를 낮추거나, 아예 특정 부품의 검증을 생략하면서 제품 출시 속도를 높였다는 전언이다. 새로운 차량이 개발돼 시장에 나오기 위해서는 초기 시장 조사부터 디자인, 기술 개발, 심사, 후기 플랫폼 적용, 부품 업체 매칭, 시뮬레이션 테스트, 실제 도로 테스트 등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며, 이 같은 절차에는 통상 2년가량의 시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역시 이러한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드러내는 중이다. 리펑강 베이징현대 총경리는 지난달 2026 중국자동차포럼에서 "일부 브랜드가 출시 속도를 맞추기 위해 꼭 해야 할 많은 테스트를 하지 않으면서, 고객이 소비자가 아닌 테스트 인력이 돼버리기도 한다"며 "이는 분명 매우 많은 잠재적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합자(合資·해외 기업과 중국 기업의 공동 출자) 자동차 회사의 연구·개발(R&D) 엔지니어 역시 제일재경에 "테스트용 자동차는 보통 여러 대가 있는데, 일부 업체는 특정 하드웨어 도로 테스트를 위해 단 한 대의 테스트 자동차를 배정한다"며 "이 차가 테스트를 통과하면 해당 테스트 항목 자체를 통과로 간주해 종료하고, 이외 신차는 기준만 충족하면 되는 식"이라고 털어놨다.
애프터마켓 공급망도 흔들려
정비·수리 체계도 막대한 혼란에 휩싸여 있다. 중국 지역 매체 이우상보는 지난 3일 현지 보험·정비업계 관계자들을 인용, 신에너지차 업계의 잦은 차종 교체가 부품 수급난을 심화했다고 전했다. 개량 모델 출시 빈도가 지나치게 빨라지고, 부품 위탁생산업체 변경이 반복되면서 동일 계열 차량이라도 부품 코드와 보정·캘리브레이션 프로그램이 다른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현지 독립 정비 업체들은 필요한 부품을 구하지 못하거나, 외형이 비슷한 부품을 확보하고도 차량과 매칭하지 못하는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허점은 해외 시장에서도 두드러진다. 일례로 호주에서는 상하이자동차(SAIC) 산하 브랜드 모리스(MG) 차량의 사고 수리 지연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고됐다. 범퍼, 차체 패널, 전장 부품 등의 확보가 늦어져 차량이 수리 업체에 수개월간 묶이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부각됐다. 더 타임스는 이달 중국산 자동차의 사고 수리용 부품 공급망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일부 차량의 수리가 장기간 지연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사고 발생 시 필요한 패널과 부품의 수급에 차질이 생겨 차량이 정비소에 오래 머무는 경우가 늘었다는 전언이다. 이에 더해 영국에서는 수리 리스크로 인해 일부 중국산 차량에 대한 보험료가 높게 책정되거나, 보험사가 아예 인수를 꺼리는 상황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확장 속도 둔화 가능성
이러한 사후관리 체계의 빈틈은 중국 자동차 업계의 사업 확장 전략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관련 논란이 누적될 경우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글로벌 소비자들의 인식 자체가 악화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완성차 기업들은 내수 시장의 '치킨게임'을 피해 해외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조립 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며 본격적인 입지를 구축해 나가는 양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업체들이 해외에 확보한 내연기관차·전기차 생산 능력은 연간 약 170만 대 규모로 추산된다. 특히 동남아시아가 전체 해외 생산 능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태국과 인도네시아 비중만 각각 30%, 20%를 웃돌았다.
최근 들어서는 유럽에서도 무역 장벽 상쇄를 위한 현지화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추세다. BYD는 2017년부터 헝가리 코마롬에서 전기버스를 생산해 왔으며, 현지에 배터리 조립 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헝가리 세게드에 유럽 첫 승용차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며, 남유럽의 기존 완성차 공장을 인수하는 방안도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체리자동차는 올해 3분기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유무역지대 공장에서 오모다·재쿠 차량의 시험 생산에 착수할 예정이며, 립모터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사인 립모터 인터내셔널을 통해 스페인 사라고사 공장에서 B10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중국 둥펑자동차와 제일자동차그룹(FAW) 산하 고급차 브랜드 ‘훙치’도 스텔란티스에 위탁 생산을 맡기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으며, 독일 폭스바겐은 중국 샤오펑과 공장 인수 및 수탁 생산에 대한 논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