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치명상 못 입혀" 정치·경제 한계 봉착한 美-이란, 장기 소모전 끝에 휴전론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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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이란 경제 제재 쏟아낸 美, 이란 "전장 확대하겠다" 맞불 이란 경제 '벼랑 끝', 美도 중간선거 앞두고 여론 리스크 커져 소모전 장기화 흐름 속 휴전 합의 타결 가능성 고개 들어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이란을 겨냥한 대규모 경제 제재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이란이 강경 대응을 선언하며 양국 간 공방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양국의 대치가 실제 충돌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이 원유 수출 차질과 고물가·통화가치 하락으로 경제적 한계에 직면한 데다, 미국 역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론 리스크를 짊어진 탓이다.
美, 이란 경제 숨통 조인다
25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지도층이 군사 행동을 재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이란의 경제적 고립을 유도하는 제재 중심으로 대응 노선을 전환하려 하자, 이란 내부에서 굴복 대신 무력시위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는 전언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이란에 어떠한 형태로든 ‘경제적 생명줄’을 제공하는 국가에는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튿날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예고하며 중국을 비롯한 각국에 대이란 거래 중단을 압박했다.
이후 24일 베선트 장관은 워싱턴DC 재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경제적 고립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을 공식 개시한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전 세계에서 이란 정권을 지탱하는 모든 경제적 생명줄을 끊어 테헤란이 홀로 남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이란의 글로벌 금융망을 겨냥한 경제적 총공세(economic onslaught)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해당 조치의 핵심은 미국의 2차 제재 적용 범위를 대폭 넓히는 데 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디지털 자산, 첨단기술, 금, 항공, 해운 등 5개 분야에서 이란과 거래하거나 지원하는 전 세계 개인과 기업을 제재할 예정이다. 여기에 이란의 핵·미사일 기술 확보와 사이버 작전, 석유 수익 창출 등을 지원한 것으로 지목된 전 세계 60여 개 기업과 개인, 선박도 미국의 신규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이란도 강경 대응 시사
미국의 추가 제재 방침이 가시화한 이후, 이란의 고위 인사들은 연일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지난 22일 국영방송에서 “미국의 경제 전쟁에 가담하는 어떤 국가도 적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페르시아만 일대에서 단 한 방울의 석유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봉쇄하겠다"고 경고했다. 마지드 에븐 알레자 이란 국방장관 대행 역시 “국민의 생계와 안보를 위협하는 모든 압박은 명백한 전쟁의 일부”라며 “국민을 지키기 위해 우리 역시 전장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제재 실효성 자체를 부정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세예드 알리 마다니자데 이란 경제장관은 최근 이란 국영방송(IRIB)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이미 향후 2년을 포괄하는 경제계획을 마련했다”며 “제재 대응 계획은 오래전 수립됐고 새 제재에도 충분히 대비돼 있다”고 주장했다. 전쟁으로 철강·석유화학 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지만, 단기간 내 정상화 노력 및 재건 작업이 동반됐다는 것이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 역시 소셜미디어(SNS) 엑스(X, 구 트위터)에 “미국은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더 제한할 경제적 여력이 없다”며 "이란의 교역국들은 제재 위협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경제적 한계 내몰린 이란
다만 이 같은 이란 측 주장의 신빙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뒤따른다.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의 경제 여건이 빠르게 악화해 왔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 수정 보고서에서 이란 경제가 올해 5.4%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쟁에 따른 생산·교역 차질, 호르무즈 해협의 장기적인 물류 혼란 등이 경제 전반을 짓누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은행(WB) 역시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제재 강화와 사회 불안으로 이미 취약해진 이란 경제가 전쟁으로 추가 타격을 입었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란의 국내총생산(GDP)은 전쟁 충격이 본격화하기 전인 2025/26 회계연도에도 2.7% 뒷걸음질 친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의 핵심 외화 수입원인 원유 수출도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20일 국영방송에서 “현재 원유 수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시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1일 이후 이란 최대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에서 유조선 움직임이 사실상 끊겼다고 전하기도 했다. 물가와 통화가치 불안은 한층 심각하다. 이란 리알화의 시장 환율은 달러당 200만 리알(약 2,000원)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물가상승률은 90%에 육박한다. 여기에 만성적인 에너지난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란 에너지최적화기구에 따르면 현재 이란의 하루 휘발유 수요는 약 1억3,500만L에 달하며, 공급 부족분은 하루 1,500만L 수준이다.
표1. 전쟁 발발 후 이란의 경제 상황
| 부문 | 현황 |
|---|---|
| 경제성장 | IMF 기준 2026년 5.4% 역성장 전망 |
| 원유 수출 | 하르그섬 유조선 운항 끊기며 사실상 수출 중단 |
| 물가·통화 | 물가상승률 90% 육박, 리알화 가치 급락 |
| 에너지 수급 | 하루 휘발유 공급 부족분 1,500만L까지 증가 |
트럼프·공화당 민심 '비상'
미국 역시 벼랑 끝에 몰린 것은 매한가지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 전쟁과 관련한 국민 인식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이 퀴니피액대 여론조사(7월 23~27일 등록 유권자 963명 대상) 결과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32%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대응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28%였고, 66%는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의 대이란 군사 행동에 대해서는 34%만이 찬성했고 60%는 반대했다. 아울러 응답자의 66%는 비용과 이익을 고려했을 때 이란전이 "가치가 없었다"고 답했고,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도 36%에 불과했다.
공화당 '텃밭' 지역의 표심도 휘청이고 있다. 24일 FT는 옥수수 파종 시 사용하는 11-52-0 인산 비료 가격, 농업 장비에 사용되는 디젤 연료의 미국 평균 가격 등이 대폭 뛰었다고 전했다. 여기에 지난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발발한 각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인해 농산품 수출도 눈에 띄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은 이미 지난 수년간 낮은 곡물 가격으로 고충을 겪던 미국 농가에 '치명타'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농민들의 불만이 커지며 공화당 강세였던 미국 중서부 농업지대 표심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농민) 여러분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의회에 110억 달러(약 15조1,670억원)의 추가 긴급 지원책을 요청했지만, FT는 이 정도 규모로 농가 피해를 만회하기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언론서 휴전 전망 제기
전쟁 비용 관련 셈법 역시 복잡하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상원 세출위원회에서 이란전 관련 국방부 지출이 375억 달러(약 51조7,05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전쟁 수행과 무기 보충 등을 위해 의회에 671억 달러(약 92조5,170억원)의 추가 예산도 요청한 상태다. 핵심 요격 무기 재고 역시 눈에 띄게 감소했다. CNN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은 전쟁 전 보유했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요격탄의 최대 80%, 패트리엇 요격탄의 절반가량을 소진한 것으로 추산된다. 패트리엇과 사드 요격탄은 생산에 통상 2~3년이 걸리는 만큼, 향후 단기간 내 재고를 원상복구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이란이 지난한 소모전을 이어 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최근 불거진 양국 간 경제 공방이 사실상 합의를 앞두고 내놓은 '블러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양국이 각기 경제·정치적 한계로 상대국에 '치명상'을 입힐 수 없게 되자, 외교적 퇴로를 모색하며 막판 발언권 확보에 나섰다는 진단이다. 실제 지난 25일에는 러시아 통신사 리아노보스티가 이란과 미국이 휴전 합의에 도달했으며, 공식 발표가 며칠 내 이뤄질 예정이라고 파키스탄·이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리아노보스티는 휴전 합의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밝히지 않았고, 소식통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