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추징부터 과징금까지" 기업·자산가 압박 강화한 中, 지방정부 재정난에 재원 확보 나서
입력
수정
中, 상장사·고액 자산가 대상으로 잇달아 미납 세금 징수 반독점 과징금 부과 규모도 수년 사이 대폭 불어나 中 지방정부 재정 위기, 토지재정 붕괴에 해외 투자 위축까지

중국에서 대규모 세금 추징 및 과징금 부과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과거 미납 세금을 거슬러 징수당하는 상장사 및 자산가가 급증한 가운데, 회계 조작·시장 독점 행위에 대한 당국의 제재 수위도 잇달아 높아지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 중국 지방정부의 구조적인 재정난이 있다고 본다. 부동산 침체로 토지재정 체계가 무너지고 외국계 자금 유입마저 위축되자, 기존 세원 및 과징금 제도를 통한 재원 확보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中 상장사 덮친 '추징 폭탄'
26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상반기 중국 상장사 100곳 이상이 추가 세금과 연체료를 납부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추징 규모는 77억 위안(약 1조5,860억원)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2012년 이후 약 14년간 상장사를 상대로 추징된 전체 금액보다 많았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기업으로는 중국 대형 농업기업 베이다황농켄그룹의 상장 계열사 헤이룽장농업이 꼽힌다. 세무당국이 헤이룽장농업에 과거 적용됐던 토지 임대 관련 법인세 혜택 가운데 일부가 적법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서, 지난해 순이익의 120%에 달하는 세금을 토해내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헤이룽장농업은 상장 이후 처음으로 상반기 적자를 기록할 위기에 놓였다.
이 밖에도 △구리 제련업체 윈난구리 △섬유·산업용 소재 기업 우시타이지인더스트리 △민영 안과병원 체인 아이얼안 △전자제품 유통업체 선전아이쓰디 등 다수 기업이 추징 대상이 됐다. 특히 선전아이쓰디의 경우 올해 6월 기업소득세 1억8,464만 위안(약 380억원)과 연체료 1억2,323만 위안(약 250억원) 등 총 3억787만 위안(약 630억원)을 추가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선전아이쓰디는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2% 늘었음에도 귀속 순이익은 79.0% 급감하는 실적 쇼크를 겪게 됐다. 선전아이쓰디 측은 추징 영향을 제외할 시 일상 영업에서 발생한 순이익이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54.4% 증가했다고 밝혔다.
자산가·자본시장도 영향권
개인을 상대로 한 미납 세금 징수 조치도 가시화했다. 지난 5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한 따르면, 최근 중국 은행과 금융기관들은 부유층 고객의 해외 투자 내역을 검토하고 관련 소득이 세무당국에 제대로 신고됐는지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조사 대상에는 해외 부동산과 주식뿐 아니라 귀금속, 암호화폐, 역외 신탁을 통한 투자 수익 등까지 포함됐으며, 일부 세무조사는 2000년까지도 거슬러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회수하려는 잠재적 미납 세금 규모가 수천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본시장에 대한 회계 감독도 강화되는 추세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2024년 7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회계 부정 특별 단속을 실시했으며, 총 247건의 회계 조작 사건을 적발해 156건에 행정처분을 내렸다. 관련 과징금과 몰수액은 90억5,100만 위안(약 1조8,580억원)에 달했고, 회계 조작 정도가 심각한 상장사 21곳은 강제 상장폐지됐다. 당국은 회계 부정에 가담한 제3자까지 단속 범위를 넓혀 지방정부와 관계 기관에 1,500건이 넘는 관련 단서를 넘겼으며, 134건의 범죄 혐의는 공안 기관에 이첩했다.
표1. 중국 정부의 세금 징수·시장 감독 강화
| 단속 대상 | 주요 내용 | 조치 규모 |
|---|---|---|
| 상장 기업 세금 | 과거 미납 세금·연체료 소급 추징 | 2026년 상반기 100여 곳에서 77억 위안 추징 |
| 부유층 해외자산 | 해외 부동산·주식·귀금속·암호화폐·역외 신탁 수익 등의 신고 여부 조사 | 조사 진행 중, 일부 조사는 2000년까지 소급 |
| 상장사 회계 부정 | 회계 조작 기업과 가담한 제3자까지 단속 | 247건 적발·21곳 강제 상장폐지 |
| 시장 독점 |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및 부당이득 환수 | 트립닷컴에 과징금 35억2,100만 위안 부과·부당이득 16억5,800만 위안 몰수 |
독점 기업 제재 강화 흐름
시장 독점 행위 등으로 인해 부과되는 과징금 규모 역시 눈에 띄게 커졌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지난달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그룹에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지난해 중국 내 매출 469억5,800만 위안(약 9조6,480억원)의 7.5%에 해당하는 35억2,100만 위안(약 7,230억원)을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독점 행위로 얻은 부당이득 16억5,800만 위안(약 3,400억원)을 몰수했다. 이와 별도로 호텔 사업자에게 강제로 공제했던 주문보증금 1억2,200만 위안(약 250억원)도 전액 반환하도록 명령했다. 지난 2022년까지만 해도 알리바바, 텐센트 등 빅테크 기업들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매겨졌던 과징금은 각각 250만 위안(약 5억1,000만원), 600만 위안(약 12억3,000만원)에 그쳤다.
당국이 문제 삼은 것은 트립닷컴이 호텔 예약 시장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앞세워 숙박업체의 거래 조건을 제한했다는 점이다. 조사 결과 트립닷컴은 2020년부터 거래액이 크고 서비스 품질이 높은 일부 호텔에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대신, 다른 예약 플랫폼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실상의 독점 계약을 요구했다. 다른 플랫폼에 객실을 등록한 호텔에는 트립닷컴에서 항상 최저가를 제공하도록 하는 이른바 '전망 최저가' 조건도 부과했다. 호텔이 경쟁 플랫폼에서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 '가격 조정 도우미' 등의 시스템을 이용해 트립닷컴 판매가격을 직접 낮췄고,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검색 노출을 제한하거나 플랫폼상 등급을 박탈하고 주문보증금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압박했다. SAMR은 이런 행위가 호텔의 자율적인 가격 결정권을 침해하고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고 판단했다.
지방정부 곳간 '비상'
이처럼 중국에서 대규모 추징·과징금 부과가 잇따르는 배경으로는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난이 지목된다. 중국 지방정부는 오랫동안 부동산 개발 업체에 국유 토지 사용권을 매각해 재원을 마련하는 이른바 '토지재정(土地财政)'에 의존해 왔다. 한때는 토지 매각 수입이 지방정부 전체 재정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그러나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 흐름이 장기화하고, 개발업체들의 신규 토지 매입이 위축되면서 이러한 구조 역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지방정부의 국유토지 사용권 매각 수입 감소율(전년 동기 대비)은 2022년 23%, 2023년 13.2%, 2024년 16%, 2025년 14.7%에 달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31.5%로 감소 폭이 한층 확대됐다. 여기에 부동산 거래 및 개발이 뜸해지며 취득세, 토지증치세 등 부동산 관련 세수도 쪼그라들었다.
반면 지방정부가 짊어진 채무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재정부 집계 기준 지난해 말 전국 지방정부 채무 잔액은 54조8,231억 위안(약 1경1,260조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지방정부가 상환한 채권 원금은 3조254억 위안(약 622조원) 수준이었으며, 지급한 이자는 1조4,843억 위안(약 305조원)이었다. 이 같은 위기는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 부담을 가중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중앙정부의 지방정부 이전지출 결산액은 10조1,823억 위안(약 2,090조원)으로 전년 대비 1.5% 늘었다. 이 가운데 일반성 이전지출은 9조2,374억 위안(약 1,900조원)으로 7.2% 증가했고, 지방정부의 기본 재정 여력을 보강하는 균형성 이전지출도 2조7,340억 위안(약 560조원)으로 7.5% 확대됐다. 별도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이전한 정부성기금도 1조1,796억 위안(약 240조원)으로 19.4% 불어났다.
해외 투자금 유입 둔화
외국계 기업의 신규 투자 위축과 일부 사업 철수·축소 움직임도 재정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0일 관계자들을 인용해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인터내셔널(FIL)이 중국 본토의 100% 자회사인 피델리티펀드매니지먼트 철수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중국 내 독자 펀드 사업을 출범한 지 약 3년 만에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이다. 현지 자산운용사와의 가격 경쟁이 심화한 데다, 운용자산 규모 성장세 둔화·잦은 경영진 교체 등 악재가 겹친 영향이다.
중국 사모펀드 시장으로 유입되는 글로벌 자금도 눈에 띄게 줄었다. FT에 따르면 KKR, 워버그핀커스, 블랙스톤 등을 포함한 세계 10대 사모펀드 운용사는 올해 1~7월 중국 본토에서 공개적인 신규 투자 거래를 단 한 건도 성사시키지 않았다. 2021년까지만 해도 현지에서 연간 10여 건의 투자를 집행하던 대형 운용사들이 줄줄이 노선을 전환한 것이다. 이들은 중국 시장에 신규 자금을 투입하기보다 기존 투자 자산을 관리·회수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해진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이 같은 흐름 속 올해 상반기 중국이 실제 사용한 외자 규모는 4,021억4,000만 위안(약 82조5,6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