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작은 제한적, 생산단가는 눈덩이” 판매량만 앞서간 ‘中 로봇 굴기’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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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힘줄 없는 로봇 손, 데이터 학습만으로 해결 불가 하드웨어 가동 범위 막히며 새로운 동작 구현도 제약 판매량만 앞서간 中 휴머노이드, 수익화에는 물음표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앞세워 ‘로봇 굴기’를 과시하고 있지만 시장의 평가는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중국 대표 휴머노이드 기업 유니트리 주가는 상장 첫날 장중 고점 대비 45% 급락했고, 유비테크도 올해 들어 40% 가까이 떨어졌다. 화려한 시연과 대량생산 능력에 비해 정교한 물체 조작을 좌우하는 로봇 손은 구조·내구성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배터리 사용시간도 2~4시간에 그치는 수준이다. 작업 범위와 가동시간이 제한된 상황에서 충전설비와 유지보수 비용까지 불어나고 있는 만큼, 본격적인 수익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中 로봇 대장주’ 유니트리, 상장 열기 나흘 만에 급랭
26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한 ‘세계 휴머노이드 체육대회’는 24일 자유 격투 결승전, 5 대 5 축구 결승전 등의 일정을 마치고 끝났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달리기 대회에서 인간의 신기록을 깨고 테니스, 탁구 등에서도 높은 로봇 기술력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로봇 관련 투자 시장의 열기는 차갑다. 19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 유니트리는 첫날 460% 급등해 845위안(약 17만3,430원)에 마감했으나,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 25일 602.80위안(약 12만3,720원)에 장을 마쳤다. 아직 공모가(150.8위안)보다는 높지만 매도 물량이 쏟아져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25일 종가 기준으로 보면 상장 첫날 장중 고점인 1,100위안(약 22만5,770원)에서 45%가량 급락한 수준이다. 불과 며칠 사이 ‘중국 로봇 굴기’의 상징으로 평가받던 기업의 주가가 사실상 반토막 수준으로 밀린 셈이다. 시가총액도 4,449억 위안(약 91조6,900억원)에서 2,393억 위안(약 49조3,200억원)으로 줄어 2,056억 위안(약 42조3,700억원)이 증발했다. 다른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인 유비테크로보틱스 주가도 올해 들어 40% 가까이 떨어졌다.
이에 시장에서는 중국 로봇주 투자 열기에 ‘피크아웃’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현재 로봇 인공지능(AI) 기술이 거대언어모델(LLM) 발전 과정에 비유하면 'GPT-2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짚었다. 테크크런치는 유니트리의 주가가 반토막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이러한 현실이 부각됐다고 꼬집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로봇 굴기에 대해 “수익화에선 갈 길이 멀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중국이 하드웨어와 생산 능력에서는 앞서 있지만 로봇을 작업에 투입하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표1.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손의 기술적 한계
| 구분 | 기술적 난제 | 발생 원인 | 주요 영향 |
|---|---|---|---|
| 구조적 복잡성 | 인간 손과 같은 정교한 구조 구현 | 34개 근육·27개 관절·100개 이상의 힘줄과 인대 기능을 모터·감속기·센서 등으로 대체해야 함 | 좁은 공간에 부품을 집약해야 해 제작 난도와 비용 상승 |
| 정밀 제어 | 물체에 따라 손가락별 힘과 각도 조절 | 물체의 무게·크기·형태·재질에 맞춰 접촉면과 파지력을 실시간으로 바꿔야 함 | 유리잔처럼 깨지기 쉬운 물체나 형태가 불규칙한 물체를 다루기 어려움 |
| 가동 범위 | 손가락 관절과 손목의 운동 범위 제한 | 기계식 관절이 인간의 근육·힘줄처럼 유연하게 움직이거나 충격을 흡수하기 어려움 | 학습 데이터를 늘려도 하드웨어 범위를 벗어난 새로운 동작은 구현하기 어려움 |
| 무게·전력 | 관절과 동작 수가 늘수록 손이 무거워짐 | 독립 구동 관절마다 모터·감속기·케이블·센서를 추가해야 함 | 전력 소모와 관성이 커지고 움직임의 속도·효율 저하 |
| 구동계 배치 | 힘·정밀도와 경량화 사이의 상충 | 모터를 손에 넣으면 무게·발열이 증가하고, 팔뚝으로 옮기면 케이블의 마찰·장력 손실이 발생 | 자세 변화에 따른 전송 오차와 제어 불안정성 확대 |
| 내구성 | 반복 동작에 따른 부품 마모와 고장 | 굽힘과 충격이 반복되면서 케이블·베어링·관절부에 피로가 누적됨 | 작업 정확도와 연속 가동시간이 떨어지고 유지·보수 부담 증가 |
상용화 가로막는 ‘로봇 손’의 벽
중국 로봇 굴기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것은 손이다. 달리기나 격투처럼 몸 전체를 크게 움직이는 동작은 미리 정한 궤적을 빠르게 반복하는 방식으로도 구현할 수 있지만, 손으로 물체를 집고 돌려 내려놓는 작업에는 손가락마다 힘과 각도를 달리하는 정교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인간이 무거운 물체와 유리잔을 같은 손으로 다룰 수 있는 것은 근육과 힘줄·관절이 물체에 맞춰 힘과 접촉면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에 따르면 인간의 손은 34개 근육과 27개 관절, 100개가 넘는 힘줄·인대로 이뤄져 있는 반면, 로봇 손은 이 기능을 모터·감속기·베어링·관절·촉각 센서로 대체해 좁은 손바닥과 손가락 안에 집약해야 하는 구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휴머노이드 공학 난제의 대부분이 손에 집중돼 있다고 평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로봇 손 업체 링크봇의 저우융 창업자는 손의 부피는 다른 신체 부위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요구되는 민첩성은 10배라며, 제작 난도를 휴머노이드 본체의 100배에 비유하기도 했다.
학습으로 메우기 어려운 구조·내구성 한계
이 같은 문제는 학습량만 늘린다고 풀리지 않는다. 훈련 데이터를 쌓으면 이미 정해진 동작의 정확도를 높이고 여러 동작을 연결할 수 있으나, 손가락 관절이 필요한 각도로 꺾이지 않거나 손목의 회전 범위가 좁으면 데이터만으로 새로운 동작을 만들어낼 수 없다. 인간의 근육과 힘줄은 충격을 흡수하고 힘을 분산시키며, 관절은 물체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손 모양과 접촉면을 미세하게 조절한다. 최근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린 연구도 기존 로봇 손이 인간 손의 형태와 기능을 동시에 구현하는 데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동작 수 확대에는 내구성 저하라는 부담도 뒤따른다.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관절을 늘리려면 모터와 감속기·케이블·센서가 추가되는 만큼, 손의 무게와 전력 소모, 고장 지점까지 많아지기 때문이다. 구동계를 손 안에 배치하면 힘과 정밀도를 확보하기에는 수월하지만, 부품이 손끝에 몰려 무게와 관성이 커지고 발열·충격에도 취약해진다. 이를 줄이려고 모터를 팔뚝으로 옮기면, 힘줄 역할의 케이블에서 마찰과 장력 손실이 생기고, 팔의 자세가 바뀔 때마다 전송 오차도 커질 수 있다. 여기에 반복되는 굽힘과 충격이 더해질 경우 케이블·베어링·관절부의 마모가 누적돼 작업 정확도와 가동시간까지 떨어진다.
충전설비·BMS 비용 눈덩이
짧은 배터리 사용시간도 문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현재 휴머노이드 대부분은 2킬로와트시(kWh) 미만의 배터리를 탑재해 한 번 충전으로 2~4시간가량 작동하는 데 불과하다. 보행과 자세 제어, 물체 파지가 이어지는 동안 수십 개의 관절 모터와 센서·온보드 컴퓨터가 동시에 구동돼 전력 소모가 커지는 탓이다. 미국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공개한 '아틀라스(Atlas)' 사양서에도 배터리 사용시간은 일반 작업 4시간, 중량물 반복 작업 2시간으로 명시돼 있다.
짧은 가동시간을 보완하려면 배터리 용량을 키우거나 방전된 배터리를 수시로 갈아 끼워야 한다. 하지만 용량을 늘릴수록 로봇은 무거워지고, 관절 모터의 전력 소비가 증가해 적재 능력도 줄어든다. 이 같은 중량 부담을 덜기 위해 교체식을 택하면 여분의 배터리 팩과 충전설비,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별도로 필요하다. 실제로 아틀라스는 방전된 배터리를 3분 만에 스스로 교체할 수 있으나 완전 충전에는 1시간 30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라인에 수십 대를 배치할 경우에는 배터리 재고와 충전설비도 로봇 수에 맞춰 확보해야 해 운용비 부담도 피하기 어렵다.
배터리 교체 횟수와 충전 부담을 줄일 대안으로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꿔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을 높인 전고체 배터리가 거론되고 있지만, 관련 기술은 올해 들어서야 공학적 성능 검증 단계에 진입했으며, 선두 업체들도 소규모 시험생산에 집중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양산 수율과 제품 간 품질 편차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 휴머노이드 적용을 서두를 경우 생산단가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핵심 원료인 황화리튬 가격의 경우 최근 6개월 사이 50% 넘게 떨어졌으나 지난달에도 1㎏당 가격이 219달러(약 30만원)에 달했다.
정부 훈련 센터가 부풀린 ‘가짜 수요’
다만 기술적 난제가 산적해 있음에도 중국 휴머노이드 업체들의 출하량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는 민간 기업의 주문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지방정부 지원 훈련센터가 대량 구매에 나선 영향이 크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중국 전역에 설립됐거나 건설 중인 로봇 훈련센터는 90곳을 웃돌았다. 이들 센터는 로봇을 구입해 원격조작으로 동작 데이터를 만든 뒤 이를 다시 제조사에 판매한다. 로봇 판매대금은 업체 매출로 잡히고, 센터도 데이터 판매수입을 올리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훈련센터는 일부 업체의 최대 매출처가 됐다. 러쥐로봇의 지난해 주력 휴머노이드 판매량 가운데 훈련센터 공급분은 45%에 달했다. 유비테크가 정부 지원 센터에서 확보한 주문은 1억4,000만 위안(약 287억6,860만원) 규모다. 유니트리도 지난해 1~9월 휴머노이드 매출의 약 4분의 3을 대학 등 교육·연구 부문에서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휴머노이드 100여 대가 배치된 베이징 최대 훈련센터의 운영사 지분 약 38%는 러쥐로봇이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훈련센터가 생산한 데이터는 가격과 효용 사이의 격차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FT 취재에 응한 한 판매업체는 5분짜리 로봇 춤 동작 데이터가 최대 100만 위안(약 2억원)에 거래된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 북부의 한 센터에서는 8시간 동안 수집한 데이터 중 실제 학습에 쓸 수 있는 분량이 평균 2~3시간에 불과했다. 업체마다 데이터 형식이 달라 다른 회사의 로봇에 적용하기 어려운 데다, 자동차 업체 등 외부 제조사에 판매된 물량도 일부에 그쳤다. 통제된 센터에서 반복한 동작이 변수가 많은 공장과 창고에서도 같은 성능을 낸다는 보장도 없다. 실제로 공공 구매가 출하량을 떠받치고 있으나, 민간 공장에서 생산성과 비용 절감 효과를 입증한 사례는 전무하다. FT가 인용한 한 중국 투자자는 공장 내 대규모 배치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향후 1년 안에 투자자들이 중국 로봇 기업들의 가치를 재평가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