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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대체되는 노동자 vs AI로 몸값 높이는 숙련자”, 정형 업무 자동화가 키우는 ‘소득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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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10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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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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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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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정형 업무 대체 범위 확대
보조 업무 자동화·숙련자 중심 조직 재편
대체 인력·AI 활용 인력 간 소득 격차 확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인공지능(AI)이 수행할 수 있더라도 일부 일자리는 의도적으로 사람에게만 맡기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인 요양과 보육·정신건강 관리처럼 공감과 책임이 필요한 영역을 AI 도입을 늦추는 ‘인간 전용구역’으로 지정하자는 구상이다. 그러나 AI의 일자리 잠식은 콜센터·콘텐츠 제작·코딩 등 화이트칼라 직군에 이어 돌봄 분야로도 확산하고 있다. 기업들은 정형화된 업무를 AI에 맡기고 소수의 숙련자에게 검토와 최종 판단을 집중시키면서 신입·보조 인력 채용을 줄이는 모습이다. 전문지식과 판단력을 갖춘 인력은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몇 배로 끌어올리는 반면, 정해진 절차를 수행해 온 노동자는 일자리와 임금에서 밀려나면서 새로운 소득 불평등이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빌 게이츠, AI 도입 늦추는 ‘인간 전용구역’ 제안

26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게이츠는 이날 공개한 ‘격동의 AI 시대가 왔다. 지금의 선택이 미래를 좌우한다’란 제목의 글에서 "AI의 급속한 발전이 거대한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AI는 지금까지 발명된 것 가운데 가장 위대한 평등화 수단이 되거나, 최악의 불평등 원천이 될 것"이라며 "최상의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새로운 AI 시대로의 전환은 인류 역사상 가장 격동적인 시기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사회가 이 같은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는 이에 대비하고 있지 않다"며 "지도자들과 전문가들, 지역사회가 이러한 도전에 충분히 맞서고 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 AI 시대로의 진입을 순조롭게 만들기 위한 계획도 없다"고 꼬집었다. AI 확산으로 생산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대규모 일자리 상실과 불평등 확대가 발생하면 기술 발전의 혜택이 사회 전체에 고르게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이츠는 대안으로 자연보호 구역처럼 AI 도입을 의도적으로 금지하거나, 늦추는 인간 전용구역을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인간 일자리를 AI가 대체하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다. 그는 특히 공감과 돌봄이 필수적인 노인 요양, 보육, 정신건강 관리 등과 관련한 일자리를 전용구역의 예로 들었다. 아울러 AI 시대로의 전환 과정에서 크게 3가지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그중 하나가 일자리와 관련된 것이다. 그는 AI가 대규모로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많은 직업이 영구적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봤다.

화이트칼라 대체 현실화

문제는 어떤 노동이 AI에 흡수되고 어떤 노동이 사람의 몫으로 남을지를 가르는 기준이다. AI가 대체할 직업을 가르는 핵심 기준은 학력이나 임금 수준보다 업무의 표준화 가능성에 있다. 일정한 형식과 절차에 따라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직무일수록 자동화 속도가 빠르다. 이미 콜센터와 고객상담에서 시작된 대체 흐름은 마케팅 문안 작성과 광고 시안 제작, 데이터 분석·시장조사, 소프트웨어 코딩으로 확산됐다. 기업들은 AI가 작성한 초안과 분석 결과를 소수의 숙련자가 검토하는 방식으로 업무 구조를 바꾸고 있다. 여러 명의 실무자가 나눠 맡던 작업을 AI와 한두 명의 관리 인력이 처리하면서 화이트칼라 직군의 채용 수요도 줄어드는 양상이다.

인력 감축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일즈포스는 AI 상담 시스템을 도입한 뒤 고객지원 인력을 9,000명에서 5,000명으로 줄였으며, 현재 고객 문의의 절반가량을 AI가 처리한다. 핀테크 기업 블록은 올해 2월 전체 직원 1만 명 가운데 4,000명을 내보내기로 했고, 아마존도 지난해 10월 1만4,000명에 이어 올해 1월 본사 인력 1만6,000명을 추가로 감축했다. 앤디 재시 최고경영자(CEO)가 생성형 AI 확산으로 본사 인력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고한 뒤 약 7개월 만에 3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메타 역시 지난 4월 직원 8,000명을 줄이고 채용 예정이던 6,000개 자리까지 폐쇄했다.

대체의 파장은 콘텐츠·미디어 산업에도 번졌다.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작가와 감독·프로듀서들이 시간당 12~200달러를 받고 AI에 시나리오 작성과 촬영 일정 수립, 기획안 제작 방식을 가르치고 있다. 넷플릭스는 올해 공개한 작품 1,000편 가운데 300편의 제작 과정에 AI를 활용했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영화·음향 산업 종사자는 2022년 7월 45만 명에서 올해 5월 32만6,000명으로 28% 감소했으며, 촬영일수도 2021~2025년 48% 줄었다. AI가 시나리오 초안과 영상 편집, 특수효과·촬영 계획 등 제작 실무를 흡수하면서 작가 보조와 편집 보조·제작 코디네이터가 담당하던 업무가 축소된 것이다.

표1. AI 확산에 따른 신입 채용 요건 변화

구분주요 내용변화 및 영향
신입 요구 역량동기 부여형 리더십, 팀워크 구축, 인력·이해관계자 관리, 업무 프로세스 관리, 멘토링,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거 경력직에게 주로 요구되던 역량이 신입 채용 공고로 확대
미국 채용 공고AI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의 신입 공고에서 리더십·판단력·관리 능력 요구 증가해당 역량을 포함할 가능성이 2019년 대비 7배 상승
신입 업무 변화AI가 반복적이고 데이터 중심적인 초급 업무를 처리단순 업무를 통한 숙련 기회는 줄고 전략적 사고와 판단력을 조기에 입증해야 할 필요성 확대
채용시장 영향기업이 신입에게도 경력직 수준의 복합적인 역량을 요구전 세계적으로 AI 영향을 많이 받는 신입 일자리가 사실상 정체
자료: PwC ‘2026 AI 일자리 바로미터’

사라지는 초급 업무, 높아지는 채용 문턱

AI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에서는 신입 채용 공고의 내용도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PwC가 세계 채용 공고 10억 건 이상을 분석해 발표한 ‘2026 AI 일자리 바로미터’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에는 경력직에게 주로 요구되던 리더십과 판단력, 관리 능력 등이 신입 공고에도 등장하는 사례가 늘었다. 미국 내 관련 신입 공고는 2019년보다 이 같은 역량을 포함할 가능성이 7배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동기 부여형 리더십, 팀워크 구축, 인력·이해관계자 관리, 업무 프로세스 관리, 멘토링,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등이 포함됐다.

PwC는 2019년 당시 경력직 공고에는 자주 등장했지만 신입 공고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았던 역량을 ‘전통적으로 경력직에게 요구되던 역량’으로 분류했다. PwC는 보고서에서 “많은 신입 직원들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오래 맡는 과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면서도 “그만큼 리더십과 전략적 사고 같은 능력을 더 빨리 보여줘야 한다”고 분석했다. AI가 반복적이고 데이터 중심적인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에 신입 사원이 맡던 일의 일부는 줄어드는 추세다. 이 같은 변화는 채용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PwC는 전 세계적으로 AI 영향을 많이 받는 신입 일자리가 사실상 정체 상태에 있다고 봤다.

돌봄 업무까지 번진 자동화

이처럼 AI의 영향을 먼저 받는 일자리에는 '반복 업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단순한 반복성만으로 대체 가능성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핵심은 그 일이 처음부터 끝까지 예외 상황 없이 데이터와 규칙으로 처리될 수 있는지 여부다. 업무 절차가 표준화돼 있어 고객의 요구를 예측할 수 있고,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할 일이 비교적 적어 사람의 신뢰나 관계 형성이 덜 중요한 직업일수록 AI나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운전, 접수, 단순 상담, 정형화된 번역, 반복적인 콘텐츠 제작, 기초 데이터 분석처럼 입력과 출력이 명확한 일들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게 된다.

게이츠가 인간 전용구역으로 남겨야 한다고 본 돌봄 분야에서도 자동화는 이미 시작됐다. 맥킨지와 미국간호협회(ANA)는 미국 간호사 310명이 수행하는 업무 69개를 분석해 자동화 기술과 업무 재배치로 근무시간을 최대 15% 줄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를 인력 규모로 환산하면 미국 입원 병동에서 예상되는 간호 인력 부족분 가운데 최대 30만 명을 메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환자 기록과 의료물품 검색, 투약 관리, 인수인계, 체위 변경 등이 우선적인 자동화 대상으로 꼽혔다. 일본 요양시설에서는 환자를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기거나 이동·배변·목욕을 돕는 로봇과 낙상 감지 센서도 이미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반대로 살아남는 직업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일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며, 고객의 감정과 맥락을 읽고 윤리적 판단과 최종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여기에 전문지식과 AI 활용 능력까지 결합한 인력은 한 사람이 여러 직무를 소화하는 '초인적 노동(superhuman labor)'의 주체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AI가 처리한 결과의 허점을 가려내고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을 엮어 새로운 해법을 만드는 고차원적 사고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최근 기업의 인력 수요도 정해진 과업을 수행하는 실무자보다 AI를 지휘해 더 넓은 업무를 책임지는 소수의 다기능 인재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AI 생산성 격차, 임금·자산 불평등으로

AI가 업무 현장에 깊숙이 들어올수록 같은 조직 안에서도 생산성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버드경영대학원 연구에서 생성형 AI를 사용한 직원들의 기사 작성 시간은 평균 87분에서 22분으로 줄어 약 4배의 속도 향상을 보였다. 다만 해당 업무에 필요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직원들은 AI의 도움을 받고도 결과물의 완성도가 전문가보다 13% 낮았다.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사람은 AI를 통해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을 크게 늘리는 반면, 기초 역량이 부족한 사람은 속도를 높이고도 완성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의미다.

생산성 격차는 이미 임금과 채용 기회의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 PwC의 2026년 조사에서 AI 관련 기술을 요구하는 일자리에는 평균 62%의 임금 프리미엄이 붙었으며, 채용 증가율도 전체 노동시장의 약 8배에 달했다. 특히 AI가 숙련자의 전문성을 증폭하는 직군은 진입 장벽이 낮아진 직군에 비해 채용 증가율이 두 배였고, 임금 상승률도 42% 높았다.

이 같은 생산성의 양극화는 고용과 임금, 자산소득을 함께 갈라놓는 새로운 불평등으로 번질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AI가 고소득 노동자의 업무와 결합해 생산성과 임금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AI 도입 기업의 이익이 자본 수익으로 돌아가면서 노동소득과 자산소득의 격차가 함께 벌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자리를 지킨 노동자 사이에서도 AI 활용 능력과 전문성에 따른 보상 차이가 누적되면서 소득 격차가 확대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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