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딥폴리시
  • [딥폴리시] 중국과의 디커플링 가속, 경제적 비용 감수하는 이유

[딥폴리시] 중국과의 디커플링 가속, 경제적 비용 감수하는 이유

Picture

Member for

1 year 2 months
Real name
송혜리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수정

중국 의존 축소에 따른 공급망 재편 비용 증가
핵심 인프라·기술 중심 경제안보 규제 강화
경제적 비용과 안보 효과의 균형 평가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산 제품과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공급망 재편에 따른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컨설팅업체 EY-파르테논이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유로존, 영국이 중국에 의존해온 인프라와 연구개발(R&D), 소프트웨어, 공급망을 대체하려면 2050년까지 24조 달러(약 3경2,627조원)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막대한 비용만 놓고 보면 중국과의 ‘디커플링(공급망 분리)’은 경제적 손실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핵심 인프라와 기술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안보를 위한 투자라는 측면도 있다.

중국산 대체에 따른 비용 부담 확대

EY-파르테논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미국이 14조 달러(약 1경8,938조원), 유로존이 9조 달러(약 1경2,578조원), 영국이 약 8,000억 달러(약 1,106조원)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미국만 연간 약 5,500억 달러(약 760조4,000억원)가 필요한 규모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연간 데이터센터 투자액과 맞먹는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배경에는 중국산 제품의 높은 가격 경쟁력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산 제품은 서방 경쟁 제품보다 출고가격이 20~100% 낮아 공급처를 다른 국가로 돌리면 기업의 조달 비용이 늘고 제품 가격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진다. 유럽 주요 산업에서는 중국산 제품을 대체할 경우 가격이 1~2.5% 올라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의 물가안정 목표 달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서도 관세에 따른 비용이 가계 부담으로 이어졌다. 미국 조세재단은 지난해 관세로 가구당 약 1,000달러(약 138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주: 디커플링에 따른 투자 격차는 2050년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된다.

통상 규제 넘어 전략 산업으로 확산

이처럼 중국산 제품을 대체하려면 상당한 비용을 감수해야 하지만, 서방은 오히려 규제 범위를 넓히는 추세다. 가격 경쟁력보다 공급망 안정과 핵심 산업에 대한 통제권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어서다. 유럽연합(EU)은 2023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상계관세 조사에 착수한 뒤 2024년 10월 제조업체에 따라 최대 35.3%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배터리와 전기차, 태양광 등 전략 산업의 공공조달에서는 역내 생산 제품과 저탄소 제품을 우선하는 ‘산업가속화법’을 추진하는 한편, ‘사이버보안법’ 개정을 통해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장비업체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관세와 산업정책, 사이버보안 등 규제 방식은 다르지만 중국 기업에 대한 전략적 의존도를 낮춘다는 점에서는 같은 방향을 향한다. 특히 전력과 통신처럼 국가 경제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에서는 가격보다 안정적인 공급과 통제권 확보가 주요 정책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제품을 대체하는 데 드는 비용도 단순한 경제적 손실과는 구분해 봐야 한다. 화재에 대비해 보험료를 내듯 당장 비용이 늘더라도 공급 차질이나 안보 위험에 대비하는 비용으로 볼 수 있어서다.

주: 최대 공급국을 제외하면 주요 전략광물의 공급 부족 위험이 커진다.

중국산 인버터 규제 확산

이러한 변화는 전력망을 구성하는 핵심 장비에서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태양광과 풍력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전력망에 연결하는 인버터다. 인버터는 원격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수 있어 외부에서 장비 작동에 개입할 가능성이 안보 위험으로 지목돼왔다. 여기에 중국 기업의 높은 시장점유율까지 맞물리면서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전력망의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우드매켄지에 따르면 화웨이와 선그로우를 비롯한 세계 10대 인버터 제조업체가 글로벌 시장의 71%를 차지한다.

이에 EU는 중국산 장비에 대한 직접적인 제한에 나섰다.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5월 EU 자금이 투입되는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중국산 에너지 인버터를 배제하는 조치를 내놨다. 대상은 최소 14기가와트(GW)의 신규 태양광 발전용량으로 EU의 연간 신규 설치량 가운데 약 20%에 해당한다. 미국에서도 중국산 인버터의 보안 문제가 불거졌다. 에너지 당국이 중국산 제품에서 등록되지 않은 통신장치를 발견하면서 사이버보안 위험을 재점검했고, 올해 7월에는 미국 시장에서 인증이 필요한 신규 제품에 비슷한 제한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중국산 장비의 가격 경쟁력보다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통제력을 우선하려는 움직임이 구체적인 규제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경제안보 앞세운 기술 거래 제한 확산

경제안보를 앞세운 규제는 서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 당국도 자국의 핵심 기술과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 인수·합병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빅테크 기업 메타의 중국계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마누스 인수다. 메타는 약 20억 달러(약 2조7,650억원)를 들여 마누스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중국 당국이 기술·인재 유출 가능성 등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 1월 8일 해당 거래가 기술 수출 관리 대상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4월 27일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인수를 공식 불허했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민간 기업의 거래를 제한하는 사례는 다른 주요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2016년 중국계 투자펀드 캐니언브리지의 래티스세미컨덕터 인수를 불허했으며, 독일은 2022년 자동차용 반도체 기술 유출을 우려해 엘모스 공장의 중국계 기업 매각을 막았다. 일본도 올해 공작기계업체 마키노가 자국 방위산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이유로 투자펀드 MBK파트너스의 인수에 개입했다. 국가와 산업은 달라도 핵심 기술과 산업 기반을 안보 자산으로 보고 필요할 경우 민간 거래까지 제한하는 정책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경제안보 정책의 비용·편익 검증

각국이 경제안보를 앞세워 규제를 확대하면서 정책의 필요성과 효과를 가려낼 기준도 중요해지고 있다. 특정 국가의 제품이나 기업을 배제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드는 만큼 공급망 안정과 핵심 기술 보호 등 그에 상응하는 효과가 있는지 따져야 한다. 개별 규제의 필요성만 강조하다 보면 여러 조치가 누적되면서 전체 경제가 떠안는 부담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사업에서 투입 비용과 기대 효과를 따져 예산의 적정성을 판단하듯 경제안보 정책에도 비용과 효과를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세계무역기구(WTO)가 회원국의 무역·산업 정책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만큼 경제안보 조치와 도입 근거도 함께 기록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각국의 규제 현황과 경제적 부담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면 불필요한 규제가 누적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결국 경제안보 정책의 핵심은 중국과의 디커플링 자체보다 어느 분야에서 어느 수준까지 의존도를 낮출 것인지 판단하는 데 있다. 핵심 인프라와 기술에 대한 통제력 확보에는 일정한 비용이 따르지만 모든 산업에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경제적 부담만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공급망과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산업별로 따져 규제가 필요한 분야를 선별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hina Decoupling and the $23.6 Trillion Cost of Economic Security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2 months
Real name
송혜리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