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해외정부정책
  • 첨단산업 키우려 적자기업에 자금줄 열어준 中, IPO 거품 커지자 ‘옥석 가리기’ 착수

첨단산업 키우려 적자기업에 자금줄 열어준 中, IPO 거품 커지자 ‘옥석 가리기’ 착수

Picture

Member for

1 year 10 months
Real name
이태선
Position
선임기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수정

中 정부, 전략산업 육성 위해 적자 기술기업 상장 문턱 완화
청약 자금 몰리며 기업가치 치솟았지만 상장 후 주가 급락
시장 신뢰 훼손 우려에 IPO 주관사 실사 전면 점검

중국 증시에서 적자 기술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줄을 잇고 있다. 인공지능(AI)·반도체·로봇 등 전략산업을 키우려는 중국 정부가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에는 자본 조달의 길을 열어주면서다. 수천억원대 누적 적자를 기록한 기업에도 청약 자금이 몰렸고, 일부 종목은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의 5배 넘게 뛰었다. 그러나 상장 이후 급락하는 종목이 속출하면서 ‘IPO 거품’ 논란이 커졌고 공모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에 중국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부실 실사와 내부통제 미비를 집중 단속하며 뒤늦게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

中 자본시장 개편 본격화

4일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중국 금융당국이 적자 기업의 상장을 허용·지원하는 방향으로 IPO 정책을 전환하고 실제 성공 사례가 잇따라 나오면서 적자기업의 IPO 신청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상장 열기에 불을 붙인 동력은 중국 정부의 자본시장 개편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몇 년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의 적자기업의 IPO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은 2024년 6월 '커촹반(科创板) 8조'를 통해 우량 비영리 과학기술 기업의 상장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6월에는 커촹반에 '커촹 성장층'을 신설하고 적자기업의 '제5 상장기준' 적용을 재개했다. 올해 4월에는 선전 촹예판에 수익 요건을 두지 않는 제4 기준을 추가했고, 6월에는 AI·양자기술·바이오제조·휴머노이드 등으로 지원 범위를 넓혔다. 제5 상장기준은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시가총액과 핵심 기술력, 시장성을 갖춘 기업의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다. 연구개발(R&D) 투자가 크고 흑자 전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반도체·AI 등 전략산업 기업을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누적 적자에도 몸값 급등

상장 문턱이 낮아지면서 적자기업의 IPO 성공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윈드(Wind)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상하이·선전 증시에서 적자 상태로 상장한 기업은 총 65곳으로, 이 중 64곳이 커촹반, 1곳이 창업판에 상장했다. 대표 사례가 반도체 기업 '다푸웨이(大普微)'다. 다푸웨이는 2022~2025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누적 적자가 17억 위안(약 3,470억원)에 달했지만, 올해 4월 창업판 상장에 성공했다. 공모가 46.08위안(약 9,400원)이던 주가는 상장 첫날 430% 이상 뛰어 244.55위안(약 5만원)을 기록했다. 상장 첫 날 시가총액은 1,000억 위안(약 20조4,140억원)을 넘어섰다.

최근 3년간 43억3,900만 위안(약 8,77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AI 반도체 업체 쑤이위안커지도 지난 2일 실시한 공모주 청약에서 6,10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주당 142.18위안(약 2만8,750원)으로 결정됐으며, 예상 조달액은 61억1,900만 위안(약 1조2,370억원)에 달한다. 공모가에 적용된 2025년 기준 주가매출비율(PSR)은 61.8배로, 실적보다 중국의 AI 반도체 자립 정책과 성장 기대가 기업가치에 강하게 반영됐다. 온라인 청약에만 703만여 개 계좌가 참여해 420억6,600만 주를 신청하는 등 투자 열기도 과열 양상을 보였다.

2022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한 파운드리 기업 웨신반도체(粤芯) 역시 창업판 상장을 추진 중이다. 웨신반도체는 이번 IPO를 통해 75억 위안(약 1조5,170억원)을 조달하고, 이 가운데 35억 위안(약 7,080억원)을 12인치 웨이퍼 생산라인 증설에 투입할 계획이다. 회사는 월 4만 장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해 산업용·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지만, 2025년 말 기준 미처리 결손금이 100억8,100만 위안(약 2조400억원)에 달하는 데다 설비 감가상각비와 R&D 비용 부담도 커 단기간 내 흑자 전환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표1. 중국 적자기업 IPO 사례

기업적자 현황IPO 현황주요 내용
다푸웨이
(大普微)
2022~2025년 4년 연속 적자
누적 적자 17억 위안
(약 3,470억원)
2026년 4월 창업판 상장
공모가 46.08위안
(약 9,400원)
상장 첫날 주가 244.55위안
(약 5만원) 기록
공모가 대비 430% 이상 상승
시가총액 1,000억 위안
(약 20조4,140억원) 돌파
쑤이위안커지최근 3년간 순손실
43억3,900만 위안
(약 8,775억원)
공모가 142.18위안
(약 2만8,750원)
예상 조달액 61억1,900만 위안
(약 1조2,370억원)
공모주 청약 경쟁률 6,109대 1
온라인 청약 703만여 계좌 참여
420억6,600만 주 신청
2025년 기준 PSR 61.8배
웨신반도체
(粤芯)
2022년~2025년 상반기 연속 적자
2025년 말 미처리 결손금
100억8,100만 위안
(약 2조400억원)
창업판 상장 추진
목표 조달액 75억 위안
(약 1조5,170억원)
조달액 중 35억 위안
(약 7,080억원)을 12인치 웨이퍼 생산라인 증설에 투입
월 4만 장 생산능력 확보 계획
자료: 윈드(Wind), 각 사

상장사 3곳 중 1곳은 주가 반 토막

중국 증시가 적자기업에까지 문을 열어준 것은 흑자를 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AI·반도체·양자기술 등 전략산업 기업의 자본조달을 지원하려는 목적이 크다. 하지만 공모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했다고 해서 상장 이후의 주가 상승까지 장담할 수는 없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국 증시에 신규 상장한 기업 가운데 약 3분의 1은 고점 대비 주가가 50% 이상 떨어졌다. 같은 기간 IPO 조달액이 1,190억 위안(약 24조1,000억원)까지 불어난 데 비해 AI 투자 열기와 증시 유동성은 빠르게 약해진 탓이다. 한꺼번에 쏟아진 신규 물량을 받아낼 자금이 부족해지면서 상장 초기의 프리미엄도 증발하는 양상이다.

대표 사례는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 유니트리다. 지난달 19일 증시에 입성한 유니트리 주가는 공모가 150.8위안(약 3만513원)에서 장중 1,100위안(약 22만2,570원)까지 치솟은 뒤 845위안(약 17만9,770원)으로 첫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 대비 상승률은 460%에 달했지만, 25일에는 602.8위안(약 12만1,970원)까지 밀렸으며 27일 종가도 615.03위안(약 12만4,450원)에 머물렀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4,449억 위안(약 91조4,000억원)에서 2,488억 위안(약 51조1,000억원)으로 줄었다. 상장 첫날 고점에서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불과 엿새 만에 44%가량의 평가손실을 떠안은 셈이다.

급등락의 진원지로는 얇은 유통물량이 지목됐다. 상장 초기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었던 유니트리 주식은 전체 자본의 7.44%에 불과해 한정된 물량에 청약 수요가 집중적으로 쏠렸다. 회사의 실적과 상용화 수준을 충분히 따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책 수혜 기대와 물량 부족이 주가를 밀어 올렸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추격 매수세가 약해지자 수급 효과는 곧바로 매도 압력으로 돌아섰다. AI 투자 열기가 식고 정부 지원 펀드까지 순매도에 나선 상황에서 대형 IPO가 이어진다면 기존 기술주가 감당해야 할 유동성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상용화 실적을 둘러싼 의구심도 주가 조정에 힘을 보탰다. 유니트리는 지난해 매출 17억1,000만 위안(약 3,460억원)과 순이익 2억8,760만 위안(약 580억원)을 기록했지만,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매출 비중은 9%에 그쳤다. 지난해 1~3분기 매출의 70% 이상이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나온 만큼 기술 시연과 연구 목적의 수요를 대규모 산업용 주문으로 연결하는 작업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이에 노무라증권은 내년 예상 주가매출비율(PSR) 25배를 적용해 목표주가를 370위안(약 7만4,870원)으로 제시했다. 상장 첫날 형성된 가격에 향후 수년간의 성장 기대가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IPO 심사 고삐 죄는 中 당국

기업의 실적과 동떨어진 주가 급등락이 잇따르자 중국 정부도 상장 심사의 고삐를 다시 죄는 분위기다. 적자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더라도 부실한 기업까지 무더기로 증시에 들어오면 공모시장 전반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특히 상장 초기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들인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떠안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 신규 공모주에 대한 투자 수요도 빠르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기업의 상장 통로를 넓혀 놓은 중국 정부로서는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기 전에 과도한 몸값과 부실기업을 가려내야 하는 상황이다.

가장 먼저 단속 대상에 오른 곳은 IPO의 ‘문지기’ 역할을 맡은 증권사다. 중국 경제 매체 계면신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25일까지 투자은행 업무와 관련해 23개 증권사에 39건의 처분서가 발부됐다. 기관과 개인을 합친 제재 대상 기록은 50건으로, 이 가운데 부실 실사 관련 지적이 43건을 차지했다. IPO 주관사가 기업의 매출과 고객 거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거나 정보시스템과 R&D 비용 관련 자료를 허술하게 검토한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기업이 제출한 실적과 사업 전망을 검증해야 할 증권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당국은 이번 단속에서 실사를 맡은 개인의 책임도 강하게 물었다. 제재 대상 기록 50건 가운데 개인 관련 처분은 30건이었으며, 4명은 향후 1년간 관련 업무를 맡을 수 없는 ‘부적격 인사’로 지정됐다. 중톈궈푸증권은 2017년 사모 증자 관련 서류의 허위 기재와 주요 재무·거래 검증 부실이 확인돼 재무자문 업무를 6개월간 정지당했다. 국신증권과 서부증권 역시 매출의 진위와 고객 거래 등을 충분히 살피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재 명단에 올랐다. 부실 실사를 회사 내부의 관리 실패로 보고 실무자와 업무 책임자에게 함께 책임을 묻겠다는 조치로 해석된다.

시장 신뢰 회복 과제

이 같은 강경책에는 금융당국 내부에서 불거진 비리 사건도 한몫했다. 지난해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 발행감독관리부 전 감독처장 양자오훙은 재직 중 권한과 퇴직 뒤 영향력을 이용해 상장 예정 기업의 주식을 차명으로 사들여 거액을 챙긴 혐의로 당적에서 제명됐고,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다. 당시 차이신과 신랑재경 등 현지 매체는 그의 자택에서 2억~3억 위안(약 390억~580억원), 무게로 3톤에 이르는 현금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상장 여부를 좌우했던 핵심 인사가 상장 예정 기업과 부당한 이해관계를 맺었다는 혐의는 IPO 심사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단속이 주관사의 실사 관행은 물론 금융당국의 내부 통제까지 손질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장 신청이 급증하는 국면에서 심사 과정의 허점과 이해충돌을 방치하면 특정 기업에 특혜가 돌아갔다는 의혹이 되풀이되고, 상장 결과의 정당성까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옥석 가리기’의 성패도 심사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그 결과를 시장에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10 months
Real name
이태선
Position
선임기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