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해외정부정책
  • "자금줄 말리기 총력" 對이란 경제 봉쇄 강화하는 美·EU, 민생 직격탄에도 정권 붕괴 장담 어려워

"자금줄 말리기 총력" 對이란 경제 봉쇄 강화하는 美·EU, 민생 직격탄에도 정권 붕괴 장담 어려워

Picture

Member for

1 year 10 months
Real name
이시호
Position
선임기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수정

EU, 美 주도 對이란 경제 제재 캠페인 힘 보탠다
이미 대규모 제재 조치 단행한 美, 이란 경제 '비명'
"경제적 압박만으로는 정권 붕괴 어려워" 비관적 전망도

유럽연합(EU)이 미국 주도의 대(對)이란 경제 제재 캠페인을 지지하고 나섰다. 미국이 금융·무역망 차단을 통한 이란의 경제 고립을 적극 유도하는 가운데, EU까지 공조에 나서면서 이란의 경제적 부담이 한층 가중되는 양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러시아 등 권위주의 정권이 장기간 지속된 국가들이 서방 압박을 견뎌 온 전례를 고려하면, 경제적 제재만으로 이란의 정책 변화를 끌어내기는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U의 對이란 대응 노선

4일(이하 현지시각) 유로뉴스는 최근 EU가 공식적으로 미국의 대이란 경제 압박 캠페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EU 대외관계청(EEAS)은 지난달 31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계기로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주도의 경제적 추방 작전을 포함해 이란에 추가적인 경제적 압박을 가하려는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EEAS는 EU가 이란에 △핵 프로그램 축소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제한 △중동 및 유럽 지역에서의 불안정 조성 행위 중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군사 지원 중단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며, 이미 이란의 국제 경제·금융 시스템 활용을 제한하기 위해 광범위한 제재를 시행 중이라고도 설명했다. 향후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를 비롯한 EU의 안보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시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전언이다.

미국은 EU의 이 같은 입장을 자국 주도의 제재 캠페인에 대한 동참으로 받아들였다. 3일 CNBC 보도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최근 성명을 통해 이란을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완전히 퇴출하기 위해 추진 중인 '경제적 추방 작전'에 EU가 합류한 것에 대해 환영 의사를 표명했다. 아울러 이란 정권의 자금 유입 경로가 완전히 차단될 때까지 압박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란 측은 이러한 서방 주요국들의 협력 행보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EU가 미국의 강압에 굴복해 국제 규범을 저버리고 '경제 테러'에 가담했다"며 노골적인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美, 전방위 경제 압박 착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이란 전쟁의 무게중심을 군사작전에서 경제 봉쇄 작전으로 옮긴 상태다. 장기화하는 군사 충돌 속에서도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포기와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라는 핵심 목표가 좀처럼 달성되지 않자, 이란의 자금줄 자체를 말려버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에 대해) 어느 나라에도 취해진 적 없는 가장 치명적인 경제 작전을 시작하겠다"며 이를 “전례 없는 규모의 경제 전쟁이자 고립”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이란에 금융·상업·물류상의 ‘생명줄’을 제공하는 제3국에도 막대한 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는 닷새 뒤 실제 제재로 이어졌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24일 이란을 상대로 경제적 추방 작전을 공식 개시한다고 밝혔고,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에 발맞춰 기존 금융·석유·석유화학 부문에 더해 디지털 자산, 기술, 금, 항공, 해운 등 5개 분야를 추가 제재 대상 산업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해당 산업 부문에서 이란과 거래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3국 개인·기업에 2차 제재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이란의 핵·탄도미사일 기술 조달, 사이버 작전, 원유 수출 등에 관여한 기업·개인·선박 약 60곳도 제재 명단에 새롭게 포함됐다. 이는 싱가포르·홍콩·아랍에미리트(UAE) 등에 기반을 둔 원유 운송·벙커링 업체, 이란산 원유를 운송한 이른바 '그림자 선단' 선박 등을 겨냥한 조치였다.

표1. 미국의 대이란 제재 확대 흐름

대상 분야·지역주요 조치
이란 산업계금융·석유·석유화학·디지털 자산·기술·금·항공·해운 등 광범위 산업 제재, 관련 거래를 지원하는 제3국 개인·기업에도 2차 제재 적용
원유 운송망싱가포르·홍콩·아랍에미리트 등에 기반을 둔 운송·벙커링 업체, 이란산 원유를 운반한 그림자 선단 등을 제재 명단에 포함
아랍에미리트방크 미스르 아랍에미리트 지점의 미국 금융기관 환거래망 접근 차단 추진, 이란 혁명수비대 자금 이동을 지원한 멜리은행 두바이 지점 관계자 제재
홍콩제재 대상인 이란 환전업체의 자금 세탁을 지원한 무역 회사 제재
튀르키예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의 거래·국제 결제를 지원한 은행 및 자회사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 거래 금지
자료: 미국 재무부·미국 해외자산통제국·미국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

제3국까지 규제 범위 포함

대규모 제3국 금융기관 제재도 수차례 단행됐다. 지난달 28일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는 이집트 국영 방크 미스르의 UAE 지점들이 미국 금융기관의 환거래망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칙을 제안했다. 이들 지점이 2024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이란의 비공식 금융망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103개 기업을 위해 18억 달러(약 2조4,200억원) 규모의 거래를 처리했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날 OFAC도 이란 국영 멜리은행 두바이 지점의 레자 모하마드 타에디 지점장과 홍콩 소재 카멩 트레이딩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OFAC는 타에디 지점장이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자금 이동을 지원한 멜리은행을 대신해 활동했으며, 카멩 트레이딩은 기존 제재 대상인 이란 환전 업체의 자금 세탁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후 제3국 금융기관에 대한 압박을 정례화하겠다는 계획까지 공개했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달 30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은행권을 시작으로 새로운 대이란 2차 제재를 매주 발표할 예정"이라며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에게 이란과의 경제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2차 제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 4일 튀르키예 금융권이 새로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미 재무부는 튀르키예 소재 골든 글로벌 야트름 방카스와 자회사들이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IRGC-QF)을 위해 수천만 달러 규모의 거래를 처리하고, 이란 측에 국제 환거래망 접근 통로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골든 글로벌과 자회사들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됐으며, 미국인 및 미국 금융 시스템을 통한 거래도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이란 경제·민생 '벼랑 끝'

이러한 미국의 조치는 전쟁 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이란 경제에 '치명타'로 작용했다. 로이터는 지난 3일 이란 고위 관계자 3명을 인용, 미국의 경제 압박이 이란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연이은 금융 제재로 인해 이란이 그동안 활용해 온 위장 회사, 미등록 보험료 등 밀수 네트워크의 운영 비용이 불어났고, 이에 따라 중개업자들이 거래를 중단하거나 이전보다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면서 거래가 대폭 위축됐다는 전언이다. 실제 원자재 분석 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 선적량은 이달 초 기준 하루 약 26만 배럴 수준으로, 1년 전(하루 170만 배럴) 대비 약 85% 급감했다.

물가와 통화가치 불안은 한층 심각하다. 리알화 가치는 1년 전 달러당 100만 리알(약 980원) 선에서 최근 220만 리알(약 2,150원) 이상으로 폭락했고, 공식 통계 기준 최근 12개월 평균 물가상승률은 69.9%까지 치솟았다. 특히 식품·음료·담배 가격 상승률은 전체 평균의 두 배에 육박했다. 가계의 고충 역시 극에 달했다. 이란 노동자의 평균 월급은 125달러(약 16만8,000원)에 그치지만, 기본적인 가계 생활에 필요한 지출은 월 450달러(약 60만6,000원) 수준까지 뛰었다. 봄철 실업률은 9.1%로 올랐고, 취업자는 전년보다 약 45만 명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알리 안사리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교수는 “이란은 극심한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력도 잃어가고 있다”며 “결국 협상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로이터는 "이란 지도부 사이에서 주민들이 경제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올해 초처럼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권위주의 정권들의 '버티기' 전략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이 최근의 제재 조치만으로 이란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미국의 대이란 경제적 디데이가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권위주의 정권들은 폭력, 경제적 적응, 정치적 탄압 등을 통해 수년, 때로는 수십 년간 서방의 경제적 압박을 견뎌 왔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북한이다. 서방국은 핵무기 및 장거리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북한에 수십 년간 세계 최고 수준의 제재를 단행했으나, 북한은 다양한 생존 수단을 만들어내며 이 같은 압박을 버텨 왔다. 특히 최근에는 러시아에 병력을 파견하고 대가를 받거나, 정예 사이버 조직을 동원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를 탈취하는 등 보다 공격적으로 생존 기반을 구축해 나가는 추세다.

러시아도 유사한 사례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대적인 서방 제재를 받았지만, 중국 등 비서방 국가로 교역 방향을 돌리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권력 기반을 지켜냈다. 쿠바 역시 60년 이상 지속된 미국의 금수 조치와 심각한 경제난에도 지도부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전례와 관련해 한 외교 전문가는 "경제적 고통이 커진다고 해서 권위주의 정권이 반드시 정책을 바꾸거나 권력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정권이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우회 교역로와 비공식 금융망을 확보할 경우 제재의 효과는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란 역시 중국을 비롯한 비서방 국가와의 원유 거래와 금융·물류 협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미국의 압박 속에서 상당 기간 버틸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10 months
Real name
이시호
Position
선임기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