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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우주기업들 ‘파리 우주회의’ 보이콧, EU 방산 공동전선 이어 ‘우주 방패’ 띄우자 정면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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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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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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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독자 우주 생태계 구축 및 역내 기업 지원 강화
백악관, 자국 우주기업에 파리 우주정상회의 불참 압박
美·EU 우주방어 시장 선점 경쟁 속 정치·사업 간 간극 심화

미국 우주기업들이 백악관의 압박에 프랑스 주최 국제우주정상회의 참석을 잇달아 취소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우주산업 주도권 다툼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유럽은 우주 방패와 독자 위성통신망을 앞세워 안보 기반을 강화하는 한편, 위성 제조사 통합과 민간 발사체 육성을 통해 미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 핵억지력과 드론 방어망까지 자체 역량으로 보강하는 유럽의 방위 자립 구상이 우주산업 재편으로 이어지자 미국도 견제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스페이스X 포함 4개사, 우주정상회의 불참 통보

7일(이하 현지시간)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스토크스페이스, 스타클라우드 등 미국 우주기업 4곳은 지난 4일 프랑스 정부에 참가 취소 의사를 전달했다. 파리 국제우주정상회의는 오는 9∼10일 120여 개국이 참가하는 가운데 열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와 유럽이 미국 기술에 의존하는 것을 피하고 독자적 위성 발사 역량과 자체적 글로벌 위성통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관계자는 지난주에 몇몇 미국 우주 기업들과 전화 회의를 하면서 해당 기업들이 참석할 경우 미국 측과 이견이 있는 유럽 측 정책 입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의에 참여한 백악관 관계자들은 기업인들에게 명시적으로 불참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으나 불참을 강력히 권고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공식적인 불참 지시는 없었으나 기업들이 이를 사실상의 불참 압박으로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EU, 우주 안보 자립에 속도

이번 파리 국제우주정상회의는 유럽과 미국 사이의 관계가 우주 정책뿐만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경색된 가운데 열린다. 미국과 EU의 신경전은 유럽의 독자적인 우주 방어체계 구축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은 파리 국제우주정상회의 연설에서 EU가 지난해 방위준비 로드맵에 포함한 ‘유럽 우주 방패(European Space Shield)’의 세부 행동계획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우주 방패는 EU의 위성과 우주 자산을 적대 행위로부터 보호하는 데 초점을 둔다. 핵심 과제는 우주 활동을 준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전파 교란과 위성 신호 위조에 대응하며, 공격 주체 식별과 회원국 공조 능력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EU는 정부 위성통신망인 GOVSATCOM과 독자 위성통신망 IRIS², 위성항법시스템 갈릴레오, 지구관측 프로그램 코페르니쿠스를 하나의 안보망으로 연결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적성국의 위성 활동을 추적하는 우주감시체계와 전파교란·위치정보 조작 대응 역량, 궤도상 위성 점검·정비 기능도 구축 대상에 포함됐다. 군 통신부터 민간 항공·해운까지 미국 위성통신과 정보자산에 기대는 상황에서 독자적인 우주 방위 기반을 갖추겠다는 의도다.

산업적 토대는 IRIS²가 맡는다.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와 스페이스라이즈 컨소시엄은 지난달 IRIS² 위성을 348기로 확대하고 2029년부터 발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저궤도에 330기, 중궤도에 18기를 배치해 유럽 각국 정부와 군, 보안·재난 대응 기관에 암호화 통신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위성 제작과 지상설비 구축에는 에어버스 디펜스 앤드 스페이스(D&S),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TAS), OHB 등 유럽 업체들이 참여한다. 방위 수요를 역내 기업의 일감과 기술 축적으로 연결해 미국 스타링크 중심의 위성통신 시장에 유럽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표1. 유럽 우주 방패의 주요 구성 및 추진 방향

구분주요 내용세부 체계추진 방향
핵심 기능우주 위협 탐지·추적 및 대응무단 접근 감시, 전파 교란·위성항법 신호 조작 탐지, 공격 주체 식별회원국 간 위협 정보 공유와 공동 대응체계 구축
연계 인프라EU 우주·통신 자산 통합GOVSATCOM, IRIS², 갈릴레오, 지구관측 프로그램 코페르니쿠스개별 우주 자산을 공동 안보망으로 연결
운용 역량위성 감시·보호 및 유지관리저궤도·정지궤도 감시, 위협 분석, 궤도상 위성 점검·수리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의 독자적인 우주 방위 역량 확보
통신 기반IRIS² 위성망 구축저궤도 위성 330기와 중궤도 위성 18기 등 총 348기정부·군·핵심 기반시설에 보안 통신 제공
산업 기반유럽 우주기업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어버스 디펜스 앤드 스페이스,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 OHB방위 수요를 역내 생산·고용·기술 축적으로 연결
자료: EU 집행위원회·유럽우주국(ESA)

美 핵우산 불확실성에 커지는 ‘유럽판 핵억지력’ 구상

유럽이 우주 방패를 정상회의 전면에 내세우는 데에는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EU 집행위는 지난해 드론 방어와 동부전선 감시, 공중 방어, 우주 방패를 4대 방위 선도사업으로 묶었고, 올해 4월에는 57개 유럽방위기금 사업에 10억7,000만 유로(약 1조6,68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발사체와 항법, 지구관측, 보안통신을 유럽의 조달망으로 연결해야 안보 수요가 역내 기업의 생산 확대와 기술 축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ESA도 정상회의에 앞서 지금 확보하는 역량이 향후 우주 탐사의 참여 범위와 의사결정 영향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의 독자적인 우주 방위체계 구축은 역내 방위 자립 움직임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프랑스는 지난 3월 자국 핵전력을 유럽 전체 안보를 위한 억지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EU 회원국 가운데 자체 핵전력을 보유한 국가는 프랑스뿐이다. 영국도 핵보유국이지만 EU를 탈퇴한 상태다. 구상 발표 당시 영국·독일·폴란드·네덜란드·벨기에·그리스·스웨덴·덴마크 등 8개국이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노르웨이도 지난 5월 대열에 합류했다. 노르웨이는 프랑스와 ‘나르비크 협정(Narvik Agreement)’을 체결하고 프랑스 핵전력이 유럽의 안보와 억지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관련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노르웨이 정부에 따르면, 나르비크 협정에는 유사시 군사 지원과 북극권 작전계획, 연합훈련, 장비 사전 배치를 비롯해 우주·사이버·해양안보 및 방산 협력이 담겼다.

전진형 핵억지 체계에 참여한 국가들은 필요할 때 프랑스 전략폭격기와 핵억지 전력의 순환 배치를 지원받게 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핵무장을 탑재할 수 있는 라팔 전투기를 유럽 동맹국에 한시적으로 전개하는 방안까지 열어뒀으나, 핵무기 사용 권한은 프랑스 대통령이 독점한다. 노르웨이 역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미국의 핵우산을 주축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미국의 방위 공약이 흔들리는 상황에 대비해 유럽이 자체 대응 수단을 보강하는 데 무게가 실린 셈이다.

무단 드론 탐지부터 무력화까지

저고도 공역에서는 ‘드론 월(Drone Wall)’이 유럽 방위 자립 구상을 실행에 옮기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유럽 국방장관들은 지난해 9월 폴란드와 발트 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등 동부전선 국가들을 중심으로 무단 드론을 탐지·추적·무력화하는 공동 방어망을 추진하기로 했고, EU 집행위는 이를 ‘유럽 드론 방어 구상(European Drone Defense Initiative)’과 ‘동부전선 감시(Eastern Flank Surveillance)’ 사업으로 구체화했다. 몰타를 제외한 EU 26개 회원국과 노르웨이·우크라이나가 참여해 드론과 대드론 장비를 공동 개발·조달하고, 생산시설과 시험 거점을 함께 구축할 계획이다.

EU는 올해 말까지 드론 방어망의 초기 운용능력을 확보한 뒤 2027년 말 완전 가동하고, 동부전선 감시망은 2028년까지 구축한다는 일정도 제시했다. EU 집행위가 지난 2월 내놓은 행동계획에는 5G 기지국의 탐지 레이더 활용과 다중 센서 정보를 취합한 단일 공중상황도, AI 기반 지휘통제체계 및 긴급 대응팀 구축 방안이 포함됐다. 육상·해상 국경 감시에는 2억5,000만 유로(약 3,901억8,700만원) 규모의 사업 공모를 추진하고, 우크라이나와 연합체를 꾸려 차세대 드론·대드론 기술의 개발과 양산도 지원할 방침이다.

"스페이스X 독주 막자" 유럽 우주기업들 공동전선

공동 방위사업이 확대되는 사이 유럽 우주기업들은 사업 통합을 서두르고 있다. 에어버스와 탈레스, 레오나르도는 지난해 10월 위성·우주시스템 제조와 서비스 부문을 신설 합작사로 묶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프로젝트 브로모(Project Bromo)’로 불리는 합작사는 경쟁당국의 승인을 거쳐 2027년 출범할 예정이며, 지분은 에어버스가 35%, 탈레스와 레오나르도가 각각 32.5%씩 보유한다.

통합의 명분은 스페이스X와의 규모 격차다. 스페이스X는 발사체 제작과 발사, 위성 양산, 통신서비스 운영을 한 회사 안에서 소화하며 대량생산과 반복 발사를 앞세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반면 유럽 위성산업은 국가별 발주와 생산 기반이 분산돼 대규모 저궤도 위성군 시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에 3사는 연구개발(R&D)과 조달·제조 과정에서 겹치는 비용을 걷어내면 통합 5년 뒤부터 매년 수억유로대의 영업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위성 제작 분야가 통합을 택했다면, 발사체 분야에서는 여러 민간업체를 경쟁시키는 전략이 채택됐다. 프로젝트 브로모도 발사체 사업은 통합 대상에서 뺐다. 이 부문에서 산업의 마중물 역할을 맡은 곳은 ESA다. ESA는 ‘유럽 발사체 챌린지(European Launcher Challenge)’에 9억 유로(약 1조4,050억원) 이상을 배정했고, 지난달 독일 로켓팩토리아우크스부르크(RFA)와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 스페인 PLD스페이스에 합계 5억4,360만 유로(약 8,490억원) 규모의 첫 계약을 나눠 줬다. 공공기관이 먼저 발사 물량을 내놓고 여러 업체가 가격과 기술을 겨루도록 해 민간시장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유럽이 위성 제작과 발사체 조달을 역내 기업 중심으로 재편하자 미국도 견제 수위를 높였다.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이 파리 우주정상회의에 참석하면 미국 기술 의존을 줄이겠다는 EU의 산업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정치적 이해관계와 사업의 셈법은 엇갈린다. 유럽 각국이 위성통신망과 발사체 확보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만큼, 미국 기업들도 이 시장을 선뜻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이번 불참 결정으로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우주정상회의에 맞춰 준비하던 일부 사업 발표까지 취소됐다고 전했다. 백악관의 불참 압박이 미국 우주기업들의 유럽 사업에도 부담을 안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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